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22화 (22/140)

22화. 강해지기 위해서

극한의 컨셉충 22화.

-홀리쒯!

-왓더뻑?

-뭐여 저게?

-저 형이 왜 여기서 나와?

-ㄹㅇ쒯이넼ㅋㅋㅋㅋ

-뭐냐 이건 또 ㅋㅋㅋㅋㅋ 연출이냐?

-아 이거 영자가 태클 거는 거네

-영자님 방플 ㄴㄴ

본채 밖으로 튀어 나온 도적 우두머리.

즉, 이곳 보스몹이 스테이지-1부터 나온 꼴이라고 봐야 한다.

저 본채 안으로 들어가 끝까지 가야만 나온다는 도적 우두머리가 왜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일까?

“여, 여러분. 원래 이런 겁니까? 전 이런 거 처음 보는데요?”

-나도 처음봄

-애초에 보스몹이 초장부터 나오는 경우가 없지

-그건 오지게 인정하는 부분임. 보스몹이 쪼무래기마냥 첫 판부터 나오는 경우는 없어

-그럼 저건 뭔데?

-버근가?

-천마 형이 꼭 뭐만 하면 버그가 생기네

-버그메이커 천마 ㅋㅋ

-웃을 일이 아니다. 저거 우짤 긴데?

-원래대로라면 도적 100마리 잡고 지름길로 우회해서 바로 우두머리가 있는 쪽으로 들어가잖아. 그렇게 하면 다른 놈들이랑 안 싸우고 우두머리 뚝배기만 깰 수 있으니까.

-ㅇㅇ저건 선 넘었지.

선을 넘었다라.

그래. 저건 확실히 선을 넘은 것이다.

보스 몬스터는 원래 잠자코 마지막 스테이지에 앉아 있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왜 가만있는 놈이 튀어 나오는 거냐?

“진짜 운영자들 관리 안 하네.”

-ㅋㅋㅋㅋㅋ운영자 탓 지리쥬?

-하지만 운영은 우리 위대하신 AI 헬라님이 하쥬?

-건방지군요, 인간.

-아니. 저거 진짜 버그야? 뭐야?

-버그일 수도 아닐 수도

-히든 이벤트 같은 거 아니냐?

-하루에도 파티원들이 수백 번을 왔다갔다 하는 곳인데, 저게 히든 이벤트라고? 그런 곳이라면 진작에 발견됐어야지.

-천마 형은 혼자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잖아. 파티가 아니라서 저렇게 된 걸 수도?

“뭐야? 왜 저게 여기서 튀어 나오는 거야?”

“도와 줘야 하는 건가?”

“뒤에 따라온 도적들 숫자도 만만치 않은데?”

“무슨 이벤트 같은 거야?”

천강과 천마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처음 보는 상황에 웅성거렸다. 이윽고 몇몇 플레이어들은 천마를 돕기 위해 각자 무기를 들기까지 했다.

“저건 좀 위험하겠지?”

“도와주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나도 도울래.”

“천마님 파티 좀 맺어 주세요!”

분위기를 봐서는 번개 파티가 생성되는 것 같았다.

-경험치 77ㅓ억

-갑분파ㅋㅋㅋ

-뜬금 파티원들 ㅋㅋㅋㅋㅋ

-우리 천마 형 핵인싸눜ㅋㅋㅋ

-너도 나도 다 파티 맺으려 하네 ㅋㅋㅋㅋㅋ

-개꿀이누ㅋㅋㅋ

-아씨 나도 맺고 싶다

연이어 들어오는 파티 신청에 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우야. 자꾸 파티를 맺자고 신청이 들어오는데, 이게 다 무슨 말이냐?”

“응? 아. 그건 저기 뒤에 계신 플레이어 분들이 천마님을 돕기 위해 파티를 신청하시는 거예요. 보시는 바와 같이 지금 도적들이 천마님에게 몰려오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혼자 상대하기에는 힘이 드시니까······.”

천강의 설명에도 천마는 딱 잘라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예?”

“본좌가 누구인가?”

천마의 물음에 천강은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그거야 당연히······.”

“본좌는 그 이름 그대로 천마다. 하늘과 땅을 공포에 떨게 한다 하여 불리는 이름이지. 일인군단이란 말도 오직 본좌를 위한 수식어일 뿐. 하지만 지금의 본좌를 보거라. 이 얼마나 나약한 몸이란 말인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본좌는 절실히 힘이 필요하다.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홀로 설 필요가 있으며, 나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한다.”

천마는 잠시 집어넣었던 칼을 다시 뽑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본좌는 저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본좌를 약하게 만드는 길이다. 본좌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홀로 부딪히는 것이 중요해.”

천마는 이곳이 아닌, 무림의 세계에서 살았을 적을 떠올렸다. 아무리 천마라고 해도 어찌 약했던 시절이 없었을 수 있을까.

그는 항상 극한의 한계를 뛰어 넘어와 강해졌다. 그 누구도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번 성장의 맛을 느껴볼 차례였다.

“설사 여기서 본좌가 죽는다고 한들, 후회는 없다!”

그 말과 함께 천마는 도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자, 잠깐만요! 천마님!!”

천강은 혼이 쑤욱 빠져 나갈 뻔한 걸 간신히 붙잡았다.

‘저, 정신 차리자! 나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형이 정말 죽을 수도 있어!’

여기서 만약 로그아웃을 당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애써 올려놓은 시청자들의 수가 썰물 빠지듯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비겁하지만······.’

천강은 뒤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간절한 눈길을 보냈다. 그의 눈과 마주한 플레이어들은 뭔가 깨닫는 바가 있는 듯보였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우리 천마 형 죽어요!!’

하지만 그들은 천강의 눈빛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아. 역시, 그런 마음이었구나.”

“끝까지 컨셉을 지키는 프로의 자세······ 배워야겠다.”

“나 감동 먹었어. 저렇게까지 하시겠다는데 우리가 나서는 건 예의가 없는 거지.”

“저 PD님을 봐. 나서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눈빛이잖아.”

“대단하다. 나 같으면 당장 살려 달라고 빌었을 텐데.”

“이래서 내가 천마님을 좋아한다니깐!”

“극한의 컨셉충! 진정한 프로!!”

마지막 동아줄이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천강은 천마의 말에 감동하여 혼자 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노려보았다.

‘미친놈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천강 혼자 미친 것일지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전부 다 또라이처럼 보인다면, 어쩌면 네가 제일 또라이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정상이 아닌 건가?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내가 정상인 게 당연하잖아!’

-오오오오오오!!!!!

-본좌는 혼자 다 쓸어버린다.

-저런 대사를 칠 수 있는 건 우리 천마 형 밖에 없다.

-ㄹㅇ독보적임 ㅋㅋㅋㅋㅋ

-미친 개씹간지네.

-로그아웃 모드 on.

-???:도전은 있지만, 로그아웃은 없다.

-도적님들 천마 택배 갑니다잉ㅋㅋㅋㅋㅋ

하지만 채팅창을 읽는 것도 잠시.

“헉-! 너무 저돌적인 거 아니야?”

“진짜 저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혼자서 정말 다 상대할 생각인 건가?”

“와······ 미친.”

플레이어들의 환호성에 천강은 천마 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

스거걱-! 푸욱-!!

섬뜩한 칼부림이 연속으로 일어나며 천마가 도적들의 안으로 들어가 헤집고 있었다.

“죽여라!!”

“이 건방진 놈!!”

“우리 도적단의 무서움을 보여 주마!!”

도적들은 들고 있는 무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천마를 공격하기 바빴다. 하지만 천마가 너무 안으로 들어와서일까.

그들의 공격이 엉켜버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었다.

“이 멍청아! 아군을 때리면 어쩌자는 거야!?”

“뭐야? 이 돼지 같은 새끼가 누구더러 멍청이라는 거야!!”

천마의 날렵한 몸놀림과 날카롭게 뻗쳐 오는 공격에 도적들은 천마를 탓하기보다 오히려 동료를 탓하고 있었다.

이윽고 아예 몇 명은 서로 싸우느라 천마를 등한시하기까지 했다.

천강은 슬쩍 채팅창도 살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채팅창은 폭주 그 자체였다.

-저것이 일인군단. 저것이 천마!!

-진짜 영화다, 영화. 인도 영화 보는 것 같은 건 나뿐이냐?

-ㅋㅋㅋㅋㅋ발리우드 모드 on

-천마 택배가 아니라 도적 목 따는 배달이었넼ㅋㅋ

-저게 진짜 클라스지.

-도적들 서로 싸우는 거 실화냐? ㅋㅋㅋ

-꽁 경험치 77ㅓ억

-이게 바로 안녕하‘살’법이다.

-미친 혼자 싸우고 있는데도 꿀리지가 않누. 개사기누

-사실 진짜 사기 직업은 초보자였습니다???

채팅창을 보면 알 수 있듯, 분위기가 좋다.

천강도 순간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콰아앙-!!

촤아아악-!

큰 굉음 한번에 환호성을 지르던 플레이어들도.

채팅창을 통해 천마를 응원하던 시청자들도.

서로 싸우기 바쁘던 도적들도.

모두가 일순 침묵에 잠겼다.

“흐흐. 쥐새끼마냥 잘도 뛰어다니는구나.”

도적 우두머리가 내리찍은 도끼.

그것이 땅을 움푹 파면서 굉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그래. 저게 걱정이었다.’

천마에게 정신이 팔쳐 천강도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저 도적들이 아니다.

저 도적들 뒤에 있던 우두머리 녀석이 제일 큰 문제였다.

‘도적 우두머리의 레벨은 55. 하지만 같은 레벨의 플레이어가 쓰러뜨리기는 힘들어.’

레벨이 55라고 해서 같은 레벨의 플레이어가 도적 우두머리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저것은 시스템으로 표기한 레벨에 불과하다.

‘애초에 이건 40~50레벨 플레이어가 5인 파티를 맺어야 클리어가 가능한 퀘스트잖아.’

왜냐고?

바로 저 우두머리를 상대하기 위해서다.

우두머리 하나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주변에 도적들까지 있으면 파티가 깨질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도적들이 끼어 들지 못 하게 몰래 보스몹만 공격하는 루트를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건 전혀 생각지 못 한 변수였다. 갑자기 보스몹이 처음부터 튀어나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오오! 대장!! 그렇지!!”

“대장이 나서는데 우리가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대장님!! 그 건방진 놈의 목을 확 쳐버려요!!”

천마에게 밀리고 있던 도적들도 우두머리가 보여 준 한 방에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위험하다.’

천강은 그렇게 생각했다.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같은 생각인 듯 다시 무기를 꺼내는 모습이 슬슬 보였다.

“저건 아무래도 위험하지?”

“응. 우두머리를 잊고 있었네.”

“나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어.”

“저건 안 도와줄 수가 없잖아.”

그들이 나서려고 하자, 천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뉴튜브각 하나 날아간다고 각오하고 일단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아우!!”

그때 천마가 온 산이 떠나갈 듯이 큰 목소리로 쩌렁였다.

“절대 나서지 말거라!!”

“뭐, 뭣?”

“그 누구도 본좌의 싸움에 끼어 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그것이 본좌의 아우라고 해도 결코 용서치 않을 게야! 알겠느냐?!”

천강은 뭔 미친 소리냐며 반박을 하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휙 돌린 천마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 움찔 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흡사 불에 휩싸인 무언가를 보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본좌는 분명히 말했다. 끼어 들지 말라고.”

“······.”

천마는 다시 전방에 있는 도적 우두머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여기 대장이냐?”

“그래. 이 몸이 이곳의 대장이다.”

“오너라. 본좌가 네놈의 죄를 죽음으로 물어 주마.”

“흐흐흐. 그러든가 말든가.”

우두머리는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던 도적들에게 손짓했다.

“뭐하고 있느냐! 저놈의 사지를 다 찢어 버려라!!”

“오오오-!!”

도적들은 잔뜩 흥분한 채로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고요함 속에 검을 붙잡고는 짧게 혀를 찼다.

“쯧. 부하들 뒤에 숨어 있기만 하다니. 과연 도적의 우두머리답구나.”

그러는 동안 벌써 도적들은 천마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끝이다.’

천강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두가 그리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천마는 슬쩍 뒤를 바라보더니, 천강에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마치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리고 천마가 허공 위로 비상했다.

슈아아악-!!

칼을 휘두르자 푸른 빛이 검을 통해 번쩍였다.

천강은 아주 짧게나마 보았다.

달의 아름다움을 지닌 듯한 초승달 하나가 공간을 가르며 뻗어 나가는 것을.

“설마······.”

그것은 줄기차게 뻗어 나가 도적 우두머리의 목을 강타했다.

터져 나오는 황금빛이 그 황홀한 장면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그 순간을 넋 놓고 보고 있던 천강은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으며 중얼거렸다.

“저게······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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