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극한의 컨셉충 5화.
1명만 들어와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시청자 숫자는 이제 100명이 되었다. 그것도 방송을 키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자, 잠깐만요. 형님들. 대체 다 어디서 오신 겁니까?”
-카메라맨이 얼타면 어떡하누?
-뉴튜브에서 영상 보고옴 ㅇㅇ
-난 커뮤 보고 옴
-아 커뮤질 하는 새끼 극혐
-ㅗ
100명이 모여드니 채팅창도 활발해졌다.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온 거지? 영상을 보고 왔다고? 거기다가 커뮤라니.’
천강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여겨 잠시 양해를 구했다.
“형님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는 빠르게 인터넷을 켜 뉴튜브를 확인해 보았다.
“헉! 이, 이게 뭐야?”
천강이 보고 있는 건 시청자들도 볼 수가 있었다.
-뭘 그리 놀라누?
-조회수 3만이면 별로 많은 것도 아니네.
어제 올린 영상 조회수가 벌써 3만을 기록 중이다.
시청자들이야 조회수 100만이 넘어가는 영상을 많이 봐와서 별로 와닿지 않겠지만, 천강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혀, 형님들은 모르시겠지만 전 이제까지 조회수 1만도 찍은 적이 없어요!”
-워낙 영상이 특이했으니까.
-나도 그거에 발려서 온 거임 ㅋㅋ
-너두? 야 나두!
-여기도 야 나두 충이 있네.
천강은 1만 개가 넘게 달린 댓글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날아 오르라 주작이여.
-이건 100% 주작
-어디서 주작질이누
천강이 찍은 영상을 조작이라고 몰고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게 주작이라고? 아닌 거 같은데?
-찍는 사람도 늑대 3마리 나타났을 땐 진심으로 놀라는 거 같았음.
-이런 거 조작이 되냐? ㅋㅋ
-조작 아닌 듯
-뭐만 하면 다 주작이래. 으휴 주작충들
이것이 조작일 리 없다고 쉴드를 쳐 주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이건 조작이 아니지 않은가?
-야야 BJ야. 말 좀 해라.
-벌써부터 나가고 싶네
-개지루함
-우리 천마는 어디에?
뉴튜브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그만 방송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 이런 건 이따가 체크하자.’
언제 이렇게 시청자들이 더 몰려 들지 모른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형님들. 지금부터 제대로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자! 천마님. 우리 107명의 시청자 분들을 향해 인사 한번 올려 주십시오.”
아까부터 혼잣말로 뭐라고 계속 떠들고 있는 천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천마였다.
“시청자? 인사를 올리라고?”
“예. 천마님을 보러 오신 분들입니다.”
“그럼 그놈들이 본좌한테 인사를 올려야지, 왜 본좌가 예를 차린단 말이냐?”
“그, 그건······.”
천마의 대답에 천강은 순간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방송 둘째 날부터 인성 논란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캬 ㅋㅋㅋㅋㅋ 컨셉 충실한 거 봐라
-아따 행님. 저희들이 쪼까 인사가 늦었구먼유. 오지게 인사 박습니다잉!
-야야 얼른 인사 안 하고 뭐하냐.
-그러취 ㅋㅋㅋ 천마가 고개를 숙이면 안 되지.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청자들은 이것 또한 색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처음부터 천마 컨셉을 잡아 극한의 컨셉충으로 밀고 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가?
다른 BJ가 저랬으면 당장 인성 논란이 터져서 사장 당했을 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방송의 세계였다.
[강남옥탑방주인님이 1000원을 투척하셨습니다!]
[천마 형님한테 인사 박습니다.]
처음으로 들어오는 후원금.
비록 작은 금액일지라도 천강에게는 매우 의미가 컸다.
“아이고, 강남옥탑방주인님. 1000원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후원을 줬는데 카메라맨이 인사 박는 클라스.
-너무 무신경한데
-1000원 밖에 안 되도 인사는 박아야 하는 거 아닌가?
방금 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후원금을 줬는데도 천마가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 지금 흐름이 나쁘게 바뀔 수도 있다.
천강은 잠깐 마이크를 끄고 천마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형. 시청자님께서 후원금을 주셨어. 그럴 땐 감사하다고 말씀 드려.”
“후원금?”
“그래. 형은 이게 공짜가 아닌 거 알고 있지? 돈이 없으면 앞으로 여길 들어오지 못 해. 그러니까 무조건 감사하다고 해.”
천마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천강은 마이크를 다시 복구시키면서 천마에게 얼른 말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천강의 의도와는 다르게 천마가 말했다.
“예전에 본좌의 존안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었지. 그들 대부분이 황금을 무더기로 챙겨왔었다. 그러니 그대들도 더 많은 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순간 천강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마치 아 ㅈ 됐구나 라고 쓰여 있는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천마의 주둥이를 닫게 만들고 싶었지만, 한번 뚫린 입은 닫힐 줄을 몰랐다.
“본좌는 이곳 세상에서 무공을 되찾으려 한다. 이곳 밖으로 나가면 무공을 쓸 수가 없어.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파. 그리고 아우의 말을 들어보니, 여기서 본좌가 계속 남아 있으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하더구나. 그러므로 본좌가 약속하겠다.”
제, 제발 그만해!
천강은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시청자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본좌는 그대들이 주는 돈을 뜻 깊게 쓰도록 하겠다. 본좌가 이끌던 천마신교에는 이런 방침이 있었다.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은혜를 갚고 원수는 3배로 되돌려 준다. 본좌는 그대들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찔했지만, 다행히 끝 마무리는 어찌어찌 잘 지은 것 같았다.
천강은 긴장된 마음으로 슬쩍 채팅창을 살펴보았다.
-캬. 형님 말 멋있게 하시네.
-ㅋㅋㅋㅋㅋㅋ 뭔가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안 나쁨
-아아. 천마 그는 밀당의 고수인가?
-순간 이대로 방종되나 싶었다 ㅋㅋㅋㅋ
-형님 말씀 새겨 들어라 시키들아.
-마! 천마님한테 1000원이 뭐냐 1000원이. 황금을 무더기로 가지고 와서 바쳤다고 하잖냐.
-진짜 컨셉 ㅅㅂ ㅋㅋㅋㅋ
천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청자 하나가 말했던 것처럼 천강도 이대로 방종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상황이 잘 풀렸고 시청자들도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좋았어. 이 흐름을 계속 유지하는 거야.’
-늑대 잡는 거 보여 주셈.
-주작인가? 아닌가?
-주작이면 진짜 욕할 거다.
뉴튜브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만큼 시청자들은 정말 천마가 레벨 1떄 늑대를 사냥했는지 매우 궁금해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들. 오늘 주작 논란, 확실히 종결짓겠습니다!”
또 늑대를 잡으라고 하면 천마가 짜증을 부릴 게 뻔하지만, 자본주의를 앞세워 협박한다면 천마도 어쩔 수 없이 늑대를 사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작 논란도 말끔히 해결되고 조회수는 덤으로 더 올라가게 될 터.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천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이 솟아나는 것만 같았다.
* * *
‘이, 이게 아닌데.’
천강은 영혼까지 뽑혀 나간 표정을 지었다.
천마를 잘 타일러 늑대 사냥을 나가 시청자들 앞에서 늑대를 사냥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상한 곳에서 문제가 터져 버렸다.
-뭐야. 아직도 저러고 있네.
-자냐?
-자는 듯?
-가상현실게임에서 자는 플레이어가 있다?
늑대를 사냥하고 나서 천마는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며 갑자기 가부좌 자세를 틀고 명상에 들어갔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천마는 절대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고 저 자세 그대로 요지부동이었다.
그것도 무려 2시간 가까이 말이다!
-난 ㅈㅈ
-더는 못 기다리겠다.
-나도 나간다.
-아냐. 난 한번 버텨 보겠어.
-누가 이기나 해 보자.
200명까지 찍었던 시청자 수는 50명으로 줄어들었다. 천강은 천마의 머리털을 전부 뽑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늑대를 잘 잡았으면 물 흐르듯 다음 컨텐츠로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명상이라니!
“천마님. 제발 좀 일어나 보세요!”
2시간 동안 흔들어 깨워 봐도 천마는 여전히 죽은 듯 명상에 집중했다.
천강은 자기도 모르게 칼을 스르르 꺼내다 다시 집어 넣었다.
열이 뻗쳐 하마터면 천마를 로그아웃 시킬 뻔했다.
-어후. 아직도 저러고 있네 ㅁㅊ
-여기 뭐죠? 늑대 영상 보고 왔는데, 왜 저러고 있음?
-ㅋㅋ 2시간째 저러는 중임
-극한의 컨셉충을 넘어 이제는 명상충이 되어 버린 그.
젠장. 오늘은 이걸로 방송을 끝내야 하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천강은 서둘러 방송을 끝내려 했다.
“자. 형님들.”
“됐다!”
그런데 뒤에서 명상을 하고 있던 천마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뭐가 됐는데요?”
“드디어 처음으로 내공을 내 몸에 순환시켰다는 것이다. 역시, 여기도 운기조식이 되는구나.”
“우, 운 뭐요?”
“허어. 아우는 공부를 많이 해야겠구나. 운기조식도 모르다니. 운기조식이란 말 그대로 몸 안에 기를 운행시켜 호흡한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내 내력을 쌓는 거지.”
천강은 눈을 껌뻑이며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형님들은 저게 무슨 말인지 알아 들으시겠습니까?”
-운기조식도 모르는 무알못이 있었누.
-카메라맨으로써의 자격이 없다!
-운기조식은 모든 무협에 나오는 기본적인 거 아닌가? 소설 보면 그거 한번 해서 잃어버린 기를 다시 모으거나, 내력을 늘리던데.
천강도 당연히 운기조식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가상현실게임, 그러니까 이곳 바실레이아에서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아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운기조식이 바실레이아에서 가능하냐 이겁니다. 저건 무협에 나오는 거잖아요.”
-마력의 파동은 가능하고?
-기파라는 말에 솔직히 피식 웃었는데, 진짜 마력의 파동이란 스킬이 생긴 거 보고 소름돋았음.
-이번에도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한 게 아닐까?
-에이 설마. 그렇게 밥 먹듯이 새로운 발견을 할 수가 있나?
천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마에게 물었다.
“천마님. 혹시 운기조식을 하고 나서 변화한 게 있나요?”
“음. 내 내력이 조금 늘어났겠지. 잃어버린 내력도 찾고 말이다. 아참. 여기서는 그걸 마나라고 하지? 그런데 운기조식을 끝내자 뭔가 또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나왔던 거 같구나.”
“예?!”
천강은 설마 하는 마음에 천마의 히스토리를 체크해 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새로운 발견을 이뤄내셨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익힙니다.]
[마력증강: 명상을 이어가 잃어버린 마나를 회복하고 마나량 최대치를 소량 증가시킵니다. 또한 이 효과는 체력으로 전환시켜 쓸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나 이해도에 마법의 신이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뭐, 뭐야 이건 또?”
-????!!!!!!
-??????????????
-나니???????????????
-이 시국에 나니???????????
-이시국 씨:????????????????
천강이 입을 쩍 벌린 채로 천마의 정보창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시청자들도 그러했다.
‘도대체 이 형은 정체가 뭐야?’
이제는 정말 형이 천마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드는 천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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