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거대한 방패
극한의 컨셉충 69화.
“시, 실화야?”
“브, 브리엘이 정말 죽었어?”
“이건 말도 안 돼!”
“랭커라고? 시발 이게 뭔 개소리야? 아직 레벨 100도 안 된 놈이 랭커라고?!”
천마의 검이 브리엘의 목을 꿰뚫으면서 승패는 결정이 됐다. 브리엘은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그 아래에는 브리엘이 죽으면서 남기고 간 아이템들이 있었다.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것.
“음.”
브리엘이 분신처럼 들고 다닌다는 방패.
크기도 거대하고 이름도 그에 걸맞게 거대한 방패라고 되어 있다.
우웅-! 우우웅-!
천마가 손을 가져다대자 방패가 진동을 일으켰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천마는 방패를 쓰다듬었다.
“미안하지만, 본좌는 널 데려갈 수 없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기야.”
우웅-! 우우웅-!!“
하지만 네게 맞는 주인을 찾아줄 순 있겠군.”
천마는 뒤에서 넋을 잃고 있는 천강을 슬쩍 바라보더니, 방패를 인벤토리함에 넣어 두었다.
“효과가 끝난 건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어둠의 기운이 차츰 사그라드는 것을 느낀 천마였다.
[악의 승천 효과가 끝났습니다.]
[게이지가 초기화 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게이지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시스템 창도 악의 승천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런 걸 알 리 없는 레비톤 길드원들은 주춤거리기만 할 뿐, 천마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다.
천마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동료의 복수라도 할 셈인가? 그렇다면 받아 주지.”
“저, 저기 우, 우리는······.”
“젠장. 어쩌지?”
“브리엘을 쓰러뜨릴 정도면 우린 상대도 안 된다는 소리잖아.”
“저놈도 브리엘이랑 싸워서 힘이 꽤 빠졌을 거야. 차라리 지금이 기회이지 않을까?”
그들은 서로 옥신각신하며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자 멀리서 눈치만 보고 있던 길드원들이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아우야.”
“혀, 형. 대, 대체 방금 전 그건 어떻게······.”
“쯧. 못 볼 꼴을 보였구나. 미안하다.”
“아니야, 형! 무려 랭커! 랭커라고!! 말도 안 돼. 내 형이 바실레이아 대륙 랭커라니!!”
“진정하거라. 별 일 아니니까.”
잠시 넋이 나가 있다 천마가 부르자 흥분감에 방방 뛰고 있는 천강이었다.
천마는 제 동생을 진정시키고 나서 인벤토리함에 넣어 두었던 방패를 꺼냈다.
“아무래도 이건 너한테 어울릴 것 같구나.”
“응? 이, 이건 브리엘의 방패 아니야?”
“그래. 네가 한 번 써 보는 것이 어떠냐?”
천강은 입을 쩍 벌리며 방패의 상태부터 확인해 보았다.
* 거대한 방패
-레벨 제한 100.
-체력이 2500까지 상승합니다. 거인의 분노를 사용할 시에는 1분 동안 체력이 2배가 됩니다.
-방패로 방어할시 50% 데미지를 흡수시킵니다. 만약 물리 관통, 혹은 마법 관통력이 있는 공격이나 스킬이 아닐 경우, 75% 흡수합니다.
-일정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100% 공격을 막아냅니다.
-흡수한 데미지는 거인의 분노로 변환되어 적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보호해야 할 지정자를 선택하면 상대에게 빠른 속도로 이동해 방패로 데미지를 흡수해 줄 수 있습니다.
-등급: 전설
“우와······.”
브리엘을 랭커로 만들어줬다는 거대한 방패.
괜히 전설 장비가 아니라는 듯, 아주 빵빵한 스텟을 보유하고 있었다.그리고 마침 레벨도 100으로 제한되어 있어 천강이 들기에 적격이었다. 또한 천강의 직업은 탱커 쪽이지 않던가.
우우웅-!
천마가 천강에게 건네려고 하자 방패가 심하게 떨림을 일으켰다.
“이거 근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으음. 잠시만 기다리거라. 아무래도 이놈이 나한테 할 말이 있는가 보군.”
[저를 당신의 방패가 되게 해 주십시오.]
“미안하다. 본좌는 방패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전 당신의 방패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널 본좌의 아우에게 주려는 것이다. 본좌의 아우는 항상 날 지켜주려고 할 테니까. 네가 아우의 힘이 되어 날 지켜주면 되지 않느냐?”
[······알겠습니다.]
거대한 방패는 그렇게 대답한 뒤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신검합일에 의해 ‘거대한 방패’가 각성을 이뤄냅니다.]
“응?”
천마의 히스토리를 통해 거대한 방패가 각성을 이뤄냈다는 걸 알게 된 천강은 놀란 마음에 스텟을 확인해 보았다.
* 거대한 방패 (진각성)
-* 거대한 방패
-레벨 제한 100.
-체력이 5000까지 상승합니다. 거인의 분노를 사용할 시에는 1분 동안 체력이 2배가 됩니다.
-방패로 방어할시 75% 데미지를 흡수시킵니다. 만약 물리 관통, 혹은 마법 관통력이 있는 공격이나 스킬이 아닐 경우, 90% 흡수합니다.
-일정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100% 공격을 막아냅니다.
-흡수한 데미지는 거인의 분노로 변환되어 적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보호해야 할 지정자를 선택하면 상대에게 빠른 속도로 이동해 방패로 데미지를 흡수해 줄 수 있습니다.
-등급: 신화
“시, 신화?! 신화라고?!”
바실레이아에 얼마 없다는 신화 등급 아이템.
당연히 그 가치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무기라는 것!
그런데 그 무기가 방금 천강의 손에 올려졌다.
“이제 너의 것이다.”
“저, 정말로? 정말 내 거라고?”
“그래. 이제 그 방패로 충분히 본좌를 지킬 수도 있고 너 스스로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천강은 너무 놀라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 거릴 정도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패를 착용해 살펴보았다.
“이게 정말 내 거라니······.”
“본좌에게 무기를 빼앗긴 브리엘이란 놈이 그걸 다시 찾으려고 온갖 수작을 다 부릴 테니, 조심하거라.”
“무, 물론이지.”
“그리고 그 방패에 익숙해지기도 해야겠지?”
“응?”
마침 연습 상대가 저리도 많이 있지 않은가.
천마는 길드원들을 가리키며 천강에게 말했다.
“오늘은 본좌가 특별히 양보를 해 주마. 가서 놈들과 싸워 보거라.”
“헉. 나, 나 혼자?”
“그래. 그 방패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
“괘, 괜찮을까? 나 전투 센스가 별로 없는데.”
“괜찮다. 그동안 본좌의 옆에서 본 게 있지 않느냐. 한번 해 보거라. 용기를 갖고.”
“으응.”
천마에게 등을 떠 밀려 나오게 된 천강은 눈앞에 있는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졌다.
‘형은 이제까지 어떻게 저런 것들이랑 싸워 온 거야.’
눈으로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험악한 놈들인데, 어떻게 천마가 이제까지 싸워왔는지 신기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싸워야 하다니.’
천강은 방패를 꾹 쥐었다.과연 될까? 싶은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으나, 물러설 곳은 이미 없었다.
우우웅-!
“어?”
그때 방패가 미세하게 울림을 냈다.
마치 천강을 진정시켜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네가 있으니까, 나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겠지?”
우웅-!
장비와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다니.
천강은 거대한 방패로부터 받은 응원을 힘삼아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길드원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천마를 목표로 삼고 천천히 접근하고 있던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뭐, 뭐야? 저놈은 왜 또 지랄이야.”
“뒤에서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잠깐. 저 새끼 들고 있는 아이템을 좀 봐!”
“어? 저거 설마······.”
그냥 천강을 무시하고 천마를 공격하려 했던 길드원들은 제자리에 멈췄다.
“거대한 방패잖아.”
“전설 등급 방패!”
“저거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야?”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모두 방향을 바꿔 천강에게 달려들었다.
“죽여 버려!”
“단숨에 끝내면 돼!”
천강은 마른침을 삼키며 방패를 높이 들었다.
‘오, 온다!’
콰직-! 콰콰콱-!!
여러 길드원들이 한꺼번에 쏟아낸 스킬들.
하지만 둔탁한 소리만 낼 뿐, 천강이 들고 있는 방패를 결코 뚫지 못했다.
[데미지를 모드 흡수합니다.]일정 이상의 데미지가 아닌 이상, 왠만한 건 전부 다 흡수해 버리는 것이 바로 이 거대한 방패의 능력이었다.
괜히 아이템빨로 브리엘이 랭커까지 올라간 게 아니라는 것!
“역시, 게임은 템빨이지!”
천강은 최대한 힘을 발휘해 방패를 휘둘렀다.
겉으로는 무거워 보이나, 막상 잡아보면 그리 무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크헉!”
“고, 공격해!”
검이 아닌, 방패에 맞아도 꽤 데미지가 들어간다.
길드원들은 다시 천강에게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죽어라!!”
콰쾅-! 콰콰콱-!!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방패가 모든 데미지를 흡수했다. 거기에 모자라 천강은 방패에 흡수된 공격을 밖으로 발산해냈다.
콰앙!
“크아악!”
방패에서 나오는 주먹을 맞은 플레이어들은 적잖은 데미지를 입고 뒤로 물러났다.
‘이거 대박인데?’
천강은 방패의 힘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모든 공격을 다 받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기분!
잠시나마 무적이 된 기분이랄까?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이었다.
“이 개새끼!”
“그 방패는 우리 거야!! 얼른 내놔!!”
“방패로 막지 못 하게 해!”
일부 몸이 날랜 플레이어는 천강의 뒤로 돌아 공격을 하려 했다.
“멍청한 새끼들.”
하지만 방패가 앞에 있다고 해서 뒤로 날아오는 공격을 막지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콰콱-!
“응?!”
“거대한 방패는 내 온 몸을 감싸는 거야. 갑옷 같은 거라고. 뒤에서 공격해도 데미지는 안 들어와.”
“뭐, 뭐야?! 무슨 그런 사기적인 아이템이 다 있어?”
“그러니까 신화 등급이나 되는 방패인 거지.”
“시, 신화 등급?!”
콰직-!
천강은 뒤에서 공격하던 플레이어를 방패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 달려오는 길드원들을 향해 방패에 흡수된 모든 힘을 폭발시켰다.
[거인의 분노가 발동됩니다.]
콰아아아-!!땅이 갈라지면서 불기둥이 위로 치솟아 오르고 그 사이로 큼지막한 주먹이 뻗어나간다.
“으, 으아아아!”
“시발!!”
“히익!”
거인의 분노 스킬 한 방에 플레이어들이 여럿 사망하면서 더욱더 천강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이제 겁 먹지 않고 자신 있게 앞으로 돌진했다.
“오, 온다!”
“막아!”
“저걸 어떻게 막아?!”
거인의 분노 스킬이 발동되면 체력이 높아지면서 방패가 뚫린다고 해도 끝까지 버텨낼 수가 있다. 또한 몸집도 커지기 때문에 무작정 앞으로 돌진해도 막을 수가 없다.
콰콰콰콱-!!
거대한 방패를 앞에 내세우고 돌진하니, 멀뚱멀뚱 서 있던 플레이어들은 저 먼발치까지 날아가 버렸고, 그 외 다른 길드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원거리에서 쏴!!”
“근접하면 못 이겨!”
그러자 이들은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궁수와 마법사들을 토대로 천강에게 공격을 가하며 근거리 딜러들은 아예 뒤로 빠져 버린 것이다.
“그 정도로는 이거 절대 못 뚫을 텐데?”
천강도 나름 레벨 120을 넘게 올린 탱커형 전사다. 그에 따른 고유 스킬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쿠쿠쿠-!!
탱커형 전사들은 주로 방어 스킬과 돌진 스킬, 그리고 도발 스킬 등을 익힌다.
모든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는 마인드로 스킬을 익히는 것인데, 이렇듯 든든한 방패가 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스킬을 남발하기 좋았다.
그는 황소 돌진이란 스킬을 써서 원거리 딜러들에게 빠르게 달려간 뒤, 도발 스킬을 풀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어?! 자, 잠깐만.”
“나 도발 걸려서 뒤로 안 가져!”
“시, 시발!”
천강은 도발에 걸린 먹잇감들이 앞으로 다가오자 준비해 두었던 최종 스킬을 날렸다.
콰콰콰쾅-!!
일정 체력과 마나를 소비하는 거인의 분노!
그것이 가지는 파괴력은 흡수한 데미지에 비례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원거리 딜러들이 스킬과 공격을 퍼부어준 덕분에 쌓인 데미지가 많아 천강은 그들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대, 대단해······.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수십 명의 길드원들을 묵살시킨 천강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방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서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천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나도 당당히 형의 옆에 있을 수 있게 됐어.’
더 이상 영상 촬영만 하며 짐짝 취급을 받는 게 아닌, 이제 위급 상황이 오면 당당히 천마를 지켜줄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얻게 된 천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