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166화] 제압(制壓) (2)
“쥐약이오? 무슨 쥐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뜬금없는 소리에 강상중 팀장이 눈매를 좁혔다.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지금은 몽둥이보단 쥐약이 필요할 듯하군요. 그것도 아주 먹음직스러우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이해하기기 힘들군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강상중 팀장이 턱을 문지르며 궁금해 했다.
“일단, 핸드폰을 꺼내시죠.”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보였다.
“네? 갑자기 핸드폰은 왜요?”
강상중 팀장이 눈매를 좁히며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직까지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 제가 보낸 메시지를 잘 보십시오. 최대한 편안한 표정을 유지해 주십시오.]
나는 검지를 입에 대고는 멜론 톡을 활성화시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 본부장님. 말씀하십시오.]
메시지를 확인한 강상중 팀장이 긴장한 듯 나를 쳐다보며 톡을 올렸다.
[장현수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접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제가 먹음직스러운 쥐약이 될까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장현수가 본부장님을 노리고 있다고요?]
강 팀장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웃으세요. 팀장님! 지금도 놈이 팀장님을 살펴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네에.]
강상중 팀장이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실은 제가 예전에 한상길 부장과 함께 일했었죠. 그의 명령대로 제가 어쩔 수 없이 장현수의 아버지, 장충석 씨 회사를 압수수색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상황이 심상치 않아 사건에서 손을 뗐는데 아마도 장현수는 나를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오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자세한 얘기는 차차하기로 하고 지금부터는 얼굴 표정도 각별히 조심하십시오. 장현수가 모든 것을 체크하고 있을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그러니까 본부장님이 직접, 장현수의 미끼가 되시겠다는 거군요? 제 말이 맞습니까?]
강상중 팀장이 적잖이 놀란 듯, 빠른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네. 그렇습니다. 그놈한테 저 만한 미끼는 없으니까요. 제가 미끼가 된다면 장현수가 반드시 움직일 겁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흠,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구상하고 계신 것이 있군요?]
[네.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특본에 설치된 CCTV는 모두 장현수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철거해야 합니다.]
[헐, 이럴 수가…… 네. 당장 철거하겠습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장현수는 절대 몰라야 합니다. 일반적인 파티션 내부 공사를 하는 것처럼 위장해 다시 CCTV를 설치하십시오. 분명, 장현수 측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때를 노려야 합니다. 반드시 내부에 장현수를 돕는 사람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후, 정말 장현수란 놈, 만만치가 않군요.]
[네. 만만치가 않지요. 하지만, 장현수 혼자만의 힘만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력자들이 있을 거예요. 그것도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그, 게 누굴까요?]
강상중 팀장의 얼굴이 상기되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수사하다보면 뭔가 나와도 나오겠죠. 아무튼, 장현수는 어쩌면 허수아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네에. 이거이거, 심장이 점점 쫄깃해집니다. 본부장님!]
강상중 팀장이 멜론 톡에 땀 흘리며 놀란 표정을 짓는 이모티콘을 생성했다.
[저는 일단, 지상태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팀장님은 그에 대한 자료가 나오는 대로 보고하여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나는 지상태를 만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김정환입니다.”
“네. 지상태입니다. 저한테 볼일이 있으시다고요?”
지상태가 내가 청한 악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네.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본부장님과 특별히 할 얘기가 없을 텐데요.”
흠. 본부장이라…… 이미 특본이 구성된 것을 알고 있는구나!
“음, 조사하다 보니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흠…… 그래요. 지금은 어렵고…… 그러면 지하에 가시면 ‘샤이닝’이라고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기다리시죠. 급한 일이 좀 있어 마무리 좀 하고 곧, 내려가겠습니다.”
지상태가 코끝을 찡그리며 눈짓으로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네. 알겠습니다.”
2시간 후,
<카페, 샤이닝>.
나를 테스트해보겠다는 거군! 벌써 2시였다.
곧 내려오겠다던 지상태는 2시간이 지나도록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어, 잠시만!”
지상태가 같이 내려온 동료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2시간이 지난 후, 동료들과 함께 카페에 내려온 그가 나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본부장님, 지상태가 김덕한 의원 사건에 대한 정보를 열람했습니다. 역시나, 정신없이 자료를 검색하더군요.]
그 순간, 강상중 팀장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알겠습니다.]
“어? 아직 계셨습니까?”
지상태가 천연덕스럽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아직 계셨냐고?
후후후, 지금까지 간을 봤다는 건가?
“아, 이제야 오셨군요! 여기 소파가 너무 안락해서 잠시 잠이 좀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에 꿀잠이었네요. 지금 몇 시죠?”
하하하, 나는 기지개를 켜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음, 두 시군요.”
지상태가 눈을 내리깔며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벌써 그렇게 됐나요?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여기 소파가 참 안락하군요! 그나저나 급한 일은 마무리하셨습니까?”
나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신기해했다.
“네…….”
의외의 나의 반응에 조금은 당황한 듯 그가 말꼬리를 흐렸다.
급한 일은 무슨?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알아보고 다녔겠지. 지상태! 당신만 레이더가 있는 게 아냐? 나 역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지!
“앉으시죠.”
“네에.”
“그나저나, 여쭤보고 싶다는 말이 뭡니까?”
자리에 앉은 지상태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음…… 일단 숨 좀 돌리시죠? 급한 것도 아닌데.”
뭐가 좋으려나?
한 템포 줄일 필요가 있었다. 나는 메뉴판을 살펴보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아…… 네.”
멋쩍었는지 지상태의 얼굴의 살짝 붉어지는 듯했다.
“뭘 좀 드시겠습니까? 여기는 뭐가 맛있습니까?”
“아무거나요.”
“그럼, 잠도 깰 겸, 커피 괜찮습니까?”
“네.”
“여기요! 아메리카노 두 잔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러 주문했다.
긴장하고 있군!
그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그의 모습. 테이블 사이로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다리는 분명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혹시, 박지은 씨라고 아십니까?”
20여 분, 커피를 마시며 어색한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넌지시 그에게 물었다.
“…….”
의외의 반응이었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지상태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말없이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최대한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5년 전, 박지은 씨가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을 당시, 지상태씨가 그 사건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제가 알기론 지상태 씨 관할 사건도 아니었는데 왜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관심을 가질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흐음, 특본은 할 일이 별로 없나 보군요. 한가하게 제 뒷조사도 하셨습니까?”
지상태가 못마땅한 듯 날카롭게 나를 응시했다.
“아니 뭐. 조금이라도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폭넓게 자료를 취합하는 것이 맞을 듯해서요.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박지은 씨가 김덕한 의원의 비서였고 그녀와 아무런 관심이 없는 지상태 씨가 그 사건에 관심이 많은 듯해 의아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흠, 그렇다면 말씀드리죠. 박지은은 저와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습니다.”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지상태가 말했다.
“아,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아픈 곳을 건드렸군요.”
나는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현했다.
“아뇨, 아뇨.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진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럴 리가…… 당신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범인을 잡기 위해 미친 듯이 자료를 찾고 수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당신이 관심이 없을 리가 있나!
“아…… 네.”
나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음, 아무튼, 전 그 일이라면 저는 더 이상 본부장님과 나눌 얘기가 없는 것 같군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값은 제가 내도록 하죠.”
지상태가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짓말!
주먹을 말아 쥔 그의 양손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젠 미끼를 던질 시기인가?
“지상태 씨!”
“네?”
돌아가려던 그가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제가 박지은 씨를 죽인 범인의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
지상태가 마치 얼어붙은 듯 지면에서 두 다리를 떼어내지 못했다.
“혹시 몰라 말씀드리는데, 관심 있으시면 주소를 적어 둘 테니 이곳으로 오십시오. 다만, 이 일은 지상태 씨와 저만이 알고 있는 일로 해둡시다.”
“…….”
지상태는 여전히 말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떨리는 그의 주먹은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음,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아무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가 편안한 마음으로 쪽지를 집어 들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 했다.
“얼마인가요?”
“만 이천 원입니다.”
나는 커피값을 지불하며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가 그의 행동을 엿보았다.
잠시 후,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책상 위에 놓인 쪽지를 집어 드는 지상태!
그럼 그렇지! 걸려들었어!
내가 쪽지에 써둔 주소는 이미 지상태가 이미 알고 있는 장소였다. 박지은을 죽인 범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장소였다. 범인을 쫓고 있는 그의 입장에선 내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장현수, 기대해도 좋아!
나는 그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킹 메이킹 시스템 가동!”
[킹 메이킹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황급히 한적한 장소로 이동한 나는 킹 메이킹 시스템을 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