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본거지
극한의 컨셉충 70화
그 논란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로부터 시작됐다.
[야. 해외에서 올라온 영상 가져온 건데, 확인 좀.]
-거석군 브리엘 알지? 그 양반이 오늘 천마형한테 개털려 가지고 천마형이 랭커가 된 거라고 하던데. 영상 보셈. 누가 현장에서 찍은 거 올린 거 같음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한 영상.
어떤 회원의 추천으로 회원들은 링크를 따라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천마와 브리엘의 전투가 담겨져 있었다.
-와······ 오늘 천마형이 랭커 됐다는 얘기 듣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싶었는데, 이긴 게 브리엘이었음?
-그 사람 근본 탱커 아니냐? 어떻게 이겼냐?
-팩트: 천마형은 아직 레벨 100도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바실레이아 온라인 현실 버그 수준인데
랭커 순위 800위에 들어가 있는 브리엘이 천마의 대결에서 패배하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대한 방패까지 빼앗김으로써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브리엘 순위가 852위 인데.]
-그 밑으로는 다 천마 미만잡. 반박시 최소 바알못
-ㅋㅋㅋㅋㅋㅋ쌉인정
-천마형이 999위로 순위가 정해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850위 아래로는 다 미만잡이네
그 논란은 단순히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난리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레벨 100도 되지 않은 플레이어가 랭커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까?
-핵 아닙니까? 바실레이아 온라인에 최초로 핵이 탄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운영진은 철저히 조사하시기 바랍니다.
-바실레이아 운영진은 인공지능 헬라에게 있다는 거 모르시나요? 핵이 생겼다는 건 헬라가 뚫렸다는 소리인데, 아직 헬라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건 들어본 적 없어요.
한국에서는 천마의 위대함과 대단함. 그리고 놀라운 피지컬을 추켜 세우는 반면, 해외에서는 천마가 핵을 쓰는 플레이어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천마뽕을 시원하게 들이키는 건, 그가 보여 주는 비상식적인 피지컬과 플레이 방법 때문이었다.
거기에 컨셉은 기본.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것을 핵이라고 의심하게 된 것이었다. 저 정도의 피지컬과 플레이 능력은 핵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
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자 해외 뉴스에서도 천마가 바실레이아 랭킹에 올랐다는 걸 큰 화제로 삼았다.
“플레이어 천마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가 바실레이아 대륙 랭킹 852위라고 알려진 브리엘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사상 첫 레벨 100 이하의 랭커로 탄생했는데요”
“플레이어 천마가 핵을 쓰는 게 분명하다는 분석 영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중입니다.”
“현재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바실레이아 온라인 본사에 천마의 핵 의혹을 밝혀 달라고 요청을 하는 중이며······.”
관심사가 뜨거워진만큼, 천마의 핵 의혹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에 따라 국내에서도 슬슬 핵 의혹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긴. 인간적인 플레이가 아니긴 했어.]
-내가 봐도 천마는 핵이 아닐까 싶다.-와······ 진짜 핵이면 그것도 ㄹㅇ대단한 거 아니냐?
-헬라 인공지능 수준이 미국 국방부에서 쓰는 것보다 좋다고 하던데.
-그런 퍼킹 루머를 믿는 당신은 대체······
-ㄴㄴ오피셜 맞음. 바실레이아 본사가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을 가졌다고 들었음. 미국 펜타곤에서 쓰는 인공지능도 헬라와 똑같은 걸 쓴다고 함
-근데 그게 뚫리면 펜타곤도 뚫린다는 거네?
국내에서도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되었다.
천마가 핵이라면 그게 더 대단하다는 것이다.
중국 해커들도 뚫지 못 한 난공불락의 인공지능 헬라를 천마가 뚫었다는 뜻이 되니까. 그러나 그런 논란은 금방 잠잠해졌다.
[바실레이아 본사 측 공식입장. 핵? 바실레이아에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바실레이아 본사 측은 논란이 뜨겁게 일자 곧바로 공식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인공지능 헬라에 어떤 오류도 없으며, 플레이어 천마를 모니터링 해 본 결과, 그 어떠한 핵 의심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해킹을 하려는 시도만 있어도 자동으로 영구 벤이 되기 때문에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답변을 내놓은 바실레이아 본사 덕분에 핵 의심은 사그라 들고 천마에 대한 스타성이 부각되었다.
그의 이름을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천마의 이름이 퍼졌으며, 그에 대한 팬층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핵 논란으로 천마의 인기가 더욱 올라갔다는 것!
[천마 다음으로 랭커 순위에 올라갈 천강]-천마 덕분에 거대한 방패 얻고 혼자서 무쌍 찍음
-캬 형 잘 만나서 개꿀 빠네
-이제 개쫄 pd가 아니라 ㄹㅇ극한의 탱커가 됐네
영상에는 천강이 거대한 방패를 들고 레비톤 길드원들과 싸우는 장면도 나와 있어 동시에 천강의 인기도 올라갔다.
하지만 정작 이 둘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지금 이들은 영웅에게만 허락된 여정을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 * *
“역시, 예상했던 대로 형 새로 스킬이 생겼네.”
* 아수라 파쇄격모든 것을 파괴하는 아수라의 힘은 그 어떤 단단함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상대의 방어력을 100% 무시합니다.
-이 스킬은 다른 스킬과 같이 혼합을 해야만 효과가 적용됩니다.
-악의 승천이 발동될 때에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브리엘의 무적 같은 방패를 꿰뚫고 나아가 버린 천마의 검강.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이 스킬 때문이었다.
“방어력 100% 무시는 내가 살다살다 처음 들어본다.”
“그러냐?”
“당연하지! 방어력을 30% 만 무시해도 엄청난 건데. 100%는 그냥 어떤 장비를 껴도 못 막는다는 소리잖아. 이게 무슨 개사기 스킬이야.”
“후후. 이것이 아수라 파쇄격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지. 가끔 본좌를 상대하기 위해 신물 같은 걸 갑옷마냥 껴 입고 오는 놈들이 있었거든. 그놈들에게 본좌의 힘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창안한 무공이다.”
정말 악마가 따로 없는 스킬이었다.
예전에 천마가 무림에서 제야의 고수들과 대결했을 때, 신물의 힘으로 무공을 상승시켜 싸우는 놈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현무의 갑옷을 입고 어떤 공격도 상쇄시키는 고수가 있었는데, 그때 이 기술로 그 갑옷을 뚫고 상대방을 침묵시켰다.
물론, 그날의 짜릿한 추억을 말해줘도 천강은 이해하지 못했다.
“후. 근데 아직도 안 믿겨지긴 한다. 형이 랭커라니. 더군다나 내가 신화급 무기를 갖게 될 줄이야.”
“그렇게 좋더냐?”
“당연하지. 내가 이제까지 형만 앞에 내보내고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데. 이제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당당하게 나설 수 있잖아.”
“음. 매우 든든하구나.”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형. 저길 좀 봐.”
그들이 산을 높이 올라오면서 오리아나 항구 도시가 멀리서 보였다. 그런데 지금 그곳은 어둠의 군단이 쳐들어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형을 잡으려고 모여든 길드원들 덕분에 그래도 잘 버티고 있네.”
“쯧쯧.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 쓸데없는 수고들을 하는 구나.”
“덕분에 우리야 맘 놓고 나올 수 있는 거지.”
지금 천강과 천마는 영웅 한정 퀘스트를 위해 오리아나 항구 도시를 빠져 나왔다.
[영웅 한정 퀘스트]
-빛의 심판관 카라스를 구하라!
-흑마법사들에 의해 붙잡힌 빛의 심판관 카라스. 지금 그는 영웅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7일 내로 그를 구하지 못할시에는 그를 영영 구할 수 없을 것이며 어둠의 마법사 부활에 대한 실마리도 얻지 못 하게 됩니다.
천마의 예상대로 빛의 심판관 카라스는 흑마법사들 손에 붙잡힌 것이었다. 그의 분신이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놈 때문에 우리도 이 고생을 하는군.”
“어쩌겠어. 글로벌 퀘스트인데. 거절도 안 되잖아. 거기다가 7일 안에 못 구하면 퀘스트가 아예 실패로 끝난다는 것처럼 어감을 풍기는 것도 있고.”
“글로벌 퀘스트를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긴. 어둠의 마법사가 부활하고 바실레이아 대륙 절반이 그냥 쑥대밭이 되는 거지.”
글로벌 퀘스트는 실패했을 때에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될지 예상할 수가 없다. 이제까지 글로벌 퀘스트가 실패했던 적은 한번도 없지만, 실패 직전까지 갔던 경우는 많다.그럴 때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죽어 나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지 않던가.
한때 바실레이아 대륙을 거의 다 정복할 뻔했던 어둠의 마법사가 깨어나는 일이다.
만약 부활을 막지 못 한다면 그때의 악몽이 다시 한번 재현된다는 것이다.
“흠. 그런데 이 좌표는 언제까지 나올련지.”
이번 퀘스트는 아주 친절하게 시스템이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앞에 나와 있는 화살표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리아나 항구 도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긴······ 버려진 폐가 정도 되려나? 아니면 산장?”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산 중턱 깊숙한 곳에 있는 허름한 산장이었다.
“누가 잡혀 있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군.”
납치해 놓고 가둬 놓기에는 분위기가 맞는 곳이긴 한데, 그리 큰 산장이 아니라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아참. 형. 이제 방송 킬까?”
“음.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
이미 이곳에 오기 전 추격자들을 죄다 따돌리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두들겨 패 놓은 천마였다.천강은 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방송을 켰고 천마는 산장 안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부터 네비게이션이 끊겨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그리고 크기도 작은 곳이라 수색하는 것도 금방 끝났다.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군.”
천마가 주변을 살펴봐도 다른 이의 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 산장 안에 또 다른 통로가 있다는 뜻인가?
“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도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방송을 킨 천강은 시청자들에게 인사부터 올렸고, 벌써부터 천마의 첫 랭킹 진입을 축하하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우와! 300만원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앗! 그에 이어 150만원 후원!! 감사드려요!!”
그 때문에 천강은 정신 없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동안 천마는 미세하게 남아 있는 기의 흔적을 쫓았다.
“여기서 흔적이 끊기는군.”
불을 피우는 화로에 희미한 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왜 여기서부터 흔적이 없는 걸까.
“이제야 알겠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다 싶더니, 천마는 검을 꺼내 화로 안을 깊숙이 찔렀다.
콰직-!!
“음? 처, 천마님?”
기이한 소리에 눈을 돌린 천강은 천마의 검이 화로에서부터 붉은 빛을 내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윽고 그 둘은 화로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소용돌이에 휩쓸려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으어어-!!”
천강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안, 천마는 덤덤하게 소용돌이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그 둘은 전혀 다른 장소에 떨어져 버렸다.
“여, 여긴 어디야?”
정신을 차려 보니, 방금 그 산장은 온데 간데 없고 천강과 천마는 어느 어두운 거리에 누워 있었다.“저건······.”
저 앞에서 보이는 불빛.
그 불빛에 비추는 건 어느 신전 같았다. 하지만 보통 신전보다 몇 배는 더 크고 웅장했고, 입구에는 마치 이집트 고대 벽화에서 나올 법한 수문장 동상들이 양쪽에 있었다.
-?????
-대체 여긴 또 어디임????
-난 처음 보는데?
“아차차. 설명을 못 드렸네요. 사실, 천마님과 저는 지금 영웅 한정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쭉 왔는데, 천마님이 비밀문을 발견해서 이런 곳에 떨어진 거 같아요.”
천강이 설명을 하고 있을 때, 그런 천강을 천마가 끌어당겼다.
“누군가가 오고 있다.”
“예?”
천강과 천마는 수풀 뒤로 숨어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한 병력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모두 흑색 갑옷을 입고 있으며 투구도 얼굴을 전부 덮고 있어 정확히 무슨 종족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놈들이 들고 있는 깃발은 어둠의 군단과 똑같았다.
“설마 여기가······.”
“본좌의 생각도 아우와 같다.”
천강은 입을 쩍 벌리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아무래도 저희가 어둠의 군단 본거지를 찾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