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국뽕 신교? >
극한의 컨셉충 90화.
천마신교의 부활이라는 글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았다.
어쩌면 사람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이 드디어 성사된 것인지도 모른다.
천마의 팬이라면 누구나 천마신교가 부활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해 드디어 천마가 천마신교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천마신교가 만들어지면 전 바로 가서 가입할 겁니다!”
“저도요!!”
거리에 기자들이 나가 인터뷰를 해 봐도 대부분이 천마신교에 가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고레벨 유저들은 대다수가 길드에 가입되어 있어 천마신교에 가입하는 건 대부분 초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천마신교는 만들어지자마자 집중 공격을 받아 업성지고 말 겁니다.”
“그딴 길드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아요. 솔직히 여러분. 고레벨 유저가 그런 컨셉충 길드에 왜 들어가겠습니까? 바실레이아 대륙은 돈과 연결이 되어 있어요. 돈도 안 되는 곳에 들어간다?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천마신교는 지금 반짝 이슈가 되어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도태되어 사라지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시간 낭비 하지 마시고 그런 곳은 안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몇몇 BJ들은 천마신교에 대해 악평을 내놓으며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에게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이 꼭 틀리다고 볼 수 없었다.
지금처럼 대형 길드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신생 길드가 들어와 세력을 넓히려 한다?
다른 길드들이 분명 견제를 하려 할 것이다.
“조심해야 할 건 이 정도.”
“그렇군.”
그런 문제점을 천강은 사전에 천마에게 알려 주었고, 천마는 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위대한 영웅이시어. 당신을 믿고 따르는 자들을 위해 길드를 만드시겠습니까?”
“그래. 본좌는 천마신교를 부활시킬 것이다.”
“영웅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천마는 그런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천마신교를 일으킴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길드를 만드는 신전으로 가서 공식적으로 새로운 길드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만들어졌나?”
“오. 된 거 같은데?”
“와! 드디어 나왔다!”
“나 들어갈래!”
그렇지 않아도 천마가 곧 길드를 생성한다는 방송을 보고 따라온 플레이어들이 벌써부터 진을 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윽고 천강이 플레이어들 앞에 서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드디어 오늘 천마신교가 세워졌습니다!”
“우와아아-!”
“가입은 바로 받는 건가요?”
“저도 받아 주세요!”
그들은 부길드장으로 되어 있는 천강에게 가입 신청서를 보냈고 순식간에 1만 개가 넘는 신청서에 천강은 정신이 없었다.
“형. 어떡하지? 지금 가입 신청한 사람이 3만 명이 넘었어. 점점 더 늘어날 거 같은데. 어떡하지?”
이제 막 길드가 만들어졌는데,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이 3만 명이 넘는다. 아마 이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될 터.
“전부 다 받거라.”
천마는 숫자가 얼마나 되었든 다 받아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들어온다고 해서 천마신교의 중요한 일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본좌가 레벨에 따라 등급을 정해 놓았다. 만약 그 등급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승급을 신청하면 된다. 본좌가 직접 보고 판단하여 승급을 결정할 것인즉, 모두 그렇게 알도록.”
천마는 가입을 신청한 플레이어들에게 천마신교 안에도 등급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 주었다.
그 등급이라는 건 실제로 천마가 무림에서 썼었던 것이었다.
* 천마신교
‘본좌는 천마다’에 의해 만들어진 길드.
-천마신교에는 각 경지에 따른 총 7개의 등급이 존재합니다.
1) 지존(교주) - ‘본좌는 천마다’
2) 부교주 ? 천강
3) 대호법 ? 미정 (승급을 통해 단 1명만 대호법이 될 수 있음)
4) 대장로 ? 미정 (승급을 통해 단 1명만 대장로가 될 수 있음)
5) 장로 ? 미정 (인원 제한 없음. 지존 혹은 대장로가 결정함.)
6) 천마검대 무사 ? 미정 (레벨 200 이상, 혹은 승급을 통해 임명 가능)
7) 일류 무사 ? 미정 (최하위 등급)
총 7개의 등급으로 나뉘며 이 등급은 추후 수정이 가능하여 늘어날 수 있습니다.
천마신교에 가입을 하게 된 플레이어들은 천마신교 안에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하지만 레벨 200 이상이 되는 플레이어가 그리 많지 않아 대부분 일류 무사라는 등급을 얻게 됐다.
“가입자가 총 3만 5천 명에 천마검대 무사 등급을 받은 사람은 500명 정도야.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적네.”
가입자에 2퍼센트 수준도 되지 않는 인원이 레벨 200이 넘었다. 그중 가장 높은 레벨이 270.
다른 길드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밸런스였다.
“이 바실레이아 온라인이란 게임은 단순히 레벨로 하는 게 아니지 않더냐.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아니야, 형······. 그건 형한테만 적용되는 얘기고. 원래 레벨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직업이랑.”
“흠. 아무튼, 본좌가 있으니 괜찮다.”
천강은 걱정부터 앞섰다.
천마신교가 세워진다는 것을 듣고 날을 세우는 길드들이 얼마나 많던가. 만약 그들이 작정하고 연합해 천마신교를 무너뜨리고자 한다면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죽임을 당할 터.
그렇게 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천마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그걸 여론 삼아 화살을 사방에서 쏘아댈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천강이 전혀 예상하지 못 하는 쪽으로 기울였다.
* * *
천마신교가 마침내 세워졌다는 소식이 SNS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가입 신청서를 보냈다.
그것도 무려 30만이나!
단 며칠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숫자에 천강은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리고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뭐다? 천마신교다.]
-솔직히 언제까지 양키 새끼들이 대륙 정복하는 거 가만히 두고 봐야 하냐? 이제 우리가 먹어 버리자.
-진짜 우리나라 출신 길드는 대부분 짱개 새끼들한테 먹혀서 개빡침
-우리가 대륙을 먹어야 된다. 천마신교가 답이다. 그것 밖에는 없다.
어느 날 커뮤니티에 한 회원이 바실레이아를 플레이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천마신교로 들어오라는 글을 올렸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갑자기 여론이 국가전으로 번지게 되었다.
천마신교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일부 네티즌들이 애국심을 내세운 것인데, 이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우리는 설 자리를 잃었다. 저번에 기억하냐?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몇몇 길드들이 일본 길드한테 다 깨져 버린 거. 정말 국가적 망신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걸 만회할 때가 되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서로 찢어져 있지 말고 한 곳에 모여 결속력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실레이아 대륙은 판테온의 네브레 길드와 그 외 중국 계열 길드들이 대륙을 점거하면서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이번 기회에 천마신교로 모여 들어 우리나라의 힘을 보여 주자고 의견을 모으는 것이었다.
-이걸 애국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항상 그 어떤 게임이든 탑을 달리고 있지 않았습니까? 바실레이아 온라인에서도 우리가 탑을 먹도록 합시다!
-모두 천마신교로 모여 주세요! 그동안 중국, 미국, 일본 플레이어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받았습니까? 이제 우리가 되갚아 줄 때입니다!
-천마님이야 말로 우리의 새로운 돌파구입니다! 바실레이아 대륙에서 고통 받던 플레이어들 전부 모이십시오! 우리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 주는 겁니다!
지금까지 바실레이아 대륙은 한국인의 영향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소외당하기 일쑤였다. 이제 그런 설움을 벗어 던지고 당당히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대한민국 플레이어 중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천마를 그들의 지도자로 선택했다.
[천마형이 지금까지 보여 준 업적을 보면 분명 뭔가 또 터트리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구경꾼에 불과했지만, 이제 천마형과 함께 대륙을 정복해 나가자!]
[천마신교가 나왔다는 건 뭐다? 여기서도 무림에서처럼 천하통일을 하겠다는 거잖아. 우리도 동참해서 대륙 곳곳에 대한민국 깃발을 꽂아 보자!]
이런 심한 국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러한 네티즌들의 움직임을 비난했다. 하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 의견에 찬동했다.
갑자기 여론이 이렇게 바뀌어 버리자 천마신교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무작정 까대던 BJ들도 태세 전환을 해 버렸다.
“저 오늘 천마신교 가입하러 갑니다!”
“3년 동안 몸 담았던 길드에서 이제 그만 탈퇴하고 천마신교로 들어가려 합니다.”
“오늘 제 길드, 문 닫았습니다. 우리 길드원 전원 천마신교로 들어갑니다.”
소규모 길드들은 전부 천마신교에 흡수되었다. 그러나 영지를 소유하고 병력까지 가지고 있는 중형, 대형 길드들은 이런 여론에 흔들리지 않았다.
“야이 미친놈들아. 적당히 좀 해. 천마가 무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길드야. 그 새끼 컨셉이 중국 무협인데!”
“맞아! 도대체 다들 뭔 생각인 거야! 이런다고 해서 우리나라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세계 정상이 될 거 같냐?”
천마신교 열풍으로 가입자 숫자가 뚝 끊어지고 기존에 있던 플레이어들까지 대거 이탈하자 대형 길드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그들은 천마 컨셉이 중국 무협인데, 무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드냐며 공격했다. 또한 아직 영지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천마신교에 들어가 봤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공격적인 홍보를 이어 갔다.
그러나 그동안 다른 나라에게 당한 것이 많아 참고만 살았던 플레이어들은 점점 천마신교로 몰려 들었다.
“이게 뭐야······.”
어느덧 신청자 숫자는 45만 명에 육박했다.
“이걸 다 받아야 하는 건가?”
어차피 길드 가입 숫자는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을 다 받게 되면 천마신교의 회원 숫자는 총 50만 명이 된다. 순식간에 대한민국 최대 길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냥 받거라. 뭘 그리 고민하느냐.”
“그렇긴 한데······ 워낙 숫자가 많아서. 거기다가 우리 길드는 딱히 할 게 없어. 관리 중인 영지도 없고.”
“흠. 영지는 꼭 필요하긴 하지.”
몇몇 길드에서 천마신교에 흡수될 때 딸려온 영지가 있긴 하지만,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대륙의 영웅이시어. 당신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두 사람이 갑작스레 늘어난 길드원 숫자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제국 기사단이 그들에게 찾아왔다.
“저는 위대한 브리쉘 제국의 5 기사단을 맡고 있는 레비에트라고 합니다. 영웅께서 새로운 길드를 만드셨다는 소식을 듣고, 대륙을 구한 영웅을 위해 황제 폐하께서 큰 상을 내리셨습니다.”
스스로를 레비에트라고 밝힌 기사단장은 황제가 내린 칙서를 천마에게 건넸다. 그 칙서를 천마가 잡자마자 시스템 창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브리쉘 제국의 황제가 모험가님의 활약을 기리며 포상을 내렸습니다.]
[제국의 황제는 당신을 브롬 도시의 영주로 임명했으며, 앞으로 그곳은 천마신교 길드에 의해 통치 받습니다. 단, 그 도시는 브리쉘 제국의 소유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브롬 도시? 마타하니 도시 바로 옆에 있는 곳이잖아. 지금 거길 뚝 떼어 준 거야?”
마타하니 도시처럼 큰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곳이면 충분히 천마신교의 본거지가 될 만했다.
“브리쉘 제국의 소속인 만큼, 언제든 뺏어 가겠다는 것이군.”
“뭐, 그런 조항이 있긴 하지만, 특정 플레이어에게 영지를 하사하는 건 그곳 치안을 맡긴다는 얘기니깐. 상부상조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천마신교의 본거지를 정하지 못 하던 와중에 제국의 황제가 큰 선물을 내려줬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을 구한 영웅인데 당연한 포상이었다.
“우리가 돈이 어느 정도 있지?”
“돈? 그건 영지를 받은 다음에 알 수 있어. 그건 왜?”
“몰라서 묻느냐. 천마신교를 일으켰으면 얼른 훈련장부터 만들어야지. 비록 길드원 숫자는 많지만, 나약한 것들은 본좌가 전부 쳐낼 것이다!”
“······응? 쳐낸다고?”
“탑에서 보았겠지? 천마신교는 막강한 곳이다. 나약한 것들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지. 본좌가 직접 훈련을 시켜 약한 자를 강하게 만들어 주려 한다.”
천마는 길드원들과 인사를 하는 것보다 먼저 훈련장부터 만들어 스파르타식 훈련을 할 생각에 들 떠 있었다.
“이거 잘하면 대거 이탈자가 나올 수도······.”
훈련장이 완성되고 모든 길드원들이 강제 소환되어 지옥의 훈련을 받게 되면 그중 절반은 길드를 탈퇴하게 될 거라고 천강은 예상했다.
< 90화. 국뽕 신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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