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99화 (99/140)

< 99화. 뒤바뀐 도시 >

극한의 컨셉충 99화.

[사상 최악의 벨런스 붕괴. 바실레이아 대륙, 이대로 괜찮은가?]

[해외 네티즌들.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스킬.]

[삭제당한 계정만 50만 건. 그 분노를 누가 다 잠재우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리아나 항구 도시의 싸움이 끝난 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어마어마한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부 천마가 보여 준 미스테리한 힘에 대해서 논란이 일었는데, 특히 논란이 된 건 계정 삭제였다.

“50만 계정의 삭제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현재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실레이아 중국 본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바실레이아 본사에서는 이에 대해 현재 알아보는 중이지만, 모든 계정 관리는 철저하게 인공지능, 헬라가 맡아서 하고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개발자들이 공식적으로 계정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며, 그것 또한 시스템 일부라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각 tv 채널에서도 성난 중국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항의를 계속 해 보았지만, 본사에서는 바실레이아 시스템 일부라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다는 반응만을 보였다.

즉, 계정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실레이아 온라인이 철저하게 인공지능을 통해 돌아간다는 것이 더욱 부각되면서 개발팀에 대한 무능함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본사는 캡슐만 팔아 대는 곳이 아니냐며 비아냥 거렸고, 실제적인 게임 운영은 인공지능이 하고 있으니 개발팀도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기자들의 말대로 바실레이아 온라인은 헬라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인공지능은 절대 실수를 할 리가 없다는 이론 때문.

이 이론을 처음 내세운 것은 바실레이아 온라인을 최초 개발한 5명의 연구진으로부터였다.

이 5명의 연구진은 헬라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이것을 게임에 접목시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냈다. 그리고 절대 인간이 개입할 수 없도록 시스템 권한을 모두 헬라에게 맡겨 버그나, 해킹에 의해 보안이 뚫리지 않게 했다.

그런 그들의 운영 방침 덕분에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바실레이아만 유일하게 갖은 버그와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성난 민중은 그런 유서 깊은 경영 방침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오직 잃어버린 자신의 계정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뿐.

[대대적인 환불 요청. 그러나 본사에서 거부.]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소송이 이뤄질 예정.]

[바실레이아 본사는 만약 중국 정부에서 압박할시에는 중국에서의 서비스를 모두 중단하겠다고 발표. 갑론을박 진행중.]

사태는 점점 심각하게 번져 대대적인 환불 요청 및 소송이 벌어졌다. 결국에는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회사를 압박했는데, 그러자 본사에서는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중국에서 아예 서비스를 접겠다는 초강수를 두었다.

당장 중국 주석도 바실레이아 온라인을 매우 즐길만큼 중국 내에서도 인기가 굉장한데, 만약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서비스 중단이라는 얘기까지 나오자 처음에는 같이 반발하며 항의하던 중국인들은 전부 떠나 버렸다. 그들은 게임을 접을 생각이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일을 크게 만들기 싫었는지, 고소를 모두 취하하게 만들고 언론 차단에 들어가 더 이상 그에 대한 발언이 나오지 않게 했다.

바실레이아 온라인은 이렇듯 한 나라를 뒤흔들만큼 영향력이 대단했다.

“중국 정부가 꼬리를 내려서 망정이지, 만약 끝까지 갔으면 볼만 했겠다.”

정말로 중국에서 서비스가 끝나 버렸다면 기존 중국 길드들이 가지고 있던 영토들이 비점령지대가 되어 아마 피 터지는 싸움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마무리가 된 거 같아서 다행이다.”

“아직 마음을 놓지 말거라. 놈들이 또 공격해 올 수도 있으니까.”

“안 그럴 걸? 지금 그놈들 복수한다는 생각은 싹 다 접은 모양이야. 형한테 스킬 맞고 죽으면 계정이 삭제된다는 것 때문에. 나라도 겁나서 못 개기겠다.”

“그런가.”

천마는 자리에 앉은 채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미 천강은 천마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알고 있었다. 직접 옆에 있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소원은 본래의 힘을 되돌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힘이 너무나도 위험하고 뛰어나 신들조차 두려워했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미스테리 하단 말이지.’

무림에서 썼던 힘을 되돌려 달라고 했더니, 그 정도로 놀라운 힘을 주다니.

천강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경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또한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영토를 얻는 것에만 집중하면 필히 망하기 마련. 영토를 확보한 뒤, 그곳을 어떻게 일궈 가느냐가 중요하다.”

천마는 무림에서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는 영토를 확보한 뒤에 그것을 관리하는 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자 부작용이 생겨났다.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죄 없이 죽는 백성들의 숫자가 날로 커졌다. 그래서 천마는 알고 있는 것이다. 영토를 관리하고 그곳을 매일 들여다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경험으로 배운 가르침이니, 절대 잊을 리가 없다.

“그러니 앞으로 너도 성을 관리하는 데에 힘을 쓰거라.”

“응? 내, 내가?”

“네가 부교주이지 않느냐. 우리의 영토가 커졌으니, 부교주도 친히 나서 성을 관리해야지.”

그 말을 듣고 보니 그제야 실감이 되는 천강이었다. 지금 천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있지만, 이 형제는 무려 2개의 도시를 소유하고 있는 길드를 운영 중에 있다.

도시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는 건 그곳에서 매월 수억의 돈이 나온다는 걸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지 않은가?

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결코 우스운 얘기가 아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을 현금으로 계산하면 억 단위의 돈이 나온다. 강남 빌딩 한 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또한 마타하니 도시는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어 매월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성 하나만 갖게 되면 인생역전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 2개라니. 진짜 실감이 안 나는구나.”

물론, 돈이 들어올 때마다 천마가 내정에 쏟아 붓는 바람에 아직 현금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그것들이 통장에 찍히는 날이 올 것이다.

“믿기지가 않아.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 돈 100만원이 없어서 빌빌대는 게 우리 가족이었는데. 지금은 돈이 차고 넘치잖아.”

“그래. 그 돈을 모두 효를 위해 쓴다면야 차고 넘친다고 해도 과할 것은 없다.”

“돈 막 쓰지 말라는 거지?”

“본좌는 예전부터 돈의 소중함을 모르고 탕진을 하던 놈들을 많이 봐 왔다. 그놈들의 말로는 항상 좋지가 않았어.”

천마의 충고에 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재산 관리를 천마가 천강에게 맡긴 터라 지금 천강의 계좌에는 30억이 넘는 돈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흐르면 이 30억은 금방 300억이 될 터.

하지만 여전히 지금의 생활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돈도 쓸 줄 아는 놈이 쓴다고 했던가.

천강도 딱히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돈을 마구 쓰지 않았다. 그냥 집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좀 사고 어머니에게 매일 용돈을 두둑이 드린다는 것 빼고는.

거기다가 어머니도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서 요즘은 용돈을 드려도 받질 않으신다.

“본좌는 아우 네가 돈을 어떻게 쓰든 상관하지 않겠다. 그러니 원하는 곳에 쓰거라. 단, 현명하게 썼으면 좋겠구나.”

그 말에 천강은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현명하게 돈을 쓰는 법이라.

이건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 같았다.

* * *

“물건 싸게 팝니다!”

“파티 가실 분 구해요!”

“오늘 폭죽 축제가 있습니다! 많이들 참석해 주세요!”

오리아나 항구 도시 전쟁이 끝난지 이제 일주일.

처음에는 잔해로 가득했던 도시가 지금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아니.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천마가 내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이것 저것 많은 것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오! 저기 봐!”

“뭔가 또 새로운 게 올라오려고 한다!”

“설마, 또 훈련장인가?”

“으엑. 실화냐?”

넘치는 자원 덕분에 천마는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건축에 특화 되어 있는 플레이어들을 따로 채용해 아이디어를 듣고 그에 따라 디자인한 건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아름다운 생물들로 가득한 정원의 탑이라는 곳을 만들기도 했고 밤만 되면 달빛이 가득차 빛으로 반짝이는 공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덕분에 매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해외 채널에서도 천마가 건물을 올릴 때마다 화제가 되어 사람들이 사방에서 찾아왔다.

“진짜 살기 좋아졌다.”

“그러니까. 일주일 전만 해도 여기 다 부셔져 있어서 노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다가 중국 새끼들이 아예 손 털었다며.”

“야. 천마형한테 한 대 잘못 맞으면 계정 삭제인데 오고 싶겠냐?”

드디어 숨통이 트이게 된 한국 플레이어들은 즐겁게 도시 안을 누볐다.

여러 차례 유저들이 천마에게 무슨 스킬을 썼길래 계정이 삭제되는 거냐고 물어봤지만 천마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또한 천강과의 상의를 통해 천마는 소원석과 신들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기로 했다.

지금처럼 다른 나라의 플레이어들이 겁을 먹고 쳐들어오지 못 하게 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

그 결과 효과는 매우 좋았다.

중국과 일본은 아예 이쪽에 시선을 거두고 다른 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그냥 쭉 밀어서 바실레이아 대륙 전체를 우리나라 걸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슬슬 정복 전쟁에 나서지 않을까? 판테온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가 있어.”

저번처럼 흥분해 달려가지는 않았지만, 플레이어들은 천마가 직접 나서서 정복 전쟁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영토를 늘린다는 것만큼 인간에게 가장 재밌는 놀이는 또 없으니까.

“모두 비켜라!!”

“급히 성주님을 뵈어야 한다! 모두 물러나라!!”

제국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는 몇몇 기사들이 다급하게 성 안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그런 움직임은 유저들의 시선을 끌었다.

“왜 저러는 거지?”

“기사들이 저러는 거면 꼭 무슨 이벤트가 생겨나던데.”

“오. 성주 한정 퀘스트 발동인가?”

플레이어들의 예상대로 제국 감시병들에게서 소식을 받은 천마는 새로운 알림창이 떴다.

“그러니까······ 이게 다 뭐라고?”

“네크로맨서들이 인근 마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놈들이 죽인 주민 숫자들만 벌써 2만이 넘어 갑니다!”

“그런데?”

“그. 그런데라니요? 성주님께서는 그들의 행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으실 겁니까?”

“아. 이게 본좌가 나가야 하는 거였나?”

기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천마를 바라보았고, 그는 자신 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성주 한정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제국의 황제는 이미 당신에게 그들을 토벌할 것을 명했습니다. 만약 이를 거부할시에는 치안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 한 죄로 성주 자리에서 박탈 당할 것이며, 만일 그것마저도 거부할 경우 반역죄로 몰리게 됩니다.]

“쯧. 또 이상한 걸 시키려 드는군.”

“성주 한정 퀘스트라는 게 발동된다는 건 나도 들었어. 이건 좋은 기회야, 형. 제국에서 보상도 얻고, 도시 치안도 유지되고. 일석이조잖아.”

“흠. 그런가.”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는 네크로맨서들은 현재 마타하니 도시 쪽으로 이동 중에 있습니다. 그들을 모두 소탕하십시오.]

성주 한정 퀘스트라.

천마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왕 도시를 맡게 되었으니 제 영토를 다른 이가 더럽히도록 좌시할 순 없었다.

< 99화. 뒤바뀐 도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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