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중국 연합 >
극한의 컨셉충 111화.
“여러분. 보이십니까! 죽음의 군단이 프리쉘 성벽을 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죽음의 군단은 NPC 네크로맨서가 일으킨 게 아니라, 대한민국 플레이어이자 천마신교의 수장인 천마가 일으킨 죽음의 군단입니다!”
“바실레이아 대륙 사상 최초로 플레이어가 일으킨 죽음의 군단이 현재 프리쉘 성벽을 넘는 중입니다!”
“남쪽 대륙을 상징하는 카르만 대도시가 이제 한 걸음 남았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천마신교의 진군이 계속될지!”
한국 플레이어들의 기세가 매우 높다지만, 결코 카르만 대도시를 뚫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관측이었다.
판테온이 이끄는 네브레 길드도 일부러 남쪽 대륙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카르만 대도시는 남쪽 대륙의 상징적인 대도시였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자랑 거리이기도 했고.
그런 카르만 대도시가 넘어갈 위기에 쳐했다.
“대단한 위세입니다. 네크로맨서란 직업이 언젠가 바실레이아 대륙에 등장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프리쉘 성벽을 보십시오. 이제까지 어떤 침입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그 철옹성이 저렇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프리쉘 성벽이 무너지는 건 마치 세계인의 축제 같았다. 물론, 중국 채널들은 전부 절망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다른 해외 채널들은 사상 첫 네크로맨서 플레이어가 나타났다는 것에 열광했다.
하지만 천마는 이 힘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다.
“흠······.”
그는 자신의 손에 생겨난 검은 핏줄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어둠의 힘이 몸을 장악해 가면 악신이 원하는 대로 폭주를 하게 될 터. 그러지 않기 위해 천마는 일부러 힘을 조절했다.
바실레이아에 있는 최강의 힘이라 자부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가 심하게 따른다.
그걸 알기에 이 힘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천마님!!”
“천마님 만세!!”
“우리가 이겼다!!”
천마가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플레이어들이 기다렸다는 듯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천강과 더불어 지휘관들이 그에게 뛰어왔다.
“형! 우리가 이겼어!! 그것도 압도적으로!”
“맞습니다. 희생자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천마님!”
“이 기세로 진군한다면 카르만 대도시도 금방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들은 한껏 들 떠 있었으나, 천마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까지는 그저 준비 운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고생했다. 빠르게 정비에 들어가도록 하고 부상자가 있으면 치료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이 승리에 취해 거만하지 않도록 단단히 교육하거라. 이번 승리는 거저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 저들이 정말 전력으로 상대한다면 우린 패배할지도 몰라.”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승리를 축하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천마는 그러지 않았다.
“형. 같이 파티라도 하지. 기분 좋게 이겼는데.”
“본좌는 괜찮다. 아우가 대신해서 같이 어울려 주거라.”
“형은?”
“본좌는 여러 가지로 이 성을 고쳐놔야지. 성벽 수리도 하고 그 외 것들도 할 예정이다.
저번 리브롤 성벽을 점령했을 때도 천마는 파티에 참여해 같이 즐기기 보다는 내정 관리를 통해 성을 보수 했었다. 이번에도 그는 같은 것을 할 예정이었다.
“형. 이번에 연예인도 엄청 온다고 하던데. 정말 괜찮겠어?”
“본좌는 원래 그런 것에 관심 없는 거 알고 있지 않느냐. 괜찮다.”
천강은 천마가 같이 즐겼으면 했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던 것처럼 이번 전투 승리로 인해 많은 연예인들이 초청되어 축하 공연을 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기업에서 이번 전투에 관심을 기울인 건 바로 광고 때문이었다.
채널에서 방송할 때 중간 중간 나가는 광고. 또한 이번 승리 축하 공연을 할 때 협력사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홍보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에 관한 내용들 때문에 천강은 참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은 시작되었다.
유명 아이돌 가수들이 여럿 나와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제 막 전쟁이 끝난 터라 주변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온통 불길이 치솟고 공연장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으스스하죠? 이런 게 또 전쟁터의 낭만이 아니겠습니까. 이 분위기로 끝까지······.”
그런 단점을 사회를 맡은 MC가 여러 멘트로 커버를 치려 할 때였다.
“오! 저것 봐!”
“성벽이 복구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야! 전부 깨끗해 지고 있어.”
공연에 심취해 있던 관중들은 확 바뀌는 주변 환경에 깜짝 놀랐다.
불길이 전부 사그라 들고 부셔진 성벽이 복구되고 있으며 무너진 건물들이 원상복귀 되는 중이었다.
“천마님이다!”
“뭐야. 천마님은 전쟁 끝나자마자 일하러 간 거야?”
내정 관리의 편리함이 바로 이것이다.
바실레이아가 내정 관리를 쓰면 돈이 들어도 바로바로 건물이 세워지게 만들어 놓은 이유는 지금과 같은 상황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성벽이 바로 보수되지 않으면 추가 공격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플레이어들의 편리성을 위해 최대한 빨리 성 안에 복구될 수 있게 시스템을 짜 놓았다.
그 이점을 활용해 천마는 돈을 쏟아 부어 성벽을 보수하고 무너진 건물들을 일으켰다. 또한 리브롤 성벽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바뀌어 가도록 했다.
당연히 이런 천마의 성실함에 플레이어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
“아. 나 진짜 이번 전쟁 참여하기 잘한 거 같아.”
“국뽕은 둘째 치고, 내가 천마형 때문에 참여했다.”
“나도.”
“이러니까 미워할 수가 없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핫한 사람을 뽑으라면 모두 천마를 뽑을 것이다. 단순히 천마라는 사람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보여 준 성실함과 리더쉽에 사람들이 이끌린 것이었다.
“천마님이 우리가 축하 공연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이렇게 돈을 펑펑 써 주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말 열심히 놀아 줍시다!!”
“우오오오-!!”
“오늘은 신나게 놀자!!”
그렇게 프리쉘의 새로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이거 이제 어쩔 거야?”
카르만 대도시와 그 일대 지역을 다스리는 12개의 중국 길드 연합.
이들은 ‘쯔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대연합으로 실질적인 남쪽 대륙의 지배자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도 못 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거 지금 보이냐? 이 벌레 같은 것들이 우리 성을 차지하고 나서 연예인이란 연예인은 전부 불러 파티하고 있는 거?”
쯔위 연합의 연합장을 맡고 있는 진텐은 열불을 토하고 있었다.
“이거 지켜보기만 할 거야?”
“그럼 지금 당장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깽판이라도 칠까요?”
“가능은 하고?”
“못할 건 없죠.”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 말해라. 멍청한 새끼야.”
성이 한 번 공격을 받아 점령을 당하면 3일 동안은 보호 모드에 들어간다. 즉, 3일 동안은 그 어떤 길드도 그 성을 공격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멍청한 새끼라고 했습니까?”
“그런 말을 하니까 멍청한 새끼라고 하지.”
“아무리 연합장이라지만 너무 막 나가시는데.”
“뭐야?!”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다른 길드원들이 중재하고 나섰다.
“우리끼리 싸워서 뭐합니까. 곧 있으면 저놈들이 카르만을 노리러 올 텐데요.”
끓어 올리던 성질을 죽이고 연합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우리가 얼마나 밑 보였으면 저런 것들이 기어 나와서 난리를 피우겠냐?”
“어차피 저놈들이 곧바로 공격을 해 오지는 못할 겁니다. 정비 시간을 가질 동안, 우린 우리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됩니다. 병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만큼 증강 시켜서 싸우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우습게 볼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변수가 없고, 저쪽에게는 변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큰 변수요. 그건 바로 천마가 네크로맨시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의견이 갈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카르만 대도시가 대한민국 플레이어들 손에 넘어갈 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제까지 카르만 대도시가 적의 손에 넘어간 적이 없습니다. 그 유명한 판테온도 여긴 건들지도 않았어요. 그만큼 우리의 힘이 막강하다는 뜻이죠.”
“맞습니다. 연합장님을 필두로 우리 모두 뭉친다면 놈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는 먼저 치고 나가서 우리 중국 연합의 힘을 보여주는 게 어떻습니까?”
성을 수비하기 보다는 먼저 선공을 하자는 의견에 한 길드장이 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뭐? 성벽을 수비 안 하고 선공을 해? 너희들은 tv도 안 보냐? 저것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못 봤어?”
그러자 연합장이 짧게 혀를 찼다.
“우리 숫자가 몇 배는 더 많아. 저놈들이 네크로맨시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숫자를 메꿀 수 있을 것 같냐? 거기다가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고작 한 명이야. 한계가 있다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성을 수비하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는 건 우리가 손해입니다.”
“어째서? 지금 온 세계가 우릴 지켜보고 있어. 근데 남쪽 대륙의 패권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가 겁 먹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우리 연합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아?”
“지금 주위 시선이 문제입니까? 어떻게든 놈들을 안전하게 물리칠 생각을 해야지!”
높아지는 언성에 연합장은 눈을 부라렸다.
“이게 어디서 하늘 같은 연합장한테 목소리를 높여! 너 솔직히 말해 봐. 너 지금 기회 엿 보고 있는 거냐?”
“뭐가요?”
“이 자리. 내가 앉고 있는 이 연합장 자리가 탐이 나서 자꾸 네 마음대로 하려는 거 아니야?”
“하-. 어이가 없네. 솔직히 말해서 그 자리 안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뭐야? 이게 보자보자 하니깐!”
서로 말싸움이 오가다 이번에는 무기까지 들고 싸움이 일어났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서 전력 보강에 힘을 써야 하건만, 연합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싸우기 바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연합이지 않은가.
하나의 길드가 아닌, 연합.
즉, 연합장은 언제든지 바뀔 수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기회만 엿보며 자신이 권력을 휘어 잡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협조도 하는 척만 하고 최대한 자신의 길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발을 슬슬 빼고 있으니, 카르만 대도시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여전히 이 대도시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물량 때문이었다.
“다 시끄러워. 우리가 먼저 치고 간다. 우리가 이제까지 제대로 된 힘을 보여 주지 않으니까 이런 새끼들이 선을 넘으려 하는 거야.”
연합장은 거센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연합이라고는 해도 여러 기업들을 비롯해 중국 정부까지 관련이 되어 있어 이들은 당연히 외부의 시선을 중요시하게 여겼다.
그리고 연합장은 결코 겁쟁이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111화. 중국 연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