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신으로 향한 여정 >
극한의 컨셉충 120화
작품 제목: 신으로 향한 여정
“엄마. 준비 됐어요?”
“아이고. 욘석아. 뭘 눈까지 가리고 그래?”
“엄마한테 꼭 보여 주고 싶은 거니까 그렇지!”
오늘은 캡슐이 아닌, 바깥으로 나온 천강과 천마 형제. 두 사람은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나와 서프라이즈 선물을 보여 드리려 했다.
“자. 하나 둘 셋!”
천강은 제 어머니인 경희의 눈을 가리던 손을 뗐다.
“응? 이, 이게 뭐냐?”
“엄마가 그토록 원하던 식당이야. 어때? 잘 만들었지?”
천강과 천마의 강력한 권고로 강제로 일을 쉬게 된 경희였다. 하지만 평생토록 일만 해 오던 경희는 하루라도 쉬면 좀이 쑤셔 가만 있지를 못했다.
결국 보다 못 한 천강이 예전부터 경희가 입 버릇처럼 말해 오던 것을 떠올렸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식당을 하나 가지고 싶다.’
그런 어머니의 바램을 기억해낸 천강은 천마와 상의했고, 당연히 천마는 돈 아끼지 말고 다 쏟아 부어서 어머니에게 최고의 식당을 선물해 드리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해서 몇 주 동안 두 사람은 경희 몰래 건물을 알아보고 좋은 입지를 찾아내 그곳에 식당을 하나 만들었다.
“아직 식당 이름도 안 정했고, 어떤 걸 팔지도 정하지는 않았어. 리모델링만 끝을 내서 요즘 사람들에게 맞게 세련 되게 꾸미기만 해 놓은 거야.”
“아우가 말하기를, 어머니께서 어떤 음식을 파실지 결정을 한다면 그때 가스나 다른 것들을 배치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들었지? 엄마가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었잖아. 엄마 이름으로 된 식당 하나 갖고 싶다고. 이제 여기 엄마 거야. 엄마가 팔고 싶은 거 아무거나 다 팔면 돼!”
경희는 얼어붙은 사람마냥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엄마?”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식당만 바라보고 있던 경희는 스스로의 뺨을 때렸다.
“어, 엄마?”
“꿈이 아니구나.”
“응?”
“이게 꿈이 아니라니.”
이윽고 경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엄마 울어?”
“당연히 울지, 인석아! 내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경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살펴보더니, 이내 천강과 천마의 손을 붙잡았다.
“엄마는 너희 아빠를 일찍 잃고 그냥 너희들만은 건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래서 내 이름으로 된 식당을 열고 싶다는 것도 막연한 희망일 뿐이었어. 그런데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이렇게 귀한 아들들을 둬서 평생 소원을 이뤄 보는구나.”
“엄마가 우리한테 해 준 게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
“어머니. 앞으로도 원하시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저희가 다 해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둘 밖에 없는 아들들을 경희는 꼭 껴안았다.
“오냐. 염치없지만, 너희들 덕에 이 어미도 이제 호강이라는 걸 한 번 해 보마. 고맙다. 정말 고맙다.”
두 형제는 뿌듯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근데 엄마. 무슨 식당을 해 보게?”
“으음. 글쎄. 엄마가 제일 잘하는 음식이 뭐더라?”
“어휴.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닭갈비지! 엄마 양념장 하나는 진짜 끝내 주잖아. 굳이 닭갈비가 아니더라도 그 양념이면 뭘 해도 다 맛있을 거야.”
“음. 저도 아우의 말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어머니의 양념장은 세상 제일 가는 맛입니다.”
“이놈들이 뭘 그렇게 띄워 주고 있어? 얼른 고기나 먹어. 다 타겠다.”
세 사람은 근처에 있는 고깃집에 와서 외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주로 어떻게 식당을 운영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엄마가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 없어. 알바도 많이 뽑아서 편하게 일해, 엄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아우가 돈이 많으니, 어머니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쓰십시오.”
그러자 경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원래 식당이라는 건 사장이 붙어 있어야 하는 거야. 아무리 좋은 직원, 알바 뽑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자기 가게인 것처럼 열심히 해 줄 것 같니? 사장이 옆에 항상 같이 일을 해 줘야 서비스질도 좋아지고 음식 맛도 일정해져.”
“그럼 엄마가 너무 혹사하게 되잖아.”
“괜찮아. 엄마 평생 소원이었잖아. 너무 행복해서 잠도 못 잘 지경이야, 지금. 그리고 사장이 열심히 일을 해야 손님들이 행복해지는 게 식당이야.”
나름 경희도 철학이 있었다.
오랫동안 여러 식당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어 그 본질을 잘 꿰뚫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마. 너희들이 해 준 게 있는데, 열심히 해서 크게 키워야지.”
경희가 의욕이 앞서 몸을 해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지만, 저 행복한 얼굴을 보고 하지 말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엄마만 좋다면야.”
“저희들도 가게가 바쁠테면 언제든 돕겠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너희도 할 일이 있잖니. 그리고 엄마가 게임은 잘 모르지만, 우리 두 아들들이 거기서 꽤 유명하다는 거 이미 알고 있어.”
경희의 말대로 천강과 천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중국의 갑질에 대항해 마침내 승리한 형제.
처음에는 천마 컨셉충이라는 별명이 항상 따라 붙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리더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우. 우리 엄마 요즘 세대 일도 다 알고 있고. 내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 했는데, 나랑 형이 좀 많이 유명하긴 하지.”
“저번에 아우가 그러는데, 여러 정당에서 같이 일을 해 보지 않겠냐며 연락이 왔었답니다.”
“뭐? 정당이면 국회? 안 돼. 정치 같은 건 손도 대지 마렴. 정치에 손 대는 순간, 아무리 깨끗한 사람도 더러워지고, 설사 더러워지지 않았어도 욕 먹기 마련이야.”
천강은 당연한 얘기라며 손을 저었다.
“우리가 정치를 왜 해. 머리 아퍼. 안 그래도 게임 내에서도 관리할 게 너무 많아서 복잡해.”
“아우가 고생이 많구나. 이 형이 부족해서 도와주질 못 하고 있다.”
“아니야. 형이 있으니까 나도 할 수 있는 거지.”
내정 관리를 해도 천마가 성의 보수나, 새로운 건물을 짓는 걸 주로 맡고 있다.
천강은 천마신교 관리를 직접 맡고 있는데, 워낙 가입자 숫자도 많고 지부도 여러 개로 나누어야 해서 신경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지부는 서울부터 부산까지 싹 다 정리해서 만들어 놨어. 지역 감정 생기지 않게 미리 당부도 해 놓았고.”
전반적인 관리를 탁월하게 해 준 덕분에 천마는 딱히 신경쓸 일이 없었다.
“내가 진짜 너희 둘을 낳은 게 복이구나, 복이야. 얼른 먹어. 고기 식기 전에.”
“응. 엄마도 많이 먹어.”
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하루를 보내며 앞으로도 이런 날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 * *
“우리 성을 바치겠습니다. 천마신교에 들어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저도 천마신교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게임에 들어오자마자 몰려든 여러 성주들 때문에 천강은 난감했다.
카르만 대도시가 한국 손에 넘어간 이후부터 눈치를 보고 있던 주변 성의 성주들이 몰려와 성을 바치기 시작한 것이다.
“저희는 중국 길드들과 완전히 연을 끊겠습니다. 그러니 받아 주세요.”
그들은 천마의 통치를 받고자 일부러 성을 바치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성주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걸 바라고 있다.
이들은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천마에게 정복당해 성을 빼앗길 테니, 차라리 지금 항복해서 성주 자리라도 유지하자는 목적인 것이다.
“그 사람들 중국인입니다. 그걸 받아들이자고요?”
“천마신교는 한국인들을 결속하기 위해 만든 길드잖아요. 외국인을 받아들인다? 이건 길드 창설의 목적을 잃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대합니다.”
하지만 천강은 자기 마음대로 일을 결정하지 않았다. 모든 전권을 천마에게 물려 받았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사안도 천강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강은 소통을 우선시했다.
“좋습니다. 지부장님들은 반대하신다는 거죠?”
“아니요. 전 찬성입니다. 성을 그냥 바치겠다는데 뭐가 문제죠? 물론, 인종이 섞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건 게임이지 않습니까? 성 하나 얻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그것도 무혈입성인데 우리야 좋죠.”
서울부터 부산까지.
각 도시별로 나눠 지부 만들고 그곳 책임자들을 세운 천강이었다.
당연히 이들의 의견이 매번 같아질 순 없다.
“우리 천마신교에 가입한 770만 명의 길드원들 생각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입자만 770만 명.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정치권에서 천강과 천마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좋습니다. 투표 한 번 해 보죠.”
이들은 지부를 대표하긴 하지만,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게임 내에 있는 온라인 투표를 이용해 결정을 내리곤 했다.
“모두 공지 돌려주세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우리가 저 성들을 받아들이지 논의하겠습니다.”
게임이라 편한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온라인 투표가 즉각 가능하다는 점. 거기다가 조작은 없다. 그리고 전체 공지가 들어가면 각 회원들의 핸드폰에 문자가 가기 때문에 핸드폰으로도 쉽게 투표를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반대가 75% 나왔어.”
천강은 일처리를 모두 마친 뒤에 천마에게 보고를 올렸다.
“음. 본좌도 반대를 누르긴 했다.”
“형도?”
“그래. 그놈들이 성을 바치는 것까지는 좋으나, 여러 조건이 걸려 있지 않더냐. 더군다나 각 국가간에 전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섞이게 되면 복잡해지기 마련이지. 지금 당장은 그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도 때가 되면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게 될 게다.”
천마는 이런 경우를 많이 봤는지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그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권리 주장을 할 때면 이미 늦은 거겠지. 그땐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게 뻔하다. 차라리 정복 전쟁을 하는 게 낫지, 내부에서 싸워 망하는 것보단 낫다.”
천마는 잘 알고 있다.
외부의 침입을 받아 망한 나라는 다시 부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부에서 서로 싸우다 망한 나라는 결코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튼, 대다수 길드원들이 반대를 해서 형이 하고 싶다고 해도 이제 안 돼.”
“그래. 본좌의 생각보다는 우리 신교의 사람들 생각이 더 중요하지.”
천마도 길드원들이 반대하는 일을 구태여 밀어 붙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본좌는 당분간 바빠질 거 같구나.”
“응? 왜?”
“새로운 퀘스트가 생겼다.”
“새로운 퀘스트?”
천마는 한번 정보창을 보라며 눈짓을 주었다.
천강은 천마의 히스토리 창을 검색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았다. 이윽고 히스토리 창을 다 읽은 천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야. 이거 진짜야?”
“그래. 갑자기 그게 나타나서 본좌를 귀찮게 하더구나.”
“이럴 수가. 나 이런 퀘스트는 진짜 처음 봐.”
천강이 놀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그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퀘스트였다.
* 신으로 향한 여정
당신은 새로운 길을 연 구도자입니다.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고 따르며, 그 길을 가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 여정을 이어갈 권리가 있습니다.
[신으로 향한 여정을 클리어 할 시에는 신으로써 인정을 받게 됩니다. 신의 존재로 인정을 받게 되면 이 땅에 있는 그 어느 것보다 고귀한 존재가 됩니다. 황제도 당신에게는 무릎을 꿇어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천마가 처음 직업을 만들었을 때, 여러 신들의 인정을 받게 되면 천마도 신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퀘스트가 천마에게 나타난 것이다.
신으로 향한 여정.
바실레이아 최초로 신이 되는 플레이어가 나올 수도 있는 희대의 퀘스트였다.
< 120화. 신으로 향한 여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