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71화] 어느 톱스타의 죽음 (2)
나는 우선 사건 정황과 재판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1심과 2심의 재판을 맡아 진행했던 남부지검의 이한석 검사를 찾았다.
<이한석 검사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정환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이한석입니다. 전중호 차장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지난번, 사건도 쭉 지켜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번 사건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이한석 검사는 간단한 인사와 송민준 사건에 관한 소회를 나눈 후, 본 사건에 관한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피고 박장우와 한유리는 어떻게 만난 사입니까?”
“네. 두 사람은 모 방송국의 연예 프로그램에서 만난 듯해요. 당시, 한유리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걸그룹 더퀸의 리더였고 박장우는 NG 갤럭시의 에이스 투수로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할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게다가,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로 팬클럽이 결성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었죠. 방송 후에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결국,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밝혀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당시 언론과 방송은 최고의 연예스타와 스포츠 스타의 환상적인 조합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죠.”
이한석 검사가 천천히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
“음…… 그렇군요. 그럼, 평소 두 사람의 사이는 어땠나요?”
“음…… 일단, 주변 지인들의 증언으로는 별문제는 없었다고 하네요.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사이가 좋았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이상한 점이오? 그게 뭡니까?”
“한유리의 로드 매니저인 천상수의 증언인데, 어느 날, 한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유리가 소매가 있는 긴 소매 옷을 입고 왔다고 하더군요.”
이한석 검사가 입술을 오므렸다.
“유리야! 날씨도 더운데 웬 긴 팔이야? 안 더워?”
“어… 몸이 으슬으슬 추워서 그래. 감기인가 봐!”
한유리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양팔을 문질렀다.
“그래?”
“약 좀 사다 줄까?”
“아냐 아냐, 좀 쉬고 나면 나아질 거야. 오빠는 신경 쓰지 마!”
“당시엔 진짜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답니다.”
“감기가 아니면 뭐죠?”
“계속 한유리가 긴 소매 옷을 입자 이상해서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한유리의 양 팔목이 무언가 끈 같은 것에 묶였던 것처럼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는 거예요. 그 점이 수상했죠!”
이한석 검사가 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
“혹시, 검사님은 박장우의 가학적 학대 같은 것을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네. 맞습니다. 저도 그 점에 초점을 맞췄죠. 천상수 및 그녀의 동료들에게 좀 더 자세히 확인을 해보니 공식적인 자리에선 그렇게 젠틀했던 박장우가 사석에서는 한유리를 그렇게 하인처럼 막 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재작년 겨울 박장우가 괌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사이 한유리와 박장우가 총 87번의 통화를 했는데, 단 한 번도 한유리가 박장우에게 전화한 적이 없었어요. 전부 박장우가 한유리에게 전화한 내역이 확인되었습니다. 둘 사이가 정상적인 연인이라면 그럴 리가 없겠죠.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환석 검사가 코끝을 찡그렸다.
“음… 그래서 검사님이 살해 동기로 한유리의 변심으로 인한 치정으로 추정하셨군요.”
나는 공판 자료를 뒤적였다.
“네. 맞습니다. 박장우의 가학적, 변태적 행위에 겁에 질린 한유리가 점점 그를 멀리했고 이에 앙심을 품은 박장우가 보복 살인을 저지른 치정으로 추정했습니다.”
“음… 그렇군요. 그럼 살해 당일에 관해서 설명을 좀 해주시죠.”
“사건일 공연을 마친 더퀸 멤버와 매니저 천상수 그리고 박장우는 12시까지 같이 늦은 저녁 겸 술을 마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일행은 헤어졌고 박장우가 한유리를 데리고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였고 한유리는 그다음 날, 아침 8시 30분에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최초 목격자는 누구죠?”
“박장우입니다. 그는 새벽에 한유리와 개인적인 일로 다투고 밖에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돌아와 보니, 한유리가 죽어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한유리의 사망 시각은 어떻게 되죠?”
“국과수 감식 결과 사망시간은 새벽 1시에서 2시 반 사이인 것으로 나왔어요. 박장우가 한유리를 데리고 오피스텔로 들어간 시간과 일치합니다. 그 당시, 한유리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박장우뿐이었으니 그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일 수밖에 없었죠.”
“직접적 사망 원인은 뭡니까?”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였죠. 한유리와 다툰 박장우가 목 졸라 그녀를 살해하고 욕조에 뉘어놓은 것 같다는 것이 우리 측 주장이었습니다.”
“혹시, 한유리가 실수로 욕조에서 미끄러져 질식사로 죽었을 가능성은 없었나요?”
나는 공판 자료를 들척이며 물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었죠. 게다가, 이상 자세에 의한 질식사의 가능성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가 되었죠. 결국, 한유리가 욕조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법의학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 박장우 변호사는 목 앞부분에 출혈이 없어 목이 졸렸다고 일방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한석 검사가 자신의 턱을 문질렀다.
“그런데, 어떻게 타살임을 확신하셨던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죠. 한유리가 욕조에서 미끄러졌다면 넘어질 때 충격으로 분명 주변의 목욕용품들이 같이 떨어졌을 텐데 모든 용품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욕조 안에 뉘어진 한유리의 목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바로 뉘어 있었죠. 미끄러져 넘어졌다면 그럴 리가 없는 데 말이에요. 게다가, 일반적으로 목이 졸렸을 때 나타나는 울혈과 점 출혈도 발견되었습니다.”
“피고가 워낙 유명인이고 세간의 관심이 지대한지라 그 정도 가지고는 유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나는 아랫입술을 이빨로 잘근거렸다.
“네. 그렇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죽은 한유리의 손톱에서 박장우의 DNA가 나왔고, 박장우의 양팔에 손톱에 긁힌 상처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한유리의 옷에서 박장우의 혈흔이 검출되었죠. 결국, 한유리가 죽은 시간에 같이 있었던 사람은 박장우뿐이었고 박장우와 한유리가 집에 들어간 시간인 새벽 1시부터 박장우가 홀로 나간 새벽 4시까지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바, 박장우가 유력한 용의자일 수밖에 없었죠. 더퀸 멤버들과 술을 마신 후, 박장우는 한유리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리고 갔고 서로 다툰 후에 우발적으로 목 졸라 살해해 욕실에 유기한 것으로 판단한 1심 재판부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거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박장우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되고 수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박장우가 틀림없이 범인인데….
공판 자료와 이한석 검사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분명 한유리의 살해범은 박장우가 틀림없었다.
“그럼 2심에서 어떻게 사건이 뒤집힌 겁니까? 이 정도 정황과 증거면 재판이 뒤집히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나는 재판이 뒤집어진 이유가 궁금했다.
“음…… 모든 건, 정명수 변호사가 사건을 맡으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흠… 저희도 그 부분이 너무나 뼈아픈 부분이고요. 아무튼, 정명수 변호사가 피고를 완벽하게 변호했죠.”
정명수 변호사!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검사 시절 미친개란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한 번 맡은 사건은 어떡하든 유죄로 만들어 내는 강골 아니 꼴통 검사였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도 높은 유죄 성공률로 대단한 실적을 과시했다. 얼마 전, 검찰에서 은퇴하고 박엔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후에도 법정에서 연전연승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핫한 변호사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음… 일단, 사망시간이 뒤집혔어요. 그 부분이 우리로선 당혹스러웠죠. 국과수 자료를 검토했던 그가 사망 추정 시간의 오류를 들고 나왔습니다.”
“오류라고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응시했다.
“네. 양측성 시반 검사를 통한 사망 추정 시간이 새벽 1시 30분에서 2시 30분이었는데, 변호사 측에서 그 시간이 정확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어요.”
“양측성 시반이 뭐죠?”
“시반이란 사람이 죽으면 혈액의 일부인 적혈구가 가라앉아 아래쪽에 생기는 반점인데, 양측성 시반은 사람이 사망하고 최소 4시간이 지난 후에 사체의 체위를 바꾸면 사체 앞뒤에 생기는 반점입니다. 보통 이것을 이용해 사망시각을 추정하거든요. 그런데, 최초로 사체를 뒤집은 시간은 8시 30분, 당시 국과수가 남긴 자료가 선명하지 않아 한유리의 사체에서 시반이 발견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결국, 한유리의 사망시간은 새벽 1시에서 2시 반 사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판결이었죠. 국과수의 치명적인 실수였어요!”
“그 부분을 정명수 변호사가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결국, 국과수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거죠. 이 부분이 너무나도 뼈 아픕니다.”
이한석 검사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렇다면, 새벽 4시 30분 이후에 박장우의 알리바이가 증명됐다는 것인데, 자세히 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네. 박장우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간 시간은 4시였어요. 그 시각 그가 나가는 걸 경비원이 봤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왔던 XX 에이전시 대표, 박상진의 집으로 가 술을 마셨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죠. 1심에 출석한 박상진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증언하다, 2심에선 정확히 새벽 4시 반에 만났다고 증언하면서 재판이 꼬였습니다. 박장우는 한유리와 심하게 다툰 후, 화가 나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박상진과 함께 밤새 술을 마셨고 다시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와 보니 한유리가 죽어있었다고 진술한 거죠.”
“…….”
“결국, 2심 재판부는 사망 추정 시간이 바뀜에 따라 박장우의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바, 제3자의 침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한 케이스입니다.”
“그렇군요. 흠…… 일단, 잘 알겠습니다.”
나는 수사자료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부장님, 이번 사건 정말, 쉽지 않을 거예요. 상대는 정명수 변호사예요. 맘 단단히 먹고 계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전 지금까지도 박장우가 한유리를 죽였다고 확신합니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주기 바랍니다.”
이한석 검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김정환의 오피스텔>.
나는 이한석 검사와 대화를 나눈 후, 수사 자료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절대, 단순한 다툼에 의한 손톱자국이 아니야!
박장우의 양팔에 생긴 손톱자국의 깊이가 상당히 깊었다. 단순히, 다투다 한유리가 할퀸 정도의 상처가 아니었다.
한유리의 손톱에 박장우의 살점이 상당량 검출될 만큼, 한유리가 격렬하게 저항을 했단 소린데…….
분명,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가 틀림없다. 물론, 범인은 박장우가 틀림없을 것이고….
그리고, 정명수 변호사가 제기한 제삼자의 침입 가능성도 희박했다. 누군가 집안에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 박장우가 집에 왔다 다시 나간 시간, CCTV에도 특별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한유리는 박장우가 죽였다!
나는 한유리의 사체 사진을 유심히 살펴봤다.
나는 반드시 새벽 1시에서 2시 반 사이에 박장우가 한유리를 죽였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야 했다.
“흠…… 킹 메이킹 시스템 작동!”
나는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킹 메이킹 시스템을 작동합니다.]
곧이어,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힌트권 사용!”
[힌트권 사용 시, 10 포인트를 차감하게 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N]
“YES!”
내가 상태창의 나타난 YES 버튼을 터치하자 수많은 카드가 나타났다.
[카드를 선택하시오!]
[인물 힌트권]
수많은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자 카드에 나타난 문구였다.
인물 힌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