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73화 (73/140)

73화. 후계자

극한의 컨셉충 73화.

“뭐, 뭐야. 이렇게 부활을 한다고?”

천강으로부터 소스를 받아 생방송을 송출하고 있던 신영호 PD는 실시간 시청률 체크도 잊은 채 방송에 깊이 빠져 들었다.

지금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직원이 그와 같았다.

“말도 안 돼. 다 된 거였는데, 저기서 저렇게 방해를 하다니.”

“어둠의 마법사가 부활하는 거야? 정말로?”

“아니. 저딴 식으로 부활 시키는 게 어딨어!”

신영호 PD는 감정 이입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직원들을 슬쩍 둘러보았다. 지금 이들의 반응이 방송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의 반응일 것이다.

천마는 흑마법사들의 살벌한 공격들을 피하며 어둠의 마법사가 깨어나려는 용광로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준비해 둔 정화의 정수를 그곳에 던지려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용광로에서부터 튀어나와 천마를 밀쳐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시스템 창.

심연에서 눈을 뜬 어둠의 마법사, 킬리야!

“이 느낌은······ 아아. 그래. 내가 살아난 건가?”

어둠의 마법사의 목소리가 신전 전체에 울려퍼졌다. 마치 드래곤의 포효처럼 주변을 심하게 흔들어 놓았다.

“어둠의 마법사이시어!!”

“어둠의 마법사께서 드디어 돌아오셨다!”

흑마법사들은 어둠의 마법사가 부활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신전 안에서 대기 중이던 어둠의 군단도 각자 무기를 들고 바닥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설마 했는데, 정말로 부활할 줄이야.

이제 바실레이아 대륙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어둠의 마법사가 심연에서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그가 완벽하게 부활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새로운 육신과 영혼이 결합할 때까지 어둠의 마법사를 막아야 합니다.]

[현재 진행률 77%]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천마에게만 한정적으로 나타난 퀘스트 창은 어둠의 마법사가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 아님을 알렸다. 그러나 진행률은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그 안에 어떻게든 부활을 막아야 한다.

“어디선가 역겨운 냄새가 난다 했더니,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신성한 나의 성지에 발을 들였군.”

용광로 위로 어두운 형상을 띠며 나타난 어둠의 마법사는 아직 새로운 육체와 하나가 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저렇듯 앙상하게 해골이 드러나 있는 것이리라.

그는 지팡이 하나를 소환해 마치 지휘자가 지휘하듯이 이리저리 휘둘렀다.

“저런 것들이 내 성지에 발을 들이게 하도록 방치해 둔 너희들의 죄도 크다!”

“어, 어둠의 마법사이시어!”

“마왕이시어!!”

“그러므로 이 죄를 너희들에게도 똑같이 묻겠다!”

촤아아아-!

어둠의 마법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주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던 흑마법사들은 기겁하며 그에게 빌었다.

“아, 안 됩니다!”

“어둠의 마법사이시어!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쓰려는 것일까.

무엇이기에 저리도 벌벌 떤단 말인가.

“쓸모없는 놈들. 너희들을 전부 죽여 차라리 새로운 창조물들을 만들어 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러니 죽어라! 이 역겨운 것들!”

어둠의 마법사가 휘두르는 지팡이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하늘 위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런 뒤 그것들이 수백 수천 개로 갈라져 신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떨어졌다.

그것을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

태양 아래 서서 햇빛을 받는 것처럼, 이 검은 기운은 각 사람에게 비추어졌다.

[어둠의 마법사가 파멸의 저주를 내립니다.]

[이 스킬은 회피가 불가능합니다.]

회피가 불가능한 스킬이 다시 한번 등장했다.집중하며 생방송을 보고 있던 직원들이 탄식을 터트렸다.

“와. 저건 또 뭐야?”

“무슨 회피를 할 수가 없어?”

“설마, 저 새끼 저거 신전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려는 건가?”

“그렇게 되면 자기를 따르는 흑마법사들도 다 죽게 되는데?”

“흑마법사 뿐이야? 신전 안에 있는 병사들도 다 죽는 거 아니야?”

“설마······.”

신영호 PD도 턱을 쓸어내리며 방송을 지켜보았다.

피할 수 없는 스킬이라.

저번 천마의 영상을 봐도 거부할 수 없는 저주라는 것에 걸려 하마터면 로그아웃 당할 뻔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킬이라니.거기다가 저 흑마법사들이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아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올 게 뻔했다.

‘설마, 이렇게 천마가 죽는 건가?’

만약 저렇게 죽어 버린다면 방송도 그걸로 강제 종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둠의 마법사는 바깥으로 나가 온 대륙을 휩쓸게 될 터.

저놈 손에 죽어 나갈 플레이어 숫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 모든 비난의 화살은 천마에게 쏟아질 것이고, 노골적으로 천마만 사냥하려 하는 무리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천마의 마지막 방송이 될 수도 있다는 뜻.

‘아쉬운 아이템이긴 한데, 글로벌 퀘스트를 맡기에는 너무 힘이 없었어.’

글로벌 퀘스트는 혼자서 풀어 나갈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다. 길드원들끼리 조직적으로 움직여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이 최선의 판단일 터.

그러나 천마는 그 어떤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우직하게 최종 단계까지 다다랐다.

만약 퀘스트를 깬다면 엄청난 명성을 얻겠지만, 만일 저기서 실패하게 된다면 그땐 무시무시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꼭 깨줬으면 좋겠는데.’

단순히 방송 수익을 위해서 응원하는 게 아니다.

신영호 PD도 천마라는 BJ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천마가 저기서 살아남는 건 조금 힘들어 보였다.

“자. 죽어라!”

콰아아아-! 쿠우웅-!!

이윽고 어둠의 마법사가 내린 파멸의 저주가 신전에 있는 모두에게 떨어졌다.

“으아악!”

“아, 안 돼!”

흑마법사들은 그 공격에 맞아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신전 안에서 한창 기뻐하며 환호성을 지르던 어둠의 군단도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방패를 들어 어떻게든 스킬을 흡수하려 했던 천강.

“크읍······ 혀, 형······.”

“아우?!”

신화급 방패마저도 온전히 스킬을 전부 흡수해내지는 못했는지, 천강도 회색빛으로 변해 로그아웃이 되었다.

“여, 영웅이시어······.”

카라스도 보호 마법을 켜 데미지를 흡수하려 했지만, 결국 그조차도 마법을 막지 못 하고 목숨을 잃었다.

“천마! 천마는 어떻게 됐지?!”

천강이 죽으면서 방송이 잠깐 끊겼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천마와의 화면도 연결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직 방송을 유지시킬 수는 있었다.

“으음······.”

천마는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hp가 5%도 남지 않은 상황!

“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아마도 수호자 스킬 때문이 아닐까요?”

“수호자?”

“PD님 방송 잘 안 보셨구나. 천마님한테 반탄기라는 스킬이 있는데, 그게 뮤뮤의 수호자 스킬과 같이 합하면 더 많은 데미지를 흡수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다 죽었는데 혼자 산 거라고?”

“저 스킬이 그래요. hp를 5%까지 낮추기는 하지만, 그 어떤 공격이라도 받아낼 수 있다고 했어요.”

신영호 PD는 천마의 머리 위에서 방금 전까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던 뮤뮤가 깨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한 눈동자가 점점 검게 물들어갔다.

“응? 왜 네놈은 죽지 않은 거지?”

신전에 있던 생명체들을 전부 사라지게 만든 어둠의 마법사는 아직 멀쩡한 천마를 내려다보았다.

“호오. 특이한 스킬을 익히고 있군. 그것 때문에 아직 살아 있는 건가?”

킬리야의 물음에 천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회색빛으로 변해 버린 천강 앞에 쭈그려 앉았다.

천강이 진짜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제 아우가 죽었다는 사실에 천마는 분노했다.

“넌 꽤 쓸만한 곳이 있겠군. 어떠냐? 원한다면 내 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 주지. 잘만 한다면 내 마법의 힘을 나눠 줄 수도 있다. 널 이 대륙의 최강자로 만들어 줄 수도 있어!”

[어둠의 마법사, 킬리야가 당신에게 새로운 길을 권유합니다.]

* 어둠의 마법사의 후계자

당신은 온 대륙을 공포에 몰아 넣은 어둠의 마법사로부터 후계자 권유를 받았습니다. 만약 그의 권유를 받아 들이게 된다면 그에게서 몇 가지 스킬을 전수받게 됩니다. 또한 그의 힘을 빌려 대륙을 정벌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온 대륙의 사람들이 당신의 목숨을 노리게 될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흑마법에 잠식된 모든 몬스터들이 당신의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킬리야는 자신의 마법에 살아남은 천마에게 후계자가 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천마는 검을 꾹 쥐며 검게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킬리야를 노려보았다.

“오늘 네놈을 죽여 그 뼈까지 씹어 먹어 주마.”

“응?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그런데 잠깐. 너한테 왠지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콰아아아-!!

킬리야가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천마의 몸이 검게 타오르더니, 킬리야와 마찬가지로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거 대단하군. 네가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악의 승천을 발동한 천마를 킬리야가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현재 진행률 95%]

거기다가 킬리야는 앞으로 5%만 더 채우면 완전히 부활을 하게 된다.

아직 완전한 부활을 이뤄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 정도의 힘을 보여 주었다. 즉, 완전한 부활을 이루게 되면 그땐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더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나와 싸우기 보다는 차라리 손을 잡는 게 어때? 진지하게 생각을 해 봐도 그쪽이 훨씬 나을 걸?”

킬리야가 재차 권유를 해도 천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눈을 올려 머리 위에 있는 뮤뮤에게 말했다.

“가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용히 앉아 있던 뮤뮤가 포효하며 킬리야에게 달려들었다.

“크오오오-!!”

주먹만 하던 작은 몸집이 지금은 킬리야의 몸을 덮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뮤뮤가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도 킬리야는 껄껄 웃을 뿐이다.

“이건 또 뭐야? 내게 펫을 하나 선물하려고?”

천마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뮤뮤에게 말했다.“어디 도망치지 못 하게 꽉 잡고 있어라.”

“크르르!”

뮤뮤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킬리야가 도망치지 못 하도록 몸을 꽉 물었다. 그러는 동안 천마는 킬리야의 스킬에게서 흡수한 힘을 검에 끌어모았다.

콰아아-!!

불길한 소용돌이가 천마의 검에 잔뜩 모여 들었다.

마치 심연에서 고통 받고 있는 영혼들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신전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뭘 하는 거지?”

킬리야도 심상치 않은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네가 본좌를 죽이기 위해 썼던 힘이다. 그대로 돌려 주마.”

“음?”

요란스럽게 모여 들던 소용돌이는 거짓말처럼 한 줄기 빛과 함께 사라졌다.

“······?”

잠시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천마가 검을 비트는 순간.

콰아아앙-!!

사라졌던 소용돌이가 킬리야 바로 앞에 나타나 그의 앞에서 폭발했다.

“커헉-!”

그 폭발에 저 멀리까지 날아가 신전 벽에 부딪힌 킬리야. 그는 괴성을 지르며 천마를 향해 소리쳤다.

“이 개자식이 감히 이딴 수작을 부려!! 고작 이런 걸로 이 몸을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잘 알지. 하지만 이거라면 다를 거다.”

천마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정화의 정수를 들고 용광로 앞에 섰다. 그것이 뭔지 알아본 킬리야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자, 잠깐. 그건 설마?! 네놈이 어떻게 그걸? 아니지. 저걸 가지고 있다는 건 네가 대륙의 영웅이었다는 것이냐?”

“뭐, 별로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본좌를 그렇게 부르긴 하더군.”

천마가 정화의 정수를 용광로 안에 넣으려고 하자 어둠의 마법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잠깐 기다려! 넌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다! 나와 손을 잡는다면 난 너에게 모든 걸 줄 수 있어! 그런데 저 대륙에 있는 놈들은 네게 뭘 줄 수 있지?”

“······처음부터 뭔가를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것이고, 본좌의 아우가 원하는 일이기도 했지. 그런데 방금 네가 감히 본좌의 아우를 죽였으니, 그 죗값을 받아야겠지? 뮤뮤. 저놈이 움직이지 못 하게 잘 붙잡아라.”

[현재 진행률 99%]이제 진행률이 99%까지 다다랐던 어둠의 마법사는 천마를 막고자 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려 했다.

“크오오-!”

하지만 뮤뮤가 온몸으로 어둠의 마법사를 붙잡아 놓으면서 그는 용광로 안으로 떨어지는 정화의 정수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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