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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컨셉충-11화 (11/140)

11화. 무공을 쓸 줄 아세요?

극한의 컨셉충 11화.

“이, 이건 꿈일 거야. 님들 이거 꿈 맞죠?”

-응 사실 다 꿈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PD 왜 저러누?

-나 첫 방부터 있던 시청자인데, 원래 시청자 숫자가 100명도 안 됐다. 저러니까 당연히 넋이 나가지.

-진짜 용된 케이스네 ㅋㅋㅋㅋㅋㅋ

-참된 드래곤 인정합니다.

누가 첫방부터 봤다고 채팅을 치나 봤더니, 저번에 잠깐 들어왔다가 나간 ‘말의앞뒤가다름’이란 시청자였다.

순간 마음 같아서는 강퇴 버튼을 꾹 눌러 주고 싶었으나, 천강은 참았다.

그래. 1명이든 10,000명이든, 단 한 명의 시청자도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

-근데 저번이랑 똑같이 여전히 프로의 자세가 안 된 거 같음ㅋㅋㅋㅋㅋ 똑바로 좀 해라.

[운영자가 ‘말의앞뒤가다름’님을 강퇴하셨습니다.]

천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캬 ㅋㅋㅋㅋㅋ PD 단번에 잘라 버리쥬?

-이제 시청자 10,000명 있다 이거쥬?

-오우 갑자기 헤비 스트리머가 되었네?

-근데 10,000명이면 아직 갈 길이 멀었지.

-그래도 100명에서 10,000으로 뻥튀기 된거면 어마어마한 거지

유명 BJ들의 방송을 보면 10만 명까지도 방송을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천강은 우쭐해 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가 없는지 천강은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높여졌다.

“천마님! 1만 명! 무려 1만 명의 시청자들분께서 방송을 보고 계십니다! 감사의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천마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우야. 예전에 본좌가 신교에 있을 땐 말이다. 본좌의 얼굴을 보려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단다. 그때도 본좌는 담담하게 그들을 받아들였지.”

이번에도 방송을 개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천마를 보며 천강의 이마에 빠직 소리가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컨셉지리고요 ㅋㅋㅋㅋㅋ

-진짜 소름 끼치게 연기 잘 한다. 나 같아도 좋아서 방방 뛸 거 같은데, ㄹㅇ 1만 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네

-ㅋㅋㅋ컨셉 지키려고 꿋꿋하게 안 기쁜 척 해 버리기~

-저 정도의 메소드 연기가 가능하다는 건, 혹시 연극학과?

-그래. 한순간도 컨셉을 놓쳐서는 안 되지! 무적권 컨셉 지켜라!

다행히 시청자들은 이마저도 컨셉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를 것이다.

‘저게 컨셉이 아니라 정신병이라는 걸 시청자들이 알게 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천마님! 늑대 잡는 거 보여 주세요!”

“언제적 늑대야? 아쿰리아스랑 싸우는 거 보여 주세요!”

“오, 맞다! 아쿰리아스랑 리매치 해 줘요!”

천마를 보기 위해, 혹은 아쿰리아스에게 도전하기 위해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천마에게 갖가지 요청을 하고 있었다.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길드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진? 본좌의 얼굴을 감히 마음대로 가져가려 하다니. 용납할 수 없다. 뭐? 길드? 그게 무엇이냐?”

“아하하. 처, 천마님. 길드라는 건 말입니다. 흔히 말해서 문파입니다, 문파.”

“문파? 본좌는 천마신교의 지도자인데 저 정신 나간 놈이 지금 문파에 들어오라고 한 것이냐? 정녕 미쳤구나!”

“천마님. 저희 길드에서 특급 대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양식만 좀 읽어 주시면······.”

천마에게 길드 가입을 권유했던 플레이어는 어떻게든 그를 설득하려 들었다.

천강은 얼른 그곳으로 달려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천마님은 아직 길드에 들어가지 않으실 겁니다.”

“저희가 아직 큰 길드는 아니지만, 좋은 조건으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

“그러면 저희 길드는 어떻겠습니까!”

“저희 빛의 탑 길드도 있어요!”

그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천마에게 길드 가입을 권유했으나, 천마는 천마신교를 능멸하지 말라며 그들을 쫓아내 버렸다.

“에잉. 기본도 못 배운 것들.”

-ㅋㅋㅋㅋㅋㅋ저 상황에서도 컨셉을 유지한다는 게 이젠 진짜 존경스러울 정도다.

-방금 나 진짜 놀랐잖아. 길드에서 권유하는 조건이 빠빵 하던데? 그 정도면 거의 랭커들 수준 아니었냐?

-그건 ㅇㅈ

-근데 길드 입장에서는 천마 형을 데리고 가고 싶겠지. 요즘 뉴튜브에서 핫하잖아. 거기다가 투신이라는 히든 직업도 언제든지 얻을 수가 있고.

-그래도 저렇게 빼기 보다는 언젠간 길드를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들의 채팅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천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맞는 말이다.

천마도 길드에 들어가긴 해야 할 것이다.

‘하-. 근데 직업이 문제네.’

하지만 모든 길드가 그렇듯, 그들은 천마의 스타성과 히든 직업이라는 장점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천마가 끝까지 직업을 얻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그들도 천마를 받아들일 수 없을 터.

“천마님. 아쿰리아스랑 다시 싸워보면 안 되요?”

“제 친구들은 벌써 다 로그아웃 됐어요. 공략법이라도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아쿰리아스? 그게 누구냐?”

천마의 주변으로 몰려든 플레이어들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강은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천마는 아쿰리아스라는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

천마의 반응에 당황한 플레이어들이 말을 더듬었다.

“저 그··· 저, 저번에 싸웠던 어깡이······ 아니. 투신 신전의 신관 말이에요.”

“아. 그 허우대만 크고 빈틈투성인 그놈을 말하는 것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우대만 크고 빈틈투성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웃긴 건 우리 천마형 아쿰리아스 이름을 모르고 있었음.

-아냐. 저것도 컨셉일 거야. 속지 말자.

-컨셉인 거 아는데 너무 진짜 같다 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계속 속는다.

-마! 본좌는 이름따위 기억하지 않는다!

-마! 패배자의 이름따위 기억할 것 같냐!

“놈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본좌의 힘이 돌아온다면야 손가락 하나로도 놈을 찢어발길 수 있지만, 지금은 좀 다른 방법을 써야 하지.”

방송 최초로 공개하는 초보자의 아쿰리아스 공략법!

천강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놈의 움직임을 잘 보면 된다. 결국 모든 무인들은 흐르는 기에 따라 공격을 하는 법이지. 그것을 잘 파악하면 그 어떤 공격이라도 피할 수가 있다. 그리고 빈틈을 노려 파고드는 것이지. 그러면 충분히 놈을 쓰러뜨릴 수가······ 아니. 무릎은 꿇릴 수 있겠지.”

천마도 지금의 몸으로는 아쿰리아스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명을 하면서도 끝에 탄식을 터트린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시청자들은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강도 이해가 안 되는지 눈을 껌뻑이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이해가 가십니까?”

-이해가 가겠냐, 닝겐아.

-아아. 우리 같은 하찮은 닝겐들은 천마님의 높고 높으신 뜻을 헤아릴 수가 없도다.

-그놈의 닝겐 닝겐은. 어휴 니뽄 새끼들.

-이 시국에 닝겐 닝겐 거리지 마라.

-그런데 저걸 설명이라고 한 거냐?

-이것들아 아주 쉽잖아. 상대방의 기를 잘 파악해서 슉슉 피하면 된다 이거야.

-미친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상대방의 기를 보는 법만 알면 아쿰리아스를 쓰러뜨릴 수 있겠군요!

시청자들도 어이 없어 하는 설명 방법이었다.

“천마님. 좀 더 쉽게는 설명이 안 됩니까? 애초에 상대방의 기를 어떻게 보는 건가요?”

“집중하면 된다. 집중해서 보거라. 놈의 기가 보인다고 믿고 집중하면 보이게 될 것이다.”

“······.”

저건 그냥 설명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아아······ 또 천재들만 아는 설명인가

-툭 쳤더니 아쿰리아스가 무릎을 꿇었어요. 참 쉽죠잉?

-저런 사람은 누구 가르치려 들면 안 됨

천강은 문득 뇌리에 어떤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어쩌면 지금 천마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천마님. 제가 저번에 워낙 경황이 없어서 놓쳤는데요. 천마님께서 새로운 스킬을, 그것도 2개나 익히셨던데. 맞습니까?”

“음? 본좌가 그랬나? 잘 모르겠군.”

예상했던 천마의 대답에 천강은 다시 시청자들에게 돌아왔다.

“제가 미리 공지를 드렸죠? 편집을 하던 중에 천마님이 새로운 스킬을 익힌 걸 발견했다고. 오늘 그게 무엇인지 공개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도 아직 모릅니다. 천마님이 뭘 익히셨는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한번 봐 보겠습니다.”

-오오. 나도 그거 기대하고 왔자너

-잠깐 잊고 있었다. 그게 있었지?

-옴메 또 스킬을 익혔다고? 실화냐?

-직업 없이 스킬을 익히는 초보자가 있다?

천마와 이미 정보 공유가 되어 있기 때문에 천강은 자유롭게 천마의 스킬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스킬창을 열었다.

“뭐지 이게?”

새로 생긴 2개의 스킬.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 한 것이 튀어 나왔다.

* 스킬명: ???

스킬 효과: ???

첫 번째 스킬은 마력증강, 두 번째 스킬은 물음표만 있었다.

천강도 당황하고 화면을 바라보던 시청자들도 모두 당황했다.

“이, 이게 뭐야? 왜 물음표만 있죠?”

-저건 진짜 처음 보는데?

-드디어 첫 버그의 발견인가!

-오오 바실레이아에 버그까지 일으키는 천마의 클라스!

-아니. 근데 저거 진짜 뭐야?

새로 익힌 첫 번째 스킬은 죄다 물음표만 있었다. 이에 이어 두 번째로 익힌 스킬.

* 스킬명: ???

스킬 효과: ???

“이건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 이 정도면 버그 맞죠? 그렇죠?”

-내가 봐도 이건 버그인 거 같은데

-속보. 바실레이아 홈페이지 한국 유저 때문에 마비 될 예정

-속보. 인공지능 헬라 입장 표명. “휴먼. 지금 버그라고 했습니까?”

-속보. 인공지능 헬라 인터뷰. “휴먼. 미쳤습니까?”

-존나 궁금했는데, 갑분버그엔딩 ㅋㅋㅋㅋㅋ

-진짜 매 영상이 레전드다 ㅋㅋㅋㅋㅋㅋ 바실레이아 최초로 버그 등장이네.

시청자들도 이 현상은 버그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킬명이 저렇게 나올 리 없을 테니까.

-아니면 아직 완벽하게 개방을 못 한 걸 수도 있음. 뭔가 다른 걸 해야 저 물음표가 사라지는 걸 수도.

-ㅇㅇ물음표가 뜨는 아이템들 있잖아. 감정사한테 맡기기 전까지는 특성 효과가 안 나오는 것처럼. 저것도 그럴 가능성이 있음. 그런고로 뭐다? 휴먼들아 여긴 버그 없다.

-헬라 왈 “버그 없다고 휴먼 씹새들아.”

아이템들이 효과를 알려 주지 않고 물음표로 뜨는 경우는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감정사들을 통해 감정을 받아야 하는데, 저 물음표 스킬들도 특정 조건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천마형한테 다른 거 해 보라고 해.

-ㅇㅇ 천마라면 무공 익힌 거 있을 거 아니야.

-님들아. 이거 컨셉이라고요. 컨셉이 어떻게 천마의 무공을 사용함?

-아니야. 그래도 천마 형이라면 뭔가 할 수 있을 거야. 운기조식도 저 형이 발견한 거잖아.

무공? 무공을 써 보라고?

천강은 반신반의하며 아직도 플레이어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고 있는 천마에게 물었다.

“천마님.”

“응?”

“혹시 무공을 쓰실 줄 아십니까?”

그 말에 천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하지!”

“그럼, 여기서 한번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천마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역시, 못 하는 건가.

이제까지 천마가 기이한 장면들을 많이 보여 주어 천강도 스스로가 착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천마는 정신병이지, 결코 진짜 천마가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무공도 쓸 수가 없······.

“뭐, 이 몸으로는 못할 것 같지만 한번 보여는 줘볼까?”

“예? 무공을 정말 쓰실 줄 안다고요?”

천강의 말에 답하지도 않고 천마는 두 손에 푸른 빛을 휘감았다.

“어? 저건?”

아쿰리아스와의 대결 막바지에 보여 주었던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천마는 번쩍 날아올라 아무도 없는 벌판에 무언가를 쏟아내려 했다.

“서, 설마······?”

정말 무공을 쓸 줄 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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