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53화 (153/170)

# 153

[153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2)

“음, 이번 참에 사무장님 얼굴 보수 공사 좀 하시죠. 보수 공사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왠지 불안해지는 이 기분은 뭡니까? 그러니까…….”

“네. 지금 생각하고 계신 게 맞아요. 사무장님이 수고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뭐, 코가 낮으신 거 같은데 이참에 코를 좀 높이시던가, 아니면 눈을 좀 째시던가. 쌍꺼풀 수술을 하시면 한 10년은 젊어 보이실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선 이 방법뿐이었다. 나는 공 수사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이리저리 살폈다.

“네? 지,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제가 어디 고칠 데가 있다고?”

“음,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남자답게 생긴 코에 부리부리한 내 눈이 어때서요? 내가 봐도 이만하면 준수하구먼! 아무튼, 장난 그만 하시고 빨리 극약처방이 뭔지 말씀해 주세요.”

“어? 그게 다인데? 저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상황에선 이 방법뿐이잖아요. 사무장님이 직접 가셔서 녹음 따와 주세요. 저나 장 변이나 이미 얼굴이 팔린 마당에 안 되는 거 아시잖습니까?”

나는 공 수사관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아, 간지럽게 옆구리는 왜 찔러요? 못 해요. 진짜, 이제 절 실험체로 쓰시는 겁니까?”

“흠,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해주십시오. 네?”

“어휴, 그냥 순천에서 만고땡으로 지낼 걸 열쳤다고 여긴 올라와서, 하아!”

후, 공 수사관이 난감한 듯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시는 거죠? 대신, 제가 고기 쏘겠습니다.”

“네? 아이 씨, 그깟 고기로 절 유혹하시는 겁니까?”

“싫음 말고요.”

“아니 뭐. 딱히 싫다는 건 아니고, 그럼 한우 됩니까? 투뿔뿔 짜리로…….”

공 수사관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당연하고 말고요. 아주 제가 소가 되게 만들어 드리죠!”

“아 씨, 지금보다 더 잘생겨지면 안 되는데, 가뜩이나 잘난 남편이라고 마누라 불안해하는데…….”

공 수사관이 얼굴을 매만지며 거울을 쳐다봤다.

“네에…….”

일주일 후,

결국, 공 수사관이 총대를 메고 성형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와, 사무장님! 눈이 아주 느끼한 게 죽이는데요?”

가뜩이나 부리부리한 눈매의 큰 눈이 쌍꺼풀 수술을 하니 더욱더 도드라져 보였다.

“어머어머, 사무장님! 눈밖에 안 보여요. 눈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아요.”

푸푸풋, 그의 우수꽝스러운 눈매에 장 검이 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거의 한 달 만에 웃는 그녀였다. 오랜만에 보는 장 검의 보조개, 역시, 장 검은 웃을 때가 가장 예쁘다.

“놀리지들 마십시오!”

“아뇨, 아뇨. 놀리긴요. 멋지십니다.”

“네네. 선배님 말이 맞아요. 진짜 영화배우 같으세요!”

후후후, 장 검이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장 변호사님 웃으셨다! 그거면 된 거죠. 소인! 이 한 몸 희생해 장 변호사님 웃게 한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습니다.”

공 수사관이 큰 눈을 껌벅거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와, 정말 회춘하셨네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음, 이게 뭐.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변호사님, 이거나 받으세요.”

공 수사관이 만년필 모양의 녹음기를 내밀었다.

“아, 성공하셨군요?”

“네네. 제가 해서 안 되는 일 봤습니까? 이번에 아주 제대로 따 왔습니다.”

* * *

며칠 전,

“간호사님, 이거 그 유명한 우유 주사 맞죠?”

“네. 맞아요. 맞으시면 편안해지실 거예요.”

“근데, 이거 TV 보니까 마약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혹시 중독되거나 그렇지는 않나요?”

“음, 특별히 그런 건 없어요. 그리고 다들 맞아요. 괜찮습니다.”

“소문 들어보니 연예인은 주기적으로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하던데… 맞나요?”

공 수사관이 간호사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떠보았다.

“음, 일단 피로 회복에도 좋고 기분 상승 효과도 있으니까요. 원래 연예인이 엄청 피곤한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많이들 찾으시는 것 같아요. 우리 병원에도 자주 오시는 연예인들 몇 분 계세요.”

“누구요? 유명한 연예인인가요? 궁금하네.”

“에이, 그런 건 말씀 못 드리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아무튼,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에요.”

피식, 간호사가 거만하게 웃으며 스탠드에 프로포폴을 매달았다.

“그나저나, 이거 의사님 처방받고 하는 거죠? 원래, 의사님이 직접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휴, 아뇨. 그냥 이 정도는 간호사들이 알아서 합니다. 법적으로도 간호사는 투여해도 되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평소에도 자주 이렇게 직접 처방하시는구나.”

“네. 괜찮다니까요. 그나저나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으세요? 그래서 안 맞으실 겁니까?”

짜증이 난 간호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뇨, 아뇨. 캐묻긴요. 요즘, TV에서 이 우유 주사 얘기가 심심찮게 나와서 그냥 여쭤봤어요.”

“에이,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이 주사 안 놔주는 병원이 어디 있어요? 다들 이거 맞으러 오는 건데.”

푹, 간호사가 대수롭지 않게 공 수사관의 혈관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여기까지가 공 수사관이 녹음해온 내용이었다.

<법무법인, 정은>.

“아…… 근데, 우유 주사 그거 효과 제대로던데요? 그거 맞고 한숨 자니까 아주 개운한 게 날아갈 것 같더라고요.”

뚝뚝뚝, 공 수사관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냈다.

“음, 그거 조심하셔야 합니다. 중독성이 만만치 않아요.”

“아, 진짜 어처구니없네? 이거 전부 변호사님이 시키신 거잖아요?”

공 수사관이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아니 뭐. 이제부터 안 맞으면 되죠.”

“어휴, 에이 씨, 내가 진짜 말을 말아야지.”

공 수사관이 혀를 내밀며 인상을 썼다.

“걱정 마세요. 사무장님! 한두 번 맞는다고 중독은 안 돼요. 그나저나 지금 하늘 병원을 마약류 관리 위반으로 고소하시려는 거예요?”

“음, 어차피 불법은 불법이니까 이 자료를 박인수 검사한테 제보하려고 해.”

“흠, 그렇군요.”

“일단 하늘 병원 압수수색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CCTV 영상도 확보할 수 있을 거야.”

“흐음, 일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닐까요?”

장 검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아냐, 어차피 이번 소송과는 상관없이 불법을 저지른 거야.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게 해야지.”

“그나저나 대박이네. 이거 잘하면 준 종합병원 하나 문 닫게 생겼네.”

공 수사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법이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공 수사관이 입술을 잘근거렸다.

“자, 이제 그 인간들 벌 주러 가볼까요?”

<박인수 검사실>.

나는 미리 확보한 하늘 병원에 관한 모든 자료와 녹음파일을 들고 박인수 검사실을 찾았다.

“음, 자료 좋네요. 그렇지 않아도 강남에 대형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한번 치고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하늘 병원도 우리 쪽 리스트에 있었던 병원입니다.”

“그렇군요. 제 자료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당연히 도움이 되고 말고요. 제가 변호사님께 신세를 지는군요.”

박인수 검사가 서류를 넘겨보며 말했다.

“신세랄 거까지 있겠습니까? 저도 검사님의 도움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나는 코끝을 찡그리며 그를 쳐다봤다.

“아, 그래요?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나 봅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편하게 말씀하시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거면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박인수 검사가 서류를 내려놓고 전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 하늘 병원 압수수색 들어가면 CCTV 영상 좀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꼭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요.”

“그래요? 물론, 이유는 묻지 않는 것이 좋겠죠?”

“그래주시면, 더 고맙고요.”

“하하하, 변호사님이 뭐 불법을 저지를 일은 없을 테고, 좋습니다. 뭐 그거야 어렵겠습니까?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죠.”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그건 그렇고 우리 언제 소주 한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말만 하시고 은근 슬쩍 넘어 가십니다?”

“하하하, 그거야 뭐 어렵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가시죠?”

“그래요? 좋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네.”

* * *

2주 후,

검찰 역시 프로포폴 남용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기획하고 있었기에 하늘 병원 압수수색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박인수 검사는 하늘 병원의 모든 CCTV 화면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법무법인, 정은>.

“변호사님, 확보했습니다. 검찰에서 제대로 따왔는데요? 화질이 아주 죽여줍니다.”

공 수사관이 USB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저야 뭐, 수고한 게 있나요? 변호사님이 다 알아서 하신 건데….”

“그래도 이번 일의 일등 공신은 사무장님이시죠! 일단 확인부터 합시다.”

“네네. 기대하십시오. 개봉 박두!”

공 수사관이 USB를 컴퓨터에 꽂고 화면을 재생했다.

“사무장님, 잠깐! 저기 저기, 멈춰주세요!”

나는 사건 일 6시 23분이라고 시각이 찍힌 장면에서 영상을 멈춰 세웠다.

“저 저, 두 사람, 바로 저 두 사람입니다.”

CCTV 화면에 등장한 사람은 휠체어에 앉아있는 50대 여자와 그의 아들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두 사람이 정미영이 있던 병실 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킹 메이킹 시스템이 보여준 화면 속 두 개의 그림자는 바로 이 두 사람이었다.

“저기, 휠체어 밀고 있는 사람이오?”

공 수사관이 모니터 쪽으로 몸을 숙였다.

“네. 50대로 보이는 여자분과 저 남자요!”

“아! 네! 맞네요. 두 사람!”

공 수사관이 턱을 어루만지며 유심히 화면을 응시했다.

“사무장님, 저 사람들 신원 파악할 수 있을까요?”

“음, 그거야 뭐. 어렵진 않을 듯합니다.”

“다행이군요. 최대한 빨리 접촉해 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한테 불리하거든요. 최대한 기억이 생생할 때 만나야 합니다.”

“그러니까, 변호사님 말씀은 저 두 사람이 정미영 씨 사망 일, 그 10분의 키를 쥐고 있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분명, 저 두 사람이 뭔가 알고 있을 거예요.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흠, 네. 알겠습니다.”

* * *

3일 후,

띠리리링.

두 사람을 찾아 나선 공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변호사님, 찾았습니다. 두 사람!”

“그래요? 지금 어디세요? 두 사람, 신원 파악된 건가요?”

“네네. 하늘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맞고요. 예상대로 모자지간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있었던 분은 50대 김정순 씨고 20대 남자는 그녀의 아들 한상훈 씨입니다. 김정순 씨는 척추 협착증 때문에 하늘 병원에 입원했더라고요.”

“음, 그랬군요. 사건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던가요?”

“네. 확실히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한상훈 씨가 정미영 씨 병실을 자기 어머니 병실로 착각하고 들어갔나 봐요.”

“그랬군요. 계속하시죠.”

“네. 그런데 정미영 씨가 차고 있던 심전도기에서 삐삐 소리가 나더랍니다.”

“그래서요?”

“주변에 사람도 없고 간호사도 오지 않기에 심상치 않다 싶어 간호사에게 알렸다네요.”

“됐어요! 바로 그거예요. 그럼, 간호사가 조치한 후, 병실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목격했다고 하나요?”

“네네. 뭔 일인가 궁금해서 밖에서 쭉 지켜봤다고 하더군요. 한, 10분쯤 후에 간호사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음, 됐습니다. 이제, 잡았어요!”

“근데, 변호사님…… 문제가…….”

공 수사관이 말끝을 흐리며 머뭇거렸다.

“문제라뇨? 무슨 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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