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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84화 (84/140)

84화. 전투의 끝

극한의 컨셉충 84화.

“야. 아직 퀘스트 실패 안 떴지?”

“그렇다는 건 천마만 잡으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거잖아?”

“그러네?”

지휘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플레이어들은 이번 퀘스트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항상 칼 같이 나타나던 시스템 창이 잠잠했다.그 뜻은 아직 퀘스트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천마만 죽이면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야. 죽여!”

“저걸 잡아야 우리가 다음 층으로 올라간다!!”

“잡아라!!”

천마만 잡으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천마에게 눈이 뒤집혀 달려 나갔다.

혼돈의 탑으로 들어온 이상, 누구라도 이 탑의 끝을 보고 싶어 할 테니까.

“가주님의 원수다!!”

“가주님의 복수를 할 것이다!!”

남궁세가 무사들은 남궁현의 죽음을 크게 분노하며 플레이어들과 함께 달려들고 있었다.그런 그들을 천마 홀로 싸워야만 했다.

“오너라.”

천마는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칼을 바닥에 꽂았다.

쿠웅-!!

둥근 파동이 넘실거리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윽고 그 파동에 맞은 병사들은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서로 엉켜 넘어지고 말았다.

콰콰콱-!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치 수십, 수백 발의 화살이 사방으로 쏘아 나가는 것처럼 퍼져 나가니, 그것에 맞은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이딴 스킬이 어디 있어!”

“으아악!”

그것들은 방패를 든 병사들마저 뚫어 버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그렇게 한 차례 웨이브가 끝이 났다.

천마가 보여 준 위력에 뒤따라오던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뒤지면 전쟁을 이겨도 혼돈의 탑 밖으로 쫓겨나는 거잖아.”

“2번 죽으면 그렇지. 나 1층 때 한 번 죽어서 여기서 또 죽으면 아웃이야.”

“나돈데······.”

그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천마에게 덤비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고기 방패로 먼저 나서서 죽게 되면 전쟁에 승리해도 다음 층으로 올라가지 못 하기 때문.

“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놈을 공격하라니깐!”

“너부터 공격하세요. 우리한테 시키지 말고.”

“뭐, 뭐야?! 이놈들이 감히!”

플레이어들이 명령을 거부하며 싸우려 들지 않자 화가 난 장로들 중 하나가 칼을 뽑아 휘둘렀다.

그로 인해 플레이어 하나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게 되었다.

“컥-!”

“N, NPC가 공격한다!”

“뭐야. 같은 아군 아니었어?”

“왜 공격을 하고 지랄이야!”

그에 격분한 플레이어들이 칼을 휘두른 장로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전장이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어 적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개싸움이 시작됐다.

“누, 누가 적인 거야?!”

“야! 플레이어들끼리 싸우지 말고 NPC만 죽여!”

“몰라. 그냥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죽여 버려!”

플레이어들과 NPC들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천마는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서로 죽이기에 바쁜 저들을 바라만 보던 천마.물론, 그들 중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천마가 방심한 틈을 타 달려들려 했다.

“우리가 저놈을 잡는 거야.”

“천마만 잡으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 그리고 엄청난 보상도 함께 주겠지.”

“뒤를 노려.”

그들이 슬금슬금 천마의 뒤로 다가가려는 찰나.

“혀어엉-!!”

콰콰콱-!

“커헉-!”

“크악!”

천마 찾아 삼만 리를 하고 있던 천강이 마침내 도착하여 그들을 먼저 덮쳐 버렸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천마에게 달려가다 보니 천마의 뒤를 노리는 자들과 부딪히게 된 것이었다.

“응? 아우는 언제 왔느냐.”

“진천 그 양반이 도끼눈을 뜨고 형을 따라가라고 하잖아. 진짜 한참을 찾았네.”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어. 그런데 여기 뭔 상황이야? 왜 서로 싸우고 있어?”

천강은 개싸움이 벌어진 전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같은 편 아니었어?”

“무늬만 같은 것일 뿐.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니 충돌할 수밖에.”

천마는 도저히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저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전쟁도 이렇게 끝이 나려는가 보구나.”

“일단 우린 여기서 나갈까?”

“아니. 진천이 곧 병력을 데리고 올 테니, 그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겠지.”

내부적으로 분열된 적은 제 아무리 많은 숫자라고 해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

천마는 난장판이 된 전장 안으로 직접 뛰어 들었다.

“천마다!”

“뭐, 뭐야!”

“갑자기 형이 왜 여기서 나와!?”혼전 속에 뛰어든 천마는 당황해 하는 플레이어들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 버리고 싸움을 주도해 나갔다.

이미 적군과 아군의 개념이 사라져 오직 제 한 몸만 지키겠다며 싸우는 플레이어들은 당장 뒤에서 날아오는 칼도 막기 힘들어 하는데, 마주오는 천마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다.

이런 혼전은 천마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폭발적인 빠르기의 검무를 선보이며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있었다.

“덤벼라-!!”

천강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고함을 지르며 병사들에게 뛰어갔다. 당연히 천마의 뒤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한참 뒤쳐졌지만 말이다.

“서로 싸우지 마라!!”

“우린 같은 편이다!!”

“싸우지 마!! 우리의 적은 저곳에 있다!”

계속되는 혼전 속에 NPC들 중 지휘 능력이 있는 몇몇 무사들이 혼란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효과를 조금 보고 있었는지, 차츰 싸움이 멈춰 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천마는 적진 한 가운데에서 날뛰는 중이라 그들에게까지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목소리가 닿는 순간, 천마의 검도 번뜩이며 날아오기 때문이다.

“적은 저곳에 있다!”

“천마를 잡아라!! 지금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놈을 죽여라!”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은 그 명령에 따라 천마를 포위했다. 그리고 천마도 남궁현과의 싸움 때문에 힘을 거의 다 써 버린 상태라 위험한 수준이었다.

“본좌를 쓰러뜨리면 무한한 영광을 얻을 것이다. 그러니 오너라. 전부 상대해 주마.”

그럼에도 천마는 물러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다렸던 구원군이 당도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

“지존을 호위하라!!”

“더러운 정파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진천이 급히 끌고온 무사들은 함성과 함께 적의 본진을 쳐 부수며 휩쓸기 시작했다.

워낙 급하게 오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진법도 갖추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돌격이었다.

그러나 이게 가장 효과가 있었다.적들도 구원군이 올 거라는 대비를 미리 하지 않아 후방이 뻥 뚫린 상태였던 까닭이다.

“지존!!”

천마가 있는 곳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진천은 무사들과 함께 천마 주변을 빙 애워쌌다.

“저게 다 천마신교 무사들이야?”

“야. 이거 진 거 같은데?”

“미친. 이걸 이렇게 진다고?”

“팀운 좆망이네.”

천마신교 무사들이 폭풍우처럼 달려와 사방을 쓸어버리고 있는 것을 본 플레이어들은 망연자실했다.

“지존. 괜찮으십니까?”

“그래. 본좌는 괜찮다. 생각보다 빨리 와 주었군.”

“미리 귀띔이라도 해 주셨다면 준비를 해 놓았을 텐데······.”

“미안하다. 본좌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진천은 저 앞에 보이는 남궁현의 시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천하오검 중 하나인 남궁현을 쓰러뜨리신 겁니까?”

“본좌를 그냥 보내주지 않더군.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게 좋군. 불필요한 희생을 줄였으니까.”

남궁현의 말대로 정말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천마의 기억대로라면 낙양 전투는 굉장히 힘들고, 참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했던 싸움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전투가 흘러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본좌가 약속을 지켰구나. 널 죽지 않게 했으니까.”

“지존께서 천하를 일통하시는 그날까지 전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을 겁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때는 그렇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꼭 그래 주었으면 좋겠군.”

천마는 진천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진천은 전쟁을 마무리 하고자 병력을 지휘하며 일사분란하게 잔병들을 처리해 나갔다.

“여기서 도망쳐도 소용 없겠지?”

“도망쳐도 전쟁에서 패배하면 자동 탈락이잖아.”

“시발. 그래. 죽여라 죽여.”

포기한 플레이어들은 아예 무기를 내려놓고 목을 쑥 내밀기까지 했다.

“항복!! 나 오늘부터 천마신교 무사할게요!”

어떤 이들은 투항을 하며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한번 싸움이 시작되면 포로는 남기지 않는 것이 천마신교의 법칙이었다.

“모두 죽여라!”

“항복하는 놈도 남겨 두지 말고 죽여라!”

진천의 살벌한 명령을 무사들은 곧장 따랐다. 그리고 대단한 난전이 될 것만 같았던 전투는 고작 하루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혼돈의 탑 2층의 시험이 끝났습니다.]

[천마신교의 승리로 마무리가 되었으며, 탈락자들은 탑에서 방출되고 승리자들은 다음 층으로 자동 이동됩니다.]

아직 모두를 죽여 놓은 건 아니지만, 시스템은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탑의 시험을 종료시켰다.

“으아아아!! 시발!!”

“나도 3층으로 데려가 줘!!”

“억울해!! 뭐 해 보지도 못했는데!”

패배자들은 갖은 욕설과 아우성을 치며 난리를 피었다. 그러나 시스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들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사라지게 만들었다.

“후우-.”

어떻게 하다 보니 3층까지 올라가게 된 천마는 벌써부터 미간이 찌푸려졌다.

헬라 그놈은 또 뭘로 괴롭히려 들까.하지만 이것이 혼돈의 탑에서 만든 시스템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진천은 플레이어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걸 전혀 모르는 것만 같았다.

“지존. 같이 가시죠. 승리의 기쁨을 모두와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다음 층에서 네가 거기에 있다면 나눌 수 있겠지.”

“지존. 제가······.”

진천이 뭐라 말을 하려는 걸 시스템이 잘라 버렸다. 밝은 빛이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자들을 모두 위층으로 데려가 버린 것이었다.

“또 볼 수 있으면 보자. 진천.”

진천에게는 들리지 않을 인사말을 남기고 눈을 감은 천마였다.

“여기는······.”

어두컴컴했던 곳이 다시 밝아지고 새로운 풍경이 천마를 반겼다.

뭔가 익숙한 공기와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천마는 슬슬 감이 왔다.

[혼돈의 탑 3층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모두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시장. 그리고 높게 솟아 있는 성벽들.

천마는 이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북경인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가지들이 널려 있고, 저 앞에 있는 아성은 황실이 머물고 있는 궁궐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화려하게 아성을 지어 놓을 리 없다.

“황제의 사치가 극에 달아 있었으니까.”

명나라 황제는 온갖 사치를 부리며 백성들의 생활 따위는 나 몰라라 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내가 북경에 있다는 건······.”

천마는 기억을 되새겨 보며 자신이 왜 북경에 있는지를 계산해 보았다. 그런 것도 잠시.

“그대가 천마신교의 수장, 천마인가?”

우락부락한 명나라의 병사들이 천마에게 다가왔다.

그들을 보자마자 천마는 깨달았다.

“시간이 또 3년 정도 흐른 모양이군.”

낙양 전투가 끝나고 3년이 지난 후에 천마는 북경에 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명나라에서 가장 귀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폐하께서 널 찾으신다.”

“반항하지 말고 따라오도록.”

병사들은 혹시라도 천마가 허튼 짓을 할까 사방에 병력을 배치해 둔 상태였다. 이미 그를 겨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던 궁수들도 있었다.

“그래. 인도하거라. 너희들의 황제에게.”

천마의 허락에 병사들은 그를 데리고 황제가 있는 궁궐로 이동했다.백성들은 그것을 구경했고, 그 안에는 플레이어들도 섞여 있었다.

‘이번에는 황군과의 싸움인가.’

천마는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황제와의 만남까지는 괜찮으나, 이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낙양 전투 때와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피가 흐를 싸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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