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66화 (66/140)

66화. 영웅 한정

극한의 컨셉충 66화.

“지랄 맞은 운영자 새끼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노골적으로 천마를 죽이려는 퀘스트였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장난질을 하고 있단 말인가.

[바실레이아 대륙 온라인. 형평성 문제로 시끌?]

-최근 일어난 글로벌 퀘스트로 인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가 시끄럽다. 그 중심에는 바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BJ 천마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가 관련된 퀘스트는 모두 터무니없이 난이도가 올라간다.

해외 메인 채널에서도 이에 대한 의문점을 심도 있게 다루기까지 했다.

[바실레이아 온라인 운영자 인터뷰. 난이도 이슈? 전혀 문제없어.]

-바실레이아 온라인 개발자들이 현재 논란 중인 이슈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들은 현재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노골적으로 난이도를 올리고 있다는 건 루머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그들은 총체적인 운영은 인공지능 헬라가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운영적인 면에서 일체 관여하지 못 한다고 한다.

천마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되자 바실레이아 개발자들이 드디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들은 바실레이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못을 박았고, 또한 자신들은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까지 밝혔다.

-이제까지 루머로만 떠돌던 얘기가 사실이었네? 인공지능이 겜을 운영하고 있다는 거

-개발자 무능설 ㅋㅋㅋ

-헬라가 겜을 첨부터 설계하고 다 만들었다는 말도 있던데. 이 정도면 개발자들은 그냥 마케팅만 한 거 아님?

-개발자들은 자기들이 겜을 만들지 않았다고 스스로 실토한 거나 다름 없다. 만약 자기들이 겜을 만들었으면 모든 운영을 헬라가 하도록 내버려뒀을까? 겜에 애착이 가서라도 그런 짓 못 한다.

개발자들의 인터뷰에 플레이어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문으로는 인공지능 헬라가 바실레이아 온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게 정말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모든 운영을 헬라에게 맡겼다는 걸 밝혔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바실레이아라는 게임 자체가 헬라 손에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일단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로그아웃을 하긴 했다만, 당장 커뮤니티만 들어가 봐도 오리아나 항구 도시로 수많은 길드원들이 모여 들었다고 한다.

[나 방금 천마형 영상 나오는 방송 봤는데, 난이도가 진짜 씹미치긴했다.]

아예 프로그램을 새로 편성해 방송국에서 천마의 영상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큼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인데, 아직 뉴튜브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영상들이라 여러모로 논란이 되고 있었다.

[무슨 스킬이 피할 수도 없고 무조건 맞아야 하는 거냐.]

-피할 수 없는 저주라는 스킬은 처음 들어본다.

-바실레이아 지금 개막장임ㅋㅋㅋ

-이 정도면 천마형이 바실레이아 회사 사장이랑 맞짱 뜬 거 아니냐?

-바실레이아 목표가 원래 스킬 같은 것도 피지컬로 피할 수 있고 반격할 수 있게 하는 건데, 이건 좀 에바임.

어둠의 군단과 싸우고 나서 카시스와 마주치게 된 천마. 피할 수 없는 저주라는 듣도 보도 못 한 저주에 걸려 천마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거기서 방송이 끊기고 광고가 나오면서 커뮤니티 회원들이 열심히 글을 쓰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논란도 잠시.

광고가 끝나고 나서부터 여론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천마가 갑자기 각성하여 카시스를 박살내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운영자가 난이도 조절 실패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

-천마한테는 너무 쉬워서 난이도 조절 실패함

-미친······. 난이도 개씹창 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카시스한테 맞고 죽는 줄 알았는데, 대체 그거 뭔 스킬임?

-천마형한테 각성 스킬이 있었나요?

영상을 접한 유저들은 어떻게 천마가 카시스의 마법에서 빠져 나왔고, 또 카시스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더군다나 카시스를 죽였을 때의 천마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것도 매우 강력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해 버렸다.

[지존이라는 직업과 천마의 바뀐 모습이 연관점 같은 게 있는 건가?]

-저건 말이 안 되는데?

-ㅇㅇ저게 진짜 스킬이라면 개사기임.

-어둠의 군단을 이끄는 흑마법사인데, 저걸 저렇게 찢어 버리면 뭘 어쩌자는 거야

그 이후에도 방송사에서는 계속해서 영상을 내보냈고, 그럴수록 논란은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또 한번 논란이 난 곳은 바로 천마가 신검합일을 이뤄냈을 때였다.

[검이 말을 한다???]

-ㅅㅂㅋㅋㅋㅋ이건 또 뭐얔ㅋㅋㅋ

-난 처음에 개그하나 싶었는데, 진짜였음 ㅋㅋㅋ

-나도 듣고 싶다. 검의 목소리

-근데 천마형한테만 들리고 우리한테는 들리지 않는다는 게 함정

-그거 주작아님?

-주작이라고? 검을 각성시켜서 업그레이드까지 해놨는데?

-신검합일이라는 스킬도 떡 하니 생겼는데?

천마가 검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방송을 타면서 사람들은 주작이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천마의 스킬과 각성이 된 수호자의 검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바실레이아 역사상 최초로 검과 대화하는 플레이어가 나타난 것이었다.

“오늘은 제 무기와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니. 이 주인님에게 얼른 말을 해 보렴.”

뉴튜브 각이 나오기 무섭게 여러 BJ들이 앞다투어 검과 대화를 하는 영상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천마처럼 검과 대화를 성공해 무기를 각성시키는 BJ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밖에도 천마를 따라하려는, 혹은 최근 그의 방송을 클립으로 따서 올리는 영상들이 있었다.

그러나 회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하나.

과연 천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가 살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가?

“이런 저런 의견은 많구나.

”천마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면, 천마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팬들도 있었다. 그들은 채널에 들어와 댓글로 천마를 응원하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천마님. 차라리 대형 길드에 가입하는 게 어떤가요? 천마님 정도의 인기도라면 대형 길드에서도 절대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천마님! 전 천마님을 믿어요! 꼭 무사히 퀘스트 완수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길드도 나름 네임드가 있습니다. 따로 연락 주시면 길드에 가입시켜 드리고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호위도 해 드리겠습니다.

호의적인 것도 있고,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댓글도 있었다. 그럴수록 천강은 생각이 깊어져 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게임에 안 들어갈 수는 없고.”

마법 군단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현재 마법 군단은 어둠의 군단이 공격을 해 오는 터라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건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도시 안에 있으면서 어둠의 군단을 막아내고 있었는데, 천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움직일 것이다.

“아우.”

“응? 안 자고 있었어?”

“네 한 숨 소리가 본좌의 방까지 들리더구나.”

천마는 천강의 축 처진 어깨를 보고 대충 상황을 알아차렸다.

“본좌를 노리는 자들이 그렇게도 많더냐?”

“응. 많아도 너무 많아. 다들 그깟 퀘스트에 눈이 멀어서 말이지.”

“쯧. 인간이란 건 원래 그렇다. 무림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인간의 추악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지.”

천강 옆에 앉은 천마는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본좌는 괜찮다. 적이 얼마나 되었든,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과의 전투로 경험을 쌓아 가면서 본좌 스스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점점 본좌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천강이 봐도 천마는 확실히 더욱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플레이어들끼리 싸움이 나면 누가 먼저 공격을 했느냐에 따라 표식이 달라지는데, 표식과는 상관 없이 상대방을 죽이게 되면 일정 경험치를 얻게 된다.그래서 암살자 같은 캐릭터들은 현상금을 감수하더라도 본인의 성장과 퀘스트를 위해 다른 플레이어들을 암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몇몇 사이코 유저들은 플레이어만 찾아 죽여가며 성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게 도를 넘어서면 제국에서 현상금을 내려 붙잡아 내기도 한다.

다행히 천마는 아직 살인자 표식이 새겨지지 않았다. 악의적으로 누군가를 먼저 천마가 공격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형이 레벨에 맞지 않게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런데 만약 랭커가 형을 잡으러 오면? 랭커 하나가 아니라 그것도 여러 명이 말이야.”

“음······.”

“바실레이아 온라인에는 고인물들이 정말 많아. 이런 저런 아이템들로 떡칠해서 강해진 사람도 있고, 사기적인 히든 직업으로 레벨을 올린 사람도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형을 노린다면? 그땐 지금처럼 여유롭게 피할 순 없을 거야.”

천강의 말이 무슨 뜻인지 천마는 이해했다.

“원래 세상이라는 것이 그렇다. 강자가 있으면 그 강자를 꺾는 또 다른 강자가 나오기 마련이지. 힘의 균형은 항상 깨지게 되어 있어. 물론, 본좌가 있던 무림에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허허.”

진지하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껄껄 웃는 천마를 보면 천강은 한숨이 조금 나왔다.

“본좌는 본좌의 위치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으니, 얼마든지 본좌를 꺾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도 있겠지. 그렇기에 본좌는 강자라고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약자라고도 할 수 없지.”

“그럼?”

“흠. 도전자랄까? 아직 본좌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기에, 본좌는 항상 도전자의 마음으로 싸움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거라. 정말 힘에 붙이는 싸움이 일어나면 본좌도 몸을 피할 테니까.”

천마가 그렇게 말을 하며 천강을 안심시켰다. 물론, 말만 그렇게 했지, 정말 그런 싸움이 일어나면 천마는 결코 그 자리를 피하지 않을 것이다.

“자. 모든 근심은 덜어 놓거라. 내일부터는 다시 바실레이아로 돌아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피할 순 없지 않느냐.”

“그래. 형 말이 맞아. 나도 쓸모 없긴 하지만, 노력은 많이 할게.”

“허허. 아우가 곁에 있으니, 본좌는 항상 든든하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천마의 말에 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다.

어차피 싸움은 천마가 하는 것이지, 천강이 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걱정은 천마가 해야 하는 것이다.

막상 그렇게 생각을 하니, 천강은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는데, 천마에게만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나도 어떻게든 성장을 해야 돼.’

그냥 영상만 찍는 짐덩어리가 아니라, 천마를 도와 싸울 수 있는 진정한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

* * *

“아무도 없지?”

“음······.”

천마와 함께 게임으로 돌아온 천강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공기가 무겁구나.”

“어둠의 군단이 쳐들어왔으니까.”

“아니. 사방에 살기가 잔뜩 깔려 있어. 놈들은 본좌가 여기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엥?”

추격자들을 피해 나름 안전한 장소에서 로그아웃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들켰단 말인가.

“저 벽부터 보거라. 벌써부터 우리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으니까.”

“벽?”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그냥 건물 벽 밖에 없었다.

“역시, 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냐?”

“뭐, 뭐가?”

“놈들이 저기 숨어 있는 게 말이다.”

천마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리키던 벽을 향해 칼을 던졌다.

푸욱-!

“컥!”

그러자 검이 벽에, 아니. 벽에 스며 들어가 있던 플레이어에게 박혀 버렸다.

“그만 숨고 나오너라. 너희들이 어디에 있는지 본좌의 눈에는 전부 보이니까.”

그 말에 곳곳에서 은신 스킬을 쓰고 있었던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앞다투어 모습을 드러냈다.

“죽여.”

“저놈들보다 먼저 죽여야 돼!”

“정화의 정수를 우리가 먼저 빼앗아야 한다!”

도시 곳곳에 인원들을 배치해 두었던 터라 그들은 길드에게 천마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빠르게 알렸다. 그러자 사방에서 대기 중이던 길드원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마법사, 궁수, 전사, 등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길드원들이 지정한 장소로 모여 서로 전투를 벌이려 했다.

“이거 한바탕 개싸움이 될 거 같구나.”

곳곳에서 병력이 모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천마. 그런 그에게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영웅 한정 글로벌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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