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아펠 >
극한의 컨셉충 103화.
“뭘 연습한다고요?”
“이기어검. 혹은 어검술이라 불리는 무공이지. 어느 정도 고수의 반열에 들어가게 되면 이기어검을 쓸 수 있게 된다.”
오랜만에 방송을 킨 천강은 천마의 무공 강의로 시작을 열었다. 물론, 말만 강의라고 하고 실상은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천마만의 기술이다.
-오 이기어검
-그래 나올 때가 됐다
-왜 안 나오나 했으 ㅋㅋㅋ
이기어검이 뭔지 아는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보냈고, 무협을 잘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천마님. 이기어검이 뭔지 설명 한번 부탁드립니다.”
“음. 이기어검이란 본좌의 의지대로 검을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말로만 하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직접 보여 주마.”
천마는 검을 뽑은 뒤,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집중하자 검이 둥실둥실 허공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 떴다! 이게 천마님의 기로 뜨게 만드는 건가요?”
“그건 허공섭물이다. 허공섭물은 본좌의 기를 이용해 사물을 뜨게 만드는 것이지. 하지만 이기어검은 다르다. 본좌의 의지와 명령을 검에 주입하는 거지. 검이 본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설명이었다.
“이기어검을 제대로 다룰 줄 알게 되면 검을 저 멀리까지 날려 보내 본좌의 의지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렇게.”
천마는 검을 앞으로 보내 여러 나무들을 베어 버렸다. 마치 부메랑처럼 날아가던 천마의 검은 이윽고 회전하며 그에게로 돌아왔다.
“이기어검을 하기 위해서는 본좌가 저번에 말한 대로 검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신검합일의 경지를 이루어야만 이기어검을 발휘할 수 있게 돼.”
“그냥 기를 활용해서 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군요.”
“그래. 허공섭물로 이기어검의 경지를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허공섭물인만큼 기력 소모도 상당하지. 정교한 검무를 벌인다거나, 무공을 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이기어검은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고요?”
“그래. 아우는 이해력이 참 빠르구나.”
그제야 천강은 이해가 되었다.
“본좌도 아직 이걸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레벨이 올랐고, 또 내공 수련도 착실하게 했기에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실전에서 쓰는 걸 보여 주마.”
천마는 천강과 함께 사냥터로 가 검을 다시 허공 위로 띄웠다.
“여러분. 여기는 주로 300레벨 대의 유저분들이 이용한다는 자이언트 리자드의 서식지입니다.”
자이언트 리자드 서식지.
300레벨 정도 되는 유저들이 이용하는 사냥터로 천마의 레벨이 이제 150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곳은 그리 어려운 사냥터가 아니었다.
“그르르-.”
자이언트 리자드는 그 이름에 걸맞게 큰 도마뱀이었다. 초반에 나오는 리자드들은 사람의 2배나 되는 크기를 자랑하나,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 집채 만한 도마뱀들이 등장한다.
이 몬스터들은 크게 울음을 터트리지는 않고, 작게 그르렁 거리는데, 그것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잘 보거라.”
천마는 검을 띄워 보내 그를 노려보고 있는 리자드에게 보냈다.
“그르르-!”
위협을 감지한 리자드는 꼬리를 휘두르며 날아오는 검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한번 꼬리와 맞부딪힌 칼은 부드럽게 비행하며 리자드의 몸통을 찔렀다.
“그르르르-!!”
몸이 단단해서 웬만한 공격으로는 뚫리지 않는 리자드였다.
제대로 신경을 건드렸는지, 눈을 부릅뜨며 계속해서 꼬리를 휘둘러댔다.
천마의 검은 매섭게 날아오는 리자드의 꼬리를 피하기 위해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리자드는 입에 품고 있던 불을 뿜어냈다.
콰아아아-!!
뜨거운 불을 뿜어낸다고 해서 검에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천마는 리자드의 몸이 단단하다는 것을 알고 검에 기를 불어 넣은 뒤, 목표를 향해 돌진시켰다.
콰직-!
위에서 아래로 일직선으로 떨어진 검이 리자드의 몸을 관통했다.
“그르르-!!”
콰콱-!
몸이 관통당해도 당장 죽지 않는 리자드는 이제 크게 괴성을 질러댔다. 아군을 부르기 위한 포효인데, 천마는 길게 끌 것 없이 다시 검을 불러 들여 리자드의 숨통을 깔끔하게 끊어 버렸다.
“잘 보았느냐? 이것이 이기어검이다.”
“엄청 대단하네요. 근데 처음에 리자드의 몸을 검이 뚫지 못했는데, 두 번째 공격에는 뚫었네요?”
“이기어검을 썼기에, 본좌가 검에 기를 불어 넣을 수 있었다. 검강까지는 아니어도 강한 기를 주입한다면 단단한 방어도 뚫을 수가 있는 게지.”
천마가 한 번 시범을 보이자 그것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불을 질렀다.
-와. 스킬들 중에 저거랑 비슷한 걸 몇 번 보긴 했는데, 그건 한 번 쓰고 쿨타임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저건 쿨타임 없이 그냥 계속 쓸 수 있다는 거네?
-저 정도면 그냥 앞에 돌진하지 않고도 뒤에서 칼만 조종하면 되는 거 아님?
-글켔네. 뒤에서 칼만 조종해서 싹 다 죽이면 상대는 진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겠다.
대체적으로 의견은 너무 사기적인 스킬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몇몇 직업들은 천마가 보여 준 이기어검과 비슷한 스킬셋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개의 칼들을 소환해 적들에게 쏘아 보내는 것인데, 그건 한 번 쓰는 걸로 끝이 나지만 천마의 이기어검은 천마가 죽기 전까지 계속 되는 무공이다.
거리만 벌려서 상대를 괴롭힌다면 그것만큼 상대에게 괴로운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근데 대체 저걸 어떻게 배우라는 거지?
-일단 신검합일 자체를 이뤄낸 사람이 없음 ㅋㅋㅋ
-팩트: 운기조식도 아직까지 카피한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임
천마가 어떤 스킬을 강의한다고 해도 이걸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가장 초반에 보여 준 운기조식도 아직까지 따라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
“이건 기본적인 것이다. 본좌의 이기어검이 점점 발전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게 되지.”
“그 다음 단계요?”
“이기어검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검이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들고 있는 무기도 본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소리지.”
“적의 무기도 다룰 수가 있다고요?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그게 진짜 되려나?”
“안 될 건 없지.”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상대는 눈을 뜬 채로 코를 베이는 꼴이 될 것이다.
“거기서 또 발전을 한다면요?”
“그땐 무형검의 경지다.”
“무형검?”
“본좌가 스스로 검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그 말대로 형태가 없는 검이다. 본좌 마음대로 검을 만들어내 그것들을 쏟아 붓는 게지. 그 정도 단계로 간다면 보통 방어로는 절대 막을 수가 없을 거야.”
적의 검을 빼앗아 쓴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위협적이었지만, 그 다음 단계인 무형검.
그건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경지였다.
“그르르-!!”
천마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 동안, 동료의 도움 요청을 들은 리자드들이 사방에서 모여 들었다. 천마는 마침 잘 되었다며 검을 높이 띄웠다.
“이기어검의 힘을 제대로 보여 주마.”
검강을 실은 검이 위로 쭉 날아오르다 둥글에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리자드들의 머리에 날아가 차례대로 관통했다.
콰콰콱-!!
빠른 속도로 검이 넓게 원을 그리며 돌면서 리자드들은 차마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수십 마리의 리자드들이 머리가 뚫린 채로 픽픽 쓰러졌다.
“와우.”
모여든 리자드들이 순식간에 정리가 되면서 천강은 감탄을 터트렸다. 시청자들도 상상을 초월하는 천마의 사냥 속도에 물음표만 도배할 뿐이었다.
“이거······ 여러분. 오해하지 마십시오. 여긴 정말 자이언트 리자드 서식지입니다.”
300레벨이 레벨링을 하는 구간에서 이 정도로 빠르게 클리어를 해 버리니, 당연히 시청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것을 찍고 있는 천강도 여기가 다른 사냥터일 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 장소로 넘어가자꾸나.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끝까지 가 봐야지.”
천마의 말에 따라 천강은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얼마 못 가 멈추고 말았다.
“예? 브롬 도시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요?”
던전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여러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보내면서 브롬 도시에서 발생한 일을 알려 주었다.
“천마님. 잠시만요. 지금 브롬 도시에서 뭔가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요?”
“음? 그게 무슨 소리냐?”
“후원금 보내 주신 후원자님들이 지금 말씀해 주셨는데, 브롬 도시 한복판에서 큰 싸움이 났다고 합니다.”
천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허공에 둥둥 떠 있던 검을 불러들였다.
“얼른 돌아가 보자.”
“아, 예. 여러분 지금 바로 브롬 도시에 이동해 보겠습니다.”
천강과 천마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아니. 갑자기 저것들이 왜 저러는 거야?!”
“일단 피해!”
평화롭고 인파가 북적 거리는 브롬 도시 한복판에 갑작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얼굴이 새까맣게 변해 버린 마법의 신전 마법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다짜고짜 공격했기 때문이다.
일반 마법사와는 다르게 신전에서 나온 마법사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위력은 상당했다.
그로 인해 길을 가다 이유 없이 마법에 맞아 죽는 유저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신전의 마법사들이잖아. 죽이면 문제 되는 거 아니야?”
“저쪽에서 먼저 공격한 거니까, 우리가 죽여도 상관없어.”
“그리고 우리가 막을 필요 있을까? 성 내에 있는 기사들이 알아서 할 텐데.”
플레이어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 하는 동안, 이미 이성을 잃어 버린 마법사들은 사방에 마법을 뿌려댔다.
콰쾅-! 콰콰쾅-!
“머, 멀리 피해!”
“가까이 가면 죽는다!”
마법의 위력이 보통을 넘는다는 것을 알고 플레이어들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동안 성 안에 소란이 발생한 것을 알고 수비군이 출동했다.
“마법사들이여. 이게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수비군 대장이 호통을 치는 걸 시작으로 기사들이 주변을 애워쌌다.
“기사들이다!”
“수비군이 왔다!”
하지만 수비군이 방패벽을 쌓아 놓았는데도 마법사들은 신경 쓰지 않고 마법을 퍼부었다.
쿠콰쾅-!!
“크읍! 전부 제압해라!”
“예!”
공격을 받은 기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법사들에게 달려들어 검과 창을 휘두르며 제압하려 나섰다. 그러나 신전의 마법사들을 쉽게 제압하는 것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크아아아!!”
콰직-! 콰쾅-!!
마법사들을 찌르고 그들의 몸을 붙잡았음에도 반항은 거칠었다.
아예 스스로의 몸을 희생시켜 큰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사도 있었다. 그로 인해 진압하려 나선 수비군도 전멸 위기에 놓였다.
“지원군을 더 불러라!!”
결국 지원군을 요청하며 기사들은 방패를 들고 최대한 버티기에 나섰다.
“잠깐. 저, 저분은······.”
그때 수비군 대장이 앞에 다가오는 마법사를 알아보았다.
브롬 도시 마법 신전의 신관인 아펠.
그 인자하게 생긴 아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고, 사악한 힘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는 양손에 검은 구체를 머금은 채 방패를 들고 있는 기사들에게 다가왔다.
“모, 모두 뒤로 피해!”
수비군 대장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부하들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이미 아펠은 코앞까지 와 있었다.
그렇게 검은 구체들이 방패벽에 닿으려는 찰나.
푸욱-!
검 하나가 저 멀리서부터 날아오더니, 아펠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런데 아펠은 전혀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듯,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마.
그를 본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천마님이다!!”
천마는 심상치 않은 아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아펠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더니, 이윽고 천마의 앞으로 나타나 그를 껴안았다.
“음?”
그리고 몸이 부풀어 지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 103화. 아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