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명륜공 >
극한의 컨셉충 98화.
콰콰쾅-!
신들조차 감당 못 하는 죽음의 힘이 땅 위에 있는 생명체들을 쓸어버리는 상황.
고레벨 유저들은 어느 정도 마비가 풀려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돼!”
“반격 하자!”
“어차피 도망가면 다 죽는다!”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도, 아니. 영상을 통해 본 적도 없는 힘을 마주하게 된 중국 플레이어들은 도망치다 떼죽음을 당한 동료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힘을 합쳐서 반격하면 이긴다!!”
“어차피 저 새끼 혼자야!”
“뭔 사기적인 스킬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미 10만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뒤에 남은 100만 명에 육박한 플레이어들은 도망치기 보다 싸우는 걸 택했다.
“스킬만 집중 시켜!!”
“그럼 죽일 수 있다!”
“근데 너무 높이 있어서 스킬 맞추기가 어려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천마가 너무 높이 떠 있다는 것이다. 특출난 스킬이 아니면 저 위까지 닿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그들의 불편함을 제거해 주듯, 천마가 직접 아래로 내려왔다.
“본좌가 너무 높이 있어서 스킬을 맞추기 어렵다고?”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전부 듣고 있었던 천마.
그는 두 팔 벌려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본좌가 직접 내려왔으니, 어디 쓸 수 있는 건 모두 써 보거라.”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일제 사격 개시가 떨어지자 모두 있는 힘껏 스킬을 퍼 부었다.
“미친놈.”
“뒤져라!!”
쿠콰콰콰쾅-!!
수십만 개의 스킬이 한꺼번에 천마에게 쏟아졌다.
이펙트가 동시에 터지면서 가장 앞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눈이 멀 뻔했다.
“죽었나?”
“그 정도로 쏟아 부었는데 안 뒤졌겠어?”
중국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레 쏟아진 스킬들로 인해 연기가 자욱해져 시야가 밝지 못했다. 이윽고 그 안에서부터 음흉한 웃음 소리가 퍼져 나갔다.
“본좌가 특별히 기회를 줬건만, 버러지 같은 놈들이 그 기회마저 살리지 못 하는구나.”
“뭐, 뭐야?!”
“저게 안 죽었다고?!”
“이게 말이 돼?”
흡사 드래곤을 상대하는 듯한 압도적인 천마의 존재감에 중국 플레이어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갔다. 천마는 더 볼 게 없다며 손을 뻗었다.
“너희들의 실력은 잘 보았다. 그런 하찮음으로 잘도 살아 있었구나. 이제 그만 모두 사라지거라.”
천마가 양손을 뻗으니, 그의 뒤로 거대한 포탈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 안에는 새카만 어둠이 담겨 있었고, 테두리에는 영혼의 그것과 같은 청색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으, 으아아아!!”
“빨려 들어간다!”
“사, 살려줘!”
아수라 명륜공.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여 흡수하고 그 존재마저도 사라지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천마신공의 궁극기다.
그래서 무림에서의 사람들은 이 무공을 보고 흔히 지옥도라고 불렀다. 빨려 들어가는 사람이 마치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저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던가.
아수라 명륜공은 그야 말로 이 세상 모든 걸 빨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위험천만하고도 강력한 무공이다.
“이, 이게 뭐야!!”
“나 좀 안 끌려가게 잡아줘!”
“미친! 나부터 잡아!”
명륜공이 활성화되자 그 안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빨려들어가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튀, 튀어!!”
“빨려들어가면 죽는다!”
“멍청한 새끼들아! 도망치지 말고 스킬이라도 써!”
비교적 몸이 무겁고 단단한 탱커들조차 끌려 들어가는 마당에, 일반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유저들은 토네이도에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휩쓸렸다.
어떤 이들은 발악이라도 하듯 스킬을 마구 뿌려댔지만, 명륜공에 의해 그것마저도 같이 빨려들어갔다.
그나마 믿을 만 한 건, 아까 전부터 거리를 벌리고 있던 마법사들이었다.
중국 플레이어들은 마법사들을 따로 뽑아 군단을 만들어 후방에 배치해 두었다. 그래야 아군에게 버프를 주면서 지속적인 딜을 넣을 수 있으니까.
그들은 모든 공격을 천마에게 집중하며 명륜공을 없애는 데에 총력을 다 했다.
“제발 좀 없어져라!!”
“대체 저게 뭔데 안 없어지는 거야!”
“이 정도면 완전 핵이잖아!”
그러나 마법 군단의 집중 포화에도 명륜공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법 스킬을 맞아 더욱더 크기가 커져만 가는 것 같았다.
“쯧쯧. 명륜공은 삼키면 삼킬수록 커져 가는 성질을 가졌다. 그렇게 스킬을 써 대면 당연히 본좌의 명륜공이 더욱 커질 수밖에.”
천마가 짧게 혀를 차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명륜공이 내는 음침한 굉음에 귀가 찢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림에서는 본좌가 명륜공을 쓸 때면 멀리 도망쳐 있다가 다시 나타나곤 했지. 하여튼, 그놈들은 잔머리가 너무 좋았어.”
이번에도 역시 아무도 천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천마는 비명을 지르며 빨려 들어가는 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뭘 그리 억울하다는 듯 쳐다보느냐. 어차피 이건 현실도 아니고 게임에 불과한 것을.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저러는군.”
천마는 몰랐다.
지금 자신이 어떤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지.
그의 스킬에 맞아 죽으면 캐릭터가 영구 삭제된다는 걸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금방 다 쓸어주마. 본좌도 슬슬 지루해지는 참이니까.”
힘을 되돌려 받긴 했지만, 예전처럼 짜릿한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때보다 부족한 느낌이 나서일까.
천마는 완전히 매듭을 짓기 위해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 * *
“와······. 저게 대체 뭐야?”
“저런 스킬이 바실레이아에 존재했었다고?”
“저게 가능하긴 한 거야? 정말 바실레이아 온라인에 핵이라도 생겼나?”
오리아나 항구 도시 전쟁을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있던 한국인들. 그리고 해외에서도 이번 전투를 매우 유심 있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생방송을 챙겨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오리아나 도시가 생각보다 빨리 한국 플레이어들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된 건 중국 플레이어들이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압도적인 물량과 힘으로 나타난 중국군은 한국 유저들이 그리했듯, 순식간에 오리아나 항구 도시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일본, 한국 가릴 것 없이 모두를 베어 버렸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탄식을 터트리며 이제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 손에 놀아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것이 나타나자 모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본좌의 힘에 모두 엎드려 복종하거라.”
신들조차 두려워 하는 죽음의 힘!
대륙에 단 한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그야 말로 전례 없는 힘이 강림하자 100만이 넘는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큰 혼란이 찾아왔다.
스킬을 맞아 사망하면 그것으로 끝.
말 그대로 정말 끝이다.
캐릭터가 확률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시스템 창의 통보에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도 어이가 없었다.
이제까지 제국에서 영원한 죽음이란 선고를 받지 않는 이상, 캐릭터가 삭제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스킬을 맞아 사망하면 캐릭터 삭제라니?
거기다가 과연 누가 저런 정신 나간 광역 스킬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참전을 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 참전하지 못 한 일부 중국 플레이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콰콰쾅-! 쿠콰쾅-!!
아수라의 형상이 온 하늘을 덮어 파멸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에 닿기만 해도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리니, 가히 살인적인 스킬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저런 걸 왜 만든 거지?”
“저런 스킬이 존재하는 게 가능한 거야?”
“도대체 바실레이아 개발팀은 뭔 생각으로 저런 짓을 벌이는 거야?”
한국인 시청자들조차 저 광경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대체 천마가 무슨 수를 부렸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뭐, 뭐야. 저건 또.”
“다 빨려 들어가고 있잖아.”
더 이상 전쟁이라는 개념이 아닌,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명륜공이 활성화 되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들을 빨아들였다.
플레이어들은 그곳에 빨려 들어가 그 존재가 사라졌으며, 스킬을 아무리 써대도 소용 없었다.
[지금 다들 생방 보고 있냐?]
-캐릭터가 정말 삭제되는 건가 싶어서 중국 커뮤 다녀왔는데, 지금 거기 난리났다. 진짜로 삭제된 사람이 수천 명 넘는 듯
-그게 진짜였음???
-ㅇㅇ진짜인가봄. 어떤 사람은 다행히 삭제 안 됐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걍 다 날아갔다고 함
[도대체 저게 뭔 스킬이지?]
-바실레이아 좆망겜이란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저건 너무 벨붕 아니냐? 어떻게 사람 혼자 100만 명을 상대해?
-나도 그 생각함. 이건 너무 벨붕임
-이게 다 천마형이니까 가능한 거임. 반박시 최소 니뽄
네티즌들도 심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벨런스 붕괴라는 말이 가장 많았고, 천마라서 가능한 거라며 쉴드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방송에도 끝이 오는 듯보였다.
“모두 본좌의 눈앞에서 사라져라.”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천, 수만의 검들이 그의 몸에서부터 퍼져 나가 사방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명륜공을 피해 달아나던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 가장 후방에서 마법 피해를 가하며 아군이 죽지 않도록 버프를 주고 있던 마법사들까지.
모두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검에 관통 당해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져 사라졌다.
“······.”
잠깐 큰 굉음이 터지다 이내 오리아나 도시 안에 적막이 찾아왔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것이고, 다행히 살아남은 자들도 놀라움에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후우-.”
이내 천마가 숨을 내뱉자 퍼져 나갔던 검들이 다시 그에게 돌아와 아직 죽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찾아 그들마저도 끔찍하게 없애 버렸다.
또 한번 찾아온 정적.
하지만 그것을 깬 건 한국 플레이어들이었다.
“이, 이겼다!”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다!!”
신기하게도 신들조차 두려워 하는 힘이 강림했을 때, 한국 유저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그리고 명륜공과 천마가 퍼뜨린 칼들도 한국 플레이어들에겐 스치지도 않았다.
그와중에도 천마가 한국 플레이어들을 배려했다는 뜻이리라.
그들은 중국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죽거나 도망쳤다는 걸 알고는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그에 멈추지 않고 그들은 아직 살아 남은 플레이어들을 찾아 공격했으며, 도망치는 자들을 쫓아 확실하게 섬멸하려 들었다.
그동안 천마는 자신에게서 점점 빠져 나가고 있는 힘들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즐겁게 날뛰었다. 물론, 본좌가 생각하던만큼의 힘은 아니었지만.”
다른 이가 들었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발언이었다.
[신들과의 약속이 끝났습니다.]
[이로써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단, 많은 제약이 걸려 있던 터라 신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내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한 번 더 본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게 됩니다. 시간 제약은 30분으로 똑같으며, 언제든 원하는 대로 쓸 수가 있습니다.]
소원석이라고 해서 썼는데, 고작 30분밖에 주지 않았던 걸 보상이라도 해 주듯, 신들은 그 힘을 한 번 더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보석을 깨뜨리면 힘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에 따라 주어진 보상은 붉은빛을 휘감고 있는 루비였다.
“쯧. 깐깐한 놈들이로군.”
그리 말하면서도 천마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본래의 힘은 자신이 천천히 되찾아 나가면 되니까. 그리고 이 보석은 분명 추후에 크게 쓸 일이 올 것이다.
“만세!!”
“천마님 만세!!”
마침내 모든 힘이 사라진 천마는 그에게 달려오는 유저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며 그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눠야만 했다.
< 98화. 명륜공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