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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108화 (108/140)

< 108화. 거래 >

극한의 컨셉충 108화.

제목: 거래

“밀어 붙여!!”

“놈들은 우릴 결코 막지 못 한다!!”

“가즈아!!”

수백만 명이 벌이는 이 어마어마한 전투도 이제 끝을 달리고 있었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천마신교의 플레이어들은 막힘없이 질주를 이어 가며 마침내 승기를 붙잡았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천마가 있었고, 그는 전장 한복판을 누비며 활약을 펼쳤다. 또한 그를 경호하는 천강의 방패도 단연 돋보여 수많은 공격들을 막아냈다.

콰직-! 콰콱-!

방패병들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리고 그들이 들고 있던 방패를 날려 적들을 쓰러뜨린 천마.

그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음을 느끼는 중이었다.

“우리가 이겼구나.”

그는 완전히 승세가 한국 측 플레이어들에게 기울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놈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니, 퇴각 명령이 떨어진 모양이다. 하긴. 여기서 싸우면 전부 다 죽게 되니, 그것만큼 큰 손실이 없겠지.”

천마의 예상대로 얼마 안 있어 퇴각을 알리는 뿔피리가 퍼져나왔다.

“퇴각!!”

“모두 철수한다!!”

천마는 그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자후를 써서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놈들을 쫓아라!! 놈들이 성문을 닫고 수비에 들어가게 해 서는 안 된다! 단숨에 성까지 손에 넣겠다!”

“오오오-!”

플레이어들은 천마의 의지에 따라 우악스럽게 돌진을 이어 갔다. 결국 성문은 파괴되고 도망치던 중국 측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잡혀 죽게 됐다.

리브롤 성벽이 천마신교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피해 상황은 어떤가?”

“35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적은 150만 명이 사망을 했고요.”

“35만 명이라······.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군.”

피해 상황을 전해 들은 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압도적으로 승리를 한 것은 맞지만,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대도시 카르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때야 말로 병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희생이 크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중국과 다시 전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미 3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다음 전투를 참여하기 위해 대기 중이니까요.”

어느 지휘관의 말대로 한국과 중국이 다시 한번 붙게 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전투에는 참여하지 못했어도 꼭 다음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벌써부터 도시로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다.

“좋다. 그럼, 일단 이곳에서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고 바로 다음 격전지로 넘어가겠다.”

지휘관들에게 그리 명령을 내린 뒤, 천마는 쉬지 않고 곧바로 내정 모드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천강이 그런 천마를 붙잡았다.

“형도 좀 쉬어야 하지 않아? 이번 전투에서 제일 많이 고생한 게 형이잖아.”

“괜찮다. 원래 가장 위의 있는 사람이 쉬지 않고 움직여야 아랫사람들이 죽지 않는 법이다. 쉬는 건 전쟁이 완전히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천마는 천강의 어깨를 두드린 뒤 내정 모드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곳 리브롤 성벽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었다.

“우리가 승리했다!!”

“오오오-!!”

“오늘은 맘껏 마시고 놀자!”

한껏 승리에 취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던 플레이어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 가득했던 불길이 사라지고 무너졌던 건물들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뭐, 뭐야?”

“이거 내정 모드 아니야?”

“전투가 방금 끝났는데, 천마님이 벌써 내정 모드를 한다고?”

“엄청 힘드실텐데? 괜찮나? 이번 전투에서 제일 활약을 한 게 천마님이잖아.”

내정 모드는 그리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야만 원하는 대로 성의 모습을 바꿀 수가 있다. 그게 워낙 귀찮고 힘든 노동이기에 그동안 수많은 성주들이 내정 모드를 만지지 않은 것이었다.

돈을 내면서까지 굳이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천마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바로 내정 모드를 열어 성벽을 보수하고 무너진 건물을 바로 세웠다.

또한 이번 전투로 큰 피해를 봤을 백성들을 위한 보상도 이루어졌다.

“대단하다······.”

“진짜 천마님은 인정해줘야 돼.”

“참된 길드장이지.”

플레이어들은 잠시 승리의 기쁨을 뒤로 미루고 천마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리브롤 성벽을 감상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전투에서도 승리하여 이와 같은 광경을 꼭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 *

“놀라운 승리입니다. 한국 유저들의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정말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 측이 수적으로 우세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국 유저들은 엄청난 단합력을 보여 주고 있어요. 이대로 간다면 분명히 엄청난 기적을 보여 주게 될 겁니다.”

리브롤 성벽을 한국 유저들이 성공적으로 점령하면서 이에 대한 뉴스로 채널들이 뜨거웠다.

외신에서도 이 소식을 크게 다루어 한국 유저들이 보여 준 돌풍에 열광했다. 그러나 무조건 좋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한국 유저들이 승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 않아 그들은 벽에 부딪히게 될 거예요. 중국 측의 플레이어 숫자가 몇 명인지는 아십니까? 한국보다 10배가 넘는 플레이어 숫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곧 반격할 것이며, 그들의 반격에 한국 유저들은 무너지고 말 겁니다. 확실한 수가 없는 이상, 이 전쟁은 절대 이길 수 없어요.”

“지금까지 중국 길드들이 건재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압도적인 물량! 이것을 한국 측이 뒤집을 순 없습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제까지 중국이 남쪽 대륙을 평정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고레벨 유저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었다.

“한국이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그 위세는 얼마 못 가 사그라 들 것이며, 결국 중국은 이번 사태로 인해 남쪽 대륙을 완전히 집어 삼키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한국 유저들의 땅도 전부 빼앗기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사실을 천마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카르만 대도시가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들이 1차적으로 준비한 군대의 숫자는 무려 700만. 그것도 모두 플레이어들 숫자이며, NPC로 구성된 병력까지 합치면 1000만에 가까운 숫자였다.

그에 반해 현재 대한민국은 200만 명에 머물고 있다.

어찌어찌 해서 700만 명의 중국 플레이어들을 모두 죽인다고 해도 또 다른 700만 명이 나타나 총공격을 감행하게 될 것이다.

“그땐 이것을 쓰는 수밖에 없는 건가.”

소원석을 통해 한 번 더 본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는 천마였다. 하지만 이것도 단발성에 불과하다.

이건 정말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으음······.”

천마는 고민이 깊어졌다.

다음 전투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깊은 고민을 이어 가고 있을 때였다.

“형!”

쉬라고 보내놨던 천강이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자, 잠깐 나와 봐. 지금 밖에 난리 났어.”

천강의 얼굴을 보니, 심상찮은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하다. 천마는 동생을 따라 밖을 나가보았고, 왜 난리가 났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의 영원한 형제여.”

허공 위를 둥실둥실 떠 있는 건 에르바의 몸을 강탈한 리벨리오였다.

실종되었던 에르바가 나타나자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에르바잖아.”

“실종됐다고 하지 않았어?”

“어떤 놈이 에르바의 몸을 강탈했다고 들었는데.”

“목소리가 이상한 걸 보니까 정말이었나 보네.”

예전의 에르바와는 다르게 목소리도 달라지고 겉모습도 검은 핏줄들이 일그러져 조금 흉측해 보였다. 그래도 눈부신 외모가 아직 남아 있어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죽을 자리를 찾아온 건가?”

“오우. 그럴 리가. 어차피 난 신적인 존재라 죽고 싶어도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천마는 에브라의 몸을 스윽 훑어보았다.

“그 몸이 버티지 못 하고 있군.”

“역시, 네가 보는 눈은 남들과 달라. 맞아. 이 몸은 좋은 몸이긴 하지만, 내 힘을 감당할 수는 없지. 보다시피 지금 붕괴 중이고.”

리벨리오는 검은 힘들을 조금씩 방출해 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몸이 폭발하기 전에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어.”

“그게 뭐지?”

“네가 만약 나를 받아들인다면 세상 그 어떤 힘보다 강한 힘을 내가 줄 수가 있다. 그런데도 거절할 건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국 그 여자처럼 내 몸을 강탈할 게 아닌가.”

“뭐, 강탈이란 어감은 좀 세지. 그냥 나누는 거라고 해야 할까?”

천마는 더 들을 것이 없다는 듯 칼을 뽑아 들었다.

“혼자 온 것이라면 후회할 거다.”

“으음. 그건 거절의 의미로 들어야겠지?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혼자 오지 않았어.”

리벨리오가 양손을 위로 뻗자 땅 밑에서부터 몬스터들이 솟아나왔다. 그리고 지독하리만큼 어두운 힘들이 리벨리오를 감싸 안으며 그의 손에는 사악함이 가득한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악신의 힘은 바로 이것이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 그야 말로 무한에 가까운 군단이지. 그 어떤 적이라도 능히 이길 수 있는 힘. 그러니 넌 날 이길 수 없어. 결국 그 몸을 내게 바쳐야 할 것이다.”

악신의 명령에 이끌린 몬스터들.

그들은 이번 전투에서 사망한 이들로 구성된 죽음의 군단이었다.

“너희들은 잠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었겠지만, 그 모든 걸 내가 가져가 버리겠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단을 만들어낸 리벨리오는 이제 막 보수가 끝난 성벽을 공격하게 했다.

“저, 적의 공격이다!”

“죽음의 군단이 나타났다!”

“모두 막아라!”

플레이어들이 급한 대로 성벽에 올라 방어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절반이 넘는 인원들이 게임을 종료시켜서 지금 당장 저 많은 군대를 상대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너도 알고 있잖아. 지금 내 군단을 막을 수 없다는 거. 희생자가 많아질수록 나의 힘은 더욱더 커진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날 받아들여라. 내 힘에 굴복하여 새로운 나의 육신이 되거라.”

이미 죽음의 군단은 성벽 위를 오르며 병사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그들을 쓰러뜨려 죽이면 리벨리오는 다시 그들을 살려내 반격한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천마신교 측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고, 그와 동시에 리벨리오의 힘은 더 강해질 것이다.

천마는 완전히 죽음의 군단에게 둘러싸인 현장을 보고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너의 말대로 하겠다.”

“음?”

“지금 공격을 멈춘다면 네 뜻대로 해주겠다는 얘기다.”

그 말에 리벨리오는 싱긋 웃으며 방출하던 힘을 거둬 들였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기괴하게 울음을 터트리며 싸우던 몬스터들이 동시에 풀썩 쓰러졌다.

리벨리오는 천천히 천마에게로 내려왔다.

“형. 진심이야?”

그런 그를 향해 다가가는 천마를 붙잡는 천강.

하지만 천마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동생의 손을 부드럽게 뿌리쳤다.

“이 형을 믿거라. 본좌가 알아서 하마.”

천마의 앞에 다다른 리벨리오가 기분 나쁜 웃음 소리를 냈다.

“이렇게 쉽게 항복을 할 줄은 몰랐군.”

“여기서 불필요한 희생을 한다면 다음 전쟁은 가망이 없으니까.”

“흐흐. 네 몸을 갖는 대가로 남쪽 대륙에 있는 세력들을 전부 다 쓸어 주지.”

“마음대로.”

리벨리오는 양팔을 벌리고 있는 천마의 가슴팍에 손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108화. 거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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