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151화] 장 검! 걱정 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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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넋이 나간 표정, 흐트러진 머리, 장 검이 멍하니 앉아있었다.
“장 변,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모님이 돌아가시다니 무슨 소리야?”
“서, 선배님, 어떡해요? 우리, 우리 이모 불쌍해서 어떡해요?”
흑흑흑, 장 검이 나를 보자,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내 팔을 부여잡은 채 어깨를 들썩거렸다.
“어떻게 된 거냐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잖아.”
“저, 저도 모르겠어요. 수술도 잘 끝났고 회복실로 옮겼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흑흑흑.”
“장 검, 진정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일뿐이었다.
잠시 후,
나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학병원 담당의를 만났다.
“음, 정미영 씨가 우리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골든 타임을 놓친 후였습니다.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뇌사상태였습니다. 결국,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하시게 된 겁니다.”
담당의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음, 제가 알기론 맹장 수술이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겁니까?”
“글쎄요. 차트를 살펴보니, 이미 전 병원에서 심정지가 있어 응급조치를 취한 모양인데, 아무튼 이쪽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손쓸 틈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심정지가 있었다고요?”
“네. 그쪽 병원에서 응급조치해서 일단 심장박동은 돌아온 것 같은데 이미 늦은 상태였어요. 아무래도 환자가 심상치 않았는지 우리 쪽으로 트랜스퍼를 한 것 같군요.”
2시간여 수술 후에 회복실에서 심정지가 있었고 응급조치 후 30분 후에 대학병원으로 옮겼을 당시엔 이미 저산소 뇌 손상?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일주일 후,
<법무법인, 정은>.
서초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후, 우리는 회사명을 <법무법인, 정은>으로 변경했다. 장 검의 이모, 정미영 씨가 사망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장 변, 어떻게 할 작정이야?”
“음, 이모는 평소에 건강한 편이었어요. 정기검진도 규칙적으로 받았고요. 갑자기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신다는 게 말이 안 돼요.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소송할 겁니다.”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는지 핼쑥해진 장 검의 얼굴이 까칠했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거칠게 문질렀다.
“그래. 장 변이 원하면 하자고! 내가 봐도 뭔가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 소송하자.”
“그래도, 의료소송은 쉽지 않을 텐데요.”
공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장 검을 쳐다봤다.
“아뇨. 분명 뭔가 잘못됐어요. 아무리 어렵다 해도 진실을 밝혀낼 겁니다.”
이 상황에서 장 검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머리를 감싼 그녀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사무장님, 일단 소장 접수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하늘 병원, 원장실>.
소장을 접수한 나와 장 검은 이모 정미영이 맹장 수술을 받았던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 측은 대학병원으로 이송 후 발생한 병원비를 전액 결제해주고 위로비 차원으로 정미영 씨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한 것으로 본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했다.
“저희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병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했어요.”
병원장이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모, 아니 정미영 씨 사망에 대해 병원에서는 책임이 없다는 말입니까?”
장 검이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아, 그게 아니라, 우리는 매뉴얼에 맞춰 수술했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거죠. 그래도 이렇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신경 쓰고 있는 병원도 드물어요. 저희가 위로금을…….”
“뭐예요? 지금 이깟 돈 몇 푼 던져놓고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겁니까? 우린 이런 돈 필요 없어요. 당장, 우리 이모 살려내세요!”
흑흑흑, 흥분한 장 검이 제 성질을 못 이기고 벌떡 일어나 돈 봉투를 내던졌다.
흠, 장 검한테 이 건을 맡기면 안 될 것 같다! 이성적으로 처리하기 힘들겠어. 내가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 같아.
“장 변, 진정해! 지금 장 변은 유가족으로 온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야.”
“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못 참겠어요. 우리 이모, 이렇게 허무하게 갈 사람 아니에요.”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다!
“일단, 진정하고 나가자.”
나는 장 검의 팔을 잡아끌었다.
“장 변, 장 변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떡해? 장 변답지 않잖아!”
복도로 나와 그녀를 감싸 안으며 진정시켰다.
“저도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 돼요. 눈만 감아도 이모가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아서요. 나한테 이모는 친자매나 다름없어요.”
흑흑흑, 장 검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흐느꼈다.
“장 변,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장 변은 일단 집으로 가! 장 변, 나 믿지?”
“죄, 죄송해요. 선배님!”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장 변 맘, 충분히 이해하니까, 집에 가서 좀 쉬어! 얼굴이 이게 뭐야?”
나는 부드럽게 장 검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미안해요. 선배님!”
잠시 후, 장 검을 진정시켜 집으로 보낸 후, 원장실로 돌아왔다.
“제가 의무 기록지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보기가 쉽진 않겠지만, 뭐 여기 있습니다.”
병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의무 기록지를 내밀었다.
“…….”
기록지 상으로는 혈당 검사, 심전도, 혈액 검사 등 수술 전에 해야 할 검사는 충실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 변호사님이 얼마나 의학적 지식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마취과 김 선생이 고인의 혈압, 맥박, 호흡, 산소 포화도 등도 10분마다 체크 했습니다. 전부 정상이었어요. 수술 중에도 이상 징후는 전혀 없었습니다.”
병원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음, 수술 전과 수술 중에 이상 징후가 없었다면 환자를 회복실로 옮긴 후 마취가 깨어날 시점에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건데…… 그렇다면 전신마취에 뭔가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의무 기록지는 저희가 한 부 카피하겠습니다.”
“뭐, 어려울 것 없습니다. 의무 기록지야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하시죠.”
병원장이 흔쾌히 파일철을 내게 건네줬다.
“그나저나, 담당의는 저희가 이미 만나보긴 했는데 마취과 선생님은 병원에 없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아, 이번 일 터지고 심적으로 너무 괴로워해서 안정도 할 겸, 휴가를 좀 보내줬습니다.”
“흠, 그렇군요. 제가 마취과 선생님을 한번 만나 뵙고 싶은데, 언제 복귀하시나요?”
“글쎄요. 김상도 선생이 최근에 과로로 몸도 안 좋고 해서 보낸 휴가라 딱히 언제라고 말씀드리긴 애매하군요.”
병원장이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기약도 없는 장기 휴가라…….
“일단, 알겠습니다. 김상도 씨 복귀하시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네. 뭐. 그러죠.”
* * *
<법무법인, 정은>.
일주일 후,
나는 하늘 병원의 의무 기록지와 정미영 씨가 트랜스퍼 된 XX 대학병원의 의무 기록까지 전부 열람, 복사해 마취과 전문의에게 분석 의뢰했고 그 결과서가 일주일 후에 도착했다.
띠리리링.
때마침, 자료 분석을 의뢰한 마취과 전문의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내드린 자료는 받아보셨습니까?”
“네.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한 것이 몇 가지 있어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기록지를 확인해보니 전신마취를 하는 데 필요한 검사는 다 했더군요. 그리고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수술 중에도 문제가 없었어요. 수술도 정상적으로 진행했고 10분 단위로 환자 상태도 정확히 체크 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수술 전과 수술 중에는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수술을 마친 후, 회복실로 옮긴 후는 어떻습니까? 환자 상태에 변화가 있었나요?”
“음, 하늘 병원의 기록지를 보니까,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도 마취과 의사는 제대로 응급조치를 취한 것으로 봅니다. 인공호흡, 기관 내 삽관, 앰부배깅, 에피네프린 약물 투여도 매뉴얼 대로 착실히 수행했어요. 결국, 심장박동도 돌아왔고 처치 상에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하늘 병원은 응급처치 상의 주의 의무를 전부 다한 것으로 보였다.
“정미영 씨한테 갑자기 심정지가 일어나 마취과 의사가 응급조치를 취했다는 거죠? 그러면, 보통 심정지가 일어났을 때, 맥박을 되돌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얼마인가요?”
“음, 당연히 바로 조치해야 하는데, 적어도 5분 늦어도 10분 이내에는 응급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걸 골든 타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10분 이내에는 취해야죠. 근데. 뭐, 기록지 상에는 바로 조치한 것으로 돼 있네요.”
“흠, 그러면, 대학병원에서는 왜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했을까요?”
“글쎄요. 그 부분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골든 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제 때에 적절한 조치를 했으면 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일어납니까?”
“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그 부분은 제 전문이 아니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서류상으로 볼 땐,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됩니다.”
“네. 일단 알겠습니다.”
“뭐래요?”
전화를 끊자 공 수사관이 물었다.
이번 소송은 쉽지 않겠어!
“음, 기록상으로는 하늘 병원의 과실이 없다네요.”
“같은 의사라고 편드는 것 아닐까요? 그 사람들 원래 그렇잖아요. 그래서 의료소송이 젤 힘든 겁니다.”
공 수사관이 코끝을 찡그렸다.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죠. 기록상으로 나타난 팩트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나머진 우리가 찾아내야 합니다.”
“변호사님, 이 사건 정말 쉽지 않겠는데요!”
“그러게요. 그래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장 변 얼굴을 보세요. 말이 아니에요.”
“맞아요. 가뜩이나 작은 얼굴인데 요즘 삐쩍 말라서 호빵에 눈, 코, 입은 점찍어놓은 것 같아요. 진짜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식사도 안 하시는 것 같던데….”
공 수사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워낙 이모님과 각별했던 사이라 충격이 컸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문제는 장 변 이모가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긴 후, 심정지가 발생해 마취과 의사가 응급조치하기 위해 병실로 온 시간! 분명 그사이에 뭔가 있을 거예요. 10분, 그 10분의 비밀을 풀어야 합니다.”
“저, 잠시 XX 대학병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사무장님은 편성실 씨 사건 마무리 좀 잘 해주세요.”
“네. 걱정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그럼 부탁합니다.”
잠시 후,
일단, 킹 메이킹 시스템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군!
“킹 메이킹 시스템 가동!”
나는 사무실 문을 나서자마자 킹 메이킹 시스템을 호출했다.
[킹 메이킹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힌트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물론!”
[30포인트를 차감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N]
“YES.”
나는 상태창의 YES 버튼을 터치했다.
[장소 힌트권]
킹 메이킹 시스템의 상태창이 보여준 힌트권이었다.
장소 힌트권?
장소 힌트권이라고 써진 카드의 뒷면을 클릭하자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장 검의 이모가 입원했었던 병실이었다.
저, 저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