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2차 전쟁 >
극한의 컨셉충 96화.
[결국 국가전으로 이어지나? 일본 네티즌들 반응. 절대 용서 못 해.]
-갑작스럽게 일어난 마타하니 공성전은 한국 플레이어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천마신교 길드의 길드장인 BJ 천마가 사무라이 길드의 길드장을 급습하면서부터 전쟁이 시작된 것. 그로 인해 마타하니 도시는 정말 허무하게 점령을 당했으며, 그 소식을 들은 일본 네티즌들은 지금이라도 모여 복수전을 해야 한다며 열을 불태우고 있다.
마타하니 도시 전쟁이 끝난 뒤 한국 플레이어들은 한동안 광란의 파티를 벌였다. 그동안 쌓여 왔던 설움을 한꺼번에 풀었던 것인데, 문제는 일본 플레이어들이 이 사태를 가만 두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애들도 결국 연합하려나 봐.]
-일본에 사는 친구한테 들은 건데, 마타하니 도시 털리는 거 보고 일본 애들도 지금 칼 가는 중이라고 함.
-천마신교처럼 일본 애들도 하나로 뭉치면 물량이 장난 아니긴 할 텐데
-마타하니 점령하자마자 바로 다시 뺏기는 거 아니냐?
각 일본 커뮤니티에서 이대로 당할 순 없다며 우리도 한국처럼 연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로 인해 일본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길드를 구축해 연합 작전을 벌일 거라는 첩보가 계속해서 날아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의 선봉이 되어 줄 것은 사무라이 길드와 힘을 합쳤던 마츠다 길드였다.
당연히 한국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연합이리라.
그런 것도 잠시.
[속보. 마츠다 길드장도 천마형한테 모가지행 당해.]
-일본 애들이 완전히 단합해서 모인다는 말 들었지? 사무라이 길드가 우리한테 짓밟혀서 다들 마츠다 길드로 몰려 들었는데, 그쪽 길드장이 천마형한테 죽었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방금 일본 커뮤 갔다 와서 알았음. 천마형이 마츠다 길드장도 죽여 놓음. 그래서 지금 오리아나 항구 도시도 개멘붕 와가지고 난장판임
-ㅈㄴ거의 사신급이네
-야. 이렇게 가만 있을 게 아니고 바로 오리아나 쪽으로 달려야 하는 거 아님?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이 좋은 기회를 날려야 됨?
마츠다 길드장이 천마에게 당했다는 소식에, 잠시 우려를 드러내고 있던 커뮤니티 여론이 싹 바뀌었다. 그들은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바로 오리아나 도시를 쳐야 한다며 아우성을 쳤다.
-마타하니 도시 공격할 때 사망한 플레이어들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음. 거기다가 뒤늦게 참여한 사람들도 많아서 지금 우리 숫자가 더 많다. 저 새끼들이 더 확실하게 모여서 단단해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 되는 게 맞다고 본다.
-내 말이 그 말이다.
-모두 천마신교 앞으로 모여라.
이러한 여론이 점점 강해지자 실제로 플레이어들은 마타하니 도시에 새롭게 세워지고 있는 천마신교 본부에 모여 들었다.
“지금이 적기다! 오리아나 도시로 뛰어가자!!”
“마타하니로는 부족하다!! 확실하게 우리의 영향력을 보여 줘야 한다!!”
“우리가 뭉치면 무조건 승리한다!”
마타하니 도시의 승리로 한창 고무되어 있는 플레이어들의 목소리에 천강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여러분. 마타하니 도시를 점령한지 이제 하루 됐어요. 그런데 또 전쟁을 하자는 건······.”
“우우우! 부길드장이 담이 작다!!”
“기세를 얻었을 때 바로 치고 들어가야지!!”
“손자병법도 안 읽어 봤냐? 사기 업 됐을 때 가야 할 거 아녀.”
“천마형이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이걸 날리겠다고?”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금 당장 쳐들어가지 않으면 천강을 가만 두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천강은 오늘만큼 제 형이 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을 것 같다.
“왜 이렇게들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그때 구원의 빛처럼 등장한 천마였다.
천마의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천마님!!”
“우리의 영웅!!”
“형님 덕분에 우리가 이겼습니다!!”
한참 동안 천마의 이름을 부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 오리아나 도시로 떠나자고?”
“예!!”
“마타하니 때처럼 거기도 지금 완전 패닉이에요!”
“지금 공격하면 무조건 이깁니다!”
어느덧 광장에 모인 플레이어들 숫자는 수십만을 넘어섰다. 이들은 오리아나 도시를 공격해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자는 입장이었다.
이미 깃발까지 모두 챙겨와 휘날리고 있던 플레이어들을 천마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다.
천마가 적장의 목을 미리 베고 나면 한껏 고무된 무사들이 지금 당장 적을 치게 해 달라며 아우성을 쳐댔다.
그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항상 천마는 그런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적이 없었다.
“지금 가자.”
“응? 형 지금 당장 간다고?”
“그래. 저들의 말대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지 않느냐. 놈들은 대장을 잃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 본좌가 선봉에 서서 적을 친다면 알아서 잘 따라올 것이다.”
천마의 허락이 떨어지자 플레이어들은 이와 같은 내용을 커뮤니티와 각 SNS에 퍼다 날랐다.
[현재 플레이 중이신 모든 한국 플레이어 분들게 전합니다. 지금 당장 오리아나 항구 도시로 오세요.]
[천마형이 병력들 이끌고 오리아나 항구 도시로 가는 중!! 한국인이라면 모두 따라 나서자!!]
[이번 기회에 일본 콧대를 박살내고 우리가 오리아나 항구 도시를 독점하는 겁니다!]
그 SNS를 보고 합류하는 한국 플레이어들 숫자가 점차 늘어났다.
-글 보고 바로 달립니다.
-제가 오늘은 참여 하지 못 하지만, 용감하게 전쟁에 참여해 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제 몫까지 싸워 주세요!
-지금 가는 중인데, 벌써 시작한 거 아니죠?
-캬. 내가 공성전을 다 해 보네
보스전을 하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오리아나 도시를 공략한다는 얘기를 듣고 하던 걸 멈추고 나와 버릴 정도였다.
그만큼 현재 한국 플레이어들은 단합이 매우 잘 되어 있었다.
그동안 당한 것이 크니, 어떻게든 갚아 주고 싶은 생각 밖에 없는 것이다.
마타하니 도시가 점령당한지 30시간만에 또 한번 대전투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 * *
“지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어제 저녁 마타하니 도시를 성공적으로 점령한 천마신교가 고작 하루 지나고 나서 바로 오리아나 항구 도시로 진격했다고 합니다.”
“총 120만에 달하는 대군이 모였으며, 이들 모두가 플레이어라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숫자에, 엄청난 단합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플레이어들이 120만 명이나 하루만에 모일 수가 있는 걸까요?”
“단합의 나라라고 알려진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이 또 한번 그 무서움을 보여 주려는 것 같습니다. 현재 오리아나 항구 도시를 맡고 있는 마츠다 길드의 길드장과 그 외 간부들은 암살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타하니 도시에서 대대적인 진격이 이루어지자 해외 채널들도 발 빠르게 취재에 나섰다.
어제 마타하니 도시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미 큰 화제가 되었는데, 또 다시 이렇게 전쟁을 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
거기다가 플레이어들 숫자만 120만 명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정말 화끈하게들 싸우네. 우리 길드원 숫자도 딱 120만 명인데 말이야.”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레이피드의 말에 판테온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열심히 시청 중인 게 있기 때문이다.
뭘 저렇게 열심히 보나 싶어 슬쩍 다가가 본 레이피드. 그는 현재 한국 플레이어들과 대전투를 벌이고 있는 오리아나 항구 도시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것도 천마의 개인 화면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말이다.
“웬일이야. 네가 이런 걸 다 보고.”
“······이 남자.”
“응?”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아니. 이렇게 싸울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처음 알았을 정도야.”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천마가 싸우는 걸, 그것도 1인칭 시점으로 보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판테온은 감탄사가 멈추질 않았다.
“너도 여러 번 전쟁을 해 봐서 잘 알잖아. 저런 난전이 벌어지면 어디서 공격이 들어오는지 보이지도 않아. 그런데 천마는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어. 아직까지 입은 데미지가 하나도 없다는 게 정말 대단하군.”
진지하게 천마를 평가하고 있는 판테온을 내려다보며 레이피드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예전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더니.”
“그랬었나.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별 거라고 볼 수가 없겠군. 만약 저런 피지컬로 덤빈다면 나도 상대하기 까다로울 거야.”
누군가를 이 정도로 인정하는 판테온은 처음 보는 터라 레이피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거기다가 천마를 상대하기 까다로울 거라는 발언까지 했다.
“정신 차려. 네 레벨이 몇인데.”
“천마를 보면 레벨 차이는 정말 쓸모 없는 시스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네 아이템이 훨씬 좋고 스킬도 좋아. 아무리 피지컬이 좋다고 해도 게임은 게임이야. 결국 아이템이랑 스킬빨로 이기는 거지. 만약 그게 통하지 않는다? 그럼, 누가 게임을 하겠어.”
레이피드의 말이 옳다.
판테온이 세계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길드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비 수급과 직업에 관계 없이 히든 스킬북을 찾아 새로 익히는 스킬까지.
당연히 판테온이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앞서갈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에도 판테온은 천마의 화면을 보며 계속 마음에 걸렸다.
만약 지금 천마와 싸우게 되면 어떻게 될까?
판테온은 스스로의 승리를 확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천마는 더 강해질 것이다.
그는 판테온처럼 스킬북을 구해 새로 스킬을 익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창조해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도 잠시.
“이제 곧 끝이 보이려나 보군.”
어느덧 대전투의 끝이 보이려 하고 있었다.
* * *
“이런 미친 새끼들! 제발 작작 좀 와라!”
“뭐라는 거야! 다 쓸어 버려!!”
“밀자!!”
“우오오오-!!”
오리아나 항구 도시는 필사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마츠다 길드장과 핵심 간부들이 사망하면서 이미 지휘 체계가 망가진 상황.
당연히 이들은 대군의 공격에 버텨내지 못 하는 중이었다.
아직 레벨이 낮은 한국 플레이어들은 성벽을 기어 오르며 고기 방패를 하는 중이었고, 그 뒤에 고레벨 유저들이 기어 올라가 공격을 감행했다.
초보자들의 희생에 성벽으로 무사히 올라온 플레이들. 그들은 신나게 그 안을 날뛰며 힘을 뽐냈다. 그러나 이중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은 역시 가장 먼저 성벽에 올라와 있던 천마였다.
콰쾅-! 콰콰쾅-!!
“저놈이다!! 저놈이 천마다!!”
“저놈부터 잡아 죽여!!”
“저놈만 죽이면 우리의 승리다!”
한 몸에 주목을 받던 천마는 적들의 안을 파고 들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댔다. 어차피 사방이 적으로 가득 차 있어 노련하게 휘두를 필요도 없었다.
[악의 승천 효과가 발휘됩니다.]
실컷 적을 베고 있으면 악의 승천 효과가 발휘되어 딜량이 뻥튀기 되기까지 했다.
“뮤뮤-!!”
악의 승천이 한번 발동되면 머리 위에 가만히 앉아 있던 뮤뮤도 변화가 찾아오는데, 우악스럽게 입을 쩍 벌려 앞에 있는 적들을 사정 없이 물어 뜯었다.
귀여움만 가득 하던 펫이 갑자기 거대한 괴수가 되어 난동을 피우니, 천마를 상대하는 적들로써는 죽을 맛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천마에게 집중돼 성벽을 기어 올라오는 다른 플레이어들은 신경 쓰지 못 하고 있는 상황.
“천마님을 도와라!!”
“우리도 같이 싸우자!!”
천마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성벽 위를 올라오는 한국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점차 많아졌고 일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반대로 적어졌다.
“도대체 저건 왜 안 죽는 거야!!”
“딜을 좀 넣어 봐!”
천마에게 집중 포화를 하며 스킬을 아끼지 않았던 일본 플레이어들은 아주 멀쩡한 천마를 보고 두려움이 생겨났다.
어떤 공격을 해도 멀쩡하다면 그것만큼 공포인 게 또 어디 있을까.
결국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일부 플레이어들이 전장을 이탈하면서 승부는 완전히 한국 쪽에 기울이고 말았다.
“밀어 버려!!”
“성문이 부셔졌다!!”
“모두 안으로 들어가!!”
어느덧 성문은 부서지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젠장.”
“난 빠질래!”
“시발. 저건 대체 어떻게 죽여야 하는 건데!?”
망연자실한 일본 플레이어들은 성문이 뚫리는 것을 보고 아예 전쟁을 포기해 버렸다.
전쟁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자 천강은 미리 준비한 깃발을 천마에게 건넸다.
“음?”
“형이 직접 꽂으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렇군.”
천마는 천강의 말에 따라 성벽 가장 위에 꽂혀 있던 깃발을 부러뜨리고 그 위에 새로운 깃발을 꽂아 넣었다.
“이겼다!!”
“우오오오-!!”
아직 승패가 확실시 된 건 아니었지만, 플레이어들은 승리의 깃발이 꽂힌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기쁨의 함성도 잠시.
그들의 뒤로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났다.
< 96화. 2차 전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