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91화 (91/140)

< 91화. 지옥 훈련 >

극한의 컨셉충 91화.

“지존을 뵙습니다!”

우렁찬 병사들의 인사와 함께 브롬 도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브롬 도시가 공식적인 천마신교의 본거지가 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전체적인 내정 관리는 천강이 맡았고, 어떤 사안이 있으면 그것을 승인하는 건 천마의 권한이었다.

천마는 천강에게 말해 도시 내에 병력을 충당하도록 했는데, 복장은 다른 바실레이아 대륙 군대와 확연히 달랐다.

모두 무림에서 나올 법한 무복을 입어야 했으며, 무복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대량 주문을 통해 새로 만들어야 했다.

또한 도시 안 풍경도 천마가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무림에서 그가 직접 보고 느꼈던 대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다.

영주의 권한, 그러니까 영주의 관리 모드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활용해 영주는 도시 내부의 모습을 바꿀 수가 있다.

“뭐야. 여긴?”

“여기가 내가 아는 그 브롬 도시가 맞아?”

“신기하게 생겼네?”

브롬 도시에 머물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매 시간마다 바뀌는 도시의 풍경에 정신을 못 차렸다.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주변 환경에 신기해 하며 이 내용을 널리 퍼뜨렸다.

[브롬 도시 봄?]

-천마가 3일 동안 성에 틀어 박혀서 내정 관리만 한다고 들었는데 진짜였나 봄. 완전 컨셉 무협풍으로 잡음.

-ㅇㅇ나도 어제 보고 왔다. 탕후루도 팔길래 먹고옴 개꿀

-거기 병사들 복장도 죄다 무복이던데. 진짜 ㄹㅇ무협보는줄

영화에서 나오는 허름한 무협풍의 도시가 아니라, 정말 세련되고 고풍스럽게 바뀐 브롬 도시.

다른 도시들은 좀 더럽거나, 별로 외관이 좋지 않은 게 대부분인데 천마가 다스리는 브롬 도시는 그 인식부터가 확연히 달라졌다.

솔직히 다른 길드들은 성의 외적인 모습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그냥 바실레이아 대륙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똑같이 유지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천마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성 외관과 내부 모습을 싹 바꿔 버렸다.

“나 여기 사진 찍어줘!”

“나도!”

“자기야. 나 이 비단옷 살래.”

“오. 나 저런 술집 무협 영화에서 본 거 같아. 꼭 저런데 들어가면 싸움 나더라.”

무협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화려한 풍경에 플레이어들은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관광을 하는 등, 브롬 도시는 갑자기 늘어난 플레이어들 덕분에 성행을 이루고 있었다.

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모두 몰려가 장사를 하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성 안에 세금이 쌓여만 갔다.

그렇게 천마가 성 내부를 관리한지 5일째가 되었을 때였다.

“흠. 이상하군.”

“왜?”

“분명 본좌가 성에 있는 돈을 전부 다 써 버렸는데, 다시 원상 복귀가 되었구나.”

성의 영주가 내정에 쓸 수 있는 골드가 존재한다. 그래서 천마는 아낌 없이 그곳에 있는 걸 전부 다 써 버려 창고를 통째로 비워 버렸는데, 어느 순간 돈이 다시 차 버렸다.

“당연하지. 지금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세금도 걷고 통행세도 걷고 있잖아. 그 사람들이 그 돈을 다 내서 그래.”

“본좌가 세금과 통행세를 제일 낮게 설정했다만.”

“그만큼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고 있어.”

브롬 도시에 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천마는 유저들에게 돈으로 부담을 줄 수 없다며 통행세와 세금을 낮출 수 있는 만큼 낮춰 버렸다. 그 덕분에 다른 성에 비해 1/10 밖에 걷지 않아 더욱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었다.

상인들도 세금이 별로 들지 않으니, 브롬 도시에 아예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는 것.

덕분에 텅텅 비어 있었던 창고가 다시 두둑이 차올랐다.

“뭐, 잘 됐구나. 본좌가 너무 다른 곳에만 돈을 써서 어떡하나 싶었는데.”

“또 뭐 만들려고?”

“훈련장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훈련장은 이미 있잖아.”

“그건 너무 작다. 본좌의 무사들이 그리 나약하게 있게 만들 순 없지! 더욱 크게 증설을 해서 많은 이들이 무술을 배울 수 있게 할 것이다.”

천마는 잠깐 쉬려 했던 걸 뒤로 하고 다시 내정 시스템에 들어가 훈련장 증설에 나섰다. 그리고 창고를 전부 다 털어 버렸다.

“그, 그걸 다 쓰게?”

“후후. 이 바실레이아 있는 그 어떤 훈련장보다 더 크고 웅장하게 만들어 주지.”

이러다가는 그렇지 않아도 소도시에 불과한 브롬 도시가 온통 훈련장이 될 것만 같았다.

천마가 새로 돈을 투자하자 도시 안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던 플레이어들은 뭔가 쌓아 올려지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저기 봐.”

“뭔데 저렇게 높이 짓는 거지?”

“높이만 높은 게 아니고 크기도 큰데?”

“무슨 탑이라도 만드나?”

“마법사의 탑인가?”

내정 관리를 하게 되어 건축 모드를 하게 되면 원하는 건물이 빠르게 올라가게 된다.

특히 이 모드에 같은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생각을 미리 읽고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화 해 주는데, 덕분에 천마는 천마신교에 있었던 훈련장과 비슷하고 더 크게 만들 수가 있었다.

“워······. 훈련장이 높네?”

“음. 저곳은 나중 훈련을 위한 것이고, 일단 기본적인 건 이곳에서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본좌가 검술을 알려 주는 게지. 이런 방법으로 본좌는 천마신교에 있을 적에 수만 명의 무사들을 교육시키곤 했다.”

무슨 훈련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강은 천마가 단단히 각오를 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때마침 훈련장의 고객이 될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멈춰라! 이곳은 아직 들어갈 수 없다!”

“여기가 뭔데요? 마법사의 탑인가요?”

“저 마법사인데, 들어가면 안 돼요?”

거대하게 지어진 마법사의 탑인 줄 알고 플레이어들이 모여든 것. 더욱 웃긴 건 마법의 신 신전에 있던 NPC 마법사들도 저것이 마법사의 탑인 줄 알고 모여 들었다는 것이다.

“마법사의 탑을 보고 영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오오. 역시, 마법의 신께서 선택하신 분. 거룩하게도 이런 웅장한 마법사의 탑을 만드시다니. 부디 그분을 만나 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게 해 주십시오.”

마법사들까지 합세했지만, 무사들은 절대 비켜 줄 수 없다며 물러날 것을 명령했다. 그렇게 그들이 실랑이를 벌일 때 천마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오. 천마님이다!”

“천마님!!”

“저도 마법사의 탑에 데려가 주세요!”

애써 웅장하게 만들어 놓은 훈련장을 마법사의 탑으로 몰아가다니. 천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마법사의 탑이 아니다! 어딜 봐서 여기가 마법사의 탑이라는 것이냐?”

“대륙의 영웅이시어. 저것이 마탑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마법의 신전 신관의 물음에, 안 그래도 그쪽 부류의 인간들을 싫어하던 천마가 더욱 인상을 찡그렸다.

“마탑이 아니고 본좌가 직접 만든 천마신교의 훈련장이다!”

“오오. 그렇다면 저곳에서 마법을 수련하는 것입니까?”

“그놈의 마법! 본좌는 마법 따위 취급하지 않는다!”

“······!”

천마의 발언에 충격을 받은 신관들.

그들 중 어떤 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 고꾸라지기까지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리기 바빴다.

“역시, 천마형. 딜이 그냥 폭격기 수준이네.”

“극딜 쩐다.”

“이젠 사자후로 마법사들을 쓰러뜨리네.”

천마는 마법사들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천마신교의 일원이라면 모두 훈련장 안으로 들어오거라. 본좌가 직접 훈련시키며 최고의 무사로 길러 줄 것인즉.”

“오오-! 진짜에요?”

“나도 형한테 배울래!”

“저도 열심히 하면 형처럼 될 수 있어요?”

플레이어들의 격한 반응에 본좌는 고개를 저었다.

“백날 수련해봤자 본좌처럼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천마신교의 무사라는 자부심이 생기게 해 줄 순 있다. 그러니 모두 들어오너라.”

“가즈아!”

“저도 천마신교 길드원이에요!”

“나도 알려줘요!”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마냥 천마를 선두로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따라 나섰다. 그 광경을 보던 천강은 혀를 짧게 찼다.

저곳이 도살장인지도 모르고 따라 나서는 어린 양들을 보는 기분이랄까.

천강은 과연 천마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끔찍한 지옥으로 몰아 넣는지 보기 위해 구경했다.

“자. 모두 목검을 들어라.”

넓은 공터에 들어오자 천마는 뒤에 마련되어 있는 목검을 가리켰다. 이미 훈련장 내부에는 천마가 미리 배치한 무사들이 줄지어 있었다.

내정 모드에서 천마가 일정 돈을 지불하면 잘 훈련이 된 기사들을 뽑을 수가 있는데, 이들은 미리 천마에게 지옥 훈련을 다시 받아 기사가 아닌, 새로운 천마신교의 무사로 거듭난 상태였다.

지금 그들은 이 성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닌, 이곳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 들어온 플레이어들을 교육할 조교들이었다.

“목검을 들었으면 빨리 움직이거라!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한다면 적이 쏘는 화살에 맞아 죽을 게 뻔하다!”

천마의 호통에 깜짝 놀란 플레이어들은 후다닥 움직여 목검을 잡았다.

“본좌가 검을 잡고 휘두르는 기본적인 걸 가르칠 것인즉, 모두 본좌를 따라 하거라.”

천마는 아주 절도 있는 모습으로 목검을 휘두르며 시범을 보였다.

천마가 보여 주는 검의 움직임은 매우 간단했다.

베고, 막으며, 찌른다.

세 가지 동작 뿐이지만, 그것을 따라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는 절도가 없어 보였다. 그러자 천마는 또 한번 호통을 쳤다.

“그런 식으로 해서 적을 벨 수 있겠느냐! 더욱 힘차게! 상대를 일격에 죽인 다는 생각으로 휘두르거라!”

“네, 넵!”

“너희들도 똑같다! 이런 엉망인 자세로 무얼 배우겠다고!”

위협적인 천마의 목소리에 플레이어들은 움츠러들며 검을 휘둘러댔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꾀를 부리면 매의 눈으로 돌아다니고 있던 무사들에게 걸리곤 했다.

그들도 천마 못지않게 강압적인 자세로 플레이어들을 다그쳤다.

“지금 그걸 검술이라고 하는 겁니까?”

“기본이 부족하시군요. 그렇게 해서 적을 벨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착각입니다.”

“그런 허술한 자세로 목검을 잡다니.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으신 분이군요. 당신이라면 뭘 해도 엉망일 겁니다.”

존대말로 독설을 퍼붓는 터라 플레이어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포기하고 그만 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나 이제 나갈래요.”

“이러려고 온 게 아니야!”

“난 또 스킬이라도 알려 주는 줄 알았잖아!”

그러자 천마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아직 훈련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간다고?! 정신 상태가 썩었구나!”

천마의 호통과 동시에 그들 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천마신교 훈련장 효과가 발동됩니다.]

[훈련장을 운영 중인 천마의 허락 없이는 이곳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치 훈련을 모두 완수하신 뒤에야 나갈 수가 있게 됩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나가려고 하면 천마신교 자동 탈퇴 및 성 밖으로 방출되게 되며, 무사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제야 플레이어들은 깨달았다.

그들은 화려한 모습에 속아 개미지옥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는 것을.

“장난 아닌데.”

그 모습을 재밌게 보고 있던 천강은 이러다 플레이어들이 단체로 반발하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섰다.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부교주님.”

“응? 아. 나는 그냥 참관만······.”

그러다 무사 하나가 천강에게 다가와 도끼눈을 치켜떴다.

“그럴 순 없습니다. 어서 들어오셔서 모범을 보이십시오. 지존께서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부교주님께서 참가를 하지 않는다면 신교 안의 규율이 무너지고 맙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참관만 한다니깐?”

무사 하나가 아니라 여러 명이 천강 앞에 달려가 압박을 하자, 천강은 하는 수 없이 목검을 들었다.

“아우는 본좌의 옆으로 오너라. 너도 이제 천마신교의 부교주가 아니더냐. 마땅히 모범을 보여야지!”

“······.”

천강은 괜히 구경한다고 들어온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꼼짝 없이 천마의 훈련을 견뎌야만 했다.

< 91화. 지옥 훈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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