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97화 (97/140)

< 97화. 소원석 >

극한의 컨셉충 97화.

마타하니 도시가 점령당한 이후, 연합의 조짐을 보인 것은 일본 뿐만이 아니었다.

마타하니가 넘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그에 관한 내용들을 커뮤니티에 뿌렸고, 자연스레 한국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들로 도배가 되었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

-지금 같이 일본과 한국이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우리 중국의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 놈들이 일부 지역을 다스리던 게 얼마나 꼴 사나웠냐? 이참에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쓸어 버리자.

-오 매우 좋은 아이디어

-괜찮은데? 당장 퍼 나르자

-나도 찬성

그런데 거기서 이번 기회에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날려 버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처럼 두 세력이 실컷 싸워 기력이 별로 없을 때 공격을 한다면 쉽게 두 나라를 짓밟아 버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와 같은 글이 퍼지면서 중국 BJ들은 이 기회를 날릴 수 없다며 모두 연합할 것을 촉구했다.

유명 BJ들이 합세하자 소식을 접하게 된 중국 플레이어들은 속속히 지정된 장소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되고 말았다.

“모두 진격!!”

“한 놈도 남겨 두지 말고 죽여라!!”

단 이틀도 안 되는 시간에 모인 100만 명의 중국 플레이어들. 중국이란 나라의 인구를 생각해 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제 막 오리아나 항구 도시를 점거해 나가고 있던 한국 유저들에겐 엄청난 숫자였다.

“뭐, 뭐야. 저것들은 또?”

일부는 포탈을 타고. 또 일부는 함선을 타고 나타나거나 육로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해서 모인 100만 대군이 거친 함성을 지르며 오리아나 도시를 향해 진격했다.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왔다!”

희망을 잃고 절망하고 있던 일본 플레이어들은 지원권이 왔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반격의 의지를 얻었다. 하지만 중국 플레이어들은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단 한 명도 남겨 둘 생각이 없었다.

“우와아아-!!”

콰콰쾅-!!

이미 오리아나 도시는 불길에 휩싸여 있고 성문도 활짝 열려 있는 상태.

중국 플레이어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안으로 쏟아지듯 들어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자, 잠깐만! 나, 나는 같은 편이야!”

“닥치고 죽어라!”

“으아악!”

처음에는 지원군인 줄 알고 합류하기 위해 달려 나아가던 일본 플레이어들은 상대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몸을 틀었다.

“여기서 진짜 나가야 돼!”

“안 그러면 다 죽는다!”

게임에서 사망하게 되면 레벨에 따라 로그인 제한이 걸린다. 거기다가 아이템부터 경험치도 다 같이 날아가 버려 여러 모로 피해가 많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게임에서 죽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그래서 전쟁이 벌어져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중국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

“한국 플레이어들!! 당장 다 모이세요!!”

“지금 뿔뿔이 흩어져 있으면 안 됩니다!!”

“중국 플레이어들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모두 모이세요! 흩어지면 죽습니다!”

중국 플레이어들이 기회를 틈 타 습격을 해 온다는 걸 알게 된 한국 플레이어들은 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저들을 모으려 했다.

“형! 상황이 어떤지 보고 있어?”

“그래. 본좌도 방금 보았다. 저놈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더냐?”

“지금 유저들이 메신저를 보냈는데, 중국 플레이어들이 쳐들어 온 거래. 일본이랑 우리가 싸우고 있으니까, 이 기회에 빈틈을 찌른 거지.”

천마는 턱을 쓸어 내리며 대꾸했다.

“호오. 썩 좋은 전략이로구나. 이걸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하다니.”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저놈들이 몰려온 덕분에 오리아나 도시가 뺏길 수도 있다고!”

천마가 보기에도 중국 플레이어들의 기세는 살벌했다. 이미 성 안으로 들어와 난장판을 쳐 준 덕분에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 보였다.

이미 일본 플레이어들과 한바탕 엉켜 버려 현재 한국 플레이어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

이대로 라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 오리아나 항구 도시가 중국 쪽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나. 본좌가 해결하는 수밖에.”

“응? 뭘 하려고?”

“본좌가 혼자서라도 막아봐야지.”

“그, 그게 가능해?”

천마는 인벤토리함에 묶혀 두었던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어? 그건······.”

“소원석이다. 탑을 정복하고 나왔을 때 보상으로 받은 거지.”

“무슨 소원을 빌려고? 중국 플레이어들을 다 죽여 달라고?”

“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고. 본좌가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천마는 소원석을 꽉 붙잡아 깨뜨렸다. 그러자 시스템 창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소원석이 활성화 됩니다. 당신은 신들에게 한 가지 소원을 빌 수가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을 말하세요. 신들이 당신의 소원이 적절하다고 여긴다면 그 뜻을 이루어 줄 겁니다.]

소원석이라고 하면 마땅히 소원을 그냥 이루어 주면 될 것을.

신들이 그것을 판단한다는 말이 천마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소원을 말하면 되려나.”

“어떤 소원을 빌려고?”

천마는 자신의 앞에서 빛을 내고 있는 원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본좌의 힘을 돌려받고 싶다. 무림에서 본좌가 가졌던 그 힘을 그대로 돌려받으려 한다. 이것이 본좌의 소원이다.”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평가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이라는 것들이 판단을 한다라. 하지만 천마는 알고 있다. 신들이 아니라 헬라가 모든 걸 판단한다는 것을.

[신들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윽고 그 판단의 결과가 나왔다.

[당신은 본래의 힘을 돌려받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하지만 신들은 당신이 가진 본래의 힘이 이 대륙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대륙이 감당하지 못 하는 힘.

천마가 있었던 무림에서도 그 힘을 감당하지 못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게임이라도 그 힘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건가.

[그래서 신들은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약을 걸고자 합니다.]

하지만 신들은 그 소원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았다.

[신들은 당신에게 힘을 돌려주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륙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기에 시간을 제약합니다.]

“시간을 제약해?”

[앞으로 30분간 당신은 본래의 힘을 돌려받습니다. 무림에서 누렸던 그 힘을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음. 좀 이상한 제약이긴 하나, 30분이면 충분하다.”

[힘을 돌려받습니다.]

* * *

“이제 이 성은 우리의 것이다!!”

“으하하! 나약한 것들. 다 뒤져라!”

맹렬한 기세로 성 안을 휩쓸고 있는 중국 플레이어들.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대응조차 하지 못 한 한국 유저들은 그렇게 전장을 이탈하거나, 죽기 전까지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승세는 중국 쪽에 기울어져 가고 있을 때였다. 중국 플레이어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미리 가져온 중국 깃발을 꽂으려 했다.

“이제 여기다 깃발만 꽂으면 여긴 우리의 땅이다.”

“오오오-!!”

바로 그때.

쿠우웅-!!

갑자기 하늘이 붉게 변하고 모든 공기가 빨갛게 물든 것 같아 보였다.

“뭐야?”

“누가 마법이라도 쓰나?”

“이 정도의 광역 마법이라고? 뭔가 이상한데.”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럽게 바뀐 주변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윽고 그들 모두에게 시스템 창 하나가 나타났다.

[신들조차 감당하지 못할 힘이 이 대륙에 강림했습니다. 죽음의 신도 도망치게 만드는 그 힘을 마주하게 된 분들은 부디 멀리 달아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못 한 분들은 부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무슨 소리야 이건 또.”

“신들조차 감당하지 못할 힘? 그런 게 있었어?”

“이벤트 퀘스트인가?”

영문을 몰라 하던 플레이어들. 그리고 시스템 창이 사라지기 무섭게 고막을 찢는 듯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모, 몸이 안 움직여!”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포효 소리와 함께 오리아나 항구 도시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제약이 걸렸다.

[신들조차 감당하지 못할 힘이 이 땅에 강림했습니다. 그 힘을 감히 마주한 대가로 몸에 마비가 찾아옵니다.]

“그 힘이라는 게 대체 뭔데!!”

“왜 몸이 안 움직이는 거야!”

중국 플레이어들을 포함해 일본과 한국 플레이어들까지 모두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이 힘의 정체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성벽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는 천마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본좌의 힘을 업신여기며 여기까지 잘도 기어 들어왔구나. 그런 너희들의 어리석음을 친히 일깨워 주겠노라.”

온몸에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사방을 검붉게 만들던 천마. 그는 몸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국 플레이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뒤로 여섯 개의 팔을 가진 아수라의 형상이 나타났다.

“으어어어-!”

“뭐야 저건 또!”

“뭐, 뭔가 쏟아지는 거 같은데?!”

사악하게 찢어져 있는 아수라의 두 눈동자가 개미처럼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은 그들에게 음흉한 미소를 보이며 여섯 개의 손으로 검은 광선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쾅-!!

아수라 파멸겁.

이것이 무림에서 천마가 수십만 대군을 도망가게 만들었던 최고의 비기 중 하나였다.

“으아아악!!”

“젠장!! 왜 몸이 안 움직이는 건데!”

“살려줘!!”

파멸겁이 덮친 곳에는 플레이어들의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만 명이 한꺼번에 죽어 버렸다.

“저게 대체 무슨 힘이야?”

“저런 게 가능한 거야?!”

“이건 사기잖아!”

콰콰콰쾅-!!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아수라 파멸겁에 의해 플레이어들은 마비된 채로 사라져야만 했다.

“아직 본좌의 힘에 1할도 보여 주지 않았다. 너희들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 주마.”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파멸의 힘이 임했습니다. 그 힘에 의해 죽게 되면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본좌는 천마다 모험가의 힘은 대륙이 감당할 수 없는 힘입니다. 만약 그에게 죽게 된다면 캐릭터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창의 충격적인 경고에 플레이어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러니까 지금 저거에 맞아 죽으면 캐릭터가 영구 삭제될 수도 있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스킬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데?”

영원한 죽음.

그것은 바실레이아 대륙에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즉, 캐릭터가 영구 삭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스킬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국에 의해서 결정된다.

만약 제국에서 특정 플레이어를 흉악범으로 지정해 영원한 죽음을 선고하게 되면, 해당 플레이어는 단두대에 올라가야 한다.

단두대에는 죽음의 신이 만들어 놓았다고 알려진 연못이 있는데, 그 안에 플레이어가 들어가게 되면 캐릭터가 영구 삭제된다.

그러나 스킬을 맞았다고 해서 캐릭터가 삭제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본좌는 포로를 남겨 두지 않는다. 또한 네놈들의 얼굴 또한 두 번 다시 보고 싶지가 않구나. 여기서 영원히 사라지거라.”

“아, 안 돼!”

“내가 이 캐릭터에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미친!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내가 고소해 버릴 거야!!”

아우성을 치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천마는 그저 미소를 보내며 손을 쥐었다.

쿠콰콰쾅-!!

다시 한번 아수라의 파멸이 떨어졌고 그 아래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먼지 더미로 변하여 흩어져 버렸다.

바실레이아 대륙에 전례 없는 재앙이 임했다.

< 97화. 소원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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