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헬난이도 전도사 >
극한의 컨셉충 58화.
[아 개빡친다. 어둠의 군단 새끼들한테 개털려서 아이템 날아감.]
-너뿐만이 아님
-피해 본 유저가 20만 명 가량 된다고 하던데
-AU 글로벌 퀘스트 개 x 같네
마타하니 도시는 어둠의 군단을 막아냈지만,똑같이 침략을 받은 도시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망하게 되고 잃은 아이템과 경험치 때문에 절규하는 중이었다.
[글로벌 퀘스트 같은 건 왜 시작해가지고.]
-왜 죄 없는 사람들을 끌어 들이냐. 천마 이 개객끼야
-으데 감히 천마 형을 욕하누
-ㅇㅇ지가 더럽게 약해서 뒤진 거 가지고
-천마빠들 꺼져
당연히 일부 여론은 글로벌 퀘스트를 시작한 천마를 비난했지만,그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야. 방송 시작했다.]
-방금 방송 시작함.
-안 그래도 그거 보려고 치킨 시켜 놓음
-ㅋㅋㅋㅋ기대 된다.
-새로운 직업이 대체 뭘까?
곧이어 천마의 영상 판권을 사들인 방송사에서 영상을 내보냈다.
담당 PD는 믿어 의심치 않았으리라.
이번 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게 될 것임을. 그리고 한동안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될 것이다.
PD의 예상대로 현재 커뮤니티는 실시간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와. 암살자들 ㅈㄴ역겹네]
-ㅈㄴ 역겨운데,천마형은 안 건드리고 지들끼리 왜 싸우냨ㅋㅋㅋ
-ㅋㅋㅋ 냐 눈엔 개 병신으로 밖에 안 보이던데
-저게 다 천마 형이 노린 거임. 일부러 방심을 유도해서 서로 싸우게 하는 거지
-마지막에 에르바 등장하는 거 진짜 존멋
천마에게 정화의 정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파견된 암살자들은 서로 이상한 착각을 하게 되어 천마를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못했다.
거기다가 마지막에 에르바가 등장하면서 상황 종료. 그런데 영상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글로벌 퀘스트 난이도 실화야?]
-라비락트인지,레비락스인지 그 새끼는 뭐냐?
-나도 보면서 어이없었다. 뭔 난이도가 저렇게 헬이 냐?
-ㄹㅇ난이도 씹창났음
갑작스레 라비락트가 등장하면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라비락트가 어둠의 마법사의 소환수라는 것과,악마라는 것까지 설명이 나오면서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 그래도 신전 안이 시끄러워서 뭔 일이 났나 했었는데, 이런 게 있었네
-와 근데 천마 형 왜 안 죽냐?
-천마형이 멀쩡히 걸어 나왔다는 건 살았다는 거잖아. 어떻게 살았음?
잠깐 광고가 나올 땐 커뮤니티 회원들이 열심히 게시글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이 시작되면 아무도 게시글을 올리지 않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천마가 라비락트에게 반격하고 에르바가 깔끔한 마무리를 지었을 때 비로소 게시글이 다시 미친 듯이 올라왔다.
[방금 뭐였냐?]
-존나 어이 없어서 헛웃음만 나오넼ㅋㅋㅋ
-나도임 ㅋㅋㅋㅋ 진짜 돌았다
-에르바가 마무리 해 준 것도 있지만,라비락트한테 반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천마형 새로운 스킬 익힌 거임?
라비락트와의 싸움이 끝나고 광고가 이어 지면서 회원들은 한창 토론을 벌였다.
주로 천마가 쓴 스킬이 대체 무엇이고,어떻게 라비락트에게 반격을 가했냐는 것인데 대부분 추측일 뿐이었다.
에르바가 버프 마법을 걸어 천마가 살아난게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런 의문은 광고가 끝나고 나서 전부 풀리게 되었다.
[드디어 나왔다!! 새로운 직업!!]
-지존! 지존이라니!!
-천마하면 지존이지!!
-근데 나중에 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진짜 개에바 아닌가?
-대체 뭐가 나올까 싶었는데,진짜 극한의 컨셉을 넘어 아예 무림을 만들어 버리네
-천마 형이 천마신교 만들면 나도 직업을 받을 수 있는 거임?
새로운 직업 공개!
그거 하나만으로 라비락트의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지존이라는 직업이 생겨나고 천마가 나중에 문파를 만들면 다른 플레이어에게 스킬을 전수해 줄 수 있다는 말에 큰 화제가 됐다.
더군다나 여러 신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신의 반열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난 보고 싶다.]
-천마 형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다
-진짜 신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냨ㅋㅋ
-황제는 존나 우습겠네
여러 유명한 플레이어들은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 누구도 신이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천마는 유일하게 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모든 제국을 발아래 둘 수 있는 건 황제가 아닌,바로 신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방송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까지 퍼져 나가 천마에 대한 명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 * *
“으음"
천강은 깊게 숨을 내쉬며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항상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천강은 천마의 화면도 함께 녹화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야 나중에 영상을 편집할 때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편집을 하려고 영상을 튼 것이 아니었다.
카시스가 천마를 덮쳤을 때의 영상.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천강이 모니터 앞에 앉은 것이었다.
“그런데 영상이 존재하지 않다니.”
카시스가 거부할 수 없는 저주 마법을 걸어 천마를 속박하고 어둠의 마법으로 천마의 모든 것을 흡수할 때 갑자기 영상이 끊겼다.
녹화가 꺼진 것이 아니다.
천마의 화면이 꺼진 것일 뿐.
그렇다는 건 천마가 정신을 잃었다는 건가?
그럴 수가 있나?
게임 안에서 정신을 잃는다는 건,강제 로그아웃이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천마는 로그아웃을 당한 게 아니었지 않은가.
“그럼 대체 뭐지. 왜 영상이 안 보이는 거지?”
영상은 보이지 않으나, 잡음이 섞인 작은 소리가 하나 들리 긴 했다.
[넌 대체 누구야!]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건질 게 없었다.
“후-. 어렵다. 어려워.”
천강은 자신의 형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저건 절대 천강이 알고 있는 그 망나니 형이 아니었다.
아무리 기억 상실증에 이은 정신병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진짜 영혼이 바뀌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없잖아.”
아무리 세상 과학이 잘 발전했다고 해도 남의 영혼을 다른 사람 몸에 주입시킨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게 방송에 나가면 진짜……"
카시스를 박살 내버리고 어둠의 군단에 씌어 있던 흑마 법까지 전부 풀어 버렸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플레이.
대체 무엇이 천마를 저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영상을 돌려보는 천강도 그게 의문이었다.
천마는 천마신공에 쓰이는 것과 흑마법에 쓰이는 마나의 힘이 비슷해서 가능했다고 설명을 하긴 하는데…….
“문제가 이렇게 번질 줄은 몰랐지.”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악신이라니.”
악신의 등장!
그냥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주 거하게 특성까지 던 져 주고 떠나 버린 놈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국에 수배를 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까지 동반한다.
“이건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
최대한 비밀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방송사에 보내는 영상에서도 악신에 대한 내용은 전부 빼 버릴 것이다.
“이것 외에도 영상감 나오는 건 정말 많다.”
신검합일,검의 각성. 검과 대화를 나눈다는 특이한 능력까지.
정말이지 매 순간순간이 레전드가 되어 가고 있다.
* * *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게임으로 돌아온 천강과 천마는 며칠 동안 하지 않았던 생방송을 다시 키게 되었다.
-5252!! 기다렸다굿!!
-이게 얼마 만이여
-사정은 이해하지만,자주 방송 좀 해주셈
- 천하!!
여전히 그 인기가 여전하듯, 방송을 키자마자 3만 명에 넘는 시청자들이 몰렸다. 당연히 그에 따라 쏟아진 후원금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었다.
[천마사랑꾼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어디 가고 있는 거임? 왜 배 타고 있음?]
“천마 사랑꾼님! 10만원 후원금 감사드려요! 이번에 천마님의 활약으로 멋지게 마타하니 도시를 지켜낸 거 다들 알고 계신가요?”
-영상 올려놓고 활약이라 해 주셈ㅋㅋ
-요즘 영상이 뜸하다 PD야
-대형 방송국 물 먹어서 안 올리눜ㅋ
“죄송합니다. 방송이 나가면 바로 올리도록 계약이 되어 있어서요. 조만간 천마님이 마타하니 도시에서 활약한 영상이 나가게 될 겁니다. 아무튼! 그때 이후로 천마님이 새로운 퀘스트를 받게 되셨어요.”
천강은 방송에는 관심 이 없고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천마에게 다가갔다.
“천마님 . 이번에 받은 퀘스트가 뭔지 말씀해 주시지요.”
그래서 천강이 일부러 다가가 퀘스트 내용을 설명해 달라 요청했지만,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퀘스트?”
“예. 퀘스트요.”
“뭐였지?”
이런 게 한 두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서 천강은 빠르게 대처했다.
“자! 여러분. 오늘 퀘스트는 바로 항구 도시 오리아나 에서 시작될 예정입니다! 흑마법사들이 그곳에서 활동 중이라는 첩보가 있어 , 그들을 찾으러 가는 것이 이번 퀘스트의 핵심입니다!”
-PD 자연스레 설명충ㅋㅋㅋㅋ
-역시,천마형은 여전하구나
-우리 뮤뮤도 잘 있네
-뮤하!!
조만간 나갈 영상에서 뮤뮤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하는 걸 보게 되면 그때도 귀엽다고 할 수 있을지 천강은 궁금했다.
[바실레이아충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이렇게 방송 켜도 됨? 암살자들이 또 따라오는 거 아님?]
“바실레이아충님 10만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그 저도 고민을 좀 하긴 했는데요,천마님이 어떤 도전이라도 다 받아주겠다며 생방송을 키라고 하셔서 키게 된 겁니다.”
-캬 역슄ㅋㅋㅋㅋㅋ
-레알 패기 하나는 알아줘야 됨 ㅋㅋㅋ
-저번 영상 못 봄? 암살자들 떼거지로 덤벼도 천마 형한테 안 됨
[queen21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 오빠는 언제 천마신교 만들어요? 빨리 가입하고 싶은데.]
“queen21님 5만 원 후원금 감사드려요! 어 천마신교 말이죠?”
천강은 천마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천마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본좌는 천마신교를 이곳에 부활시킬 생각이 없다. 천마신교가 부활한다는 건 곧 패도를 걷는다는 본좌의 의지라는 것인데,본좌는 수련을 하기 위해 온 것이지 결코 이곳을 정복하기 위함이 아니다.”
단호박 같은 천마의 의지에 천강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렇다고 합니다.”
-아 아쉽누
-천마신교 생기면 바로 들어가려 했는데
-너무행 ㅠㅠ
-컨셉충인데 천마신교를 만들어야 진짜 컨셉충 완성이 되는 거 아님?
천강은 시청자들의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언젠가 만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기대해주세요!”
-존버1
-존버22
천강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천마신교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약 정말로 천마가 천마신교라는 길드를 문파를 만들게 된다면 그곳에 가입하는 회원 수가 과연 몇 이나 될까.
길드원 숫자가 30만 명이 넘어야 대형 길드라고 불린다. 만약 30만 명이 넘는 대형 길드를 천마가 만들 수 있다면 다른 길드들과 마찬가지로 대륙 정복에 야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원하지 않으니……'
물론,천마가 전혀 관심이 없는 일이기에 강요할 순 없다. 그리고 천강도 복잡하게 길드끼리 싸우는 것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거의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방송을 킨 거라서요!”
천강은 계속해서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천마는 햇빛이 반짝거리는 바다를 감상하며 주먹을 꾹 쥐었다.
‘악의 승천이라고 했었나.’
악신이라는 놈이 허락도 없이 던져 주고 간 특성.
이것이 발동되려면 게이지라는 걸 채워야 하는데,천마는 그 게이지가 어떻게 채워지는지 아직 몰랐다.
여러 스킬을 써 봤지만,분노처럼 게이지가 상승하지 않는 것을 보아 다른 요소가 필요한 듯했다.
[그건 주인님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닐까요?]
그때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수호자의 검이 목소리를 냈다. 잠시 검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천마가 되물었다.
“본좌의 마음?”
[예. 악의 승천이라는 건 결국 악함과 가깝다는 건데, 주인님이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그것이 채워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로 들자면?”
[살의.]
[살의와 증오 같은 종류의 것들이 게이지를 상승시켜 효과를 발휘하는 게 아닐까요?]
검의 말을 듣다 보니 일리가 있었다.
“넌 본좌가 알고 있는 그놈들보다 훨씬 쓸모가 있구나.”
[전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입니다. 비록 검이지만요.]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검을 만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천마였다.
“오늘은 순조롭게 항해를 하겠군.”
항상 뭔가 사건 사고가 터졌지만,오늘은 아주 평안하게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곧 도착을 하겠네요.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천강도 그리 멀지도 않은 도시로 이동하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는 마음이었다.
콰콰콰콰-!!
하지만 어림도 없지.
“스,습격이다!”
“몬스터들이다!!”
저 멀리서부터 뭔가가 빠르게 배 쪽으로 질주하더니,배를 몰고 있던 선장부터 선원들까지 모두 난리법석을 떨었다.
“아아-. 제발……"
천강은 또 시작이냐는 마음에 탄식부터 터져 나왔다.
-역시 헬난이도 전도샄ㅋㅋ
-이 정도면 바실레이아가 천마 형을 굴리는 거 같음.
-어떻게 가는 곳마다 뭔 일이 터지냐
시청자들도 그럴 줄 알았다며 물개 박수를 쳐 댔다.
천강은 차마 시청자들 앞에서 할 수는 없고 속으로 소리를 칠 뿐이었다.
‘대체 우리한테 왜 그러는 거야!!’
< 58화. 헬난이 도 전도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