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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42화 (142/170)

# 142

[142화] 스트레이트냐? 훅이냐? (1)

박인수 검사! 역시 생각대로 만만치 않군!

이렇게 스트레이트를 한 방 먹었으면, 훅으로 보답해야지! 나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니까!

나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피고, 피고는 평소에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까?”

나는 박민재의 거짓 증언을 증명해야 했다.

“아뇨. 저는 거의 차를 운전하지 않아요. 제가 워낙 길치고 기계도 잘 다루지 못하고 게다가 면허증도 장롱면허라…….”

“그렇군요. 그럼, 평소에는 어떻게 이동하십니까?”

“평소에는 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벤을 타고 다녀요. 차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하고 대본 연습도 해야 해서 벤이 편합니다. 거의 벤을 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벤은 누가 운전합니까?”

“매니저가 운전해요.”

“그렇군요.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피고 개인 소유 차가 이것이 맞나요?”

정지수 소유인 TMW 사의 S530 모델 사진을 들어 올려 그녀에게 보여줬다.

“네. 제 차가 맞습니다.”

“확인해보니 주행 거리가 1만 Km가 채 되지 않던데 구입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3년 정도 됐습니다.”

“그렇군요. 3년간 7500Km를 탔으면 거의 운전을 안 하셨군요.”

“네.”

“사건 발생 전날, 이 차량을 이용해 바자에 참석한 것 맞습니까?”

“네.”

“그렇다면 제가 몇 가지 더 묻겠습니다. 정확히 기억하시고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불필요한 진술은 자제해 달라는 나의 요청을 정지수가 잘 따라 주었다.

“피고는 혹시, 주유 버튼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아뇨. 자,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의 차량인데, 주유해본 적도 없나요?”

“네. 그때그때 주유소 직원이 해결해 준 것 같은데 신경을 쓰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 주유해본 적도 오래되고…….”

“좋습니다. 그러면, 트렁크 버튼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지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군요. 이것을 보시죠! 피고, 정지수 씨 차량의 콘솔박스에서 발견된 음료수입니다. 피고, 이 음료수 언제 구입한 것인지 아십니까?”

나는 비닐봉지에 담긴 음료수를 들어 올렸다.

“아뇨,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음료수의 유통기한을 살펴보니 1년이 넘었더군요. 유통기한이 1년이 넘었다는 것은 구입 시기는 더 오래되었겠죠? 1년이 넘은 음료수가 콘솔박스 속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피고는 거의 자신의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습니다.”

“네.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

정지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이 차량을 매니저, 박민재 씨가 운전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확실히 기억하시고 말씀해 주십시오. 박민재 씨가 이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는 것이 확실합니까?”

“아뇨. 단 한 번도 민재가 운전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민재에게 키를 넘겨준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제가 결벽증이 좀 심해서 제 물건에 남의 손이 타는 것을 못 견디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민재가 제 차를 만진 적도 없습니다.”

정지수가 단호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재판장님, 이쯤에서 검사 측에서 제시한 자료를 확인해봐야겠군요. 재판장님! 제가 자료를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정지수의 차량에서 주사기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수사자료 열람을 재판장에게 요청했다.

“허락합니다. 변호인, 자료 확인하세요!”

“음, 자료를 살펴보니 피고의 차량, 트렁크에서 주사기가 발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군요.”

나는 수사자료를 확인한 후, 방청석을 향해 몸을 돌려 세웠다. 이 재판의 판세를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틱, 나는 스크린에 미리 준비한 PPT 화면을 띄웠다. 피고, 정지수 소유의 TMW S530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이 나열된 화면이었다.

“본 자료는 피고의 차량에서 채취한 피고의 지문들입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타인의 지문은 배제했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나는 화면을 좀 더 크게 클로즈업했다.

“맨 왼쪽은 핸들, 두 번째는 기어, 세 번째는 DMB 시스템, 네 번째는 룸미러에서 채취한 피고의 지문입니다. 이 네 군데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피고의 지문이 채취되지 않았죠. 물론, 트렁크에서도 그녀의 지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피고는 자신의 차를 운전할 때 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기 말고는 건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트렁크를 만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고가 주사기를 숨겨둘 수 있었을까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변호인은 지금 피고 정지수가 마약이 든 주사기를 감춰둔 것을 은폐하기 위해 지문이 남지 않도록 장갑 또는 그에 준하는 도구를 착용 또는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의 진술에는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박인수 검사가 예상대로 적절한 시점에 제동을 걸며 이의를 제기했다.

“네.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피고가 그만큼 치밀하다면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고는 그만큼 치밀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이 화면을 보시죠!”

틱, 나는 정지수의 차량 트렁크 내부를 찍은 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차량 속에는 개봉되지 않은 차량 광택제 한 세트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청소도구조차 없었다.

“피고, 저 광택제는 뭐죠?”

“뭐더라? 맞다. 작년엔가 주유소를 갔는데 어떤 학생이 팔길래 산 거예요. 제가 트렁크에 넣어두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처럼, 트렁크 안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피고는 차량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피고의 차량을 조사해보는 과정에서 아주 재밌는 것을 하나 발견되더군요. 다음 화면을 보시죠!”

틱, 나는 스크린에 또 다른 화면을 띄웠다. 누군가의 선명한 지문이 드러난 사진이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지문은 피고의 차량, 트렁크에서 채취된 지문입니다. 트렁크에서 채취된 유일한 지문이었습니다. 만약에 저 지문의 주인이 피고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그것도 피고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주사기를 피고의 차량 트렁크에 넣어둔 사람은 누굴까요? 전혀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피고일 가능성이 큽니까? 아니면, 이 지문의 주인공일 확률이 높겠습니까?”

나는 재판석을 향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변호인, 그 지문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이 됐습니까?”

재판장 역시, 궁금한지 몸을 앞쪽으로 숙였다.

“네. 다행히도 확인되었습니다. 피고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지문의 주인은 그녀의 매니저 박민재였습니다. 단, 한 번도 피고의 차량을 운전해 본 적이 없는 그의 지문이 왜 트렁크에서 채취되었을까요? 본 변호인은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군요!”

“회장님, 김 변호사가 슬슬 발동을 거는 것 같군요?”

김정주 주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한 대 맞았으니까 두 대는 때려줘야 이득 아니겠습니까?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 방 정도 더 날려줘야 이문이 날 것 같은데요? 어디 좀 더 두고 봅시다!”

허허허, 박 회장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김정주 주필을 응시했다.

이제 제대로 된 훅을 날릴 때가 된 건가?

“피고와 매니저, 박민재가 통화를 나눈 시간은 바자가 시작되기 3시간 전, 매니저 박민재가 감기에 걸렸었든 멀쩡했든 팩트는 그가 종일 자신의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죠. 통화를 나누기 전부터 자신의 집에 있었다고 말한 것이 팩트입니다. 그 진술은 검사 측에서 제시한 증인 진술서에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나는 수사자료를 펼쳐 재판석에 내보였다.

“그렇다면, 그의 말에 따르면 박민재는 피고와 전화를 나누기 2시간 전, 피고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을 수는 없었겠죠? 순간 이동 장치를 가지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본 영상을 보시죠!”

틱,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박민재가 몰래 정지수의 차량 트렁크를 여닫는 화면이었다.

“처음에는 저도 난감했습니다. 의심은 했었지만, 증거가 없었으니까요. 심정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태였죠. 사실, 피고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CCTV가 때마침 고장이 났었거든요. 특히, 다른 곳은 멀쩡했는데 공교롭게도 피고의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13번 구역, CCTV만 고장이더군요.”

나는 정지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수소문 끝에 피고 차량 바로 정면에 주차했던 차량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차량의 주인은 피고와 같은 동에 사는 코디네이터, 박영선 씨의 차량이더군요. 그녀의 블랙박스에서 천만다행으로 본 영상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매니저, 박민재는 왜 그 시간에 이곳에 왔던 것일까요? 그리고 왜 정지수 씨의 트렁크를 열고 몰래 무언가를 넣어두었을까요?”

나는 고개를 돌려 박인수 검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은 아무런 근거 없이 주사기를 감춰둔 사람을 피고의 매니저로 단정 짓고 있습니다. 화면상으로는 박민재가 피고의 트렁크에 넣은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박인수 검사가 초조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뇨. 전 단 한마디도 박민재가 피고의 차량에 주사기를 감췄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몸을 거동하지 못할 정도로 아픈, 아니 검사 측의 주장대로 종일 집에 있던 박민재가 어떻게 피고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었는지, 그리고 왜 박민재의 지문이 그녀의 트렁크에서 채취됐는지 그리고 그 차량에서 왜 메스암페타민이 채취된 주사기가 나왔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박인수 검사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흩뿌렸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고 싶습니까? 참고로 박민재의 집과 피고 정지수의 아파트 간의 거리는 차를 타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 차가 있습니다. 정지수가 전화를 끊고 20분 후, 지하 주차장에서 내려왔으니 박민재가 과거로 공간이동을 하지 않는 한, 이 화면에 박민재는 찍힐 수 없었겠죠! 당연히 박민재는 피고와 통화하기 두 시간 전부터 통화를 마친 시각에 결코 그의 집에 있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이상입니다.”

“흠, 슬슬 시동을 거는 건가?”

“점점, 흥미진진해지는구먼!”

“박 검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싱거울 것 같은 재판이 순식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양상으로 흐르자 법정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검사 측, 추가 심문하겠습니까?”

“아니요. 심문하지 않겠습니다.”

한 방 먹은 박인수 검사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증인 신문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검사 측에서 신청한 박민재 씨 출석하셨습니까?”

“네, 출석했습니다.”

“뭐야? 박민재가 피고 측 증인이 아니라, 검사 측 증인이라고?”

“이건 무슨 상황이냐?”

박인수 검사의 말에 방청객들이 황당한 듯 눈알을 굴렸다.

“검사, 증인 심문하세요.”

박민재가 증인석에 앉아 증인선서서를 낭독하고 나자, 재판장이 박인수 검사에게 말했다.

“네.”

박인수 검사가 작정한 듯 굳은 표정으로 증인석으로 발길을 옮겼다.

“증인은 피고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매니저입니다.”

“같이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오, 올해가 13년째입니다.”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감지한 박민재가 어눌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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