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한의 컨셉충-6화 (6/140)

6화. 내기 한번 하시죠

극한의 컨셉충 6화.

마력증강.

소모한 마나를 명상을 통해 얻는 스킬은 주로 마법사들이 갖는 스킬이다. 그런데 초보자가 이런 스킬을 얻는다?

애초에 초보자는 스킬을 얻을 수 없다고 사람들이 말하지 않던가. 왜냐하면 초보자가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마스터가 필요하고, 마스터를 얻기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업을 얻는 순간, 정보창을 봐도 초보자라 나오지 않는다.

즉, 초보자는 스킬을 얻지 못 한다. 하지만 아주 못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혀, 형님들. 마력증강이란 스킬이 원래 있습니까?”

천강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명상이란 스킬은 들어봄.

-들어봄이 아니라 있는 거지 ㅂㅅ아. 뉴비티 오지네.

-욕설 강퇴 좀

-명상이란 스킬이 있음. 그 외에도 명상과 비슷한 스킬이 존재하는데, 이름만 다를 뿐임. 그런데 마법사도 아닌 초보자가 저런 걸 익힌다?

-미친ㅋㅋㅋㅋㅋ 진짜 운기조식인 거냐?

-와. 컨셉이다 싶었는데, ㄹㅇ천마 아님?

-나 고객센터에 문의 넣어 본다. 버그 아니냐고.

-바실레이아에 버그가 있나? 이제까지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지금 발견했네.

바실레이아가 유명한 게 그 흔한 버그나 핵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유명 해커들이 핵을 쓰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써 보았지만, 결국 그들이 백기를 높이 들 정도.

그만큼 아주 튼튼한 보안과 세밀한 프로그래밍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이건 말도 안 돼. 마력증강이라니.’

천강은 별 대수롭지 않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천마가 그저 어이없을 뿐이다.

“천마님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시죠?”

“운기조식 하는 게? 그게 무에 어렵다고? 어린 아이도 할 줄 아는 걸 못 하면 그게 강호인이더냐?”

“······.”

-아아.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린 어린 아이보다 못 한 씹벌레였습니다.

-미친ㅋㅋㅋㅋㅋ 개소리인데, 개소리가 아님.

-팩폭 지리네. 사과 방송해라.

천강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천마에게는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강호인이라면 운기조식은 필수이니까.

“천마님. 근데 왜 늑대를 잘 잡고 있다가 갑자기 명상을 하신 겁니까?”

“명상이 아니라 운기조식이라니까?”

“아무튼요. 왜 그러신 거예요?”

천마는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 몸에 내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게 너무 약해서 순환시킬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조금 기다렸던 게지. 순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내력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내력이 모인 겁니까?”

“그래. 저번에 늑대 3마리를 잡지 않았느냐? 그때 레벨업인가 뭔가를 해서 체력과 마력이 조금씩 올랐더구나. 덕분에 체내에 흐르는 기운이 조금 더 많아져 운기조식을 할 수가 있었다.”

레벨이 오르면 체력과 마력이 같이 소량 올라간다.

직업을 구하고 나면 그 특성이 바뀌게 되는데, 주로 전사는 체력이 많이 올라가고 마법사는 마력이 많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초보자는 그냥 둘 다 조금만 올라간다.

‘대체 저 형은 운기조식 같은 걸 어떻게 아는 거야?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어떻게 하는 거지? 정말 할 수 있는 건가?’

천강은 문득 궁금해졌다.

운기조식을 천마가 할 수 있다면 자신도, 그리고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천마님. 운기조식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쯧쯧. 사내 놈이 운기조식 하나 할 줄 모르다니.”

“아쉽게도 여긴 운기조식이란 개념 자체가 없거든요.”

천강의 이마에 빠직 소리가 나자 천마는 헛기침을 뱉으며 대답했다.

“간단하다. 체내에 있는 내력을······ 그러니까 마나를 느끼면 된다. 그것들을 단전으로 모아 몸 전체에 퍼뜨려 계속 순환을 시켜주는 것이지. 그렇게 계속 돌다 보면 단전에 더 많은 마나가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운기조식은 성공한 게야.”

천마의 설명에도 천강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체내에 있는 마력을 어떻게 움직이라는 건가?

“체내에 있는 마나를 느끼라는 건 무슨 뜻이죠?”

“무슨 뜻이긴. 네 안에도 마나가 있지 않느냐? 그걸 느껴 보라고.”

“······.”

천마는 아주 쉬운 일이라는 듯 말하고 있지만, 평생 단전에 내력이라는 걸 쌓아 보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아니. 그러니까요. 그걸 어떻게 느끼냐고요.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는데.”

“허어. 그냥 눈을 감고 팍 느끼면 된다니깐?”

아무래도 천마가 쉽게 설명을 못 해 주는 것 같았다.

-이건 마치 그건가. 탁 하고 팍 하면 되요! 라는 천재의 말투.

-아니. 아무리 쉽게 설명해 줘도 저건 안 될 거 같은데.

-난 마나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조차 안 해 봄.

-나도 이따 겜 들어가서 해 봐야지.

-어찌 보면 꿀팁아님? 게임 캐릭터 안에 있는 마나만 느끼면 나도 마력증강을 얻을 수 있다는 거잖아.

-느끼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걸 순환시켜야 한다잖아요. 이 새끼야. 운기조식도 모르나. 무알못이 또 여기 있네.

-응 아니야.

천강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천마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천마는 강호에서도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수였다. 흔히들 말하는 천재를 넘어 초월적인 존재가 바로 천마였던 것.

그렇기에 남이 할 수 없는 걸 이해하지 못 한다.

‘운기조식······. 나도 다음에 한번 해봐야겠어.’

체내에 있는 마나를 느끼는 연습부터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근데 마력 증강이란 스킬도 생기고 마법의 신도 관심을 드러낼 정도면 마법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와씨 ㅋㅋㅋ 천생 마법사네. 마력 파동에 마력 증강까지 있으면 개꿀이누

-마법사를 하는 천마가 있다?

-에이. 컨셉이 천마인데 마법사라니. 검사를 해야지.

-그딴 허접한 직업을 왜 함?

-검사가 어때서? 1대1 붙으면 개뚜까 쳐 맞을 새끼들이.

-ㄹㅇㅇㅈ

-검사충들 부들부들 거리누

마법사로 전직을 한다라.

천강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았다. 뭐, 컨셉상 천마가 마법사를 하면 이상할 것 같으니, 마법과 검을 동시에 쓸 수 있는 마검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무림지존님이 10,000원을 투척하셨습니다.]

[이제 슬슬 우리 천마 형 직업 얻어야 하지 않음? 벌써 레벨이 7인데.]

“아이고. 무림지존님. 10,000원 감사드립니다.”

천강은 천마에게 10,000원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걸 알렸다.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흠. 그대의 정성을 본좌가 잊지 않겠다.”

-크. 행님께서 잊지 않는다고 하신다.

-원수는 3배로 갚으니까 은혜도 3배로 갚으면 안 됨?

-오옹. 1만원 투척하고 3만원 득하는 창조경제?

-근데 직업을 얻긴 해야지.

-늑대를 잡아 벌써 레벨 7이 된 초보자가 있다?

-나는 초반에 ㅈㄴ 심부름만 하면서 꾸역꾸역 레벨 올렸는데, 저 형은 그냥 폭렙이네.

-무림인답게 검사로 가즈아!!!

-마법의 신이 지켜보고 있는데 마법사지!!!

-마검사로 가즈아!!!

천마의 건방진 자세와 건방진 말투.

그럼에도 채팅창에서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이 천강은 새삼 신기했다.

그리고 여러 번 언급되는 것처럼 이젠 정말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죠. 형님들 말씀대로 천마님도 이제 직업을 얻을 때가 되었습니다.”

-오오. 기대된다.

-검사하자고!!!

-검사는 무슨 검사야. 마법사지!!

-아따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가자니깐. 마검사 가즈아!!!

-마검사는 너무 애매해서 안 됨. 걍 마법사로 ㄱㄱ

컨셉에 맞게 검사로 가자는 의견도 있지만, 마법사로 가자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마법의 신이 관심을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 지금 천마가 익혀 놓은 스킬들도 전부 마법과 관련 있지 않던가?

“천마님. 시청자분들께서도 천마님이 언제 과연 직업을 얻을지 궁금해 하고 계십니다. 보통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직업을 선택하거든요. 천마님도 이제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직업을 가지라는 말에 천마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천강에게 핀잔을 주었다.

“본좌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더냐? 본좌가 곧 만인의 스승이거늘, 왜 실력도 없는 스승을 만들어 배워야 한단 말인가?”

역시, 저번과 똑같이 천마는 직업을 가지기를 극구 거부했다.

‘하아-. 또 시작이네.’

천강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직업만큼은 천마가 반드시 얻어야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늑대를 잡는 것까진 좋았으나, 늑대보다 더 강한 몬스터를 만나면 초보자의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직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실레이아에 득실대는 몬스터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데도 직업 없이 게임을 한다? 그건 그냥 죽겠다는 거죠.”

“쯧. 필요 없다. 비록 지금 내력이 약해 본좌가 무공을 쓸 수 없다고는 하나, 힘을 키우고 나면 조만간 마음껏 무공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하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말을 알아 먹지 못 하는 천마 때문에 천강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해 버렸다.

-ㅋㅋㅋㅋㅋ 카메라맨 개빡쳤죠?

-야야. 그렇다고 우리 천마 형 죽이려 하진 마라

-나 아까 봤다. 천마 형이 명상하고 있을 때 카메라맨 빡쳐 가지고 칼 꺼내다 슬그머니 집어넣는 거 ㅋㅋㅋㅋ

-아 진심? ㅋㅋㅋㅋㅋㅋ 미친 새끼네 ㅋㅋㅋㅋㅋ

-그래. 나 같아도 답답해서 칼 꺼낼 거 같긴 하다. 그냥 죽여라.

시청자들은 이 상황이 또 재밌는지 낄낄 대며 웃고 있었다.

‘이게 웃을 상황이 아닌데.’

하지만 천강은 심각했다.

천마가 저렇게 끝까지 직업을 얻지 않겠다고 버텨대면 그땐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형님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천마님한테 바실레이아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줘야겠습니다.”

-카메라맨 진성 빡침

-ㅋㅋㅋㅋ설마 칼 들고 훈육 들어가나?

-그렇게 그는 천마의 사부가 되었습니다.

-아 이거 팝콘각 나오나

천강은 단단히 결심을 한 얼굴로 천마에게 다가가 말했다.

“천마님. 끝까지 직업을 얻지 않으시겠다고 했죠?”

“그래.”

“그렇다는 건 천마님은 자신이 있다는 거네요. 누구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음. 지금은 본좌의 몸이 아직 강하지가 않다. 하지만 힘이 돌아오면 그 누구도 짓밟을 자신이 있다!”

-이열 천마님 자신감 뿜뿜!!

-우리 천마는 열폭을 하는 걸까?

-자기가 스승인데, 다른 스승은 필요 없다잖아. 소리 끄고 방송 보누?

-저것이 지존의 자존심인가?

천마가 그리 대답할 줄 알고 있었던 천강은 한 가지 제안을 던졌다.

“좋습니다. 그럼, 저와 내기 한번 하시죠.”

“내기?”

“예. 정말 천마님이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지 검증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만약 지면 직업을 가지셔아 하는 거고, 천마님이 이기시면 저도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천강의 음흉한 계획을 모르고 있던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다. 본좌가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으니, 그 대결을 받아 주마.”

그 대답에 천강은 입 꼬리가 씰룩였다.

“무르기 없습니다. 시청자분들도 보셨죠? 절대 무르기 없습니다.”

위로 솟아 올라간 천강의 입술이 내려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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