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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24화 (124/170)

# 124

[124화] 역전재판 (2)

이게 다인가? 너무 자만하는 것 아냐? 장준환 검사!

지금부터 하나하나 당신의 논리를 부숴줄게! 기대해도 좋아!

후후후, 나는 천천히 법정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질문하겠습니다. 증인, 증인은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나 보군요!”

“네. 취미 삼아 즐겨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바는 단순한 취미 정도가 아니던데요?"

"흠, 그냥 취미입니다."

그가 단정적인 어투로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렇군요. 주로 무슨 게임을 하십니까?”

“흠, ‘마왕’이라고 MMORPG 게임을 합니다.”

“그렇군요. 레벨이 꽤 높으시던데요. 정확히 무슨 레벨이시죠?”

“다이아몬드 레벨입니다. 그냥 좋아하다 보니 레벨이 오르더라고요.”

김성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다이아몬드 레벨이라면 소위 ‘현질’을 하지 않으면 오르기 힘든 레벨인데요. 그 정도 레벨에 오르려면 상당한 현금이 투입되었을 텐데, 모텔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될 텐데요?”

“그…… 게.”

김성수가 당황해 말끝을 흐렸다.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본 사건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증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장준환 검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로서는 당연한 조치였다.

“인정합니다. 피고 측, 변호인! 증인의 사생활과 연관된 발언은 자제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묻겠습니다. 사건 경과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프런트에서 게임을 하셨다고 증언하셨는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었다.

“음, 잠시도 자리를 비운 적이 없습니까?”

“네.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던 것을 제외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김성수가 퉁명스럽게 목소리 톤을 높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영상을 보시죠!”

틱, 나는 컴퓨터에 USB를 꽂고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은 인근 PC방에서 설치한 CCTV에 담긴 영상이었다.

며칠 전,

“장 변, 일단 김성수의 진술을 깨야 해. 분명, 누군가가 서호영이 묵었던 방에 침입했다는 게 내 생각이야. 분명, 김성수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있을 거야! 만약에 김성수가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

나는 그가 분명 자리를 비운 시간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흠, 그게 CCTV도 고장 났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잖아요. 일단은 그의 진술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장 검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분명 자리를 비웠을 거야. 모텔 주인이 퇴근하는 시각은 밤 12시, 그리고 출근하는 시간은 아침 10시! 그 사이에 모텔엔 김성수 혼자밖에 없어. 게다가 새벽 3시 이후에는 손님의 이동이 거의 없다는 거지.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충분히 외출이 가능한 시간이야. 김성수는 마왕 광팬이야. 거의 중독 급에 가까워. 뭔가 단서가 나올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

“음…… 맞아요! PC방! 게임중독자라면 그가 갈만한 곳은 그곳뿐이에요. 모텔 주변에 있는 PC방을 탐문하면 뭔가 나올지도 몰라요!”

장 검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 맞아! 일단, 모텔 주변과 김성수가 사는 거주지 주변의 PC방을 탐문해보자고. 분명 뭐가 나와도 나올 거야.”

“네!”

이렇게 해서 나는 모텔과 300m 정도 떨어진 한 PC방에서 김성수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증인, 저 CCTV 화면 속에서 보이는 사람이 증인 아닌가요? 제가 보기엔 증인이 맞는 것 같은데요?”

“이…… 그게, 뭐지?”

당황한 김성수가 연신 입술에 침을 발랐다.

“CCTV에 찍힌 저 야구모자를 쓴 인물은 분명 증인인 김성수 씨가 맞습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즈음 시각, 오전 4시에 PC방에 출입해 5시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뭐야? 모텔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그러게, 이거, 이거 분위기 싸해지는데?”

방청석이 조금씩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영상을 보시죠!”

틱, 나는 리모컨으로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두 명의 남자가 PC방에서 나와 XX 모텔 방향으로 향하는 영상이었다. CCTV 영상에 그들이 모텔을 나선 시각은 아침 7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증인! 저기 PC방에서 나오는 20대 남자 두 명, 증인의 지인들이 맞죠?”

“흠, 모… 모르는 사람입니다.”

김성수가 화면에서 눈길을 돌렸다.

“증인! 다시 화면을 보십시오! 법정에서 위증은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화면 속에 등장한 남자들의 증인의 친구들이 맞습니까?”

나는 김성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그……그게, 네에. 맞습니다.”

김성수가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자백했다.

“그렇군요. 증인의 말대로 저 두 사람은 김성수 씨의 친구가 맞습니다. 그럼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저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모…… 모르겠습니다. 집에 갔겠죠.”

김성수가 불안한지 입술을 잘근거렸다.

“방향이 모텔 쪽인 것 같은데, 혹시 김성수 씨가 근무하는 XX 모텔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었나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변호인은 지금 유도신문을 하고 있습니다.”

장준환 검사가 위급한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인정합니다. 변호인! 추측성 발언은 자제해 주십시오.”

재판장의 그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증인은 피고 서호영이 묵었던 방에 들어간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죠?”

“네에. 전혀 없습니다.”

그가 풀 죽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한층, 자신감이 떨어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서호영과 김은혜가 투숙할 당시, 김은혜가 목도리로 얼굴을 두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눈가에 핏자국과 멍 자국이 있었다고 했죠?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럼, 목도리 색깔은 무슨 색이었습니까?”

“음, 붉은색이었습니다.”

“그렇군요. 확실합니까?”

"네. 맞습니다."

“증인은 목도리로 가려진 얼굴에 멍 자국을 발견할 정도로 눈썰미가 대단한 사람입니다. 본인은 모텔 근무를 오래 하면서 생긴 비결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혹시, 투숙 당시 김은혜가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던가요?

“없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작은 손가방 하나만 메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있었던 것 같습니까? 있었습니까? 좀 전까지만 해도 명확하게 증언하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확실한 그의 대답을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김성수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그러면, 피고 서호영 씨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습니까?”

“아뇨. 빈손이었습니다.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 숙박비를 지불했을 때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당신은 서호영이 선물한 목도리를 보지도 못했어!

“그렇군요. 다음 화면을 보시죠!”

화면은 두 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의 사진은 김은혜가 정사각형 형태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서호영이 백화점에서 목도리를 구입할 당시에 찍어둔 사진이었다. 또, 하나는 사건 현장에서 찍힌 사진으로 목도리를 둘러매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은혜의 사진이었다. 바로 옆에 개봉된 선물상자가 놓여있었다. 첫 번째 사진이 찍힌 시각은 9시 30분, 두 번째 사진이 찍힌 시각은 12시 10분, 두 시간의 시간 간격이 있었다. 서호영의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던 사진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12월 5일 다음 날, 12월 6일은 김은혜의 생일이었죠. 서호영은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목도리를 구입했습니다. 여기, 구매 전표를 증거물로 제출합니다.”

나는 서호영의 신용카드 전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따라서 서호영이 선물상자를 개봉한 시각은 그녀의 생일이 시작되는 일 자정이었죠! 그전엔 선물상자를 개봉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사진을 잘 보십시오. 상자는 구김 하나 없이 멀쩡한 형태로 놓여있습니다!”

나는 포인터로 모텔 안에서 서호영이 찍은 사진을 가리켰다.

“증인의 말대로 서로 영과 김은혜의 양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면 저 상자는 어디서 생겨난 걸까요? 김은혜는 그저 손바닥만 한 핸드백을 메고 있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만약, 증인의 말대로 투수전에 상자가 개봉되고 김은혜가 목도리를 둘렀더라면 이 상자는 김은혜의 가방 속에 들어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된다면 저렇게 멀쩡한 형태를 유지할 수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결국, 증인은 김은혜의 목도리를 본 적도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입니다.”

“아냐, 아니라고요. 분명히 목도리를 둘러매고 있었고 눈은 부어 있었습니다. 확실합니다. 내가 봤다고요!"

김성수가 쇳소리를 내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아뇨. 틀린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게다가 증인은 붉은색 목도리라고 진술했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목도리 색깔은 짙은 검은색입니다. 다만, 포장지가 붉은색이라 당황한 상태에서 보면 상자에 놓인 목도리가 붉은색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긴 하겠더군요! 포장지는 서호영과 김은혜가 룸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개봉된 건데 어떻게 증인이 그 목도리를 볼 수 있었을까요? 왜, 사건 현장에 출입한 적이 없었던 증인은 왜 그런 착시현상을 일으켰을까요? 본 변호인은 이 부분이 몹시 궁금하군요! 이상입니다.”

“아아, 제가 오래된 일이라 착각을 했나 봅니다. 맞아요. 김은혜의 손에 저…… 저 상자를 들고 있었어요. 아… 인제 보니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분명 눈이 퉁퉁 부어 있었어요. 확실하다고요.”

김성수가 뒤늦게 진술을 번복하며 발악했다.

“아! 네. 그 부분은 증인이 정확히 보셨던 게 확실하군요! 당시, 김은혜는 눈이 새빨갛게 충혈될 정도로 심한 결막염을 앓고 있었으니 언뜻 보면 눈가에 핏자국이 있는 것처럼 이 보일 수도 있었겠네요!”

“뭐야? 이거 점점 흥미로워지는데?”

“그러게, 김정환의 뒷심이 또다시 발휘되는 건가?”

취재 나온 기자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말했다.

“김은혜의 안과 진료 기록을 증거물로 제출하면서 증인 신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와, 이거 뭐냐? 재판이 단숨에 역전이 돼버렸어!”

“그러게, 역시 열혈 검사 출신, 김정환답네. 역시 한 방이 있어!”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검사 측, 추가 심문하시겠습니까?”

“아뇨. 추가 심문 없습니다.”

장준환 검사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피고 측이 신청한 증인 신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 증인 출석했습니까?”

재판장이 서류를 넘기며 나를 쳐다봤다.

이제 숨통을 끊어버릴 타이밍인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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