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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60화 (60/140)

60화. 염화천공

극한의 컨셉충 60화.

콰아앙-!!

크라켄의 높게 뻗은 촉수가 천마가 서 있던 자리를 강하게 내려치면서 바다 전체가 출렁였다.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은 또 한번 균형을 잃고 쓰러졌으며, 스피어 피쉬들은 이미 자리를 피해 멀리 달아난 상태였다.

천강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살펴보았다.

“처, 천마님은?!”

-ㅗㅜㅑ 저 정도면 죽은 거 아님?

-진짜 드럽게 세게 내려쳤던데

-갑자기 저렇게 나타나서 치는 건 개에바지

[수호자의 검이 고유 능력을 발휘합니다.]

[스킬, 천마 강탄기가 발동됩니다.]

[뮤뮤의 수호자 스킬이 발동됩니다.]

수호자의 검에 있는 수호자 스킬과 더불어 천마의 천마 강탄기와 뮤뮤의 수호자 특성까지.

사실, 천마는 크라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미리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인 건 크라켄이 천마에게 어떤 살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물 속 깊은 곳까지 잠수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치고 올라와 공격을 날린 것이었다.

급작스러운 크라켄의 공격에 천마는 몸을 뒤로 빼 보았지만, 워낙에 크고 넓은 촉수라 차마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3가지 방어 능력 덕분에 천마는 큰 데미지 없이 공격을 흘려보냈다.

“쯧. 기이한 생물이고.”

흉측한 머리와 촉수들을 드러낸 크라켄을 처음 본 천마는 짧게 혀를 찼다. 저 거대한 몸뚱이와 더불어 촉수까지 휘젓는 건 굉장히 성가신 일이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지?”

크라켄이 아예 천마를 원콤 내기 위해 작정하고 내려친 거라 데미지가 상당했다. 천마의 스킬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다.그러나 그 덕분에 천마는 반격을 가할 힘이 생겼다.

쿠오오오-!!

천마를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블랙홀처럼 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그것들은 검은 기운을 띠며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천마는 검을 그대로 크라켄에게 뻗었다.

콰아아앙-!!

천마의 검에서 길게 뻗어 나간 검은 기운이 크라켄의 안면을 직격했다. 그것을 맞고 크라켄은 뒤로 벌러덩 넘어가더니, 그대로 바다 속으로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

-오오오!-와씨 방금 그거 뭐야?

-지금 크라켄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한 거임??? 방금 건 대체 뭔 스킬임???

-어. 저거 그거네. 저번에 천마형이 배운 스킬. 파천황천강도 순간 저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납득이 안 되다가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고 알았다.

‘천마삼검 중 3식에 있는 파천황. 그걸 쓴 거구나.’

상대의 공격을 흡수해, 그것을 그대로 돌려주는 파천황. 그게 크라켄에게도 통하다니.

-안심하면 안 됨. 크라켄 잡으려면 파티원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저거 혼자서 잡으려면 힘듬

-ㅇㅇ지금이라도 천마형한테 뒤로 빼라고 해

-육지로 피한 다음에 파티원들 구해서 싸우는 게 낫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난 아직도 천마형이 어떻게 바다 위를 걷고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함

시청자들의 말대로 천마는 지금 혼자 크라켄과 싸우고 있다. 파티원이 많으면 50명에서 100명까지도 필요하다는 크라켄을 상대로 혼자 싸운다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이지 않던가.

“근데 제가 피하라고 해도 당연히 안 피하시겠죠?”

하도 겪어봐서 천강은 무슨 말을 해도 천마가 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글킨함

-천마형은 노빠꾸잖아

-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읍지시청자들도 천마가 저기서 전혀 나올 생각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보였다. 실제로도 천마는 크라켄과 싸울 생각만 할 뿐, 바다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흠. 이놈이 꽤 깊이 들어갔군.”

“형. 괜찮겠어?”

천강이 시청자들 모르게 귓속말을 보냈다.

“괜찮다.”

“근데 거기서 뭐해?”

“놈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놈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본좌를 뒤에서 습격하려 하고 있어.”

“그걸 어떻게 알아?”

“후후. 본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없지. 놈의 기를 느낄 수만 있다면 다 본좌의 손바닥 안이니라.”

“······.”

뭔가 신나 보이는 천마의 목소리에 천강은 더더욱 거기서 나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곧 놈의 공격이 시작될 거다. 잔뜩 벼르고 있거든. 아마 저곳에서 그 징그러운 촉수가 또 튀어나오겠지.”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말로 그가 가리킨 곳에 크라켄의 촉수가 높이 뻗어 올랐다.

콰아앙-!

바다가 아니라 바닥을 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한 번은 당해도 두 번 이상 당해 줄 천마가 아니었다.

“그런 걸로 본좌를 죽일 순 없느니라.”

천마는 연이어 날아오는 촉수들을 피해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가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촉수가 날아 들어왔다.

“음?”

날아오는 촉수를 검으로 흘려보내려 했는데, 문제는 촉수에 닿은 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끈하고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 촉수의 특징이었다. 그로 인해 천마는 검을 붙잡은 채로 촉수에 대롱대롱 매달려야만 했다.

-ㅋㅋㅋ천마형 강제 롤러코스터행ㅋㅋㅋ

-크라켄 자이로드롭 타눜ㅋㅋㅋ

-크라켄 놀이공원 미쳤냨ㅋ

촉수에 이리저리 매달려 있는 천마를 보고 있으니, 천강도 웃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죄송합니다. 여러분.”

-웃을 일이 아니닼ㅋㅋ 저게 얼마나 위험한 건데

-pd 인성

-사과 방송해라

천강도 저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마라면 어떻게든 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한 몫하기도 했다.

“고약한 놈. 이런 놈은 살다살다 처음 보는구나.”

촉수에 딱 달라붙어 검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천마는 한 가지 수를 생각했다.

“너라면 버틸 수 있겠지.”

이미 천마의 마음을 읽은 검이 대답했다.

[예, 주인이시어. 그 어떤 충격에도 버텨낼 자신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구나.”

천마는 기운을 끌어 모아 검에 주입시켰다. 이윽고 모인 기운들이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다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크오오오-!!”

천마의 기운을 받은 검이 폭발하면서 촉수가 갈라져 검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

분노한 크라켄은 더 많은 촉수들을 보내 천마가 도망칠 수 없도록 했다.

“음?!”

허공에 떠 있는 터라 보법을 밟을 수가 없었던 천마는 검으로 촉수들을 쳐내야 했다. 그러나 쳐낸 다고 쳐낼 수가 있는 촉수가 아니지 않은가.

검이 다시 촉수에 달라붙자, 이번에는 천마의 몸도 다른 촉수에 말려 갇혀 버렸다.

“어!?”

워낙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천강도 화들짝 놀랐다.

-헐

-워매

-ㅈㅈ

시청자들도 촉수에 말려 모습을 감춰 버린 천마가 살아나오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크라켄은 저런 식으로 촉수를 말아 플레이어들을 없애 버리는 게 특기였다.

“님들!! 어, 어떡하죠? 지금이라도 제가 달려가서 들이받아 볼까요?!”

-아서라. 네가 어떻게 저기까지 갈 건데?

-예수님마냥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거 아니면 개뻘짓임

-와······ 이걸 또 이렇게 빡종을 한다고?

“저거 어떻게······.”

“우리라도 도와드리자!”

“나도 활이라도 쏴 볼게.”

크라켄과 천마의 싸움을 갑판에서 지켜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각자 원거리 무기와 스킬을 이용해 크라켄을 공격하려 했다.

“어! 잠깐만. 쏘지 말아 봐!”

그때 활시위를 길게 당기고 있던 플레이어 하나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하지 못 하게 막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천마를 꽁꽁 가둬 놓은 촉수에게 쏠렸다.

“저게 뭐야?”

“촉수가 붉게 달아오르고 있는 거 같지?”

촉수의 안에 뭔가가 타오르고 있는지, 겉 색깔이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크오오오-!!”

크라켄도 그 열기를 느낀 모양인지,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천마를 속박하던 촉수를 서둘러 거둬 들였다.

“와! 살아 있다!”

“말도 안 돼! 저게 산다고?”

촉수가 사라진 자리에는 온몸에 불을 휘감은 듯한 천마가 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는 허공 위에 서 있었는데, 마치 바닥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처럼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

-ㅅㅂ저건 또 뭐야? 엄마 재 무서워-천마 모드 on

“워······.”

천강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이유로 천마의 몸이 불타올랐고 그 열기로 인해 촉수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음······.”

촉수에서 빠져 나온 천마는 굉장히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몸이 가득 묻은 점액 때문이었다.

“본좌가 지금 매우 불쾌하구나.”

[고정하십시오, 주인님.]

“이걸 고정하라고? 넌 기분이 상하지 않느냐?”

[그렇기는 하오나, 게이지가 조금 올라간 것 같아 조언을 드린 겁니다.]

“응? 게이지?”

수호자의 검 덕분에 천마는 악의 승천 게이지가 조금 올라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놈을 죽여서 푹 삶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인데, 게이지가 상승한다라.”

[주인님의 감정에 따라 게이지가 상승하는 것이 맞는 모양입니다.]

현재 게이지 상태는 30/150

120이 더 해지면 악의 승천 효과가 발동된다.

“그 고약한 놈이 피곤한 걸 던져 주고 갔군.”

그래도 게이지가 끝까지 상승한다고 해서 천마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마음을 추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놈을 죽여야겠다.”

[뜻대로 하십시오, 주인님.]

천마는 크라켄에게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바다 위에서가 아닌, 허공 위에서 보법을 밟고 있는 천마였다.

“크오오-!!”

크라켄도 천마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촉수들을 위협적으로 뻗었다. 그러자 천마는 몸 안에 있는 기운들을 뜨겁게 달구어 더욱 몸 전체에 불길이 휘감기게 했다.

염화천공.

자신의 몸을 뜨거운 불로 승화시켜 사방을 녹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초식!

백여장이 넘는 거리를 단번에 녹여 버릴 만큼, 그 위력은 굉장하다.

물론, 그 위력을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검과 몸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가능했다.

그로 인해 천마는 촉수가 검이나, 몸에 닿아도 그곳에 속박당하지 않는다.

슈아아악-!!

때마침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촉수.

천마는 눈을 번뜩이며 촉수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치달아 위에서 아래로 검을 깔끔하게 내리 그었다.

쩌억-!!

용암을 휘감은 듯한 검흔이 촉수에 생겨나더니, 이윽고 그것이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헉!?”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천강과 플레이어들이 입을 쩍 벌렸다.

-헐????

-저게 가능해?

-뭐야 저거? 촉수가 왜 갑자기 반으로 쪼개지는 거야?

시청자들도 바닷물로 떨어지는 잘린 촉수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천마는 멈추지 않고 크라켄에게 달려갔다.

“역시, 본좌가 예상했던 대로구나.”

천마가 방금 전 촉수를 깨끗하게 자를 수 있었던 건 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코 투신의 분노 게이지를 이용해 날린 검기가 아니었다.

“네 덕분이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천마가 성장한 것도 있지만, 검의 스탯도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천마가 쓰던 검보다 훨씬 더 좋은 검이지 않던가?

무려 전설 등급의 무기이며, 고유 능력도 상당하다.

신검합일이 되면서 천마는 검이 가진 모든 능력을 그대로 흡수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이제 검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더욱 날뛸 수 있겠군.”

마치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되었다는 것! 방금 시범 공격은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검기를 난무할 차례였다.

쉬아아악-!!

염화천공의 뜨거운 기운을 머금은 검에서 수십 개의 검기가 쏟아져 내려갔다.

콰쾅-! 콰콰콰쾅-!!

쏟아져 내린 검기들은 천(天)이라는 글자를 붉게 새겨 놓았다.

천마신공에는 검기와 검강을 바탕으로 하는 무공이 있는데, 천하예검이 바로 그러했다.

천(天)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는 천하예검은 수십여 개의 검기가 떨어져 내려와 적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천하예검도 되는구나!”

정말 오랜만에 천하예검을 써 보는 천마였다.

물론, 무림에 있을 때도 천하예검은 거의 써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천하예검은 천마신공에서도 기초적인 것에 속하기도 하고 이것보다 더 위력이 강한 천마 대멸겁이 있기 때문이다.

“크오오오-!!”

천마예검을 직격으로 맞은 크라켄은 곳곳에 붉은 상처가 남았다. 놈은 분개하며 포효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천마는 놈의 약점을 찾는 데에 주력했다.

“저기 인가?”

사람이든 몬스터든, 먼저 상대방의 기를 파악하고 그것이 가진 고유 약점을 귀신 같이 찾아내는 건 아마 천마 밖에 없을 것이다.그는 크라켄 머리 안쪽에 깊이 숨어 있는 심장을 발견했다.

“단숨에 끝을 내자. 이 몸으로 천하예검을 무한정 쓸 순 없으니까.”

[예, 주인님.]

천마는 열기를 다시 온몸에 머금고 크라켄의 심장을 향해 낙하했다. 크라켄도 천마의 공격 의도를 파악했는지, 가까이 접근하지 못 하게 촉수들을 휘둘렀다.

“이제 그런 걸로는 본좌를 막을 수 없다!!”

촉수들이 아무리 공격을 해 봐도 천마의 몸에 스치지도 못했다. 이윽고 그는 어느새 크라켄의 머리 위까지 다다라 몸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슈아아악-!!

“크오오오-!!”

드릴처럼 회전하는 천마의 검이 염화천공에 열기를 빌려 크라켄의 머리 중심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크라켄 머리 안쪽에서 쿵쾅대고 있는 심장에 다다랐다.

“끝이다.”

콰직-!!

“키에에엑-!!”

심장이 검에 찔려 터져 버리자 크라켄은 온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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