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69화 (169/170)

# 169

[169화] 제압(制壓) (5)

<지상태의 아파트>.

[전라남도 목포시 삼일로 45. 과장님, 장학수가 은신해 있는 곳입니다.]

한 형사가 지상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과장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애들을 풀어서 알아서 처리할까요?]

[아냐. 번거롭게 할 것 없이 내가 직접 처리해야겠어.]

[직접 처리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당신은 눈치채지 않게 입단속이나 잘하도록 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금부터 당분간은 몸조심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장학수가 은신하고 있던 곳은 전라남도 목포시, 정명 여자고등학교 인근이었다. 강상중 팀장의 방으로 들어가 주소를 확인한 한 형사가 곧바로 사진을 찍어 지상태에게 전송했다.

병신 같은 새끼! 그렇게 꼭꼭 숨어 있으라고 했더니….

결국, 눈에 띄고 말았어. 조용히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 했건만 스스로 명을 재촉하니 할 수 없지! 당신 명은 여기까진가 봅니다. 장학수 씨!

사진을 전송받은 지상태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드르륵.

지상태가 서랍에서 SW M60을 꺼내 들었다. 일반적으로 경찰이 소지하고 있는 M60 권총의 경우, 빈공간, 공포탄, 실탄 3발로 장전되어 있는 5연발 권총이지만 지상태가 소지한 권총의 경우는 모든 칸에 실탄이 장전되어 있었다.

딸각, 지상태가 실탄창을 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내려다보았다.

<김정환의 집>.

띠리리링.

샤워 후 침대 위에 몸을 내던지려는 순간, 강상중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부장님, 드디어 장학수가 입을 열었습니다.”

“네? 결국, 입을 열었군요.”

“네. 드디어 자백했어요. 자신이 박지은을 죽였다고…….”

“확실합니까? 결국, 김덕한 의원의 사주를 받았던 겁니까?”

“그게…… 근데 좀 당황스러워서요.”

강상중 팀장이 말을 더듬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박지은을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김덕한 의원이 아니라 지상태라는군요.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뭐예요? 지상태가 박지은을 죽이라고 사주했다고요?”

“네. 저도 아직은 얼떨떨합니다. 하지만, 진술 내용을 보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후, 일단 알겠습니다. 일단, 장학수 씨 신변이 중요하니 잘 보호하고 계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박지은을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지상태?

전화를 끊고 난 후,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상태는 악마인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상태를 조사하면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긴 했다.

첫째, 박지은이 가지고 있던 USB가 감쪽같이 사라진 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는데도 너무 쉽게 분실했다는 것이 석연치 않았다.

둘째, 지상태가 박지은 사건에 관여하면서부터 오히려 사건이 더 오리무중으로 빠진 점. 사건 일 사고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도 진술을 번복했고 수사가 거듭될수록 범인의 행적은 묘연해졌다.

셋째, 자신의 아이를 임신할 정도로 사랑했던 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례를 치른 후, 단 한 번도 그녀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을 찾은 적이 없다는 점.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찜찜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 이후로, 겉보기엔 폐인처럼 비친 지상태였지만, 결국, 승승장구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란 얘기가 된다.

김덕한 의원의 사망 이후 급부상한 선중수 의원과 경찰청장 한산도의 고속 승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장현수와 지상태!

장현수는 선중수 의원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지상태는 한산도의 복심이다.

분명, 이 네 사람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엉켰던 실타래가 조금은 풀린 듯했다.

그렇다면 박지은은 결국, 지상태의 권력욕의 희생양이었던가?

참담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연인까지 무참히 살해할 정도로 권력욕이 대단했다는 건가?

음…… 일단, 이 복잡한 퍼즐을 마저 풀기 위해서는 지상태부터 잡아야겠어!

<전라남도, 목포>.

지상태는 반드시 이곳으로 올 것이다!

나는 지상태를 유인하기 위한 덫을 쳐 놓기로 결심했다. 워낙, 지상태가 의심이 많은 인간이라 최대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사팀을 구성해 비밀리에 목포로 내려왔다. 물론, 지상태가 노리고 있는 장학수도 함께 말이다.

“강 팀장님! 지상태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서울에서 지상태를 감시하고 있던 강상중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서울역입니다. 이제 막 목포로 출발했습니다.”

“특별한 징후는 없습니까?”

“네. 아직 별다른 사항은 없습니다. 일단, 사람을 붙여뒀으니 30분 단위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상태, 혼자입니까?”

“네. 아직까진 혼자인 것 같습니다만 변동이 생기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계속 예의주시해주십시오.”

“네.”

“참, 한 형사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혹시, 이상한 낌새는 없습니까?”

“네. 아직은 잠잠합니다. 별다른 눈치는 못 채고 있는 듯해요. 일단, 장현수 수사에 투입시켜 뒀으니 이쪽 상황은 잘 모를 겁니다.”

“알겠습니다. 절대 한 형사가 눈치채면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4시간 후,

드디어 지상태가 목포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부장님, 지금 지상태가 목포에 도착해 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목포역에서 잠복하고 있는 수사 A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 알겠습니다. 지상태 동선 확보하시고 철저하게 감시해 주세요.”

“네. 본부장님.”

“이 형사님, 지상태가 움직였습니다. 주변 체크하시고 각자 자리에서 포지셔닝 해주세요.”

“네. 본부장님! 이미 자리 잡아 뒀습니다.”

나는 장학수의 은신처로 향하는 대로변에 잠복하고 있는 수사 B 팀장, 이 형사에게 상황을 지시했다.

“김 형사님! 1시간 후면, 지상태가 도착할 것 같습니다. 눈치채지 않게 조심하셔야 합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장학수의 은신처 인근, 정명 여자고등학교에서 문구점 주인으로 위장한 C팀 김 형사가 답했다.

<장학수의 은신처>.

나는 장학수와 함께 그의 은신처에 잠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장학수 씨! 곧, 지상태가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긴장하지 마시고 평소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저, 저는 괜찮겠죠? 두, 두렵습니다.”

잔뜩 긴장한 장학수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장학수 씨의 신변은 우리가 완벽히 지켜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지시한 대로만 하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네에. 전, 본부장님만 믿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별일 없을 겁니다.”

“네에. 아, 알겠습니다.”

장학수가 마른침을 삼켜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굳은 표정은 어쩔 수 없었다.

“본부장님, 지금, 지상태가 대로변으로 진입했습니다.”

약 한 시간 후, 지상태가 도착했다는 이 형사의 무전이 왔다. 그 역시 긴장한 듯 목소리 톤이 높았다.

흠…… 드디어 도착하셨군!

점점 심장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장학수 씨, 지상태가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저기에 숨어 있겠습니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나는 신고 온 신발을 들고 와 턱짓으로 다락방을 가리켰다.

“본부장님, 지금 지상태가 문구점 앞을 지나쳤습니다. 곧, 현장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소곤거리고 있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목소리가 긴장감을 더했다.

“네. 그러면 팀장님은 A팀과 합류하셔서 이쪽으로 오십시오. 영악한 인간입니다. 거리 확보하시고 적절하게 간격 유지하세요. 절대로 지지 상태가 눈치채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현장엔 본부장님 혼자신데 괜찮을까요?”

“흠……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지면 영리한 지상태가 눈치를 챌 거예요. 일단, 이곳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지상태가 안으로 들어오거든 주변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신호를 보내십시오. 저희가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상태!

똑똑똑!

장학수의 은신처에 도착한 지상태가 사주경계를 하며 주변을 살피더니 그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분명, 그가 소유하고 있던 SW M60 권총이 틀림없었다. 지상태가 무심히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반응이 없자, 지상태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등에 힘을 줘 다시 문을 두드렸다.

“누, 누구십니까?”

“바로 문을 여시면 안 됩니다. 지상태가 두 번째, 문을 두드렸을 때, 그때 문을 여세요.”

장학수가 내 지시대로 차분하게 시건 장치에 걸려있는 문을 빼꼼히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장학수 씨!”

후후후, 지상태가 장학수의 얼굴이 보이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

“과, 과장님!”

장학수 눈을 껌뻑거리며 인사를 했다.

그 순간, 지상태의 시선이 향한 곳은 신발장이었다. 분명, 타인의 흔적을 찾으려는 요량이었다.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지상태가 벌어진 문틈 사이로 내부를 살펴보며 탐색했다.

“과, 과장님, 갑자기 웬일입니까?”

“왜요? 제가 못 올 곳이라도 왔습니까?”

“아뇨, 아뇨.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흠…… 제가 반갑지 않은가 봅니다? 어서 오시라고 하면서 문도 열어주시지 않고 이렇게 경계하고 계신 것을 보면? 무슨 잠금장치를 세 군데나 하시고…….”

지상태가 3중으로 잠겨져 있는 시건 장치를 툭툭 건드리며 날카롭게 장학수를 응시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요즘에 하도 좀도둑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안 해놓으면 죄다 훔쳐가 버립니다.”

장학수가 나름대로 적절하게 둘러댔다.

“아…… 그래요? 그나저나 손님을 이렇게 밖에 세워두실 생각입니까? 좀 섭섭한데요?”

지상태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이코, 아닙니다. 집이 하도 어수선해서 청소 중이었거든요. 밖에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빨리 끝내고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아아! 청소? 이거 이거, 어쩐지 제가 올 줄 알고 계셨나 봅니다. 안 하시던 청소도 하시고!”

그 순간, 지상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하하하. 그러게요. 과장님이 오시려고 그랬는지 아침부터 까치들이 얼마나 울어대던지…….”

장학수가 비지땀을 흘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 뭐지?

문 옆에서 우유를 발견한 지상태가 허리를 굽혀 집어 들었다.

“음…… 일주일이나 지난 우유라…… 장학수 씨,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셨나 봅니다?”

아뿔싸! 우유! 미처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그 순간, 지상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오른손을 안주머니 쪽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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