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드레이크 >
극한의 컨셉충 114화.
콰아아아아-!!
거대한 불기둥이 성벽 위로 치솟아 올랐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법사들이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됐다!!”
“잡았습니다, 길드장님!”
중국 연합에 속해 있는 마법사 길드가 있는데, 그곳의 길드장을 맡고 있는 케넨은 부하들을 다그치며 소리쳤다.
“아직 안 끝났어. 더 화력을 쏟아 부어!”
“저 정도면 판테온도 녹았을 거 같은데요?”
“아니야. 내가 놈에 관한 영상을 찾아봐서 알아. 놈은 저런 걸로 죽지 않는다. 그러니까 화력을 멈춰서는 안 돼.”
케넨의 말대로 불기둥이 사그라들자 원형 감옥에 갇힌 천마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진짜 멀쩡하잖아?”
“어차피 저기 갇히면 못 빠져 나와. 그러니까 쏟아 붓는다!!”
콰쾅-! 콰콰쾅-!
마법진에서 끊임 없이 불기둥이 치솟았다. 누가 들어가도 금방 몸이 녹아 내려 사라질 게 뻔한데, 천마는 마법 공격을 버텨내며 원형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
쾅-! 쾅-!!
그는 칼로 원형 감옥을 내리찍으며 그를 속박한 이곳을 부수려했다. 그 모습에 마법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저게 안 죽는다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놈이야?”
“그래 봐야 플레이어야. 계속 마법 공격을 하면 죽게 되어 있어.”
그들의 생각대로 천마는 지금 위험한 상태였다.
뮤뮤의 수호자 스킬과 그 외 것들로 버텨 냈지만, 여기서 더 하면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형-!!”
“천마님을 구해야 한다!!”
천마가 함정에 빠져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군사들은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사방이 적이라 섣불리 뚫어낼 수가 없었다.
“내가 곧 갈게!”
천강은 방패를 들고 천마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천마가 소리쳤다.
“올 필요 없다!!”
“뭐?”
“넌 그 자리를 지키거라! 이곳은 본좌가 알아서 할 테니.”
“하지만······.”
“어서!”
천마의 명령에 천강은 어쩔 수 없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미친놈.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해도 모자를 판에 저런 여유를 부리다니.”
케넨은 천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이란 나라의 플레이어들을 모아 감히 중국에게 도전한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저렇게 자기 자존심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놈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켜. 내가 마무리 할 테니까.”
“예, 길드장님.”
케넨은 마법진에 손을 대 자신이 가진 최고의 마법을 그 안에 쏟아 넣었다.
슈우우우-!
그러자 천마의 발밑으로 어두운 해골 그림이 나타나더니, 크게 폭발하여 위로 불기둥이 치솟았다.
콰아앙-!!
“이 정도 했으면 죽었겠지.”
저 정도로 했으면 분명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기둥이 사라지고 나서 여전히 숨이 붙어 있는 천마가 눈에 들어왔다.
“뭐? 저게 안 죽었다고?”
살아 있긴 해도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천마는 비틀거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이런 걸 원했다.”
오히려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천마는 칼을 높이 들었다.
“파천황!”
그의 울부짖음과 같은 포효와 함께 그동안 그가 온몸으로 흡수한 데미지들이 한 데 모여 칼에 서렸다. 그리고 칼을 내리찍는 순간,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며 유지 중이던 원형 감옥이 파괴되었다.
콰아아아-!
“헉!”
“가, 감옥이!”
절대 부셔지지 않을 거라 자부하던 감옥이 깨지는 것도 모자라 천마의 검에서 뿜어져 나간 힘들이 폭발했다.
그 힘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 성벽 위를 지키던 수비군을 덮쳤다.
“으아아악!”
“크악!”
그로 인해 성벽 일부 병력이 전부 그 힘에 녹아 버려 사라졌고, 천마신교 병사들은 그 위를 올라올 수가 있었다.
“천마님! 괜찮으세요?”
“성주님! 괜찮으십니까!”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인 성벽 쪽으로 올라온 군사들은 그들 앞에 헐떡이고 있는 천마에게 달려갔다.
“괜찮다. 운기조식을 하면 금방 회복이 될 것이다. 그동안 너희들은 이곳에 거점을 만들어 아군이 더 빨리 올라올 수 있게 하거라.”
“예!”
성벽 싸움에서 중요한 건 바로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성벽 위에 가장 먼저 올라온 병사들이 작은 방어진을 만들어 아군이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건데, 쉽지 않은 일이고 방어진을 만들었다고 해도 적이 금방 뚫어 버린다.
하지만 천마가 옆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면 이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천마님께서 길을 열어 주셨다!!”
“모두 올라가라!!”
군사들은 크게 함성을 지르며 아군을 독려했다. 천마가 성벽 일부분의 수비를 약화시켰다고 해도 사실 카르만 대도시를 점령할 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어떻게 거기서 살아나온 거지?”
거기다 천마를 위해 함정을 파 놓았던 마법사들까지 합세하면 더욱 수비가 견고해지리라.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채로 천마에게 다가오는 케넨. 그의 물음에 천마가 대답했다.
“그런 형편없는 걸로 본좌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형편없는? 그거 하나 만들자고 마법사가 몇 명이나 투입됐는지 알아?”
“좀 더 썼어야지.”
“됐어. 처음부터 함정 같은 건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너 같은 건 여기서 죽이면 돼.”
케넨이 양손에 구체를 머금기 시작하자 병사들이 천마를 감쌌다.
“천마님을 지켜라!”
“방패를 들어!”
콰콰콰쾅-!!
하지만 그들이 방어벽을 쳐도 케넨이 던진 구체 하나에 모두 나가 떨어졌다. 그 정도로 케넨은 구사하는 마법의 질이 달랐다.
“버러지 같은 것들은 꺼져.”
케넨의 뒤로 여러 마법사들이 함께 나오면서 그들도 케넨을 도와 스킬을 날려댔다.
쿠콰콰쾅-!
애써 만들어 놓은 성벽 위 거점이 무너지려 하자 천마는 운기조식을 멈추고 다시 칼을 들었다. 그리고 눈으로 차마 쫓기도 힘든 스피드로 순식간에 케넨의 앞으로 치달았다.
콰직-!!
“음?”
“고작 이 정도로 날 뚫으려고?”
천마가 긴 궤적을 그리며 칼을 휘둘렀지만, 케넨의 코앞에서 막혔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나 방어막 때문이었다.
콰앙-!
거기다가 방어막은 폭발을 하는 기능까지 있어 천마를 밀쳐냈다.
“네가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자.”
자신이 만들어낸 구체를 파괴하자 케넨의 주먹에서부터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전류는 파직 거리며 점점 거리를 넓히더니, 천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아앙-!!
뇌격이 내려치고 전류가 사방으로 통하면서 거점을 지키던 병사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다행히 천마는 버텨냈는데, 케넨의 양옆에 있던 마법사들이 합세해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콰쾅-!!
연신 쏟아지는 마법 공격에 천마는 그저 버티고 또 버텼다. 이윽고 그는 온힘을 모아 그동안 흡수했던 마법 공격을 전부 상대에게 돌려주었다.
콰아아아-!!
마치 불기둥처럼 천마의 검으로부터 솟구쳐 나간 어둠의 기운. 케넨은 그 공격을 피해냈지만, 다른 마법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공격을 받으면, 그 데미지를 흡수해서 돌려준다라······. 귀찮은 스킬을 가지고 있네. 근데 너도 슬슬 한계인 거 알아.”
케넨의 말대로 천마는 함정에 갇혀 집중 공격을 당했던 게 너무 타격이 컸다. 그걸 알기에 케넨은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저 벌레 같은 것들이 어떻게든 여기 성벽을 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을 때, 네가 딱 죽어 버리면 아주 좋아 죽겠지?”
“본좌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리석구나. 그리고 왜 본좌가 이렇게까지 싸웠다고 생각하느냐?”
“뭐?”
쿠쿠쿵-!!
케넨은 소란이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은 천강이 여러 지휘관들과 맡은 곳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온 상태였다.
“너희들이 본좌에게 신경을 쏟는 동안, 주력 부대가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리해 지는 건 너희들이다.”
그 말을 끝으로 천마의 눈동자가 서서히 검게 변해 갔다. 그리고 그가 양손을 높이 들자 어둠의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와 성벽 곳곳을 덮었다.
“뭐, 뭐야 이건.”
“네가 간과하고 있는 본좌의 힘이다.”
이윽고 거대한 골렘의 주먹이 솟구쳐 올라와 케넨을 강타했다.
“크헉-!”
“크오오오-!!”
거대한 골렘부터 시작해 여러 몬스터들이 땅을 파고 나와 성 안에 있는 병력을 덮쳤다.
“어, 언데드다!”
“언데드 군단이다!”
천마가 마법사들의 공격을 버텨내며 우직하게 있었던 건 모두 지금을 위함이었다.
일부러 그는 시선을 끌면서 동시에 언데드 군단을 성 안 땅밑에서부터 올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기운을 뿌려둔 것이었다
“그 다급한 와중에도 용케 잘했네.”
악신도 이런 위험한 작전을 쓸 줄은 몰랐다는 듯 짧게 혀를 찼다.
모든 수비가 성벽에 집중되고 있는 때에, 갑자기 성 안에서 언데드 군단이 나타나니 병사들로써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성벽 아래에 있는 병력은 예비대로, 그들이 하는 일은 부상병을 나르거나 무기를 공급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기습을 받게 된 것.
“막아라!”
“이것들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땅에서 올라오는 언데드를 막기 위해 각자 무기를 들어 싸웠다.
“시간 끌기였다고? 이게 전부?”
골렘의 주먹에 맞아 밀려난 케넨.
그의 앞으로 어느새 천마가 다가와 있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너희는 본좌를 죽일 수 없다고. 그걸 알기에 버틴 것이다.”
“말도 안 돼. 네까짓 게 뭐라고! 그냥 컨셉이나 잡아서 방송이나 하는 새끼가!”
스걱-!!
발악을 하던 케넨의 목소리가 멈추고 섬뜩한 절삭음이 울렸다.
“크읍-!”
자신의 마법 방어막이 뚫린 것을 본 케넨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띠었다.
“어떻게······ 내 방어막을······.”
“본좌가 뚫지 못 하는 건 없다. 그러니 이제 그만 사라지거라.”
스팟-!
천마의 검에 목이 베인 케넨은 밝은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천마는 그대로 성벽 아래로 내려가 언데드 군단을 일으켰다.
“놈들이 성벽 위를 지원하지 못 하게 막거라.”
“크오오오-!!”
거대한 골렘들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말을 탄 데스 나이트들이 질주해 창을 휘두른다.
그 사이로 천마도 질주하며 적들을 향해 칼을 놀렸다. 성벽 위가 뚫리지 않는 이상, 평화로울 거라 생각했던 성 안이 갑작스레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성 안이 위험하다!!”
“정예 부대를 아래로 다시 보내!!”
“언데드의 습격이다!! 성 안을 보호하라!”
시체가 쌓여 있으면 수십 수백만으로 늘어나는 것이 언데드 군단이다. 그것들이 모두 땅을 파고 나와 휩쓸어 버리니, 도저히 대처가 되지 않았다.
“천마님을 돕자!!”
“성벽을 뚫었으면 모두 아래로 내려가!!”
“우오오오-!!”
거기다가 일부 성벽을 박살낸 천마신교 병사들이 합세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카르만 대도시가 기울어져 가는 게 확연히 보였다.
“이, 이런. 마, 막아라!”
“뚫리면 안 된다!”
“여긴 카르만이야! 절대 뚫리면 안 돼!”
중국군 지휘관들이 다급하게 목청을 높여 보았지만, 승기는 한국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천마도 쉴 새 없이 앞으로 질주하며 카르만 대도시의 심장부를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카르만 대도시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만 같은 찰나.
삐이이이-!!
신호음에 맞춰 카르만 대도시 중앙에서부터 무언가가 위로 솟구쳐 올라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십 만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하늘을 나는 어떤 것들이 말이다.
“크로로로-!!”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날개를 펄럭이는 몬스터. 그리고 그 위에 탄 채로 그것들을 지휘하는 플레이어.
콰쾅-! 콰콰쾅-!!
그것들이 내뿜는 불길에 언데드 군단이 녹여지고 있었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격은 마치 폭격기의 그것과 같았다.
“드레이크 기사단이다!!”
중국 연합의 최종 무기, 드레이크 기사단.
그들은 절대 카르만 대도시의 심장부를 내어 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 주듯, 화려하게 비상하며 등장했다.
< 114화. 드레이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