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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63화 (6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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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확신(確信) (2)

<합정동, 검경 합동 수사본부>.

“검사님,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 수사관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나는 상의를 벗고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 밤중에 호출을 하시고?”

때마침, 강상중 팀장도 수사본부에 도착했다. 서둘러 왔는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일단, 회의실로 이동하시죠. 두 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심장 단속 잘하셔야 할 겁니다. 저도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습니다.”

박 수사관이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턱짓으로 회의실을 가리켰다.

“검사님, 무슨 일일까요?”

강상중 팀장이 인상을 쓰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죠. 조금 있으면 알겠죠!”

“네.”

<회의실>.

지이이잉.

박 수사관이 부랴부랴 가방에서 USB를 꺼내 컴퓨터에 꽂고는 스크린을 내렸다.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마음 단단히 잡수십시오.”

후, 박 수사관이 숨을 한 번 고르더니 상기된 표정으로 PPT 화면을 열었다.

저건, 이현우 검사의 가계도?

박 수사관이 맨 처음 띄운 PPT 화면은 이현우 검사의 가계도였다. 피라미드 형태로 가족도가 그려져 있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본 화면은 이현우 검사의 가계도입니다. 이현우 검사는…….”

이현우 검사의 부친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이상필 씨였다. 또한, 모친은 한영주로 한때, 배우 생활을 잠시 했던 연예인이었고 이현우 검사는 이 두 사람의 외아들이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특이하다면, 이상필과 한영주의 나이 차이가 10살로 제법 나이 차이가 난다는 정도였다. 후에, 한영주는 지병으로 세상을 떴고 이상필이 홀로 이현우를 키웠던 것이라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음, 수사관님, 그건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 아닌가요?”

강상중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사관님, 계속하시죠.”

“네. 검사님!”

“그렇죠! 지금까지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 맞습니다. 이현우 검사가 K 그룹의 사위가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자 언론에 다 밝혀진 내용이죠. 하지만, 이 화면을 보시면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군요. 보시죠!”

박 수사관이 또 다른 PPT 화면을 띄웠다.

“그… 그러면, 한영주가 이현우의 친모가 아니라는 겁니까?”

화면을 유심히 응시하던 강상중 팀장이 의자를 당겨 화면 쪽으로 가까이 움직였다.

“네. 사실,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한영주가 이현우의 친모라고 알려졌는데 사실 이현우 친모는 한영주가 아닙니다. 실제는 정수연이라는 사람인데 이현우가 11살 때 화병으로 자살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더라고요.”

한영주가 이현우의 생모가 아니라고? 이러면, 어느 정도 퍼즐이 맞아들어가게 되는데 말이야!

조금씩 손바닥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계속하시죠. 수사관님!”

“네.”

박 수사관이 화면 속 또 다른 여자의 사진을 포인터로 가리켰다.

“그럼? 저분이 화병으로 죽은 이유가?”

강상중 팀장이 손가락으로 화면 속 여자를 가리켰다.

"네. 지금 팀장님이 생각하고 계신 것이 맞는다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박 수사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우 부친 이상필이 한영주와 외도했던 것이죠. 그로 인해, 이현우 친모가 화병 끝에 자살했던 모양입니다. 그 이후에 이상필이 친분이 있는 K 그룹 송 회장의 도움을 받아 철저하게 언론플레이를 통해 비밀을 유지한거죠. 물론, 그 덕에 사돈지간 될 수 있었죠.”

“당연히 어린 이현우에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겠군요.”

박 수사관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네. 맞습니다. 검사님. 게다가 엄격한 아버지인 이상필 씨는 이현우에게 죽은 아내의 이름조차도 입에 담지 못하게 했다는군요. 물론, 정수연의 시신은 화장해 강에 뿌려버렸다는 후문입니다.”

“마치,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된 미치광이 연산을 보는 것 같군요. 그…… 럼? 혹시….”

강상중 팀장도 이젠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듯했다.

“두 분 다! 다음 화면을 보시죠.”

후, 박 수사관이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더니 다음 화면을 띄웠다.

“또…… 똑같아! 검사님, 이…… 거?”

강상중 팀장이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수사관이 띄운 화면은 한영주의 젊은 시절 사진, 그리고 같은 화면에 배치된 10명의 피해자의 사진이었다.

긴 생머리, 흰 피부, 쌍꺼풀이 없는 갸름한 외모에 핑크색 미니스커트! 하나같이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이젠 확신해도 좋을 것 같군!

나는 화면을 응시하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게다가 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자신이 증오하던 새엄마임에도 불구하고 몰래, 그녀의 샤워 장면을 훔쳐본다거나 그녀의 속옷을 훔치는 등 변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증오와 관음증이 섥여 변태적인 성향이 생긴 듯합니다. 그리고, 제 직감이긴 하지만, 한영주의 죽음도 분명 이현우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입수하신 겁니까?”

“네. 검사님! 35년간 이현우 집에서 가정부 생활을 했던 김정자 씨를 수소문해 알아냈습니다.”

박 수사관이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검사님, 이쯤 되면 더 볼 것도 없는 거 아닙니까?”

강상중 팀장이 몸을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음…… 글쎄요. 심정적으로 그렇긴 한데, 아직 우리는 스모킹 건을 확보하지 못했어요.”

나는 마커를 들고 천천히 앞쪽으로 걸어 나왔다.

“음…… 박 수사관님 정말 수고하셨어요. 정말 중요한 정보를 잡아오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턴 제가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네. 검사님!”

박 수사관과 내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일단, 박 수사관님이 준비하신 자료를 보면 알다시피, 이현우 검사가 서남부 연쇄 살인의 용의자일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계모에 대한 적대심과 호기심이 섞여 변태적인 성향이 형성되었고 나중에 그런한 욕구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여성들을 살해하면서 해소했던 정황이 포착됩니다.”

슥슥슥, 나는 화이트보드에 판서하며 두 사람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맞습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범행 동기가 될 수 있죠.”

강상중 팀장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송민준은 어떻게 된 겁니까?”

박 수사관이 물었다.

“네. 그 부분은 이렇게 유추가 됩니다. 송 회장의 장남, 송민규의 죽음, 송민준 살인사건 연루도 이현우 검사가 설계하고 실행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두 개의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도 많더군요.”

“……….”

강상중 팀장과 박 수사관이 몸을 숙여 관심을 나타냈다.

“송민규는 굉장히 소심한 성격에 깔끔하고 댄디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해 평소에 결벽증 같은 증세를 보였죠. 그런데, 사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고 당시 입고 있던 옷. 군데군데 흙이 묻어있었고 게다가 양말도 신지 않은 채, 운동복 차림으로 죽어 있었죠. 결국 사인은 새벽 운동을 하고 오던 중 우연한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지만 의문점이 남는 부분입니다.”

“그렇죠! 그렇게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옷에 흙을 묻힐 일이 없겠죠.”

강상중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차가 정면충돌 시, 운전자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틀죠.”

“맞아요.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박 수사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로 차체가 파손되는 형태도 측면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송민규가 탄 차는 마치 세워놓고 누군가 들이받은 것처럼 정면이 심하게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맞습니다. 송민규는 이미 죽은 상태에서 차에 탄 거예요!”

박 수사관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박 수사관님 말대로 그렇게 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게다가 송민규는 평소에 거친 운동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누군가가 미리 송민규를 작업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는 소린데… 딱, 각이 나오는데요. 검사님?”

강상중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검사님 말이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송민준 사건도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송민준과 그의 여자친구는 마약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던 모범생들이었어요. 학교 내에서도 평판이 자자했죠.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는데 그런 둘이 마약 파티라요? 게다가 살인이라…….”

박 수사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게다가, 피해자의 사인은 복부 자창에 의한 대동맥 파열인데, 장간막 파열도 아니고 대동맥이 파열되려면 거의 프로급이 온 힘을 다해 찔러야 합니다. 그런데, 공부만 하던 그가 우발적으로 그렇게 완벽하게 찔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게다가 그렇게 깊숙이 찔렀음에도 손에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는 건 더욱더 말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꾹꾹 눌러 말했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그려지는데 제가 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강상중 팀장이 턱에 손을 괴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

“…….”

“그러니까, 이현우는 어린 시절 계모에 의해 증오와 성적 판타지가 형성된 상태에서 송민주와 결혼을 했고 송민주를 H 그룹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그의 동생들을 차례대로 제거하려 했던 것이죠. 물론, 송민주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겠지만, 아무튼, 송민규를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송민준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거네요.”

강상중 팀장이 볼펜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후, 살인의 중독에 빠진 이현우는 계속해서 연쇄 살인을 저질렀고 그걸 송민준에게 뒤집어씌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생각이었던 거죠!”

그의 말을 이어, 박 수사관이 부연 설명했다.

“지금까지 심정적으론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와, 이 인간 이거 사람 아니네. 악마야 악마!”

강상중 팀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검사님, 이거 체포영장 발부해 당장 잡아넣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 수사관이 이를 바드득바드득 갈았다.

“아뇨. 지금까지 우리가 나눈 정황은 심증뿐이지 스모킹 건이 없습니다. 괜히 체포영장 발부했다간 오히려 우리가 역공을 당할 수 있어요. 그 역시 검사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합니까? 무슨 특별한 계획이라도…….”

강상중 팀장이 코끝을 찡그렸다.

“이현우는 현재 우리가 송민준을 용의 선상에 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점을 이용해야죠. 저는 송민준을 용의 선상에서 제외한다는 정보를 그에게 흘릴 겁니다. 그러면, 그는 계속해서 송민준에 관한 증거들을 암암리에 흘릴 겁니다. 그에게는 송민준이 반드시 범인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 말입니다. 분명, 그 정보는 분명 자기 발목을 잡을 지뢰가 될 겁니다. 그것이 포인트죠!”

“아! 그거 정말 묘수네요. 정말 좋은 생각이신 거 같습니다.”

딱, 강상중 팀장이 손가락을 부딪쳐 소리를 냈다.

“그리고 또 하나, 송민준도 이용해야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박 수사관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겉보기엔 이현우와 송민준의 사이가 나쁘지 않아 보여도 분명, 이현우가 자기 편이 아니라는 것을 송민준도 알고 있을 겁니다. 똑똑한 사람이니 뭔가 대비책을 준비해뒀을 개연성이 큽니다. 그 부분을 이용해야죠.”

“맞습니다. 그 역시, 자기가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 점을 이용하면 분명 건질만한 게 있겠네요. 게다가, 이현우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리면? 그리고 그 반대 상황으로 이현우를 불안하게 한다면?”

박 수사관이 눈을 깜박거렸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송민준을 이용해 이현우를 잡자는 말씀이군요. 송민준 역시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어떡하든 결백을 증명해야 할 테니까요.”

강상중 팀장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음. 100% 들어맞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럴듯합니다.”

후후,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님! 정말 좋은 방법 같습니다.”

박 수사관과 강상중 팀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일단, 스모킹 건은 송민준의 휴대전화를 이현우가 사용했다는 것을 밝혀내는 겁니다. 우리 수사의 방향도 그 점에 집중해야 할 거예요.”

“네.”

“네. 검사님!”

“자… 그럼 지금부터 악마사냥에 나서 볼까요?”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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