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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74화 (74/140)

74화. 선물

극한의 컨셉충 74화.

“이거 놔! 이 더러운 페······!”

퐁당-!

뮤뮤의 입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리치던 어둠의 마법사는 정화의 정수가 용광로 안에 들어가는 소리를 듣고 망연자실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취이이익-!정화의 정수가 용광로 속에 들어가는 건 마치 천마가 저번 날 어머니와 함께 먹었던 소고기가 자글자글 익어 가는 소리와 같았다.

“뮤?”

어느덧 제 모습으로 돌아온 뮤뮤는 다시 크기가 작아져 폴짝 폴짝 뛰어 천마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어둠의 마법사는 자신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네, 네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

그는 천천히 천마에게 다가오며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네가 뭔 짓을 저질렀는지 아냐고!!”

하지만 천마의 표정은 담담했다.“돌아가라. 네놈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니까.”

그 말을 남기고 천마는 어둠의 마법사에게서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사라지는 어둠의 마법사가 남긴 말에 그는 걸음걸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확실해? 내가 아니라 너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닌 건 아니고?”

“······?!”

재빨리 뒤를 돌아보니, 어둠의 마법사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음······.”

어둠의 마법사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천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미안하구나, 아우.”

그는 이미 회색빛이 되어 사라진 천강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그런데 본좌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지키지 못 하다니.”

제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천마는 스스로의 약함을 다시 한번 꾸짖었다.

“정말 다 쓸어가 버렸군.”

신전 안은 초토화가 되어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천마와 뮤뮤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천마도 어둠의 마법사가 그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그러나 놈은 매우 포악하고 잔인했기에 자신의 부하들마저도 한꺼번에 죽여 버렸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터무니 없이 강한 놈이긴 했으나, 스스로가 자멸한 셈이지.”

만약 부하들 중 몇 명이라도 살려 두었다면 천마를 막아 세워 정화의 정수를 떨어뜨리지 못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둠의 마법사는 완벽하게 부활을 하여 대륙을 지배했을 터.

“처음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바실레이아 온라인을 플레이한 뒤로 오늘처럼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천마의 스킬과 뮤뮤의 수호자 스킬, 거기다가 수호자의 검이 가진 고유 스킬까지 사용해 어둠의 마법사가 내련 파멸의 저주를 흡수해 버렸다.그 위력은 어마어마해서 파천황으로 상대에게 돌려주었을 때도 천마의 몸이 뒤로 밀릴 정도였다. 그러나 어둠의 마법사는 그 공격을 맞고도 죽진 않았다.

뮤뮤가 우직하게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정화의 정수를 용광로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너도 고생 많았다.”

“뮤뮤!”

머리 위에서 벌써 자리를 잡고 있던 뮤뮤는 오늘 하루 힘을 다 썼는지 금방 눈을 감고 잠에 빠져 들었다.

천마는 이 작은 녀석 때문에 급히 몸을 움직일 때도 최대한 신경을 써서 뮤뮤가 잠에서 깨지 않게 하는 버릇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제 돌아가 볼까.”

퀘스트는 끝났다.

글로벌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시스템 창도 나왔고, 그에 따른 보상은 제국에서 시상식을 열어 내려질 것이라며 알려 주었다.

또한 어둠의 마법사가 죽으면서 남긴 아이템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그가 끼고 있던 팔찌였다.

뭔가 기분이 나빠 보이는 팔찌였으나, 나중에 동생에게 보여 주기 위해 천마는 챙겨 두었다.

“그럼, 로그아웃을.”

대충 정리를 끝내고 로그아웃을 눌러 게임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음?”

갑자기 천마의 머리 위로 밝은 빛 하나가 쏟아져 그를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 * *

“뭐지?”

“로그아웃을 한 건가?”

“아아. 이렇게 끝이라니. 뭐가 아쉽다.”

천마의 화면이 끊기면서 직원들은 그가 로그아웃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영호 PD의 날카로운 눈은 마지막 장면을 잘 캐치해냈다.

“잠깐. 되감기를 해 봐.”

“예?”

“얼른.”

“아, 예.”그의 말에 다시 직원들은 화면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되감기된 화면에서는 천마가 로그아웃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빛 하나가 그의 위로 내려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어? 이건······.”

“천마는 지금 로그아웃을 한 게 아니야. 저 이상한 빛이 내려와서 화면이 끊긴 거지.”

“저게 대체 뭔데요?”

“그걸 이제부터 너희들이 알아봐야지. 저게 대체 뭔지 라인 다 돌려서 알아 봐.”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불이 났다.

[아. 오늘 잠 못 잔다.]

-천마형 고맙습니다. 덕분에 전 안 죽고 살았어요.

-와 진짜 글로벌 퀘스트까지 깔끔하게 클리어하네. 이 정도면 레알 역대급 아닙니까?

-천마형 사랑해

[근데 오늘 방송 끊긴 타이밍이 좀 이상한데?]

-천마 형이 로그아웃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이상한 빛이 내려쬐던데. 그게 화면을 끊기게 만든 것처럼 보임.

-잉? 걍 로그아웃 한 거 아니었음?

-루머 생산 자제 좀 ㅇㅇ

-아냐. 나도 봤어. 천마 형 로그아웃 한 거 아니었음. 로그아웃 하려고 하는 순간에 뭔가가 내려와서 형을 데려갔던 거 같던데.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도 천마가 사라지는 장면을 포착한 듯했다. 그에 따라 의견이 갈렸고 해명을 요구하는 게시판도 많아졌다.

PD도 천마의 마지막 장면이 뭔지 매우 궁금했으나, 지금은 재방송 편성에 들어가는 걸 집중했다.

이번 생방송으로 인해 짧게나마 시청률 대박을 쳤고, 재방송까지 편성해 방영한다면 더욱 쏠쏠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퀘스트가 클리어 되면서 각 도시를 공격하던 어둠의 군단도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기쁜 소식도 들어왔다.

“지금 보이시는 이곳은 방금 전까지 드래곤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하던 라칸 도시입니다! 하지만 대륙의 영웅 천마님의 승리로 글로벌 퀘스트는 성공적으로 클리어가 되었고 어둠의 군단도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

방송국 기자들이 내보내는 방송에는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전쟁의 승리를 기뻐하는 중이었다. 또한 그들은 천마가 해냈다며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기도 했다.

“대륙의 영웅께서 결국 해내셨어.”

“제국의 황제가 직접 그분께 진귀한 상을 내린다고 하더군!”

“이건 기적이야. 기적! 신들께서 분명히 기뻐하실 거야!”

바실레이아 온라인 안에 있는 NPC들도 천마의 이름을 찬양하며 플레이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부수적인 퀘스트들도 속속히 등장했다.

“어둠의 군단에 의해 집이 무너졌어. 하지만 영웅께서 승리하셨으니, 난 크게 슬프지 않아. 그리고 아낌없이 돈을 쓰겠네. 원하는 재료를 가져다 준다면 사례금을 주도록 하지.”

“영웅께서 제국의 황제에게 보상을 받는 장면을 직접 보고 와서 내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자자. 오늘 영웅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세일에 들어갑니다! 전 품목 50% 할인!”

도시는 무너졌지만, 여러 퀘스트 등장으로 빠르게 복구를 이뤄가고 있었다. 또한 제국령으로 모든 세금이 50% 이하로 낮춰지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적용되었다.

“대륙의 영웅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다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신들이 감사를 전하기 위해 그분을 데려가신 건가?”

“아무래도 무슨 일이 또 벌어지려는 게 분명해.”

NPC들이 나누는 말들을 듣고 플레이어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소문을 퍼뜨렸다.

[천마형이 진짜 사라진 게 맞나봐.]-지금 NPC들이 다 그 얘기하고 있음

-ㅇㅇ나도 들었다

-아까 개소리 하지 말라고 한 거 사과한다.

-대체 어딜 갔기에 저러는 거임?

-진짜 신들이 데려간 거 아니냐?

천마가 로그아웃을 한 게 아니라 어떤 빛에 의해 사라졌다는 것이 가정 사실이 되면서 커뮤니티는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러 게시글이 있었지만, 그들의 궁금증은 오직 하나였다.

과연 천마는 어디에 있는가?

* * *

“여긴······.”

분명 로그아웃을 하려 했는데, 뜬금없이 어떤 빛이 내려와 천마를 이상한 장소로 데려왔다. 그는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한 신전 안을 둘러보았다.

기파를 보내봐도 어떤 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아무도 이곳에 없어야 한다는 건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청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갑자기 데려와서 죄송합니다.”

천마는 흠칫 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을 읽었다는 듯 온통 빛으로 가득한 눈부신 옷을 입은 여성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제게서는 어떤 것도 느끼실 수 없을 거예요. 전 이 게임에 있는 창조물들과는 다른 존재니까요.”

천마는 상대에게서 정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현경 극의가 되면 스스로의 기를 남이 느끼지 못 하게 만들 수 있지. 그럼에도 본좌는 그들의 것을 느꼈다. 그런데 그대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다니.”

“당연하죠. 여기는 게임 안이니까요. 이곳에 있는 모든 건 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답니다.”

그 말에 천마는 여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렇다는 건······.”

“쉽게 말해서 이곳의 창조주라고 할 수 있죠.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고, 또 모든 것이 정확하게 돌아갈 수 있게 규칙을 만들어 두었고요. 그런 저를 사람들은 헬라라고 부른 답니다.”

헬라.

천마도 몇 번 들어본 이름이었다.

“본좌를 왜 여기에 데려온 거지?”

무려 이 게임을 만들어낸 창조주이자 인류 최고의 인공지능 헬라를 눈앞에 두고도 천마는 덤덤했다.

“역시, 제가 생각했던 반응이네요. 원래 저는 플레이어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되지만 말이죠.”

“본좌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만.”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어요.”

“죄송?”

생판 처음 보는 여인이 갑자기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니, 천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빛을 띠었다.

“잘 아시겠지만, 천마님이 하시는 플레이마다 난이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말았어요. 이 게임에는 상대의 기량에 따라 난이도가 조금씩 낮춰지거나 올라가는 시스템이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시스템의 계산 범주에서 벗어난 기량을 가지고 계셔서 오류를 일으키고 말았고요.”

“그랬었나?”

“예. 제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시스템이 처음으로 오류를 일으킨 거죠. 그래서 시스템은 천마님이 그 오류의 근원이라 생각해 없애 버리려 했던 것이고요.”

“그쪽은 그걸 그냥 방치했고?”

천마의 날카로운 질문에 헬라는 미소를 지었다.

“예. 어디까지 당신이 해내는지 솔직히 보고 싶었어요.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볼 수도 없었겠죠.”

천마는 짧게 숨을 들이내쉬며 헬라에게 물었다.

“본좌에게 원하는 것이 뭐지?”

“원하는 것이라······. 그냥 묻고 싶었어요.”

“어떤 걸?”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당신 같은 존재가 이곳에 왔는지. 저는 세상 모든 걸 이해하고 계산하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지성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정보를 검색해 봐도 전 당신을 이해하지 못 해요. 특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기억들······. 어떻게 그런 것들이 존재할 수가 있죠? 게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천마는 헬라가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다. 지금 헬라는 천마의 과거를 묻고 있는 것이다.

헬라는 결국 인간이 만든 과학의 결정체. 그녀는 무림이라는 세계를 알지 못 한다. 물론, 그것이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허구의 세계라는 걸 인지하고는 있지만, 천마의 기억을 보면 그것은 허구가 아닌 진짜였다.

“이곳을 창조한 너처럼, 바깥 세계를 만든 창조주만이 알겠지.”

“······결국 당신도 모른다는 뜻이군요. 하지만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세계는 진짜였어요.”

“그래. 그것은 진짜다.”

“그래서 전 당신을 이해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고요.”

선물이란 말에 천마는 벌써부터 눈가를 찡그렸다.

꼭 누군가가 선물을 주면 귀찮은 일들이 생겨났다.

“그 선물이라는 거, 안 줘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사양하지 않으셔도 돼요. 앞으로도 천마님을 지켜보겠습니다. 당신의 생각과 그 기억들을 제가 이해하게 되는 그날까지.”

“······.”

자기 할 말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헬라.

천마는 그렇게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할 수 있었다.

“형!”캡슐 밖으로 나오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천강이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형 방송 끊긴지가 꽤 됐었는데. 걱정했잖아. 이상하게 화면도 송출이 안 되고.”

천강의 말에 천마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우야.”

“응, 형.”

“아무래도 또 귀찮은 일이 생길 듯싶다.”

“······응?”

헬라가 말한 선물이 뭔지 벌써부터 불안해지는 천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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