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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78화 (78/140)

78화. 혼돈의 탑

극한의 컨셉충 78화.

“혼돈의 탑이 왜 벌써 나오는 걸까요?”

예정되었던 스케쥴보다 더 빨리 나타나게 된 혼돈의 탑. 천강은 그에 대해 시청자들과 열띤 토론을 이어 갔고, 천마는 헬라가 또 뭔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적이 있던가?

-시스템이 언제 하겠다고 하면 시간은 꼭 지켰는데.

-요즘 좀 이상함

-천마형 때문인가?

-천마형이랑 판테온이 만나서 그러는 걸 수도?

시청자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지만, 그럴싸한 건 없었다. 오히려 다들 기다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물론, 천마는 전혀 들어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천마님. 그래도 혼돈의 탑이 나타나는 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혼돈의 탑이 1시간 뒤에 나타난다는 시스템 창이 나오고 나서 어디에 혼돈의 탑이 등장하게 될지 지도도 보여 주었다.

그 위치로 이동하면 혼돈의 탑으로 갈 수 있는데, 시스템이 편의를 위해 각 도시마다 포탈을 열어 곧장 혼돈의 탑 쪽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각 도시마다 포탈이 열렸습니다. 이제 혼돈의 탑이 있는 장소로 빠른 이동이 가능합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천마는 천강의 부탁에 따라 도시에 있는 포탈을 타고 이동했다.

“우와. 사람이 굉장히 많네요?”

포탈에서 나오자 수많은 인파가 한 장소에 몰려 있었다. 그들은 마치 큰 전광판처럼 뻗어 있는 마법 양피지를 통해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어? 저거 천마님 아니야?”

“천마님이다!”

“천마다!”

혼돈의 탑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포탈에서 나오는 천마를 알아보고 그가 있는 쪽으로 몰려왔다.

천마가 나타났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천마 주변으로 인파가 넘쳐났다.

“천마님!!”

“천마형!! 나 형 광팬이야!!”

혼돈의 탑이 곧 나타난다는 것도 잠시 잊은 듯, 사람들은 천마를 직접 보았다는 것에 열광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을 뽑으라면 자연스레 천마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던가.

그에 따라 천마에게 예능 출연, 혹은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천마는 모두 거절했다.

그것 때문에 신비주의까지 겹쳐져 천마는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었다.

“천마님!! 짧게 인터뷰 가능할까요?!”

“천마님! 이쪽을 좀 봐주세요!”

마침 촬영을 위해 나와 있던 방송국 직원들도 미친 듯이 그에게 달려왔다.

천마는 무림에서도 그리했듯 짧게 손을 흔들어 주며 허허 웃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 60:00으로 맞춰져 있던 시간이 00:00이 되었다.

[혼돈의 탑을 공개합니다.]

[용감한 용사들이여. 너희들 중 가장 용감한 자만이 혼돈으로 가득 찬 이 탑을 정복할 수 있다. 혼돈의 탑을 정복하는 자,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중후한 음성과 함께 잠시 맵 전체가 안개에 뒤덮였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면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

“혼돈의 탑이다!”

“탑이 나타났다!”

2년 전 갖은 의문을 남기고 사라졌던 혼돈의 탑.

그것이 다시 바실레이아에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가자!!”

“오오오오-!!”

“탑은 내가 정복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유저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 버렸다.

천마 쪽에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은 같이 들어갈 것을 권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본좌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대들이 가서 본좌를 대신해 탑을 정복하고 오너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혼돈의 탑 안으로 들어갔다.

“아우. 너도 아쉬우면 들어가도 좋다.”

“아닙니다. 천마님이 안 들어가시면 저도 안 들어갑니다.”

-ㅋㅋㅋㅋPD 의리 챙기기

-사실은 가고 싶은 거 다 안다

-나도 들어가야징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혼돈의 탑 안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채팅창이 시끄러워졌다.

-아니. 뭐야 이거

-천마형. 이거 아무래도 들어오셔야겠는데요?

-형!! 살려줘!!

-시발 이게 뭐야?!

혼돈의 탑을 구경하느라 조용할 줄 알았던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치며 천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형님들. 뭔 일 있습니까?”

-PD야. 천마형 좀 빨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라

-좆 됐어. 천마형 들어올 때까지 혼돈의 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데?

-천마형이 지정자이기 때문에 천마형이 혼돈의 탑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혼돈의 탑이 시작되지 않는다고 함. 덕분에 우린 나가지도 못 하고 들어가지도 못 하는 신세가 됨

-이게 시발 본격 바실레이아판 연옥이냐?

-살려주셈

“예?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채팅창을 확인한 천마는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헬라가 던져 준 선물을 안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천마를 엮으려 할 줄이야.

이건 안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천마님. 어떻게 하죠?”

헬라가 준비한 함정에 걸려든 플레이어들 숫자만 수십만!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수백만에서 수천만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하-. 어지간히 질척대는군.”

천마는 하는 수 없이 혼돈의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헬라가 저 정도까지 인질을 잡고 있는데, 못 본 척 할 수 없지 않은가.

[혼돈의 탑으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시끄럽고 얼른 문이나 열거라.”

[환영합니다. 지정자님.]

[혼돈의 탑은 지정자에 의해 그 성향이 결정됩니다. 당신의 여정에 신들의 축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천마는 똥 씹은 얼굴로 혼돈의 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몇 가지 시스템 창이 지나간 뒤, 어두컴컴했던 세상에 밝은 빛이 덮어졌다.

“여긴······.”

그리고 세상이 뒤바뀌었다.

그 바뀐 세상에 천마는 온몸이 떨려왔다.

[환영합니다! 바실레이아의 모험가 여러분. 혼돈의 탑 1층을 부디 무사히 클리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계신 이곳은 바로 무림이라 불리는 세계입니다.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하는 곳이니, 불필요한 싸움으로 인해 살해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시스템 공지대로 이곳은 천마가 잠시 잊고 있던 무림 세계였다. 그가 보고 느껴왔던 무림의 모습이 똑같이 탑 안에서 구현되었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천마는 입술을 꾹 깨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뒤에 있던 탑의 입구는 사라지고 술을 팔고 있는 아낙네와 칼을 차고 돌아다니는 어느 가문의 무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 천마님?”

잠시 주변 풍경에 넋이 나가 있던 천마는 천강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천마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여긴 어디일까요?”

“여긴······ 서주성일 거다.”

“서주성이요?”

“그래. 왜냐하면 이곳은······.”

자신의 고향이라는 걸 천마는 밝히지 않았다.

사실, 천마는 자신의 고향이 서주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인지 잘 알지 못 한다. 그는 고아였기 때문에 친부모의 얼굴조차 모르던 까닭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천마는 무림맹에게 강제로 끌려가 살수로써 끔찍한 훈련을 받게 된다.

‘그것 때문에 내가 무림맹을 증오하기도 했지.’

부모가 없는 아이들만을 골라 칼 한 자루만 쥐어 주고 서로 싸우게 만든다. 마교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데, 무림맹 놈들은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 하진 않았다.

“천마님. 뭔가 말씀하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제 뭘 하라는 거지?”

“글쎄요. 곧 있으면 시스템이 뭘 하라고 알려 줄 거 같긴 한데······. 여기가 무림의 세계라니. 신기하네요.”

한창 멘트를 치고 있던 천강은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어? 여기서부터는 방송이 안 되잖아?”

“음?”

“방송이 자동으로 끊겼어. 아무래도 혼돈의 탑에서는 방송 송출이 안 되나봐.”

“스스로 위치를 들키지 말라는 뜻인가?”

“그런 것 같아.”

방송용 목소리를 버리고 다시 본래의 목소리로 돌아온 천강이었다.

“와. 근데 여기 대체 뭐야? 무림이라니. 거기다가 형은 여기가 서주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건······.”

천마가 뭐라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무림의 세계에 오신 무사님들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무림의 구성원이 되어 그 역할에 녹아 들게 될 겁니다.]

[각자 지정된 역할이 있으니, 그 역할에 충실히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는 단 2번. 만약 2번 모두 사망하게 될 경우, 탑에서 자동 퇴장하게 됩니다.]

시스템은 탑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그리고 천마는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사님의 역할이 결정되었습니다. 무사님이 플레이 하셔야 할 역할은 바로 ‘천마’입니다.]

* 천마

무림에 나타난 신흥 세력인 천마신교의 수장!

그는 혼돈에 빠진 천하를 하나로 합쳐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고자 칼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등장을 못 마땅하게 바라보는 무림맹은 그를 마교라 칭하며 대대적인 토벌을 이어갈 것을 천명하는데······.

‘헬라가 말한 선물이 이것이었군.’

이런 식으로 무림에 다시 돌아오게 하다니. 거기다가 아무래도 시간대는 천마신교가 본격적으로 천하를 호령하기 전인 것 같았다.

“형. 형 역할은 뭐야? 나 방금 역할이 정해졌는데, 신곤이라는데? 그것도 천마의 곁을 항상 따라다니는 충직한 호위 무사라고 시스템 창이 설명을······.”

“지존!”

천강이 당황하며 천마에게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수십 명의 무사들이 천마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지존을 뵙습니다!”

천마는 그들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무림맹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던 자들이다.

즉, 이들이 살아 있다는 건 시간이 꽤나 뒤로 역행했다는 뜻이 된다.

“지존께서 말씀하신대로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명령만 내려 주신다면 바로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천마는 잠시 그들을 내려다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수하들의 모습이지 않던가. 그것도 천마와 함께 싸우다 죽은 이들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갔다.

천강은 아직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조용히 천마의 옆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형. 이게 다 뭐야?”

천마는 천강의 말에 답하기 보다는,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무사들에게 말했다.

“점검을 해야겠다. 본좌에게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상세히 고하거라.”

지금 천마는 바실레이아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아닌, 그 당시 천마신교를 일으키고자 했던 천마의 모습이 되었다.

그의 위엄찬 모습이 천강은 화들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예.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

무사가 입을 열자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시스템 창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탑의 시험이 진행됩니다.]

[각자 역할을 맡으신 무사님들을 환영합니다. 이번 탑의 시험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한쪽은 천마신교의 지존, 천마를 따라 승리하는 것. 다른 한쪽은 천마신교를 막아 그들의 야망을 꺾어 내는 것입니다.]

천마는 무사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의 말을 시스템 창이 대신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서주성 전투! 이것은 천마신교가 이 무림에 등장했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전투가 됩니다. 그리고 이 전투의 결과는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천마신교를 무림에 등장시키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들을 막아 무림의 균형을 지켜내시겠습니까?]

천마는 그것을 보고 이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리고 시대가 어느 때인지도.

서주성 전투.

시스템이 설명했던 것처럼 이 전투로 인해 음지에 숨어 있던 천마신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 중 몇은 무림맹으로, 다른 몇은 천마신교로 들어온 게 분명하다.

[절대 스스로의 정체를 들키지 마세요! 만약 들킨다면 살해당할 위협이 큽니다!]

시스템은 그와 같은 경고를 남긴 다음, 이 미친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여러분께 신들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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