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13화 (13/140)

13화. 어디라고요?

극한의 컨셉충 13화.

-새,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직업?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이걸 정말 내가 생방송으로 보고 있다고?

-개쌉 레전드다 진짜

시청자들이 당황해 하는 건 당연하다.

천마의 방송은 시청자들을 당황시키는 것이 특기인 것 같았다. 당장 촬영을 하고 있는 천강조차도 넋을 잃고 시스템 창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혀, 형님들. 이, 이게 대체 뭐, 뭐죠?”

-PD 말 더듬는 거 보소 ㅋㅋㅋ

-와 근데 저 상황에서 말 안 더듬는 게 이상한 거지.

-이것이 컨셉, 이것이 클라스, 이것이 천마.

-더 이상 이건 컨셉이 아니다. 그는 진짜다!!

천강은 찬찬히 시스템 창을 다시 읽어 보았다.

무려 바실레이아의 여신이 보낸 메시지.

“새로운 직업을 열 수 있다고?”

또 다른 히든 직업인가?

그런데 뭔가 뉘앙스가 이상하다.

마치 천마가 그 직업을 창조해낸다는 뜻으로 보인달까.

“천마님. 이, 이거 완전 대박인데요?”

“뭐가 말이냐?”

무심한 천마의 대답에 천강은 또 열이 뻗쳤다.

“아니. 귀찮은 건 알겠는데, 제발 시스템 창 좀 제대로 읽어 주세요! 이건 어마어마한 기회라고요! 지금 천마님이 얼마나 큰 행운을 잡은지 아세요?”

천강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우야. 행운이란 것은 말이다. 항상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지. 본좌는 한때 천하를 발밑에 두었던 지존이다. 그런데 고작 이런 걸로 기뻐할 줄 알았더냐?”

“······.”

“그러니 너무 호들갑 떨지 말거라. 본좌는 본좌의 수련을 다할 뿐이다.”

-크······ 오늘도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매 방송마다 명언을 쏟아내는 그.

-이것이 명언. 이것이 천마!

-마! 본좌는 천하를 갖고 놀던 지존이다! 바실레이아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천강은 생각했다.

미쳤다.

자기 형도 미쳤고, 이걸 보는 시청자도 미쳤다.

그냥 다 미친놈들 같았다.

왠지 천강 혼자만 정상인인 것 같은 기분이랄까.

“헉!”

“뭐, 뭐야?”

“쟤가 갑자기 여길 왜 나와?”

그런 생각도 잠시.

천마 주변으로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쿵쿵 대는 발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무언가가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아니! 이런 우연이! 자네 여기 있었구먼! 뭐 좀 물건을 살 게 있어서 가는 길이었는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역시,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니깐?”

멀리서 봐도 형체가 뚜렷하게 보이는 아쿰리아스는 누가 봐도 우연을 가장하면서 천마에게 다가왔다.

“이건 투신의 가호가 분명하네! 자네를 신전으로 모시라는 신들의 뜻이 분명해! 어떤가? 이제 나와 함께 투신을 섬겨 보지 않겠는가?”

-ㅋㅋㅋㅋ뭐냐 저건 또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 연기 지렸다 ㅋㅋㅋ

-그냥 일부러 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해라. 덩치도 큰 새끼가 ㅋㅋㅋ

-와 진짜 눈으로 보고도 실감이 안 나네. 아쿰리아스가 저런 놈이었냐?

-저 양아치 어깡이 새끼가 저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천강도 아쿰리아스의 속내가 훤히 보이는 짓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플레이어들을 납작하게 만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이지 않은가.

“네놈은 또 왔느냐?”

하지만 천마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어허. 너무 그렇게 야박하게 굴지 말게. 이게 다 자네를 위한 일이라니깐! 나와 함께 투신을 섬긴다면 이 대륙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거야!”

[투신의 신관, 아쿰리아스가 히든 직업을 권유합니다.]

천강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얻기 힘들다는 히든 직업을 이렇게 날려야 하다니. 차라리 자기가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천마는 지금 새로운 퀘스트를 받은 상황.

만약 그 퀘스트를 성공한다면 새로운 직업이 생긴다고 시스템이 알려 주었다. 즉, 아쿰리아스가 권유하는 투신이란 직업은 받을 수가 없다.

-ㅋㅋㅋ천마형 개시크

-아쿰리아스 개절절 하네.

-왜일까. 오늘따라 아쿰리아스가 짜게 보이는 건.

-크으-. 이것이 천마의 클라스인가?

아쿰리아스가 애절하게 부탁을 하는데도 천마는 매몰차게 거절만 하고 있으니, 이제까지 아쿰리아스에게 당하기만 했던 시청자들은 통쾌함이 몰려왔다.

“차라리 저한테 주세요!”

“제가 그 직업 받을게요!”

“전 투신을 섬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천마가 계속 거절을 하자 구경을 하던 플레이어들이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아쿰리아스는 눈을 부라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치거라!! 이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놈들이 감히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이냐!!”

-ㅋㅋㅋ온도차이 지린다

-그래. 저게 어깡이지.

-엘리 마을의 개썅 양아치 어깡이

-하,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천마쨩은······.

-니뽄 ㅗ

아쿰리아스는 포기하지 않을 작정인 듯보였다.

“투신께서는 당신을 원하고 계셔. 이건 자네의 운명이야! 운명을 거부하지 말게!”

문제는 투신도 아쿰리아스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투신이 강제적으로 당신에게 칭호를 내립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신으로부터 받은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 투신의 길을 가는 자.

이 칭호는 자동 적용되는 효과입니다. 앞으로 당신이 겪는 모든 전투에 투신의 가호가 약간 적용되게 됩니다.

* 투신의 가호.

분노하고 또 분노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힘이 될 것입니다.

전투를 하게 되면 분노가 쌓이게 됩니다. 100회 분노가 쌓이면 다음 공격에는 모든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

-이건 또 뭐야?????????

-도대체 오늘 레전드를 몇 번 찍는 거냐?????????

-이제 그만 좀 하셈!!!!!!

-투신의 길을 가는 자? 그것도 신이 내린 칭호? 거기다가 자동 적용 효과까지???!!!

-와. 진짜 개씹 노다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100번 죽는 한이 있어도 아쿰리아스한테 도전해 보는 건데

-응. 넌 안 돼.

-ㄷㅊ

천마의 열렬한 거부에도 투신은 막무가내로 칭호를 내려버렸다. 그것도 패시브가 적용되는 칭호를 말이다.

“이, 이럴 수가.”

천강은 시스템 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실레이아에 칭호는 참 많다. 별의별 칭호가 다 있고, 대부분이 쓸모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신이 내리는 칭호는 다르다.

정말 가끔 신이 칭호를 내려 플레이어를 축복하는 경우는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칭호를 내리는 건 천강도 처음 본다.

보통 직업에 따라 그것에 관련된 신이 칭호를 내려주는데, 천마는 투신 직업을 받지 않았는데도 칭호를 받았다.

즉, 이것은 그야 말로······.

“대, 대박. 초대박이야 이건!!”

하지만 얄밉게도 천마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이 투신이란 놈은 할 일이 더럽게도 없나 보군.”

“······.”

“신이라는 놈이 품위가 없어서야. 이래서 본좌가 꺼림칙한 거였다.”

아마 세상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천마 밖에 없을 것이다.

[투신이 당신에게 더 큰 흥미를 느낍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천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저런 말을 들었는데도 좋아하는 신이라니.

-ㅋㅋㅋㅋㅋ투신 그는 M인가?

-하,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천마 쨩은 날 바라봐 주지 않는 걸?

-진짜 투신이랑 천마 티키타카 ㅋㅋㅋㅋㅋ

-와. 이게 말이 되냐? 신이랑 친구 먹었네 ㅋㅋㅋㅋㅋ

-자. 이것도 주작이라고 해 보시지. 주작충들아

이놈이나 저놈이나 정상인 놈이 없구나.

천강은 혼자 끌끌 거리며 나라도 정상으로 살아야겠다 결심했다.

* * *

생각보다 방송은 빨리 마무리가 되었다.

무리하게 무공을 끌어 쓰느라 내력이 뒤틀렸다고 말하던 천마가 운기조식에 들어간 탓이었다.

천강이 흔들어 깨우고 때려도 봤지만, 천마는 2시간이 넘어도 운기조식을 풀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쳐 자는 건지.

천강은 결국 포기하고 일찍 방송을 종료해야만 했다. 근데 천마가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같이 명상(꿀잠)을 하던 아쿰리아스도 참 어지간한 놈이었다.

“그래도 엄청난 성과를 이뤘어.”

이번 방송을 통해 참 많은 걸 얻은 천마와 천강이었다.

천마는 스킬과 퀘스트를 얻었고, 천강은 뉴튜브각을 잡았다.

“아냐. 이걸 다 올리는 건 멍청한 짓이지.”

처음에는 편집을 해서 영상을 다 올려 볼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아까운 장면들이 많아 천강은 분할 편집을 하기로 결정했다.

영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은 배가 되니까!

“흐흐. 이걸 보면 또 사람들이 난리가 나겠군.”

천강은 눈만 감아도 맡을 수가 있었다.

그래. 이것은 돈 냄새다. 파릇파릇한 황금 뭉치들이 폭포수처럼 들어오는 그 향긋한 냄새.

“흐흐··· 흐하하하-!!”

천강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천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우가 드디어 실성을 하는구나.’

언젠가 무공이 돌아오면 아우의 머리부터 살펴봐 주겠노라 천마는 생각했다.

* * *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오늘이야 말로 개쌉 레전드였다는 것을.]

-오늘 천마 형 방송 안 본 애들은 걍 머리 박아라.

-진짜 ㅇㅈ한다. 오늘은 레전드에 이은 레전드였다.

-그 정도였음?

-아씨 괜히 딴 새끼 거 봤네.

-개 거품인 줄 알았더니, 또 레전드 찍었음?

-마! 감히 으데 천마님한테 거품이라 그러누?

[내가 확신하는데, 이제 바실레이아 방송판은 천마가 다 먹는다.]

-오늘 그냥 미쳤어. 진짜 말이 안 나와.

-도대체 뭘 했기에 그럼?

-나도 진짜 궁금하다. 대체 뭘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안알랴줌

-난 봤지롱?

-힌트: 바실레이아 최초 버그 발생

-힌트: 휴먼. 미치셨습니까?

천마의 방송이 끝나고 나서 커뮤니티는 온통 천마의 방송 얘기뿐이었다.

오늘 아주 중요한 던전 레이드가 있었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뮤니티 창이 뜨거웠다.

당연히 방송을 보지 못 한 회원들은 탄식을 쏟아내며 대체 언제 영상이 나오는 거냐고 아우성을 쳤다.

-아 진짜 궁금하네. 내 시험 성적표보다 더 궁금하네.

-그건 안 봐도 ㅈㅈ 아님?

-네, 네가 뭘 알아!!

-응. 아니야. 닥쳐.

-나도 방송 중간에 들어가서 봤는데, 왜 레전드라 하는지 알겠더라.

-대체 뭐가 나오는데요? 누가 설명 좀. 제발.

-힌트: 휴먼. 지금 버그라고 했습니까?

-힌트: 투신이 천마한테 고백함.

-아. 그런 거까지 알려주면 어쩌누?

-스포 지리네.

[하도 궁금해 하는 충들이 있기에 내가 다 알려 준다.]

-는 뻥임. 응~ 영상이나 기다려서 봐 ㅋㅋㅋㅋㅋㅋ

-이런 악마······ ㅂㄷㅂㄷ

-개생퀴

천강도 커뮤니티 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미 영상 편집은 마무리가 된 상태.

솔직히 편집할 게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버릴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장면마다 자막을 넣은 게 끝이다.

[아니. ㅅㅂ 편집자 일 안 하냐!?]

[대체 왜 안 올리는 거임?]

[일해라 편집자.]

[편집자가 밀당할 줄 아네.]

천강은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며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원래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것이 있지 않던가? 이렇게 인내하다 보면 그 열매 맛이 더 달콤한 법!

“자. 돈 들어올 시간이다!”

천강은 17:00시에 맞춰 영상을 업로드를 눌렀다.

그런데 업로드 버튼을 누르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응?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은 천강.

“예. 제가 천강 맞는데요? 아, 예······. 예?! 어, 어디요?”

그리고 그의 눈이 차츰 커져갔다.

“방송국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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