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101화 (101/140)

< 101화. 환영술 >

극한의 컨셉충 101화.

[진짜 짜증난다.]

-네크로맨서는 왜 쳐 기어 나와서 학살을 하고 있냐?

-나도 개빡침. 저번에 파티원들 모아서 사냥 하러 가는데, 갑자기 언데드들 튀어 나와서 개쳐발림

-오우 공짜 경험치 파티 개이득이누

-ㅗ

[제발 살려다오.]

-나 가는 곳마다 언데드들이 튀어 나오는 거 같음

-그러니까 누가 짱깨들 득실 거리는 곳에 들어가라고 했누

-네가 짱깨 영역에 들어가서 사냥하고 자빠지니까 언데드들이 정의 구현 하는 거임

-아니. 그럼, 레벨업을 해야 하는데, 어디 가서 사냥을 하라고.

처음에는 중국 유저들이 큰 피해를 보다, 이제는 한국 유저들도 점차 피해를 보는 일이 늘어났다.

중국 길드들이 장악하고 있는 영토에 네크로맨서가 날뛰면서 각 마을들이 파괴되고 그곳을 지나던 유저들까지 피해를 본 것이다.

워낙 사냥터가 많고, 고레벨을 찍기 위해서는 여러 퀘스트와 사냥터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중국 길드의 영토라고 해도 한국 플레이어들이 자주 넘어가 사냥을 하곤 한다.

“우리 천마신교 길드원들도 피해를 꽤 입었나봐.”

“얼른 찾아야겠군. 하지만 놈들을 찾기 전에 해결을 해야 할 게 있다.”

“응? 어떤 거.”

천마와 천강은 지금 클레드 도시에 인접한 곳에 있었다. 이곳에서 언데드들의 흔적이 끊겼기 때문인데, 천마는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딱 좋은 장소에 들어왔구나.”

“좋은 장소?”

“그래. 매복을 해서 덮치기 딱 좋은 장소.”

천강이 봐도 그랬다.

주변이 탁 트여 있지 않고 사방에 절벽으로 막혀 있는 협곡.

저 위에서 활을 든 적들이 나타나 조준이라도 한다면 큰 낭패일 것이다.

“설마, 저기서 궁수들이 튀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천강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림자들이 그 위를 덮더니, 이윽고 활을 든 궁수들이 천강과 천마를 조준했다. 또한 그 뒤에는 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이곳을 빠져 나가지 못 하도록 결계까지 심어 놓았다.

“뭐, 뭐야.”

“본좌가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샤오페이라는 놈이 결코 호의적인 게 아니었다고. 놈들은 연락을 받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게다.”

“이런 나쁜놈들. 전쟁 끝난지 언제 됐다고 벌써부터 또 싸우자고 덤비는 거야.”

“원래 전쟁이라는 게 그런 게지. 피는 항상 피를 부르기 마련이니.”

정확히 어떤 길드에서 나온 플레이어들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분명 중국 쪽 길드인 게 확실했다.

“쏴라!!”

신호에 맞춰 궁수들이 화살을 쏘고 마법사들은 모아 두었던 마력을 폭발시켜 마법 공격을 퍼 부었다. 그러자 천강은 천마의 앞을 가로 막아 방패를 들었다.

쿠콰콰쾅-!!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천강의 방패에 모두 막히고 있었다.

“어떡하지? 저렇게 위에서 쏘아 대면?”

“아우가 공격을 다 막아 주고 있으니, 나머지는 본좌가 알아서 하겠다.”

그 말을 남기고 나서 천마는 방패에서 벗어나 마치 뱀의 그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화살과 마법을 퍼붓던 플레이어들이 표적을 바꾸었다.

“저쪽이다!”

“어차피 방패에는 데미지도 안 들어가!”

“방향을 바꿔!”

하지만 이미 시간은 천강이 충분히 벌어 주었다.

천마는 벌써 절벽 위를 올라가는 중이었다.

“놈이 그쪽으로 올라간다!!”

“마, 막아!”

콰콰콱-!!

부드럽고 빠르게 절벽 위를 올라간 천마는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어 긴 검격을 그렸다. 그러자 가장 앞에 있던 궁수들이 먼저 쓰러지고 그 뒤에 있는 마법사들은 퍼지는 충격파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저쪽으로 쏟아 부어!!”

다른 쪽에서 공격을 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아군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천마가 있는 쪽으로 퍼부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우리까지 다 맞고 있잖아!!”

당연히 아군도 피해를 입고 죽어 가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공격을 이어 갔다.

“나는 아예 신경도 안 쓰나 보지?”

하지만 그들이 너무 천마에게 집중한 나머지 천강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새 절벽 위로 올라온 천강은 방패로 땅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쿠콰콰쾅-!!

“히익-!”

“으헉!”

땅이 갈라지고 뭉쳐지면서 플레이어들이 튕겨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천마가 날린 검강에 모두 직격으로 맞아 우수수 절벽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런 미친!”

“다 같이 가서 잡아!!”

천강과 천마는 서로 눈교환을 한 뒤, 그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빠져 나왔다. 어차피 저놈들을 계속 죽여봤자 숫자는 줄어 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놈들은 이미 천강과 천마가 온다는 것을 알고 병력을 쫙 깔아둔 상태니까.

즉, 여기서 계속 싸워도 손해를 보는 건 천강과 천마라는 것이다.

둘은 그렇게 추격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흐흐. 이미 빠져 나갈 곳은 없다.”

“모든 길목을 다 막아뒀거든.”

하지만 중국 길드들이 서로 모여 병력을 풀은 탓에 각 길목마다 플레이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마가 나타나면 이들은 신호를 줘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이도록 하는 기민함까지 보였다.

“형. 이거 쉽게 못 빠져 나가겠는데.”

“쯧. 결국 다 죽여야 한다는 건가.”

그들은 매섭게 천마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조심해! 죽으면 계정이 삭제될 수도 있으니까!”

“죽을 것 같으면 바로 빼! 알겠어?!”

이미 사방으로 두 사람을 포위한 플레이어들은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왔다.

천마도 여기서 아예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을 때였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잠깐. 이거 피리 소리 아니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침한 피리 소리.

그것을 들은 플레이어들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서, 설마 이거······.”

“맞아! 네크로맨서다!”

“언데드들이야!”

피리 소리에 이어 갑자기 맑은 하늘이 어둡게 변하고 천둥번개가 쳤다. 또한 음험한 기운들이 스멀스멀 퍼지더니, 이윽고 언데드들이 땅밑에서부터 손을 뻗으며 플레이어들을 붙잡았다.

“으아아악!”

“이, 이거 놔!”

콰쾅-! 콰콰쾅-!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한 플레이어들은 땅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언데드들을 정신없이 공격했다. 하지만 좀비, 구울 뿐만이 아니라 덩치가 큰 골렘들까지 우악스럽게 땅밑을 박차고 올라온 덕분에, 플레이어들이 공들여 쳐 놓은 포위망이 망가져 버렸다.

“고, 공격!!”

“전부 다 죽여!!”

“크오오오-!!”

별의별 몬스터들이 언데드화가 되어 나타나면서 플레이어들은 스킬을 퍼부어댔다.

그들이 그러는 동안 천강이 천마에게 말했다.

“형. 잘 됐다. 지금 빠져 나가자.”

“아니. 잠깐 기다리거라.”

“응?”

“우리는 네크로맨서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더냐. 놈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지.”

“저번에 얘기 들었잖아. 저 많은 플레이어들이 네크로맨서가 어디 있는지 찾으려 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고.”

지금 언데드들을 조종하고 있는 네크로맨서는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

언데드들의 특성상 시전자가 죽어 버리면 그것들도 전부 시체로 돌아간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 건데, 그 그림자조차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이들은 찾기 어려웠을 것 같긴 하구나.”

“그 말은 형은 찾을 수 있다고?”

“그래. 이 언데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붉은 선에 연결이 되어 있어. 그것들이 가리키는 곳에 네크로맨서가 있을 것이다.”

천강은 눈을 씻고 봐도 붉은 선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 피리 소리로 저들을 조종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소리를 듣고 따라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이처럼 심도 있는 기운용은 본좌도 처음 보는구나.”

천마는 자기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계속하며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으, 으아악!”

“사, 살려 줘!”

그러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은 열심히 죽어 나갔고, 천마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갈 길을 이어 갔다.

그러다 갑자기 천마가 발걸음을 멈췄다.

“음?”

“왜?”

“갑자기 선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뜻인데?”

“놈이 본좌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는 거겠지.”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던 언데드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캬오오!”

천마는 이럴 줄 알았다며 허리춤에 있던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콰아아아-!!

그러자 검강이 그의 검으로부터 빠져 나가 달려오던 언데드들을 전부 반으로 쪼개 버렸다.

레벨이 오르고 점점 수련을 쌓아 가면서 이제 검강도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쓸 수가 있는 수준이 되었다.

“연주가 빨라진 거 같은데?”

“놈이 급해진 거겠지.”

천강의 말대로 연주가 점차 빨라졌다. 아무래도 천마가 언데드들을 쉽게 떨쳐 내고 있으니, 네크로맨서는 마음이 급해진 것이리라.

이번에는 자잘한 언데드들이 아닌, 큰 몸집을 자랑하는 언데드들이 솟구쳐 올라와 천마를 공격하려 들었다.

“건방진 놈들. 감히 그 불결한 손으로 본좌의 몸에 손을 대려 하느냐!”

쿠콰콰쾅-!!

천마의 엄한 호통과 함께 파동이 퍼지면서 언데드들은 사방으로 밀려났다.

“얼른 가자! 여기 있다가는 끝도 없겠구나.”

그는 언데드들을 밀쳐내고 천강과 함께 빠르게 이동했다. 워낙 빠른 천마의 보법에 천강은 무거운 방패까지 들고 있어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형. 먼저 가! 내가 뒤에 있는 놈들 처리할게.”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하거라.”

“알겠어! 빨리 가서 네크로맨서부터 잡아!”

천마는 천강을 뒤에 놔두고 더 빠르게 발을 놀렸다. 그러는 사이 언데드들은 그를 쫓아가려 했지만, 천강이 그들을 막아 내고, 또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천마를 잡아내지 못했다.

“대체 어느 놈이 이런 술수를 부리는지 꼭 보고 싶군.”

피리로 저런 시체들을 다루다니.

꽤 신기한 놈이지 않은가.

그러나 천마가 점점 가까워지자 붉은 선들이 한꺼번에 끊어졌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려는 것인가?”

붉은 선들이 전부 잘리면서 괴성을 지르며 싸우던 언데드들이 풀썩 바닥에 쓰러지고는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뭐야?”

“갑자기 다 없어졌잖아?”

“네크로맨서가 마법을 끊은 거 아니야?”

천강도 언데드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플레이어들과 부딪힐 것을 염려해 얼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천마의 뒤를 따라나섰다.

“음.”

붉은 선을 따라 쭉 이동하던 천마는 어느 한 지점에서 선이 끊긴 것을 알고는 그 장소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디로 이동한 것 같진 않은데. 신기하군.”

네크로맨서가 마법을 끊으면서 어둡던 주변도 다시 환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천마는 붉은 선이 끊어진 장소에 떠나지 않았다.

“형. 뭐 좀 찾았어?”

“그래. 놈이 이곳에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럼, 추적해야지.”

“추적을 하고 싶은데, 여기서 완전히 기운이 끊어져 버렸다. 더 이상 추적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어.”

그 말을 듣고는 천강이 말했다.

“텔레포트를 쓴 거 아니야? 포탈을 열어서 이동한 걸 수도 있잖아.”

“만약 그런 마법을 썼다면 분명히 흔적이 남았을 게다. 본좌가 여러 번 그런 마법들을 봤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건······.”

“이건?”

“그냥 여기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어.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겠지.”

몇 번을 거듭 생각하던 천마의 말에 천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이유?”

“그래. 포탈을 탄 게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를 써서 지금 본좌의 눈을 속이는 게야.”

이윽고 천마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지. 본좌가 이런 걸 꽤 오랜만에 봐서 잠시 몰라봤군.”

“뭔데?”

“환영술이라고 들어봤느냐? 상대방의 눈을 속이는 무공이지. 그것을 잘 쓰게 되면 상대방을 눈앞에서 농락할 수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아우는 잠깐 나와 보거라.”

천강은 천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일단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천마는 모으고 있던 기를 한꺼번에 터트렸다.

콰직-!

천마의 기가 퍼져 나가자 갑자기 허공에 유리가 깨지는 듯한 균열이 일었다.

“어? 뭐지, 이건?”

“환영술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와르르-!!

천마의 예상대로였다.

그가 기를 퍼트리자 주변에 깔려 있던 환영술이 와르르 무너지게 된 것.

그곳에는 피리를 들고 있는 한 젊은 남성이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저놈은 우리가 찾고 있던 그 네크로맨서일 테고.”

상대를 바라보는 천마의 입가가 스르르 올라갔다.

< 101화. 환영술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