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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61화 (161/170)

# 161

[161화] 복수(復讐) (1)

“놀라지 않을 테니 말씀해보세요.”

“흠, 장현수에 관해서 조사해 보니 특이한 것이 있어서요.”

“그게, 뭡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아버지가 자살했었더라고요.”

공 수사관이 박 회장이 했던 것과 같은 얘기를 했다.

“그렇군요.”

“어, 뭐죠? 그 반응은?”

“그게 다인가요? 그 사실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어? 알고 계셨어요? 그럼, 장현수 아버지 죽음에 한상길이 연루된 것도 아시겠네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네? 한상길이요? 그 한상길이란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한상길인가요?”

“놀라시는 걸 보니 그건 미처 모르셨나 보네. 맞아요. 그 한상길! 저도 그 소식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게…… 와, 대박!”

뭐, 뭐야? 한상길 때문에 장현수 부친이 자살했다는 건가? 무슨 이유로?

“사무장님 지금 어디세요?”

“네. 지금 사무실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네. 저도 지금 들어갈 테니 빨리 들어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상길이 연루된 일이라면 김정환과도 뭔가 연결된 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니다.

어느새,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 * *

<법무법인, 정은>.

“변호사님, 오셨습니까?”

사무실로 들어가자 공 수사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한상길과 장현수가 연결돼 있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두 사람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워워, 일단 진정하시고! 이것 좀 마시세요!”

공 수사관이 물컵을 내밀었다.

“네. 고맙습니다.”

“뛰어오셨어요? 무슨 얼굴이 그렇게 벌게요? 일단, 앉아서 숨 좀 돌리십시오. 저, 어디 안 도망갑니다.”

“네네.”

조금씩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공 수사관이 서류를 넘기며 차근차근 장현수 부친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장현수 부친인 장충석의 회사가 분식회계에 탈세로 문을 닫게 됐는데 한상길이 모두 꾸민 짓이란 건가요?”

“네. 한상길이 그 우량 기업을 졸지에 악덕 불량기업으로 둔갑시켜 놓은 거죠. 진한 제약은 재무구조도 탄탄했고 특히나 부작용이 현저히 낮은 항암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였으니까 장충석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죠.”

공 수사관이 아쉽다는 듯 입술을 내밀었다.

“그랬군요. 그 이후에 진한 제약은 어떻게 됐습니까?”

“흠, 뭘 어떻게 됐겠어요. 대표이사가 걸려 들어간 마당에 회사는 풍비박산이 날 수밖에 없죠. 그렇게 진한 제약이 공중 분해되고 주요 개발 인력이 대신 제약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됐죠. 그 덕에 신약은 대신 제약으로 넘어갔고 결국, 대신은 FDA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아 대박이 난 거죠. 그 이후로 대신 제약은 승승장구,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겁니다. 일등공신이 한상길과 당시 장충석의 절친이자 신약 공동 개발자였던 동업자, 신장수였죠.”

“그럼, 김덕한 의원과의 관계는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 배후에 얼마 전 죽은 김덕한 의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상길은 허수아비였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그 이후로 김덕한 의원은 대신 제약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거죠.”

‘정환아, 너도 이참에 대진 제약 주식 좀 사둬라. 2년 이내에 따따블은 된다.’

그 순간, 김정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한상길이 그런 말을 했던 거였어!

이제야 어느 정도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혹시, 한상길 말고 검찰 쪽에 연관된 사람은 없었나요?”

“음, 아뇨. 특별히 나온 건 없는데요? 왜요?”

휴, 그나마 천만다행이군.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신장수, 그 사람은 어떻게 된 건가요? 신장수가 절친을 배신한 건가요?”

“배신이오? 에이, 배신 정도가 아니죠. 결국, 장충석을 자살로 내몬 장본인이니까, 신장수는 장충석과는 죽마고우로 둘도 없는 절친이었는데 결국 배신하고 대진 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했죠. 그러니까 천벌을 받지! 하늘이 용서할 리가 없잖아요.”

“천벌이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신장수. 그 사람, 죽었거든요. 발리로 여행을 갔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범인은 못 잡았어요. 절친을 배신한 벌을 톡톡히 치른 거죠.”

“발리? 교통사고로 죽어요? 언제요?”

“네. 작년 여름에요.”

이럴 수가?

내 직감이 틀림없다면 신장수의 죽음은 장현수의 짓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한상길일 수도 있다는 소린데, 한상길이 위험할 수 있다!

“지금 한상길은 어디 있죠?”

“어디 있긴요. 빵에 있죠! 변호사님이 빵에 보내셨잖아요. 벌써 잊으셨어요?”

“아, 네.”

일단, 그 부분은 안심할 수 있었다.

“사무장님, 혹시 장현수의 작년 출국 기록 좀 확보할 수 있을까요?”

나는 확실한 정황을 파악해야 했다.

“그건 뭐 하시게요?”

“그냥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요.”

“그게 뭔데요?”

공 수사관이 바짝 얼굴을 디밀었다.

“사무장님, 또!”

“눼눼. 저 같은 놈은 알 필요 없으니 까라는 대로 까라. 뭐, 그거죠?”

후, 공 수사관이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사무장님, 그, 그게 아니고요.”

“헤헤, 농담입니다. 농담!”

내가 얼굴을 붉히자 공 수사관이 손바닥을 내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김정환의 아파트>.

상황을 정리해보자!

나는 마커를 들고 화이트보드 맨 위에 김덕한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정점에는 김덕한 의원과 대신 제약, 최철호 회장이 있었고 그 아래서 실무적으로 움직인 사람은 한상길 부장과 신장수!

대신 제약 최철호 회장은 지병으로 사망, 신장수는 교통사고 사망, 김덕한은 살해됐으니 남은 사람은 한상길인데…… 아니지! 어쩌면 그와 함께 나도 포함될지도 모른다.

“킹 메이킹 시스템 가동!”

[킹 메이킹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한상길과 연관된 김정환의 기억 파일을 열어줘.”

우선 김정환의 기억을 확인해야 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이이잉.

킹 메이킹 시스템이 연도별로 한상길과 연관된 기억 파일을 상태창에 정렬했다.

음, 순천지청 이후의 기억들은 시기적으로 맞질 않으니 아닐 테고…… 맞다! 김정환이 한때 한상길과 대구지검에 있었으니 이게 맞겠군!

장충석이 운영하던 진한 제약 역시 대구에 있었기에 대구가 한상길, 나 그리고 장충석과의 접점이 될 수 있었다.

틱, 나는 상태창을 터치해 파일을 검색해 하나의 동영상을 찾아냈다.

* * *

“정환아, 이번에 진한 제약 압수수색 들어갈 거니까 네가 맡아서 처리해봐.”

“네? 제가요? 저 이제 검사 2년 차예요. 제가 뭘 안다고 그런 일을 맡기십니까? 저, 자신 없습니다.”

김정환이 손을 흔들며 거부했다.

“야, 인마! 언제까지 교통사고만 처리하고 있을 거야? 이젠 이 정도 급은 처리해봐야 검사로서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거야.”

“그래도, 어떻게 제가…….”

김정환이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괜찮대도! 내가 모든 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뭐 어려울 거 없어. 알았냐?”

“네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진한 제약을 왜 압수 수색합니까? 제가 알기론 꽤 탄탄한 회사로 알고 있는데요.”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론 썩을 대로 썩은 악덕 기업이더라고! 나도 깜짝 놀랐어. 아주 분식회계에 세금포탈, 게다가 장충석 대표라는 인간, 이거 사람 아니더라고! 횡령에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놓고 자금 세탁도 했으니 인간말종이지.”

한상길이 김정환의 눈치를 보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정말요? 진짜 세상 무섭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러게 말이다. 겉으로는 온갖 건실한 기업인인 척하고 돌아다니더니만 이렇게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으니 말이야. 세상 말세야! 말세!”

한상길이 김정환을 힐긋거리며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 * *

음, 김정환은 한상길의 계략을 모르고 있었어! 아니지, 공 수사관이 한상길에 관해 조사할 때, 김정환에 관한 정보가 없었던 거로 본다면 어쩌면 한상길의 계략을 알고 미리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천만다행인데…….

어쨌든, 장현수의 입장에서 볼 땐, 분명 김정환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도운 인간으로 인식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결국 장현수가 내게 접근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

아무리 김정환이 한상길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이용당했다 할지라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습만 볼 때는 김정환 역시, 장충석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으니까…….

킹 메이킹 시스템이 보여준 영상을 본 후, 나는 모든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 목표물은 한상길 그리고 김정환, 아니 나라는 건데…….

흠,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면 한 대 피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며칠 후,

<법무법인, 정은>.

“벼, 변호사님, 오셨군요!”

공 수사관이 헐레벌떡 사무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신데, 그렇게 헐떡거리세요?”

“두 가지 소식이 있는데, 둘 다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나쁜 소식 하나, 더 나쁜 소식 하나인데 뭘 먼저 들으실래요?”

공 수사관이 양 무릎에 손을 올려놓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흠, 우선 나쁜 소식 먼저 듣겠습니다.”

은근히 긴장되어 손바닥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장현수의 출국 기록을 확인해봤는데 장현수가 작년에 휴가를 받아 발리 여행을 다녀왔더라고요.”

쿵, 겨, 결국 그의 시나리오대로였던 건가?

“그게 확실합니까?”

“네. 확실한 정보예요. 그나저나 확실히 냄새가 나요. 놀랍게도 신장수가 발리로 떠난 날과 일치합니다. 이, 이거 우연일까요?”

공 수사관이 잔뜩 긴장한 채, 말을 더듬었다.

“음, 결국 그랬군요. 아뇨, 절대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역시, 내 촉이 틀리지 않았나 보네요. 그럼, 신장수가 죽은 것도?”

“…….”

나는 말 없이 고개만 까딱거렸다.

“검사님, 혹시…… 신장수의 죽음과 김덕한 의원의 죽음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신장수의 죽음, 김덕한 의원의 피살은 모두 동일 선상에 있는 사건입니다. 절대 무관하지 않아요.”

점점 심장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와, 이거 쇼킹한데요?”

공 수사관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나저나, 더 나쁜 소식은 뭔가요?”

“네? 아…… 네. 제가 미처 확인 못 했는데, 한상길이 며칠 전에 출소했다고 하네요. 이 인간, 무슨 농간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건강상에 문제도 있고, 특사 형식으로 감형받은 것 같아요. 하여간, ‘법꾸라지’ 같은 인간이라니까요.”

“지,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한상길이 출소했다고요? 그, 그럼 장현수는요? 장현수는 어떻게 된 겁니까?”

“변호사님, 서, 설마?”

공 수사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맞아요. 지금 한상길이 위험합니다. 그러니까. 장현수는 어떻게 됐냐고요?”

“어, 어제,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공 수사관이 핏기가 걷힌 얼굴로 연신 턱을 떨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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