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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37화 (37/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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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强 對 强, 길상파와의 전면전 (2)

나는 오 형사와 함께 황급히 순천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는 30여 명의 비곗덩어리가 진을 치고 있었다. 경찰서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웃통을 벗고 있는 놈들, 경찰서에서 서로 시비가 붙어 난동을 부리는 인간들, 만취해 고성방가를 지르다 신고받고 잡혀 온 놈, 남의 영업장에서 무전취식을 하다 잡혀 온 놈 등등 그 모습도 다양했다. 하지만, 대부분 경범죄 수준으로 기껏해야 벌금이나 물릴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뭐라고? 음식점에서 무전취식을 했다는 거지?”

경찰들은 자판을 두드리며 정신없이 조서를 꾸미고 있었다.

이건, 길상파 짓이 틀림없다. 무더기로 조직원들을 투입해 업무를 마비시켜 우리 수사를 방해하려는 그들의 작전이다!

불의의 일격으로 당한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길상파, 이도식의 잔꾀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게 다 뭐야?”

“오 형사님! 어서 오세요. 지금 난리 났어요.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갑자기 아침부터 신고가 폭주했어요. 평소 신고 건수 대비 10배는 넘는 것 같습니다. 순경들이 출동해 잡아 온 놈, 스스로 걸어들어온 놈 등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요. 지금 업무가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어쩌죠,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데?”

강 형사가 오 형사를 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 인간들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야?”

오 형사가 경찰서를 둘러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글쎄,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제가 어떻게 알아요. 신고받고 출동해 잡아 온 놈들도 있고 지 발로 걸어들어온 놈들도 있다고요.”

“야, 너희들 정체가 뭐야? 누가 시켜서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 빨리 안 불어?”

오 형사가 무리 중 한 놈의 멱살을 붙잡고 다그쳤다.

“뭐예요? 누가 뭘 시켜요? 우리가 발이 없어? 팔이 없어?”

“이 새끼가 진짜! 너 길상파 똘마니들이야? 이길상이 시켰냐? 수사 방해하라고? 이 더러운 깡패 새꺄?”

오 형사가 남자의 목덜미를 더욱더 움켜쥐었다.

“와… 니X럴, 민주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치네? 이래도 되는 거야? 어! 좋아. 쳐봐 쳐보라고. 야, 경찰 아니지 기자, 기자 불러!”

남자가 벌떡 일어나 오 형사의 팔을 잡아채며 악다구니를 부렸다.

“진정하세요. 오 형사님, 일단, 이 사태부터 수습해야 합니다.”

나는 오 형사의 팔을 잡아당겨 말렸다.

“와, 진짜 뚜껑 열리네. 이것들을 진짜… 어휴!”

오 형사가 분을 못 이겨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검사님, 이 사태를 어떻게 할까요? 지금 경찰 인력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겠는데요?”

오 형사가 양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입술에 침을 묻혔다.

“일단, 특본에 있는 수사 인력들 투입하세요. 길상파도 길상파지만 그렇다고 민생치안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제 막 시작인데 이렇게 초장부터 밀리면 안 될 텐데요?”

“음… 현재로선 대안이 없잖습니까? 천천히 방안을 연구해봐야죠.”

이도식! 길상파 후계자다운 야비한 수법이군.

<이튿날, 순천 경찰서>.

결국, 특본에 차출된 형사들까지 투입해 가까스로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그들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더 공세를 펼쳤다.

“검사님, 이번엔 민원실까지 난리가 났어요. 거기도 아수라장입니다.”

공 수사관이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선배님, 이렇게 당하고만 계실 건가요?”

장 검이 분에 못이긴 듯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흠…… 어쩔 수 없잖아. 그렇다고 민원인들 모두 강제해산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죄지었다고 조사받겠다는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잖아.”

“휴, 길상파, 이놈들, 절대 만만히 볼 수 없겠는데요?”

장 검이 도리질하며 허탈해 했다.

진퇴양난, 특본은 시작하기 전부터 삐걱거렸다. 이도식은 조직원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동원해 경찰 업무를 마비시켰다.

나는 어떡하든 이 사태를 해결해야 했다.

* * *

<김정환의 아파트>.

어제는 30명 오늘은 민원인들까지 동원해 50명, 이 일을 여의치 않으면 이도식은 또 다른 놈들을 무더기로 투입할 것이다. 우리가 지쳐서 스스로 포기하게 하려는 속셈이야.

더욱더 심각한 건 순천은 물론 여수 파출소까지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놈들은 그들의 조직력을 최대한 이용해 전 방위적으로 우리 수사를 방해하고 있었다. 악질적인 수법이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으로 경찰 업무는 완전히 마비되겠지.

그러면, 차출된 경찰들을 마냥 특본에 묶어둘 수도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특본은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영리한 이도식이 인해전술(人海戰術)을 쓰고 있어!

나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커다란 난관에 봉착돼있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도무지,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초저녁이었지만 피곤했다. 침대 위에 누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나는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며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킹 메이킹 시스템을 시작합니다.]

때마침, 그 순간, 킹 메이킹 시스템이 가동을 알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미션 : 방심한 적의 허를 찔러라. 미션 달성 시, 10포인트 지급.]

첫 번째 미션, 방심한 적의 허? 이게 무슨 소리지?

답답하군!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드르륵, 나는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을 열었고 그 순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남자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가 보군!

놀이터 가운데 큰 나무에 술래에게 잡힌 아이들이 줄줄이 손을 잡고 늘어서 있었다. 의기양양한 술래는 나머지 한 명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나머지 아이들은 자신들을 구해줄 그 한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나무 바로 뒤에 있는 드럼통이 움찔거렸다.

뭐지?

나는 더욱더 눈을 가늘게 뜨며 드럼통을 주시했다.

터치, 터치!

그 순간, 방심한 술래가 다른 곳을 뒤지는 사이, 드럼통을 열고 한 아이가 튀어나와 아이들의 몸을 차례차례 터치했다. 순식간에 술래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바보구나! 너무 방심…….

나는 목울대를 꿀렁이며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방심이라? 그래, 맞다! 인천상륙작전! 이것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심장이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 *

<특본, 팀장실>.

길상 유통!

맥아더가 인천을 기습해 인민군의 보급로를 차단했듯 길상파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길상 유통을 잡아야 한다.

길상 유통은 순천, 여수를 넘어 전라남도 전역에 분포한 유흥업소의 주류를 유통하고 있는 길상파 전체 조직에 자금을 대는 젖줄 같은 사업체였다. 길상파 사업 자금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공급될 정도로 알짜배기 사업이었다.

이에 이길상은 특히나 길상 유통에 애착심을 보였다. 이곳만큼은 길상파의 조직원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반인들로 경영진과 직원을 구성할 만큼 이길상은 길상 유통에 정성과 공을 들이며 아껴왔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건실한 기업체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또한, 그들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이곳을 기습적으로 쳐야 한다!

맥아더가 모두 추천하던 군산을 버리고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인천을 선택했듯이….

<특별 수사본부, 회의실>.

나는 지금의 사태 해결과 향후, 특본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장 검과 오 형사를 회의실로 소집했다.

“오 형사님, 일단 이쪽에 차출된 경찰들은 원대 복귀시켜주세요.”

현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네? 아직 수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면 너무 타격이 크지 않을까요?”

오 형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민생치안을 포기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일단, 사태를 진정시켜야 하지 않겠어요?”

“선배님, 그래도 이렇게 자꾸 밀리면 안 될 텐데요?”

장 검이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좁혔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우리가 물러서지 않으면 저들은 더욱더 밀고 들어올 거라고.”

“어휴, 이길상, 이 악마 같은 인간을 어휴!”

오 형사가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며 어쩔 줄 몰랐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도 생각이 있으니까요.”

“생각이오? 지금 이 상황에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완전 개장하기 전에 문 닫게 생겼는데요.”

오 형사가 입술을 잘근거렸다.

“후후, 오 형사님, 혹시 한국전쟁 당시에 인천상륙작전을 기억하십니까?”

“네? 인천상륙작전이오?”

내가 뜬금없는 말을 꺼내자 오 형사가 황당한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선배님! 그게 무슨 뜻이죠?”

황당한 건, 장 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가 모든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을 선택했던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바로 방심한 적의 허를 찌르자는 것이었죠. 당시, 인천과 같은 위치에 있는 곳이 길상 유통입니다. 제가 선택한 곳은 바로 그 길상 유통입니다.”

“네? 길상 유통이오? 에이, 아서요. 거긴 철옹성이에요. 건드려봤자 먼지만 날 뿐, 아무것도 건질 게 없다고요. 저희도 지난번에 길상파 수사할 때, 몇 번 건드려보긴 했는데… 거기선 건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게다가, 길상 유통은….”

오 형사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연신 손사래를 쳤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길상 유통은 이길상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네에… 그렇죠. 거긴 절대 안 돼요. 우리가 건드려봤자 오히려 독박만…….”

“오 형사님! 자… 잠깐만요. 선배님 계속 말씀해 보세요.”

장 검이 뭔가를 눈치챈 듯 오 형사의 말을 가로막았다.

“오 형사님! 제가 언제 우리가 먼저 나서서 길상 유통을 친다고 했습니까? 그들이 먼저 달려들게 해야죠.”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십니까? 먼저 치지도 않는데 그들이 미쳤다고 달려들어요? 골 빈 놈들도 아니고….”

오 형사가 코끝을 찡그리며 인상을 썼다.

“아니에요.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에요. 맞아요. 인천상륙작전!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해 방심하고 있던 적의 의표를 찌르자는 말씀인 거죠? 길상 유통이 길상파 전체 자금을 관리하고 있고 그곳만큼은 재무적으로나 관리적으로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니 그들도 우리가 타깃을 삼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겠죠. 인민군이 인천상륙작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만약에 우리가 그곳만 무너뜨릴 수 있다면 얘기는 분명 달라지겠는데요?”

장 검이 벌떡 일어나 손바닥을 마주쳤다.

“음…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어떻게 길상 유통을 친다는 겁니까? 그냥 맨땅에 헤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혐의도 없는데 무작정 찾아가 잡아 올 수도 없잖아요? 안 그래요?”

오 형사가 나와 장 검을 쳐다보며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들이 먼저 안달이 나서 움직이게 한다고요.”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선배님! 무슨 좋은 수가 있는 건가요?”

드르륵, 장 검이 의자를 끌며 내게로 바짝 다가왔다.

“장 검, 혹시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아버렸다는 고사를 알고 있어?”

“네? 알긴 알지만… 지금 상황과 무슨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후후후, 분명 연관이 있지!”

나는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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