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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59화 (159/170)

# 159

[159화] 의문(疑問) (1)

“미안해 영은아! 나 지금 양평 경찰서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무슨 일인데요?”

깜짝 놀란 장 검이 눈을 깜빡였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다녀와서 자세히 말해줄게.”

“아, 알았어요.”

장 검과 헤어진 후, 나는 서둘러 양평 경찰서를 찾아갔다.

“김정환 변호사입니까?”

“네.”

“저는 전화 드렸던 박승호입니다.”

박승호 형사가 명함을 내밀었다.

“네. 김정환이라고 합니다. 장현수 씨는 어디 있죠?”

가볍게 악수한 후, 나는 박 형사에게 물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박승호 형사가 나를 장현수가 있는 취조실로 안내했다.

<취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장현수가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장현수 씨, 김정환 변호사 오셨습니다.”

박 형사의 말에 장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김정환입니다.”

“오, 오셨어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장현수가 나를 보더니 울먹였다.

“형사님, 부탁이 있는데요. 저 변호사님이랑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박 형사가 자리에 앉으려 하자 장현수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음, 전 장현수 씨의 변호사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장현수 씨의 법정 대리인이므로 앞으로는 제가 장현수 씨를 대신해 답변할 것입니다. 또한, 장현수 씨는 기소 전 피의자 신분입니다. 아직, 기소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형사님, 자리를 좀 비워주시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나는 이미 장현수라는 사람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이었다.

“네. 그럼, 그렇게 오랜 시간은 못 드립니다. 1시간 정도 드릴 테니 양해해 주십시오.”

박 형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지못해 승낙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소한 피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피의 사실은 물론 피조사자의 소환 여부와 일시, 구속영장 집행 시간 등 수사 상황을 일절 공개할 수 없습니다. 그 점 명심해 주십시오. 그리고 경찰서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던데, 절대로 정보가 새나가게 하면 안 됩니다.”

“흠, 네. 알겠습니다.”

박 형사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좁히며 밖으로 나갔다.

* * *

“흠, 변호사님이 진짜 제 변호를 맡아주시기로 한 건가요?”

박 형사가 나가자 장현수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좀 전의 불안해하던 눈빛이 온데간데없이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뭐야? 저 서늘한 눈빛은 좀 전에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잖아!

“네. 제가 장현수 씨의 변호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변호를 맡기려고 저를 찾은 것 아닙니까?”

“네. 맞기는 한데, 제가 수임료로 드릴 돈이 없는데…….”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 변호사님이라면 무료로 변호를 맡아주실 거로 생각했어요. 워낙 정의로우신 분이니까요.”

장현수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지는 듯했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수한 사람이 정말 맞는 건가?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는 거지?

“음, 그건 그렇고 지난번에 저에게 전화를 주신 분이 장현수 씨가 맞죠?”

“아니요? 네. 아…… 제가 전화를 했던가요?”

장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횡설수설했다.

이건 또 뭔가? 왠지 길 가다 아무 이유 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분명, 자신이 김덕한 의원의 보좌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김덕한 의원을 본인이 죽였다고 했죠!”

“아…… 맞다! 맞다! 내가 전화했었군요. 그땐, 제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었나 보네요. 변호사님, 제가 전화로 무슨 말을 했었나요?”

장현수가 모르는 척 되물었다.

“장현수 씨,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겁니까? 분명, 전화를 건 사람은 장현수 씨가 맞고 그날 전혀 술에 취한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장현수 씨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 왜 저를 찾으셨던 겁니까?”

“흠, 피의자가 변호사를 찾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장현수가 허리를 곧추세우며 정색했다.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인가?

“그런데 왜 하필 저죠?”

“에이, 왜 그러십니까? 변호사님이 ‘승소 머신’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아무튼, 그런 건 상관없고 이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를 어떻게 내보내 주실 거죠?”

정색과 농담을 반복하는 사이, 서늘한 그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고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단순히 정신 이상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인가? 자신이 죽였다고 자기 발로 경찰서로 들어온 사람이, 다시 나가게 해달라고?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겁니까? 장현수 씨는 지금 자수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뇨?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불가능하니까 제가 변호사님한테 부탁하는 것 아닙니까? 변호사가 원래 그런 일을 하는 거 아닙니까?”

“이보세요. 장현수 씨! 변호사는 있는 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을 변호하는 겁니다. 지금 그게 말이 됩니까?”

“변호사님, 이쪽으로 잠시만요…….”

장현수가 나를 향해 손짓하며 목소리 톤을 낮췄다.

“…….”

“변호사님, 저…… 김덕한 의원 안 죽였어요. 그러니까 저 여기서 빼내 주세요.”

크큭, 악마의 미소였다. 장현수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죽였다고요? 그, 그러면 왜 자수를 하신 겁니까?”

“흠, 얼마나 변호사님이 능력이 있는지 보고 싶어서요.”

“지금 제정신입니까? 자수라는 말의 의미를 모릅니까? 본인이 범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어차피 저 머저리 같은 형사 놈들은 증거를 못 찾아요. 물론 찾으려고 해봐야 증거도 없고 당연히 증인도 없죠. 그런데 제가 어떻게 범인이 됩니까? 진술이야 번복하라고 있는 건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그였다.

“저, 정말, 김덕한 의원을 죽이지 않았다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장현수가 턱 주변을 긁적거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아마추어처럼…… 그건 변호사님이 찾아내셔야죠. 그나저나 잘됐잖습니까! 변호사님이 없어도 전 여기서 풀려날 거예요. 혐의가 없는데 내가 여기 왜 있겠어요. 좋은 기회잖아요. 여기서 나가면 변호사님 덕분이라고 할게요. 어때요? 이만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아닙니까?”

“미친놈!”

“맞아요. 저 미친놈입니다. 그러니까 변호사님이 도와주셔야죠. 안 그러면 김덕한 의원 가족들 모두 죽습니다. 변호사님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요.”

섬뜩하다! 이건 분명 장난이 아니야.

나는 직감적으로 장현수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장현수 씨는 정신 감정부터 받아야 할 것 같군요.”

“정신 감정을 뭐 하러 받아요. 내가 말씀드렸잖아. 나, 미친놈이라고! 뭐 하러 돈 쓰면서 정신 감정 받습니까?”

키득키득, 장현수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아무래도 전 장현수 씨의 변호를 맡을 수가 없을 것 같군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장현수가 일어서려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에이, 그렇게 일찍 포기하시면 재미가 없지. 흐음, 아무튼, 시간은 조금 여유가 있을 것 같으니까 충분히 생각해보십시오. 저는 여기서 형사들이랑 좀 놀고 있을 테니까요.”

휘리리릭, 장현수가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서늘하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가?

“형사님, 면담 끝났습니다.”

삐익, 나는 인터폰을 누르며 박 형사에게 말했다. 일단,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변호사님!”

장현수가 손을 흔들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법무법인, 정은>.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장 검과 공 수사관에게 경찰서에서 장현수와 나누었던 대화에 관해 설명했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자수한 인간이 자기를 빼내라고요? 그 인간, 정신병자에 관심 종자 아닙니까?”

공 수사관이 어이없다는 듯이 목소리 톤을 높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찜찜해요. 장현수 그 사람, 느낌이 너무 안 좋아요.”

“선배님, 제 생각엔 그냥 여기서 손을 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런 미친놈한테 엮이면 골치 아파져요. 그냥, 장 변호사님 말대로 그만두시죠. 게다가, 수임료도 못 낸다면서요? 세상에 어디서 이런 꼴통 같은 놈이 나왔지?”

공 수사관이 짜증 섞인 말투로 투덜댔다.

“음, 그래도 제가 몇 가지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무장님, 일단 사건 일에 장현수 알리바이가 있는지 확인해봐 주시고요. 언제부터 김덕한 의원의 보좌관을 시작했는지부터 가능한 한 두 사람의 모든 관계를 파악해 주세요. 주변 관계도 같이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흐음, 분명 뭔가 있어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에이, 진짜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미친놈 같은 놈이 나타나서는!”

“사무장님!”

“네네. 알았다고요. 누가 안 한대요?”

공 수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툴툴거렸다.

‘변호사님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요.’

분명, 뭔가 있다!

장현수의 말이 자꾸 뇌리에 남아 신경 쓰였다.

<양평 XX 모텔>.

일단 사건 현장에 가봐야겠어!

미친놈이라고 치부하기엔 장현수의 말과 행동이 뭔가 석연치 않았다. 나는 밤새 잠 못 이루며 뒤척였다. 결국, 일어나자마자 김덕한 의원이 죽은 사건 현장을 찾았다.

혈흔 자국의 꼬리가 길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살펴보니 혈흔 자국이 길게 점점이 꼬리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엔 핏방울의 간격이 넓다가 점점 좁아지는 추세의 혈흔 자국이었다. 혈흔의 크기 또한, 작아졌다 점점 커지는 추세였다.

김덕한은 한 번의 가격으로 즉사하지 않았다!

핏자국의 간격으로 피해자의 걷는 속도를 대략 판단할 수 있었다.

처음 가격으로 상처 입은 김덕한이 뒷걸음질 쳤고 가해자는 천천히 그를 따라가며 또다시 가격했다. 그리고 또다시 가격!

핏자국의 간격이 줄어들다 화장실 앞에서 멈춘 것으로 볼 때 김덕한이 완전히 사망한 지점은 화장실이었다.

놈은 서두르지도 않았고 능숙하게 김덕한을 처리했어! 어쩌면, 놈은 마치 사냥하듯 즐기며 김덕한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앉아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얻어맞았다는 건데…….

혈흔의 형태가 균일하고 원에 가까우며 작았다. 혈흔은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원의 크기가 크고 테두리 모양이 불규칙하다.

여기가 김덕한이 처음 가격당한 곳이군!

소파 앞에서 시작된 핏자국이 작은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떨어진 핏자국 테두리에 굴곡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분명 여기에 앉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공격당했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이동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외부 침입은 아니라는 소린데…… 결국, 김덕한은 소파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갑작스러운 가격으로 죽었을 개연성이 컸다.

지이이잉.

[킹 메이킹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소파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 장엄하게 고막을 뒤흔드는 소리. 킹 메이킹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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