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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35화 (3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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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신(新) 여우 사냥 (4)

“지금 누구 차가 움직이는 겁니까?”

장 검이 컴퓨터 쪽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공 수사관에게 물었다.

“검사님, 장…… 장 형사 차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공 수사관이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며 경악했다.

“확실합니까?”

“네. 장 형사 집 방향은 정반대거든요. 제가 좀 전에 확인해 봤는데 오늘은 야근도 없고 잠복근무도 없어서 집에 일찍 들어간다고 했답니다.”

공 수사관이 경찰서에 확인한 모양이었다.

“장 형사가 천기수 아지트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시계를 쳐다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아마, 지금 같은 속도면 40분 안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치 추적 연구원이 말했다.

띠리리링.

나는 황급히 전화기를 꺼내 오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스파이는 장 형사였다.

“오 형사님! 저 김정환입니다. 제가 지금 주소를 찍어드릴 테니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오십시오. 저도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나는 오 형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네. 검사님! 말씀하신 대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무슨 일인지 말씀을 좀 해주실 순 없습니까?”

긴장한 듯 오 형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지금은 긴박한 상황이라 힘들고요. 이따가 만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무슨 일이 터지질 알 수 없으니 신속히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병력도 같이 움직이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우리도 지금 출발합시다.

나는 장 검과 공 수사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 *

<천기수 은신처 맞은 편, 건물 옥상>.

천기수의 은신처는 순천 시내 외곽에 위치한 낡은 건물 3층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흥신소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김달호가 입건되기 전에 자주 드나들던 그들만의 아지트였다. 장 검은 건물 초입에 생선 트럭으로 가장한 트럭에서 대기했고 공 수사관과 나는 사주경계가 가능한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잠복했다. 잠시 후에 오 형사가 병력과 함께 합류했다. 서두른 덕분에 장 형사가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장 형사가 길상파 스파이였습니다.”

나는 오 형사에게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저와 장 형사를 놓고 테스트를 하신 겁니까?”

오 형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허탈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길게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나중에 이번 사건 마무리하고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후, 일단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검사님, 진짜 장 형사가 이곳으로 올까요?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오 형사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글쎄요. 잠시 후면 알 수 있겠죠.”

잠시 후, 건물 입구 근처 50m 지점에 한 대의 차가 정차했다.

“선배님, 위치 추적기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건물 초입에 대기하고 있던 분부 석의 장 검으로부터 무전이 왔다.

“어. 우리도 확인했어. 장 검! 장 형사의 차가 확실해?”

“네. 확실해요. 장 형사 차가 맞습니다.”

“알았어!”

그 순간, 어둠을 뚫고 한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점점 그림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우리는 숨을 죽이며 그림자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했다.

“장…… 장 형사? 어떻게 이런 일이….”

제일 먼저 그의 신원을 알아본 사람은 오 형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년간 파트너로 일해 왔으니 그림자만 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입을 크게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사님? 어…… 떻게 할까요?”

오 형사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봅시다. 만약에 장 형사가 스파이가 맞는다면 잠시 후에 천기수와 장 형사 사이에 뭔가 일이 터질 겁니다.”

“일이요?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기다리실 게 뭐가 있습니까? 검사님 수중에 자료도 들어와 있겠다 지금 정황증거도 확실한데 현장 검거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뜸 들이다 이도 저도 안되면 어쩝니까?”

“저한테 자료 없습니다.”

“네. 그러시겠죠. 없으…… 네에? 그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십니까?”

깜짝 놀란 오 형사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래야, 오 형사님이 저를 믿고 따라오지 않으셨을까요? 지금처럼요.”

“나 참, 어이가 없네.”

내가 그를 향해 가볍게 웃어주자 오 형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오 형사! 나도 깜짝 놀랐어. 나도 전혀 몰랐거든.”

공 수사관이 연신 목을 긁어내렸다.

“와, 오지네. 그러니까? 저를 낚으시려고 일부러 없는 자료를 들먹이셨던 겁니까?”

허허허, 오 형사가 뒷머리를 거칠게 긁적거렸다.

“죄송합니다. 오 형사님!”

와장창!

그 순간, 갑자기 천기수가 머물던 3층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 밖으로 의자로 보이는 물건이 유리를 깨고 튀어나왔다.

<천기수 은신처>.

“형님,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내가 자료를 넘기다뇨? 미쳤어요? 내가 그걸 넘기게? 형님한테 연락받고 김정환이 모가지 딸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세요?”

천기수가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핏대를 세웠다.

“야 이 개새꺄! 내가 김정환 그 개새끼한테 직접 획인한 거야. 나이트클럽 자료랑 비자금 내역이랑 다 넘겼다며? 너 김정환한테 매수당한 거 아냐? 이 새끼가 누굴 병신으로 아나. 니가 우리를 배신해?”

정 형사가 안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총구로 천기수의 이마를 짓눌렀다.

“시X, 그…… 게 무슨 소리예요? 저 형님한테 연락받고 대기하고 있었다고요. 정말이라고요. 김정환 그 새낀 아직 연락도 없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자료들은 저 금고에 안전하게 잘 있다고요!”

천기수가 억울하다는 듯이 눈을 부라리며 손가락으로 금고를 가리켰다.

“뭐…… 뭐야? 아니라고? 그럼 그 새끼가 내 정체를 어떻게… 어떻게 알았다는 거야?”

뭐야? 그러고 보니 실제로 내게 보여준 건 리스트뿐, 아무것도 없었어. 그 리스트야 달호가 떡밥으로 던져놓은 것일 테고, 게다가 자기와 함께 일하자면서 스파이 이름도 밝히지 않았어. 이미 스파이를 알고 있었다면 나를 부를 필요도 없었겠지. 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다… 당한 건가?

장 형사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수야! 빨리 움직여. 저 금고 열어서 자료 챙기고, 시X,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김정환 그 새끼한테 당한 것 같다. 빨리! 서둘러!”

장 형사가 금고 쪽으로 천기수의 몸을 밀어붙였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하다니?”

“지금 길게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움직이라고!”

그때였다.

쾅!

오 형사가 경찰들과 함께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저 새끼들 뭐…… 야? 여길 어떻게 온 거야?”

천기수가 주머니에서 사시미 칼을 꺼내 들었다.

“서… 선배님!”

장 형사가 오 형사를 보더니 말을 더듬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선배? 내가 너처럼 깡패 프락치 새끼로 보이냐? 왜 내가 니 선배야? 햐, 이 새끼 그렇게 김달호를 감싸고 돌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가 등신이지. 야, 그리고 이미 늦었으니까 그 총 내려놔. 상황 X같이 만들지 말고!”

“오… 하세요. 오 형사님! 저는 김 검사 말을 듣고 확인하려 온 거에…… 요.”

장 형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더 저항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지 총을 내려놓고 양손을 올린 채 항변했다.

“아… 그러십니까? 거참 이상하군요. 이곳은 길상파 조직원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비밀 아지트인데, 어떻게 우리 장 형사님이 아셨을까요?”

내가 나타날 적당한 시기였다.

“기…… 김 검사!”

잠시 후, 내가 나타나자 장 형사가 당혹감에 말을 더듬었다.

“저…… 저 새끼는 제가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는 길상파 조직원…….”

장 형사가 고개를 돌려 천기수를 바라봤다.

“까고 있네. 시X, 하여간 짭새 새끼들은 역시 믿을게 못 돼! 저거 봐. 지 혼자 살겠다고 지랄하잖아!”

천기수가 저항하길 포기한 듯 사시미 칼을 내던지며 이를 드러냈다.

카악, 퉤!

“박쥐 같은 짭새 새끼!”

천기수가 걸쭉한 가래침을 바닥에 뱉었다.

“장 형사, 이제 그만해. 같은 경찰로서 나도 쪽팔리니까 조용히 가자. 야…… 얘네들 연행해! 그리고 저거 증거물이니까 잘 챙겨와라.”

오 형사가 기동경찰대원들에게 명령했다.

“네.”

“하아, 이런 줄도 모르고 내가 저 인간이랑 수년을 파트너로 일하다니…….”

오 형사가 체포되는 장 형사를 바라보며 씁쓸한지 입맛을 다셨다.

“놔, 놔 이 새꺄! 나 장 형사야! 경찰청장 표창받은 사람이라고!”

장 형사가 끝까지 몸을 흔들며 발악했다.

* * *

<순천 경찰서>.

“야 김달호, 다 끝났다. 이제 연기 그만해!”

경찰서로 돌아온 오 형사가 김달호를 조사실로 불러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연기라뇨?”

당황한 김달호가 눈을 크게 떴다.

“아놔, 야, 니 친구 천기수랑 장 형사 오늘 잡혔어. 그러니까 이제 힘들게 연기 안 해도 된다고! 뭘 그렇게 능청을 떨어?”

탁, 오 형사가 서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네……? 누가 뭘 잡혔다는 거예요.”

김달호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 김정환 검사를 너무 물로 봐도 너무 물로 봤어. 하긴, 나도 이번 참에 그 사람 다시 보게 되긴 했지만, 암튼, 너 이제 X됐다. 야, 수사 방해에 허위진술이 얼마나 중죄인지 알아? 하긴, 반생을 감옥에 있었으니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

“암튼, 이번 참에 이것저것 죄다 끼워 넣어서 아주 종합선물세트로 기소해줄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해라. 다행히 노후 준비는 할 것도 없겠네. 교도소는 다 공짜니까, 안 그래? 길상파 프락치?”

하하하, 오 형사가 자신의 이마를 두드리며 조사실을 빠져나갔다.

으아아악!

“김정환 이 개새끼 찢어 죽일 거야!”

김달호가 주먹을 움켜쥐며 눈에 핏발을 세웠다.

* * *

이렇게 해서 나의 반간계 전략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결국, 형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김달호의 자백으로 실제로 하전무를 죽인 범인은 김달호가 아니라 이도식의 심복인 박정수였음이 밝혀졌다.

<이상준 차장 검사실>.

“김 검, 수고많았어. 역시, 우리 지청 에이스답구먼. 안 그래요? 한 부장?”

이상준 차장 검사가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흘렸다.

“네에. 역시, 김 검이 해낼 줄 알았습니다.”

“윤 부장도 수고 많았어요. 이번 작전 윤 부장이 옆에서 조언한 거라면서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조언한 거라니?

윤 부장이 슬며시 나를 쳐다봤다.

“네… 에 뭐, 저야 그저 서포트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저 김 검이 알아서 잘 처리한 거죠.”

윤 부장이 상황을 파악한 듯 대충 둘러댔다.

“아무튼, 지청장님도 흐뭇해하시고 해서 말이야. 이번 참에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 길상파를 아예 뿌리를 뽑아 버리는 게 어떻겠어? 윤 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위에서도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는 분위긴데…….”

“글…… 세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윤 부장이 머뭇거리며 손바닥을 비벼댔다.

“그래? 김 검 생각은 어때?”

이상준 차장이 나를 뚫어지도록 쳐다봤다.

“저야, 윤 부장님만 좋으시다면 언제든지 마음에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차장님!”

나는 흔들리는 윤 부장의 마음을 묶어둬야 했다.

“어때? 윤 부장 생각은? 김 검은 마음에 준비가 됐다는데?”

그가 고개를 돌려 다시 윤 부장을 바라봤다.

“네…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좋아! 그럼, 이제 길상파 몸통을 잘라내 보는 건가?”

하하하, 이상준 차장이 고개가 뒤로 젖힐 정도로 크게 웃었다.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길상파와 붙어보는 건가?

나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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