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도발 >
극한의 컨셉충 126화
“금역?”
“테오난이란 곳에 가면 신의 여정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하더군.”
“드래곤이 그랬다고?”
“그래. 카르만 대도시에 초대를 해 준 것에 대한 답례인 것 같았다.”
“하긴. 어마어마하게 쳐 먹고 갔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지.”
드래곤은 성인 남성 100명이 먹을 만한 양을 한꺼번에 먹어 치울 만큼, 엄청난 먹성을 보여 주었다. 당연히 돈은 전부 천마가 지불해야 했고.
“그런데 테오난이면 위험하겠다.”
“그렇게 위험한 곳이더냐?”
“괜히 금역이란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니지. 금역이라고 부르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한데, 그중 테오난도 하나야.”
천강은 말로 하는 것보다는 보여 주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
“잘 봐. 플레이어들이 찍어 놓은 영상이야.”
뉴튜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테오난 관련 영상들을 천강이 시스템 창을 통해 열었다.
테오난은 물길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곳인데, 겉으로 봤을 때는 그저 평화로운 섬에 불과했다. 그러나 테오난으로 가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았다.
“바다 괴물들이 나오는 건 일상이고, 폭풍도 매번 불어 닥쳐서 난파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 그리고 여기 영상에 나오는 플레이어들은 처음 출발했을 때 300명이었는데, 도착했을 땐 30명 남았다고 했어.”
테오난의 폭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은 이유가 있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섬에 들어가도 똑같아. 딱 봤을 때는 무슨 산신령이 도 닦을 곳처럼 생겼는데, 아주 흉악한 몬스터들이 많다고 하더라. 이상한 함정들도 많고.”
테오난에 관한 영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대부분이 죽어서 섬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섬에 도착했다고 해도 지형 자체가 높은 산으로 되어 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들도 많아 레벨이 높은 고수들도 순식간에 사망할 정도였다.
“으음. 그런데 거길 본좌가 가야 한단 말이지.”
“드래곤의 말이 사실일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겠지. 드래곤이야 날아가면 되니······ 음?”
천마가 갑자기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여기가 바닷길로 가면 위험하다고 했던가?”
“맞아. 위험하지.”
“후후. 그럼, 우리도 날아가면 되지 않느냐?”
“엥?”
날아가면 된다고?
어떻게?
천마의 말에 천강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 *
“드디어 이 날이 왔군.”
“동쪽을 정벌한 우리 네브레 제국이 남쪽까지도 꿀꺽 하는 거지.”
네브레 왕국에서 제국으로 승격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당연히 황제는 판테온이고, 총리직을 맡게 된 건 레이피드였는데, 판테온은 실질적인 권한을 전부 레이피드한테 양도한 상태라 그의 명령이 곧 황제의 명령과 다름 없었다.
네브레 제국이라는 바실레이아 대륙 최초 플레이어 제국을 완성시킨 레이피드는 동쪽 대륙 정벌을 전면 중지시켰다.
아직 동쪽 대륙을 전부 다 손에 넣은 것은 아니지만, 남쪽 대륙에서 서서히 날개를 피고 있는 천마와 그의 신교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왜 서쪽이나 북쪽이 아닌 남쪽부터 노리신 걸까요?”
“서쪽이랑 북쪽은 딱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세력이 없잖아. 그에 반해 남쪽은 중국 길드가 많긴 해도 천마신교의 영향력이 가장 크니까. 다른 대륙에 비해서 천마신교만큼 위협적인 게 없다고 판단하신 거지.”
네브레 제국의 명령에 따라 정탐을 나온 플레이어들은 카르만 대도시 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을 살펴 보았다.
그러다 주변 식당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드래곤은 어쩐답니까? 어제 보셨잖아요. 드래곤이 사람들한테 공표한 거. 언제든 편이 되어 주겠다고. 다른 드래곤도 아니고 어둠의 드래곤이던데.”
“상부에서도 그것 때문에 난감한 모양이야. 그래도 구색이 맞춰져서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예전에 우리 황제 폐하께서 그 드래곤을 잡으려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으니까.”
“오. 이번 기회에 카르만 대도시도 손에 넣고 동시에 드래곤도 잡는 겁니까?”
“그래. 그림이 딱 나오는 거지.”
그러다 플레이어 하나가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아쉬울 것 같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두 번 다시 못 보게 되다니.”
“나도 그 생각을 하긴 했어. 이렇게 크고 웅장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한 도시는 한번도 본 적이 없거든. 우리 네브레 제국군이 쳐들어오면 여기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지.”
염탐을 한다는 명분하에 도시를 관광하며 여러 가지 즐길 거리를 찾아 놀았던 플레이어들.
그들은 이곳이 멸망을 해 예전 중국 연합이 다스렸던 때처럼 황폐화 된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곳은 철저히 약육강식의 세계인 것을.
“여기까지 봤으면 다 본 거 같다. 좀만 쉬다가 바로 돌아가자고.”
“예, 알겠습니다.”
그들은 행복했던 염탐을 마치고 이제 길드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저것 봐!”
“천마님이 뭘 하시는 거야?”
“하늘을 난다!”
천마라는 말에 식사를 하고 있던 두 플레이어는 얼른 밖을 나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천마가 보여 주는 기행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중이었다.
“대체 이번에는 또 뭘 하려는 거지?”
“글쎄요. 왜 검 위에 올라가 있는 거죠?”
이윽고 그들의 의문이 풀렸다.
“헉!”
“거, 검이 날아?”
천마가 검 위에 올라타 하늘을 비행하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뭘 하겠다고?”
“어검비행술. 검을 수련하면 신검합일의 경지를 이루고 그 다음은 이기어검을 쓸 수가 있다.”
“음······. 그건 저번에 설명해줬잖아.”
“그래. 보는 바와 같이 본좌의 의지대로 검을 움직일 수가 있지.”
천마의 검이 허공 위를 둥둥 떠다니며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이게 뭐?”
“이것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게다.”
“음?”
천마는 천강과 함께 공터로 나가 검을 바닥에 던져 놓았다.
“잘 보거라.”
그리고 검 위에 올라가 정신을 집중하더니, 검이 떠오르면서 천마의 몸도 함께 떠 올랐다.
“뭐, 뭐야. 그건?”
“이것이 이기어검을 발전시키면 쓸 수 있다는 어검비행술이다.”
천마는 하늘에서 보드를 타는 것마냥 훨훨 날아다녔다. 그러자 플레이어들 눈에 자연스레 띄게 되었고, 이목이 집중되었다.
“천마님 아니야?”
“뭐야. 뭘 타고 날아다니시는 거지?”
천마는 그대로 쭉 비행해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처음에는 느릿하던 검의 속도가 차츰 빨라지더니, 천마는 일정 구역을 길게 돌아 공터로 다시 돌아왔다.
“우와. 그게 어검비행술이라고?”
“그래.”
“마나가 많이 필요한 거 아니야? 마법 중에도 사람을 날게 하는 마법이 있긴 한데, 마나 소모가 엄청나서 길게 유지는 못 한다고 들었거든.”
“후후. 그리 내력을 많이 소모하는 것도 아니다. 정신 집중을 잘만 한다면 오랫동안 타고 다닐 수 있지.”
천강은 천마의 의도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걸 타고 테아난에 가겠다는 소리였구나.”
“네 말대로 폭풍이 심하다면 굳이 바닷길로 갈 필요는 없지. 하늘을 날아 목적지로 갈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느냐?”
그런데 거기서 또 문제가 있었다.
“혹시 혼자 가려고?”
“혼자 가야지. 위험한 곳인데, 다른 이들을 희생시킬 순 없다.”
“아니야. 그래도 나랑은 같이 가야지.”
“검으로 두 사람을 태우란 말이냐?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괜찮아. 나 탈 것은 알아서 구해 볼게.”
천마는 천강의 음흉한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보거라.”
“응? 뭐, 뭐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해 보거라.”
어느새 눈치가 100단으로 늘은 천마 때문에 천강은 슬쩍 사실을 토해 냈다.
“드레이크를 하나 구매할까 해서.”
“드레이크? 저번에 우리를 괴롭혔던 그 드레이크?”
“맞아. 드레이크가 장거리 비행에도 뛰어나고 한번 익혀 두기만 하면 여러 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더라고.”
“그런데?”
“대신,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웬만한 건물보다 비싸.”
드레이크 군단을 만들고자 중국 연합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했다. 당연히 드레이크 한 마리 가격이 굉장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걸 사고 싶은 게로구나.”
“뭐······ 돈이 비싸긴 하지만, 쓸모가 많아 보여서 고민을 하던 중이었어.”
천마가 볼 땐 그냥 천강이 갖고 싶어서 저러는 것 같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나 사 보거라.”
“응? 진짜? 엄청 비싼데?”
“어차피 우리 길드야 남는 게 돈이지 않느냐. 우리도 수비 강화를 위해 드레이크 군단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예상 외로 천마가 화끈하게 허락을 해 주자 천강은 뛸 듯이 기뻤다.
“진짜 고마워!”
“대신, 드레이크 군단을 만드는 것도 네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잘 조련해서 최강의 군단을 한 번 만들어 볼게.”
드레이크 군단이 정확히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내정 관리를 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이 든다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도시의 수비력을 강화시킬 수만 있다면 천마는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생각했다.
“자. 그럼, 본좌는 어디를 좀 들렀다 오마.”
“응? 어디를?”
“어검비행술이 본좌의 예상 이상으로 잘 되고 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번에 초대한 손님의 집에도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손님의 집? 잠깐. 설마 형 지금 드래곤의 둥지를 가겠다는······.”
천강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천마는 하늘 위로 높이 날아올라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곳을 향해 비행했다.
그 광경에 플레이어들은 영상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고, 천강은 절로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드래곤은 매우 까탈스러운 존재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천마가 둥지로 찾아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 텔레포트라도 해야 하는 건가.”
* * *
천마는 오랜만에 펼쳐 보는 어검비행술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시도를 해 보는 건데, 왜 이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는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 비행을 이어 가고 있었는데, 비행 속도가 상당히 빨라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런 것도 잠시.
천마는 자신을 향해 솟구쳐 오는 창 하나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방향을 틀으려 했다.
콰아앙-!!
하지만 방향을 빨리 틀지 못 해 창과 부딪혔고 그는 간신히 균형을 잡아 땅에 추락하는 것을 모면했다.
“대체 어느 놈이 감히······.”
천천히 땅에 내려온 천마는 얼굴을 찡그리며 흙먼지 사이로 드러나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투구와 방패.
남성이 손을 뻗자 땅에 박혀 있던 창이 저절로 그 손에 빨려 들어갔다.
“설마 네놈은······.”
천마는 상대가 누군지 금방 알아보았다.
바실레이아 대륙의 랭킹 1위이자 네브레 제국의 황제, 판테온.
그가 천마에게 창을 던진 장본인이었다.
< 126화. 도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