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회심의 기습 >
극한의 컨셉충 112화.
작품 제목: 회심의 기습
“와. 여기도 진짜 많이 바뀌었네.”
“천마님이 다스리는 곳이잖아. 당연히 다 바뀌지.”
“여기 엄청 칙칙하고 진짜 더럽고 그랬는데. 언제 이렇게 바뀐 거야?”
전쟁이 끝난지 4일 뒤에 프리쉘 성벽이 오픈되었다. 천마가 밤새 쉬지 않고 내정 관리를 해 준 덕분에 프리쉘 성벽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프리쉘 성벽 점령 기념! 50% 세일 합니다!”
“쌉니다, 싸요!”
“맛있는 고기도 먹고 가세요!”
4일 전에 큰 전투를 벌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인파가 프리쉘 성벽을 가득 채웠다.
상인들은 쉴 틈 없이 물건을 팔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새롭게 생긴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마냥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그만큼 프리쉘 성벽은 많은 곳이 신설 되었고, 또 새롭게 단장이 되어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날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저, 저기 봐!”
“뭐야 저건?”
프리쉘 성벽 위로 여러 개의 포탈들이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큰 낫을 든 플레이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남성이 손짓하자 마법탄이 프리쉘 성벽에 마구 쏟아져 내렸다.
콰쾅-! 콰콰콰쾅-!!
“으아아악!”
“꺄아악!”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한 플레이어들은 마법탄을 피하기 위해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벌써 많은 플레이어들이 공격에 당했고, 성벽 수비군은 포탈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적의 공격이다!!”
“막아라!!”
성벽을 지키는 수비군부터 시작해 성 안에 있는 마법사들도 달려 나와 마법진을 열었다.
“방어막을 펼쳐라!”
“놈들의 공격을 막아!”
마법사들이 펼친 방어막에 마법탄이 막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방어막이 파괴되고 마법탄들이 다시 지면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는 동안 포탈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프리쉘 성벽을 공격하는 적의 숫자 또한 우후죽순 늘어났다.
큰 낫을 든 채로 지휘를 하던 남성이 땅으로 내려오자 그를 알아보는 몇몇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저, 저거 랭커 아니야?”
“맞네. 저 사람 50위권에 있는 랭커잖아!”
“타오페이 맞지? 랭커 타오페이!”
“저 사람이 왔다는 건 중국 연합이 지금 프리쉘 성벽을 공격하는 거야?”
플레이어들은 중국 연합이 프리쉘 성벽을 공격한다는 걸 알아챘다. 그들은 빠르게 sns를 통해 공격 사실을 알렸고, 다른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얼른 프리쉘 성벽으로 돌아와 방어에 힘을 보태주길 바랐다.
“무슨 일이냐?”
그리고 때마침 천마도 소란을 듣고 성벽으로 나왔다.
“성주님! 공격입니다! 저들의 복장과 깃발을 보아하니, 카르만 대도시에서 보낸 연합군인 듯합니다!”
천마는 벌써부터 포탈에서 내려와 성벽 안을 헤집고 다니는 중국 연합 플레이어들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카르만 대도시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먼저 선공을 한단 말인가.
차라리 잘 됐다.
“각 도시에 연락을 넣어 포탈을 열거라. 지원군을 불러 놈들을 막아야 한다.”
“예, 성주님!”
명령을 내리고 나서 천마는 직접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플레이어들이 그를 포위했다.
“천마가 여기 있다!”
“저놈만 죽이면 돼!”
오늘도 스스로의 인기를 실감한 천마는 손을 까닥였다.
“죽어라!!”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스킬을 외우며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천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의 공격을 피해내며 빠른 칼놀림으로 반격을 이어 갔다.
콰콱-! 콰콰콱-!
“크헉!”
“크악!”
화려한 그의 칼놀림에 당한 중국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다.
그들이 한번 더 모여 천마에게 달려가려는 찰나.
“모두 다 비켜.”
이번 기습 공격을 지휘하고 있던 타오페이가 친히 앞으로 나섰다.
“아무도 끼어들지 마라.”
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천마에게 다가갔다.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요즘 네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며?”
천마는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투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좌는 항상 남들의 주목을 받았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하하! 말하는 것도 재밌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직접 왔잖아. 네 그 오만한 콧대를 꺾어 주려고.”
“괜한 발걸음을 하셨군. 오히려 그 목을 본좌에게 내놓고 가게 생겼으니.”
“과연 그럴까?”
타오페이는 자신의 키만 한 낫을 세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초승달 모양의 마나가 허공을 꿰뚫으며 나아가 천마와 부딪혔다.
콰아앙-!!
괜히 50위권 랭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 천마의 옆에 있던 건물도 단면이 뚝 잘려나가 기우뚱 쓰러져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천마를 쓰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검을 타오페이에게 쏘아 보냈다.
카앙-!
검이 스스로 비행하며 타오페이를 매섭게 공격했다.
급소를 노려 오는 검의 움직임에 타오페이는 그것을 직접 막아내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이 땅 밑으로 쑥 꺼져 버렸다.
“음?”
마치 땅이 바다가 되고 그 안에서 헤엄을 치는 것처럼 타오페이는 땅 아래에서 돌진하여 천마에게 접근해 번쩍 날아올랐다.
콰앙-!!
타오페이의 낫을 검으로 맞부딪힌 천마.
“요상한 재주를 부리는구나.”
“내가 좀 재주가 있는 편이지.”
타오페이는 천마를 발로 차 밀어낸 다음 빠르게 회전했다.
슈우우웅-!!
그의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거대한 회오리가 생성되더니, 그대로 천마에게 치달았다.
콰콰콰콱-!!
천마는 그것에 휩쓸리지 않았지만, 그 뒤에 있던 여러 사람들과 건물이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여러 스킬들을 아낌 없이 보여 준 타오페이는 전혀 지쳐보이지도 않는 기색으로 천마에게 말했다.
“50위권 랭커부터는 전부 다 괴물들만 있어. 왜 판테온이 잘 나가고 있는 줄 알아? 10위권 랭커 애들이 네브레 길드에 다 모여 있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막을 수가 없는 거지.”
타오페이는 낫으로 천마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에 반해 넌 200위권에도 못 들어왔잖아. 그런 놈이 감히 중국에 대항을 해? 분수를 알아야지. 너희 같은 소국이 대국한테 칼을 뽑아 들다니.”
그 말에 천마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웃어?”
타오페이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런 썩어 빠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너희가 우리한테 패배하는 것이다.”
“뭐야?”
“그리고 50위권 랭커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본좌가 직접 보여 주마. 본좌의 실력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마에게서 흉흉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그의 위로 악마 하나가 솟구쳐 올라가는 듯한 형상이 보일 정도로 사악한 무언가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 뭐야.”
생각 이상으로 살벌한 천마의 기운에 타오페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가 그렇게 기운을 끌어 모으는 동안 조용히 있던 악신이 운을 띄웠다.
“오오. 느껴진다. 너의 분노. 너의 증오가!”
닥치라고 해도 닥치지 않을 걸 알기에 천마는 구태여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는 눈앞에 있는 상대를 일격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 칼을 휘둘렀다.
콰직-!
“커흑-!”
길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진 검은 검격이 타오페이의 낫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는 뒤로 쓰러지는 것 같더니, 다시 땅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망을 치려는 것인가.
천마는 그대로 칼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감히 어딜 가는 것이냐!!”
콰아아아-!!
천마가 쏟아 내리는 검은 기운들이 땅 아래를 헤집어 놓으며 도망치는 타오페이의 뒤를 추격해 그를 끄집어 올렸다.
“제, 젠장!”
땅밑으로 들어가 회복을 하려 했던 타오페이.
그는 자신의 계획이 일그러졌다는 것을 알고 발버둥을 쳐댔다.
“이거 놔!! 도대체 내가 어떻게 너 같은 놈한테!!”
그 좋다는 수많은 장비를 끼고 여러 스킬들을 익혀 가며 여기까지 달려온 타오페이였다. 그런데 100위권 랭커에도 들지 못 한 천마한테 이런 식으로 당하다니.
그것도 단 일격에 hp가 거의 다 소모되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천마는 자신의 기운에 붙잡힌 타오페이에게 다가가 칼을 높이 들며 말했다.
“본좌는 최강이다. 고작 그런 숫자 놀음으로 본좌의 강함을 판가름할 수 없다.”
“지랄 하······.”
콰직-!
깔끔한 일격에 타오페이는 풀썩 쓰러져 회색빛으로 몸이 변해 갔다.
그가 죽었음을 알리는 징후였다.
“타, 타오페이가?”
“타오페이가 죽었어!”
“이, 이게 말이 돼?”
천마와 타오페이의 싸움을 지켜보던 중국 플레이어들은 경악 서린 반응을 보였다.
타오페이가 설마 천마한테 패배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일단 물러난다!”
“철수!”
그들은 천마와 싸울 생각보다는 일단 자리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택했다.
“음······.”
천마는 타오페이와 싸우는 동안 성 안이 많이 파괴되었음을 알았다. 그는 허공 위로 붕 뜬 채로 올라가 더 높은 곳에서 성 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이기도 했고, 물량전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터라 성 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가면 성 안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죽고 다시 이 성벽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발생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그렇기 천마가 손을 뻗었다.
[죽음의 권능을 발휘합니다.]
시스템 창과 함께 어둠의 기운이 땅으로 스며들어 공격을 받아 죽은 플레이어와 병사들의 몸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헉!”
“언데드다!”
“언데드 군단이다!!”
신나게 성 안을 파괴하고 있던 중국 플레이어들은 죽은 자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언데드 군단이 나오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모두 작전에 따르면 돼!”
“당황하지 마!”
하지만 그들이 뭔가 대처를 하기도 전에 언데드 군단은 너무나도 빠르게 숫자가 늘어갔다.
네크로맨시라는 스킬은 주변에 시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즉, 저들이 기습 공격을 한 지금이 네크로맨시를 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크오오오-!!”
“마, 막아라!”
이렇게만 가면 프리쉘 성벽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중국 연합군은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 군단을 보고는 망연자실했다.
설상가상 믿었던 타오페이까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면서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다.
“가자!!”
“놈들을 몰아내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마의 부름을 받은 각 도시의 플레이어들이 포탈을 타고 나타나면서 상황이 단숨에 역전되었다.
“천마님이 만들어 주신 기회다!!”
“전부 다 죽여라!”
언데드 군단이 앞에서 고기 방패를 해 주면, 플레이어들은 그 뒤에서 스킬을 넣기만 하면 된다. 이런 플레이를 반복하면 당연히 중국 연합군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시발! 네크로맨시 개사기잖아!”
“저런 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괜히 바실레이아 대륙 최고의 사기 스킬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언데드 군단의 막강한 위력에 눌려 버린 중국 연합군들은 이 이상 버티는 건 힘들다고 판단해 너도 나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마라!!”
“끝까지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지랄하지 마! 지금은 튀는 게 우선이야!”
어떻게든 끝까지 싸우려 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었지만, 이미 지휘 체계가 망가져 버린 상태.
거기다가 공중에서 마법탄을 지원하던 마법 부대도 마타하니에서 보낸 지원군에 의해 소탕되면서 포탈이 계속 닫히고 있었다.
“으아아아! 시발!!”
이런 모든 상황을 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중국 연합장은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회심의 기습 공격이 오히려 치명적인 리스크로 연합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 112화. 회심의 기습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