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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130화 (130/140)

< 130화. 다 덤벼 >

극한의 컨셉충 130화.

작품 제목: 다 덤벼

콰콰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창잡이 시체가 벽에 박힌 채로 몸을 꿈틀거렸다.

“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러게 무기 관리를 잘 했어야지.”

“내, 내 창은 마법으로 절대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런데 넌 어떻게······!”

콰직-!

천마는 더 길게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창을 비틀어 놈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아우. 괜찮으냐?”

“끄으으-. 대체 저건 뭐야. 방패로 안 막아지는 공격이라니.”

“이제 놈은 죽었다. 그러니 이걸 먹고 힘을 차리거라.”

“고, 고마워. 근데 어떻게 죽인 거야?”

천강은 천마가 준 포션을 마시고 hp를 회복시켰다.

방패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은 처음이라 꽤 충격이었다.

“더러운 놈.”

천강은 싸늘하게 벽에 붙어 있는 시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지금은 죽었으니, 신전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

“을 수가 없지······.”

입구에 들어선 천강은 바닥에 널린 푸른 시체들을 보며 기함을 터트렸다.

“여기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 한다.”

“들어오려 하는 자는 모조리 죽여주마.”

입구에 있었던 시체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 * *

카르만 대도시는 외적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비록 지금 천강과 천마가 자리에 없지만, 귀환석을 쓰면 언제든지 복귀할 수가 있었다.

또한 드래곤이 공식적으로 카르만 대도시의 수호하기로 선언하면서 기회를 엿보던 중국 길드들은 전부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드래곤이지 않은가?

아직 바실레이아 대륙에서 드래곤을 사냥한 전적이 없다. 그런데 카르만 대도시를 공격하면서 드래곤까지 붙잡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요즘 다들 카르만 대도시에 몰려드네.”

“천마님이 돈이 들어오는 족족 다 내정 관리에 쓰신다며.”

“아직도 그러신데?”

“요즘은 군비에 투자를 하신다는데, 여전히 내정 관리에 계속 돈을 넣고 있으신가봐.”

카르만 대도시를 전체 다 구경하는 데에도 며칠이 걸린다. 그런데 매번 새로운 것이 나오고 있으니, 관광객이 줄어 들 일이 없었다.

오히려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 이 넓은 도시가 인구 포화로 채워지는 중이었다.

“오늘은 또 뭐가 있으려나.”

“오늘 공연 몇 시야?”

“3시부터 라던데?”

문화 시설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 뮤지컬부터 연극까지 다양했다.

바실레이아 대륙에서 최초로 뮤지컬 공연장을 만든 천마. 그로 인해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 대륙에 등장하기까지 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아. 오늘 훈련인데, 벌써 가야되네.”

“빠지면 큰일 나잖아.”

“맞아. 아쿰리아스 그놈이 죽기 전까지 팬다던데?”

천마를 섬기기로 선언한 아쿰리아스는 투신 신관들까지 전부 불어 모아 카르만 대도시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그는 훈련장에 들어가 직접 훈련을 지도하는 등, 천마신교의 길드원들은 점점 힘이 강해졌다.

“여긴 진짜 평화롭다. 다른 곳은 하루 종일 전쟁 하느라 정신이 없던데.”

바실레이아는 전쟁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난다.

계속해서 성을 뺏기고 점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일어나는 악순환인데, 그것 때문에 더욱 성주들이 내정 관리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뺏길 거, 굳이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세금을 팍팍 올려 유저들의 주머니를 터는 게 더 이득이었다.

그에 반해 카르만 대도시는 매우 평화로웠다.

방어가 완고하니, 누구도 이곳을 점령할 생각을 하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달콤한 평화도 잠시 뿐.

두우웅-!!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텔레포트 기둥.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의 기둥이었다.

그 굉음에 유저들은 저절로 바깥에 시선이 쏠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야. 저기 봐.”

“텔레포트?”

유저들은 수십 개로 늘어난 텔레포트 기둥에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성벽에 있던 수비 병력들의 목소리가 도시 안에 울려퍼졌다.

시스템 창을 통해 유저들도 카르만 대도시가 위험에 빠졌다는 걸 알아챘다.

[절대 군주, 판테온이 있끄는 강철 군단이 카르만 대도시를 포위했습니다. 용맹한 카르만의 병사들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십시오!]

투어를 즐기고 있던 관광객들은 패닉에 빠져 비명부터 질러댔다.

“뭐야! 여긴 안전하다면서!”

“미친. 다른 곳도 아니고 네브레 군단이 왔다고?!”

“거기다 판테온이 왔다고 하잖아!”

천마신교와 관련 없이 그저 관광 목적으로 온 유저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왔는데, 하필 오늘 카르만 대도시가 공격을 받다니.

거기다 세계 1위 랭커라는 판테온?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불패의 군주가 왔으니, 카르만 대도시는 끝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천마님을 위해 싸우자!!”

“이곳은 우리의 도시다!! 자랑스러운 천마신교의 병사들이여! 모두 맞서 싸워라!!”

그러나 관광객이 아닌, 천마신교의 길드원들은 달랐다. 수비대장이 목청을 높여 도움을 청하자 그들 모두 하던 것을 멈추고 일어난 것이었다.

“이 새끼들이 감히 우리 도시를 노려!!”

“양키 새끼들한테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 주자!”

“모두 가즈아!!”

어떤 직업을 가졌든 상관없었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상인들도 무기를 들고 민병대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막상 성벽 위로 올라가니, 이들의 사기도 팍 꺾여 버렸다.

쿠웅-! 쿠쿵-!

“오오오-!!”

“모두 전진하라!!”

“네브레 제국의 황제 폐하를 위하여!!”

“위하여!!”

수백만이 넘는 군대.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엄청난 공성 무기들과 몬스터들.

중국 연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퀄리티였다.

숫자도 숫자지만, 병사 하나 하나가 모두 정예병이라 위세가 엄청났다.

“뭐가 저렇게 세 보이냐······.”

“세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세.”

“괜히 랭킹 1위 군단이 아니지.”

“천마님은 언제 오시는 거야?”

그러나 이런 것도 잠시.

“크롸라라라-!!”

드래곤이 광활한 날개를 펼치며 포효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플레이어들이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드래곤이다!!”

“우리가 이겼다!!”

네브레 군단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드래곤이 앞으로 나타나자 그들도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진짜 드래곤이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드래곤이 도시를 수호하기 위해 나타나다니.”

“하지만 이럴 줄 알고 폐하께서 미리 준비를 다 해 놓으셨겠지.”

네브레 군단은 드래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대처를 해 놓은 상태였다. 단지, 이것이 먹힐지 안 먹힐지는 테스트를 해 봐야 알 수 있었다.

“흐흐.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이 몸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죽음을 자초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

드래곤은 다시 한번 크게 포효하며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얼마든지 오거라. 모조리 태워 줄 테니.”

* * *

“여긴 절대 지나갈 수 없다!”

콰직-!

“네놈은 어떻게 우리의 무기를 쓸 수가 있는 거지? 이건 신께서 우리에게만 준 특권이었는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군. 본좌가 갈 길이 바쁘니, 모두 비키거라.”

수많은 시체들이 일어나 천마 앞을 가로 막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천마에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마가 그들의 창을 이용해 공격하니, 이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 갔다.

“여긴 뭔가 이상하구나.”

“왜?”

언제 창이 날아올지 몰라 조마조마하던 천강은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본좌의 힘이 아니라면 이들을 무찌를 방법이 거의 없다. 마치 여긴 인간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 놓은 것 같구나.”

“그, 그래?”

“본좌가 이기어검을 쓸 줄 몰랐다면 여길 지나갈 수가 없었겠지. 아무리 본좌라고 해도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을 만든 거지? 뭘 숨기기 위해?”

천마는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를 처리하며 신전 중앙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작은 큐브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천마가 그것을 만지려하자 방어막이 그를 막았다.

혹시 몰라 시체들의 무기로 뚫어 보려 했으나, 여전히 방어막은 뚫리지 않았다.

“어떡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포기한다고?”

“아니. 다른 방법이 있다.”

천마는 넣어 두었던 검을 뽑아 들어 방어막 앞에 섰다.

“이기어검의 다음 경지는 바로 무형검이다. 말 그대로 검의 형체가 없는 것이지. 이 무형검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형체가 없는 검이 되기 때문에 그 어떤 방패로도 막을 수가 없다. 바로 저 시체들이 쓰던 창처럼 말이야.”

“혀, 형이 그걸 할 수 있다고?”

“본좌의 레벨이 오르면서 경지도 자연스레 올라갔지. 사실, 이곳에서 무형검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천마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검에 정신을 집중해 위에서 아래로 칼을 내리찍었다.

콰득-!

그러자 그 튼튼하던 방어막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반으로 쪼개지면서 사라져 버렸다.

“되, 된 거야?”

“그래. 된 거 같구나.”

천마는 큐브를 손에 쥐어 보았다.

딱히 별다른 건 없어 보이는데, 왜 이걸 지키려고 이런 금역까지 만들어 놓은 것일까?

“형. 크, 큰일 났어.”

“왜 그러느냐?”

“방금 연락이 왔는데, 네브레 길드 놈들이 우리 성을 포위하고 있어.”

“뭐라?”

천마도 천강이 보여 주는 영상을 보고 나서야 카르만 대도시가 공격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얼른 돌아가야겠구나.”

“귀환석 받은 게 있으니까, 그걸 쓰면 될 거 같아.”

두 사람은 얼른 귀환석을 꺼내 쓰려고 했다.

“음?!”

그런데 천마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큐브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천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크읍-!”

“형!”

천마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형! 왜 그래?!”

“이 큐, 큐브······.”

“뭐?”

“이 큐브가 본좌의 머리 안에······.”

모를 말만 남기고 천마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형! 정신 차려봐!”

하필이면 이 시급한 때에 천마가 정신을 잃다니.

일단 천강은 귀환석을 꺼내 쓰러진 천마와 함께 이동하려 했다.

“뭐, 뭐야?”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터졌다.

귀환석이 먹히지 않는다.

[영험한 힘이 귀환석의 사용을 막고 있습니다.]

“이게 뭐야!!”

귀환석이 통하지 않는다니!

아무리 저 깊은 지하에 있어도 항상 통했던 것이 귀환석이다. 그런데 여기선 안 된다고?

“일단 신전 밖으로 나가보자.”

천강은 천마를 들쳐 업고 신전 밖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하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불덩이에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시려고?”

언제 나타난 것인지, 드레이크를 타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천강을 포위했다.

“당신들은 뭐야?”

“우린 네브레 길드에서 나왔다. 총리께서 너희들을 여기에 꽉 붙잡아 두라는 명령을 내리셨거든.”

“뭐?”

“거기다 여긴 귀환석이 통하지 않는 곳이야. 금역에서는 귀환석을 쓸 수 없다는 것도 몰랐나?”

금역에서는 귀환석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천강이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금역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곱게 죽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마침 천마도 쓰러져 있어 이들은 승리를 확신하는 듯보였다.

“퉤.”

천강은 옆에 침을 한번 뱉은 다음 천마를 눕혀 놓았다.

“이것들이 날 무시하네?”

저 시체들의 창은 정말로 무서웠지만, 이놈들의 공격은 무섭지가 않은 천강이었다.

“다 덤벼.”

< 130화. 다 덤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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