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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47화 (47/140)

47화. 라비락트

극한의 컨셉충 47화.

[야. 방금 나 천마 봤다.]

-에르바랑 같이 마타하니 도시 들어가고 있는 거 봄. 둘이 사귀나 봄

-미친 새끼 ㅋㅋㅋ

-응 개소리

[아냐. 나도 봤어. 마법 군단이 천마 형 보호해 주고 있는 거 같던데?]

-천마 형 이러는 거 보니까 천마충 새끼네

-천마충들 극혐ㅋㅋㅋ

-그런 정신병자 같은 새끼가 좋다고 방송을 보네

[커뮤니티를 보면 그 사람의 인지도를 알 수 있다고 했지.]

-욕 많이 먹고 있는 BJ는 무조건 인기가 ㅈㄴ많다는 거임

-꼭 누구 잘 되면 충충 거리면서 욕하더라

-질투심에 쩔은 놈들이 많아서 그럼

-사회생활 가능?

[근데 왜 마법 군단이 플레이어를 보호해 주는 거임? 그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글로벌 퀘스트 때문이 아닐까?

-글로벌 퀘스트가 이번 한번만은 아니잖아.

-헛소문이겠지

-헛소문 타령 ㄴㄴ 저거 레알 팩트임.

-천마 형은 좋겠다. 마법 군단이랑 에르바한테 에스코트도 다 받아보고.

-시발 누구는 채석장에서 존나 땅 파면서 알바하고 있는데

에르바와 마법 군단이 천마를 호위하며 마타하니 도시에 입성했다는 것이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그리고 그 소식은 눈에 불을 키며 천마를 찾고 있던 각 길드에게도 들어갔다.

“뭐? 천마가 마법 군단의 호위를 받는다고?”

“미친놈이 어디서 헛소문을 지껄이고 있어. 에르바가 그깟 플레이어 하나 때문에 마법 군단을 움직였다는 거야?”

“에이. 잘못 본 거겠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들은 처음에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마법 군단과 에르바.

특히 에르바는 플레이어들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신관이지 않던가. 뭐, 그런 면에서 더욱 그녀를 좋아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에르바가 플레이어 하나를 지키기 위해 마법 군단을 동원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번 글로벌 퀘스트······ 진짜 대박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어둠의 마법사가 부활할 수도 있는 퀘스트이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직 퀘스트가 진행되지 않았는데 벌써 마법 군단이 움직여 준다고?”

“이 정도면 천마가 마법 군단이랑 무슨 계약을 한 게 아닐까?”

대형 길드부터 시작해 이번 퀘스트에 사활을 걸고 있었던 길드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이들은 천마가 절대 살아남지 못 하고, 정화의 정수도 빼앗겨 길드 간의 전쟁이 벌어질거라 확신했었다.

“이 정도면 서스펜스 스릴러 반전 영화 아니냐?”

길드원들을 통해, 아니. 한창 난리가 난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레이피드는 한참을 껄껄 웃고 있었다.

“나는 진짜 꼼짝 없이 잡혀 죽을 줄 알았거든. 근데 그걸 또 그렇게 빠져 나가네? 내가 이래서 그 채널 구독과 좋아요를 안 누를 수가 없어요.”

천마가 마법 군단의 호위를 받고 있다는 얘기에 레이피드가 세상 제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참에 우리 길드원들한테 전부 명령을 내려 놓을까봐. 천마 채널 구독과 좋아요 누르러 가라고.”

“······.”

레이피드의 말을 듣고 있던 길드원들이 흠칫 거렸다.

“우리 애들은 뭐 건진 거 없어? 왜 마법 군단이 도와줬는지.”

“현재 알아보는 중입니다. 에르바가 저번에 천마에게 직업을 권유했던 것이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레이피드도 저번 영상을 봐서 대충은 알고 있다.

아쿰리아스와 에르바가 천마를 두고 서로 싸웠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둘이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는 레전드 대결이 한창 뉴튜브에서 핫하지 않았던가.

“최대한 정보란 정보는 전부 끌어 모아. 이번 글로벌 퀘스트에서 우리 길드가 취할 이득은 취해야지.”

“저희는 참여하지 않는 거 아니었습니까?”

판테온이 천마를 건들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는 바람에 현재 길드원들 중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태였다.

“이번에는 안 건드렸잖아. 그런데 퀘스트가 진행되고 나면 상황이 또 달라지지. 글로벌 퀘스트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 우리 길드가 위험해질 수 있는 뭔가가 튀어 나오려 한다면 막아야 하지 않겠어? 또 우리 길드가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면 그건 꼭 챙겨야 하는 거고. 판테온도 이미 허락한 일이야.”

지금 당장은 천마를 건들지 않겠지만, 언제든 명분이 생긴다면 그를 죽이고 글로벌 퀘스트를 독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우린 우리 방식대로 하면 돼. 항상 그랬듯이. 그러니까 왜 마법 군단 새끼들이 천마 옆에 꼭 붙어 있는지 알아봐.”

레이피드와 마찬가지로 다른 길드들도 천마의 동태를 주시하며 그를 먹음직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누구도 글로벌 퀘스트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 * *

“그래서, 여기까지 본좌를 데려온 이유가 무엇이냐?”

에르바가 텔레포트를 타서 마타하니 도시까지 한 번에 도착한 천마는 어느 정도 화를 식힌 상태였다.

“좀 걱정이 돼서요. 마탑의 마법사가 정화의 정수를 천마님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주면서 줄곧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시지를 않으니, 저희가 직접 찾으러 간 거였죠.”

에르바도 주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이번 어둠의 마법사의 부활을 막는 임무는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대륙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그걸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진 않겠죠.”

“도와준 거다?”

“그렇죠. 저는 꼬오옥 천마님이 해 주셨으면 했거든요.”

“왜지?”

“그거야 마법의 신께서 원하시는 일이니까?”

천강은 천마와 에르바가 나누는 대화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아마 바실레이아 대륙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 에르바에게 저렇게 함부로 반말을 하는 건 천마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그 자리에서 얼려 버린 다음, 산산조각을 내 버렸겠지.

“마법의 신께서는 당신이 대륙을 위기에서 구해낼 영웅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계십니다. 저는 그분의 종이니까,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건 모두 믿고 따르죠.”

“본좌는 누구를 구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너희들이 원하는 걸 주도록 하지.”

천마는 인벤토리에 있던 정화의 정수를 꺼내 에르바에게 건넸다. 예상치 못 한 전개에 에르바와 천강 둘 다 모두 당황했다.

“가져가라. 이런 귀찮은 일은 질색이니까.”

“혀, 형?”

“아우야. 그만 나가자꾸나.”

“······?”

천강은 이게 제발 꿈이길 바란다며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천마는 정화의 정수를 에르바의 손에 놔두고 정말 신전을 나가려했다.

“어둠의 마법사를 막아서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모험가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포기하겠다고요?”

에르바의 말에 천마는 뭔가 씁쓸한 얼굴로 대꾸했다.

“본좌는······ 세상의 영웅이 될 그릇이 되지 못 한다. 누군가의 영웅이 될 만큼 선하지도 않아. 본좌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화의 정수를 마법의 신전에 전달하였기 때문에 글로벌 퀘스트를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퀘스트를 포기하시겠습니까?]

“그래. 본좌는 영웅이 될 자격이 없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천강이 말릴 새도 없었다. 천마는 바로 퀘스트를 포기해 버렸다.

글로벌 퀘스트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모든 플레이어가 한번쯤 주인공이 되고픈 최고의 무대라는 것!

그런 엄청난 기회를 천마는 내려놓았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정말 이렇게 퀘스트를 날려 버린단 말인가.

천강은 머리털이 전부 빠질 것만 같았다.

“아니. 당신이 아니면 아무도 하지 못 합니다.”

그런데 퀘스트를 포기하고 신전을 나가려는 천마를 에르바가 붙잡았다.

[퀘스트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가 당신에게 자동 귀속됩니다.]

“음?”

“엥?”

천강과 천마가 동시에 짧은 기함을 터트렸다. 그리고 에르바는 천마에게 다가가 다시 정화의 정수를 건네주며 말했다.

“사실, 저도 당신에게 약간의 의심이 남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제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당신처럼 겸손하고 강한 의지가 있는 모험가만이 반드시 대륙을 위기에서 구할 거라 믿어요.”

“아니. 잠깐. 본좌는 관심이 없······.”

“전 영광스러운 브리쉘 제국의 마법 군단 수장으로써 천마님을 성심성의껏 돕도록 하겠습니다.”

천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마의 히스토리를 살펴보았다.

[글로벌 퀘스트가 이벤트 후에 시작됩니다.]

강제로 퀘스트가 귀속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퀘스트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벤트?”

하지만 이벤트 후에 시작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천강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콰앙-!

갑자기 신전의 천장이 뚫리면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역겨운 생명들이여.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두 개의 검은 뿔.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두 눈동자.

양옆으로 활쫙 펼쳐진 검은 날개.

그 존재 자체가 파멸이라는 걸 보여 주듯, 그 위압감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파멸의 전사, 라비락트가 출몰했습니다!]

라비락트?

천강은 처음 보고, 처음 듣는 몬스터 이름이었다. 하지만 에르바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럴 수가! 저놈이 왜 여기에?!”

그녀의 얼굴을 보니, 보통 상대가 아닌 것 같았다.

천마도 라비락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기운에 눈을 꿈틀거렸다.

“파멸을 맞이하거라. 그것이 그분의 뜻이다.”

콰아아아-!!

라비락트가 가볍게 검을 휘두른 것 같았는데, 벌써 신전이 전부 뜯겨 나갈 것처럼 보였다.

“모두 신전 밖으로 나가!! 전 군단은 전투 준비에 들어가라!”

에르바는 목소리에 마나를 섞어 바깥에서 대기 중인 군단에게 공격 준비를 알렸다.

그런데 잠시 에르바가 한 눈을 판 사이, 라비락트가 검으로 그녀를 찍어 내리려 했다.

“조, 조심!”

콰아아앙-!!

천강이 경고를 하기 위해 소리치려는 때에 벌써 거대한 검이 목표 지점을 때려 파괴시켰다.

“적을 앞에 두고 다른 곳에 시선을 두다니. 생각보다 조심성이 없는 여인이군.”

“엇.”

다행히도 천마가 먼저 에르바의 몸을 안고 피해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저, 저 정도는 방어막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그래. 본좌가 괜한 짓을 했구나.”

천마는 들고 있던 에르바를 무심하게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악.”

“얼른 일어나서 피하거라.”

“천마님이나 피하시죠.”

“밖에 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더냐? 그들은 네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부터 움직여야 하는 게 네 본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건······.”

“여긴 잠시 본좌에게 맡기고 얼른 그들에게 가 보거라.”

에르바는 망설여졌다.

상대는 어둠의 마법사가 고대에 소환시켰다는 악마다.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졌다는 것. 그렇기에 에르바도 혼자서 저 악마를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걸 알기에 천마를 혼자 놔두고 갈 수 없었다.

“본좌도 저놈이 얼마나 지독하게 강한 놈이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본좌의 목숨을 놈이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리고 본좌를 믿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 말에 에르바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밖에서 마법진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조금만 버텨 주세요.”

에르바는 천마를 놔두고 마법 군단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형?”

“너도 어서 피하거라.”

“젠장. 형 놔두고 도망치는 동생 놈이 어디 있어? 원래 형제는 살아도 같이 살고, 뒤져도 같이 뒤지는 거야.”

천강도 무기를 장착한 뒤 천마와 함께 싸울 태세를 갖췄다.

“진짜 더럽게 짜증나는 난이도네.”

천마가 퀘스트를 할 때마다 어쩜 이렇게 난이도가 어려워질 수 있는지 참으로 의문이었다.

“너에게서 혐오스러운 것이 느껴지는구나.”

검을 어깨에 걸치고 있던 라비락트는 천마를 유심히 바라보다 그에게 정화의 정수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분의 부활을 막는 영웅이 바로 네놈이었느냐?”

천강은 저 말 같지도 않은 괴물이 천마를 콕 찍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놈은 사방이 검게 그을리도록 검은 기운을 방출하며 사악한 목소리를 냈다.

“죽여주마. 역겨운 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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