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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109화 (109/140)

< 109화. 속마음 >

극한의 컨셉충 109화.

“뭐야. 저거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왜 그냥 다들 멍청하게 보고만 있는 거지?”

“지금 언데드들이 움직이지 않는 게 저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고 있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리벨리오에게 천천히 빨려 들어가고 있는 천마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것이 천마의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촤아아악-!!

리벨리오에게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빨려 들어가고 있는 천마를 보며 천강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방패를 들고 저 악신의 머리를 깨부수고 싶었지만, 그는 천마를 믿었다.

분명히 뭔가 뜻이 있기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괴롭지만 끝까지 참았다.

“으흐흐. 그래. 이것이다. 난 이런 몸을 원했어. 내가 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다. 너야 말로 나의 완전한 그릇이 된다는 걸.”

악신은 천마의 몸이 남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악의 승천이라는 능력까지 주면서 어떻게든 천마를 자신에게로 끌고 오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오늘 그에 대한 결실을 맺는다. 그는 천마의 몸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에르바의 몸에서 빠져 나와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가 되었다.

그런 뒤 천마의 안으로 들어가 그가 가진 모든 걸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다 끝났다. 이것으로 이제 넌 나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악신은 마지막 마무리를 지으며 천마의 몸을 완전히 통제하려 들었다. 그런데 그의 의도와는 다른 일이 생기고 말았다.

“음?”

자신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자 악신은 더욱 힘을 가해 보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전부 장악한 게 아니었나?”

그는 다시 힘을 풀어 천마의 몸을 사로잡았지만, 역시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몸을 움직이고 있는 건 악신이 아닌, 천마였다.

“생각보다 그리 역한 힘은 아니군.”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난 분명히 네놈의 정신까지 모두 흡수해 버렸다. 그런데 왜 아직도 넌 멀쩡한 거지?”

“쯧쯧. 상대를 가려 가면서 했어야지. 본좌가 고작 너 같은 놈 따위에게 정신이 빼앗길 거라 생각했는가?”

악신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힘을 전부 쏟아 부으면 그 어떤 자도 견딜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정신과 육신 모두 악신에게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천마는 어떤 데미지도 입은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모든 인간의 정신은 이 몸이 장악할 수 있거늘!”

“본좌는 보통 인간들과는 달라서 말이다. 사실, 네놈의 그 정신 공격은 예전에 무림에서도 지겹게 경험해 본 적이 있어. 환영술을 쓰는 놈들이 본좌의 정신을 조종하려 들었거든.”

천마는 옛 생각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천하오검 중 하나인, 진천대사라는 놈은 상대방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 건방진 놈이 너처럼 본좌의 정신을 쏙 빼놓으려다 역으로 당하고 말았지.”

“네, 네가 날 속인 거냐!”

“속이다니. 단순히 넌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했을 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난 신이야. 하찮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란 말이다!”

“아니. 너희는 신이 아니야. 그저 신이라고 불리고 있을 뿐. 그러니까 네가 패배한 것이다. 신이라고 자부하며 상대방의 힘을 가늠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앞으로도 넌 본좌를 절대 이길 수 없어.”

악신은 크게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자식!! 죽여 버리겠다!!”

콰아아아-!!

그의 사악한 힘이 바깥으로 새어 나왔지만, 천마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 그리고 앞으로 넌 본좌의 명령에만 움직일 수 있다. 이제 그만 안으로 꺼지거라.”

“아, 안 돼! 이,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크오오오-!!

리벨리오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그의 사악한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리벨리오는 천마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천마에게 통제를 받게 된 것이었다.

[가장 위험한 신. 가장 사악한 신의 영혼을 취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그 악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주의하십시오. 당신이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악함이 더욱 강렬해져 스스로를 파괴할 뿐만이 아닌,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파멸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겁니다.]

천마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한 힘이든, 사악한 힘이든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본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미 천마는 그 경험을 무림에서 해 보았다.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거다.”

그 대답에 시스템 창이 이번에는 새로운 메시지를 보냈다.

[리벨리오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죽음의 권능

죽은 자를 일으켜 나의 군단으로 만들리라!

당신은 죽은 자들의 몸을 일으켜 군단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여러 시체들을 조합해 강력한 몬스터 군단을 만들 수 있게 되며, 다크 마나가 소모됩니다.

* 다크 마나

대륙이 받아들이지 못 하는 어두운 힘.

다크 마나는 흑마법을 쓰는 데에 꼭 필요한 에너지입니다. 당신은 다크 마나를 이용해 사악한 마법을 쓸 수가 있으며, 그 사악함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것이 리벨리오의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건 천마신공과도 비슷한 종류였다.

천마신공도 익히면 익힐수록 사악함이 강해지고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잃어 버리게 된다.

검황이 아니었더라면 천마는 영원히 그 악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역시, 사람은 돌고 돈다더니.”

그런데 또 이런 사악한 힘을 갖게 될 줄이야.

비록 게임이긴 해도, 천마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럼, 시범삼아 써 볼까.”

천마는 악신이 사라지면서 남긴 힘을 발휘해 보았다.

[죽음의 권능을 발동합니다.]

“크오오오-!!”

“크르르-.”

그러자 멈춰 있던 언데드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모두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또한 아직 성벽 위로 올라오지 않은 언데드들 또한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땅을 팠다.

“형? 형 맞아?”

천강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지금 이 마법을 부리는 것이 누군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 본좌가 맞다.”

“어, 어떻게 된 거야? 형이 이제 네크로맨서가 된 거야?”

“악신이란 놈을 본좌의 몸에 가두었다. 그렇게 하니 놈의 힘도 저절로 따라오더군. 본좌가 왜 일부러 악신에게 몸을 내어 준 줄 아느냐?”

“왜?”

“본좌는 놈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놈이 가진 힘이 앞으로의 전쟁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놈을 본좌에게로 오게 만든 것이다.”

죽음의 권능.

죽은 자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전투를 생각한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활용성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죽은 자들이 많을수록 죽음의 권능이 꽃을 피우는 법이니까.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가 않군.”

“당연하지. 내 힘을 아무나 쓸 수 있는 줄 알았냐?”

천마의 혼잣말에 그의 안에 있는 목소리가 핀잔을 주었다.

“음? 네가 어떻게 말을 하는 거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이제 우리 휴전하자. 내가 정말 미안해. 앞으로 널 건들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여기서 꺼내줘.”

“으음. 이상하군.”

천마는 리벨리오의 흔적이 안에 남아 있음을 느끼고 그것을 아예 지워 버리려 했다.

“으아악! 그, 그만 해!”

“그럼 알아서 사라지거라.”

“안 사라진다니깐! 나도 사라지고 싶은데, 그렇게 안 돼!”

재차 힘을 써 봐도 리벨리오를 괴롭게 만들 뿐, 그를 없애 버릴 순 없었다.

“젠장.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그건 피차 똑같다.”

“넌 내 모든 걸 강탈해 갔잖아!”

“원래 네가 본좌의 모든 걸 강탈해 가려 하지 않았나. 그리고 저 여인의 몸을 강탈하기도 했고.”

에르바는 마법사들 손에 이끌려 나가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순순히 몸을 넘겼으면 됐는데, 이게 다 네가 버텼기 때문이야.”

천마는 이 시끄러운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잠재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왜 그래, 형?”

“넌 이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냐?”

“어떤 목소리?”

“리벨리오가 자꾸만 시끄럽게 내 안에서 떠들고 있는 거 같다.”

“엥? 그거 안 없어져?”

“그런 것 같구나.”

혹시나 싶어 천마는 다시 한번 힘을 주며 리벨리오를 없애려 했다.

“제, 제발 그만! 입 닥치고 조용히 있을 테니까 그만 해!”

그러나 역시, 리벨리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저 비명 소리가 더 천마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 네놈을 없애 주고 싶긴 하다만, 차라리 잘 됐다. 네놈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본좌를 돕거라.”

“뭐, 뭐야?”

“네가 남긴 이 힘. 이 힘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는지 알아야겠다.”

“미쳤냐? 내가 그걸 순순히 잘도 말해 주겠다.”

천마는 짜게 식은 눈으로 손을 모았다. 그러자 강한 힘이 리벨리오를 짓눌렀다. 얼마 못 가 그는 백기를 들었다.

“하, 항복!”

“말은 잘 듣는군.”

“후-. 내가 어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놈의 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천마의 몸에 갇힌 이상 빠져 나갈 방법은 없어 보였다.

“좋아. 알려 주지. 저기 네가 땅으로 다시 보내고 있는 언데드들을 한 곳에 모아 봐라. 내가 어떤 느낌으로 하는 건지 느끼게 해 줄게.”

굳이 말로 하거나, 보여 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악신은 천마와 한 몸이 되어 있어 그 느낌을 전달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천마는 그것을 빠르게 흡수했다.

“음. 이런 식인가?”

콰아아아-!!

천마가 손을 뻗어 힘을 쏟아내자 언데드들은 그 신호를 받고 한 곳에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리를 지어 뭉치더니, 이내 합체를 하면서 새로운 몬스터로 창조가 되었다.

“대충 이런 식이야. 세세하게 모두를 조종할 순 없어서 그냥 눈앞에 있는 적을 없애라는 세뇌를 할 뿐이지. 그러다 필요하면 가끔 놈들의 몸을 직접 조종하기도 하고.”

천마도 대충 느낌이 왔다.

그는 여러 실험을 해 보며 악신의 힘을 빠르게 습득해 나갔다.

“형?”

“아우는 먼저 내려가 있거라. 그리고 얼른 정비를 하도록. 본좌는 여기서 연습을 좀 한 다음에 내려 가마.”

“사, 사람들한테는 이걸 뭐라고 말해 두지?”

“음······. 그냥 본좌가 새로운 스킬을 하나 익혔다고만 말해 두거라.”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가처럼 언데드들을 조종하고 있는 천마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의 혼란도 잠재워야만 했기에 천강은 얼른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 뒤 지휘관들에게 천마의 명령을 전달했다.

“그래. 거기서 조금 더 힘을 줘. 거기서는 힘을 빼고.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요.”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리벨리오도 이제 재미가 붙었는지 천마에게 이것 저것 알려 주고 있었다. 하지만 리벨리오의 목적은 사실 따로 있었다.

‘이놈이 이 힘을 많이 이용하게 만들어야 해.’

천마의 몸에 들어오면서 리벨리오는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가 다크 마나를 쓰면 쓸수록 사악함이 강해져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즉, 죽음의 권능을 최대한 많이 쓰게 만들어 통제력을 잃게 만든 다음, 그 몸을 리벨리오가 취하는 것이다.

계산이 끝난 리벨리오는 천마의 장단에 맞춰 주며 속으로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그 몸을 다시 내가 차지해 줄 테니.’

< 109화. 속마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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