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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34화 (3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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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신(新) 여우 사냥 (3)

“선배님, 물고기요? 그러니까 벌써 계획을 세워두신 거군요?”

장 검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선배님, 정말 대단하세요!”

나는 장 검에게 내가 구상한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내 설명을 듣는 내내 장 검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그러니까, 선배님 말씀은 장 형사와 오 형사 두 사람이 가장 스파이에 근접한 인물이고 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미끼를 던지자는 말씀이군요. 둘 중에 그 미끼를 무는 사람이 길상파의 스파이라는 말씀이지요?”

“그렇지. 일단 난 두 사람에게 내가 길상파의 내부정보를 입수했다는 것과 경찰 내에 길상파 스파이가 있다는 얘기를 동시에 흘릴 거야. 만약에 두 사람 중에 스파이가 있다면 반응을 하겠지.”

“그렇겠죠.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황할 거예요. 음… 그러니까 두 형사가 이용하는 차량에 위치 추적기를 몰래 설치해서 추적하자는 거고요.”

장 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지. 난, 두 사람 모두에게 천기수의 은신처가 어딘지 알려주지 않을 거거든. 그런데도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뭘 의미하겠어?”

“그렇군요. 그가 바로 스파이겠군요.”

장 검이 엄지와 검지를 부딪쳐 소리를 냈다.

“…….”

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나저나 선배님, 근데 둘 중에 누가 김달호의 조력자일까요? 선배님 생각은 어떠세요?”

장 검이 궁금한 듯 물었다.

“일단, 내 생각엔 장 형사가 유력하다고 봐.”

“장 형사요? 설마요. 장 형사는 최근에 모범 형사 표창도 받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스파이 짓을 할까요?”

“글쎄……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장 형사가 다른 사건들 처리는 확실한데 길상파 관련 사건 처리는 개운치가 않아. 다른 사건보다 검거율도 현저하게 떨어져. 확인해봐. 뭔가 모종에 거래가 있었겠지.”

나는 장 검에게 길상파 관련 사건 서류를 전달했다.

“어…? 정말 그러네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유심히 서류를 넘겨보던 장 검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야.”

흠,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진짜 만약에 선배님 말대로 장 형사가 유력하다면 굳이 오 형사한테까지 미끼를 던질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해?”

“특별한 이유가…….”

“당연히 있지!”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하나는 일단은 누가 길상파 스파이인지 아직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또 하나는요?”

장 검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일거양득(一擧兩得)!”

“네? 일거양득이오?"

일거양득,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한다는 뜻일 것이다. 경찰 내에 김달호 조력자를 색출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길상파 수사 때, 나를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줄 경찰도 필요했다.

“아…… 그러니까, 선배님 말씀대로라면 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이간책을 쓰자는 거군요!”

“이간책까지?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곧 있으면 경찰 내에서 대폭적인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거든. 아마도, 이번 승진에 장 형사가 오 형사를 제치고 승진할 확률이 높아. 오 형사 입장에서는 아픈 부분이지. 누가 스파이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승진 싫어하는 경찰 있겠어? 그들에게 내가 길상파를 와해시킬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하면 어찌 될까?”

“그렇죠! 스파이라면 가슴이 철렁거렸을 테고 그 반대라면 욕심이 나겠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사건이니…… 결국, 스파이라면 사전에 그걸 막으려고 할 테고 아닌 쪽은 전적으로 선배님을 도울 테고요. 하나는 스파이 색출, 나머지 한 명은 든든한 나의 지원군이 되겠군요. 그래서 일거양득인가요?”

장 검이 빤히 나를 쳐다봤다.

“빙고!”

“그나저나, 위치 추적기는 어떻게 설치하시려고요? 그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장 검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 그건, 공 수사관이 알아서 잘할 거야. 지금쯤, 설치됐을 텐데?”

시계를 내다보며 피식거렸다.

“수사관님이요?”

* * *

<같은 시각, XX 음식점 주차장>.

음식점 주차장 앞에서 장 형사와 누군가가 가벼운 접촉 사고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 진짜,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떡합니까?”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차에서 내려왔다.

“뭡니까? 지금? 아저씨가 뒤에서 받은 거잖아요?”

장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 차가 급정거를 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남자가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을 해댔다. 그가 몰래 휴대전화를 장 형사 차바퀴 사이로 떨어뜨렸다.

“에이, 이게 왜 떨어져!”

남자가 휴대전화를 주워드는 척하며 장 형사의 차에 위치 추적기를 차량 밑에 부착했다. 능숙한 솜씨였다.

“휴…… 지금 바쁘니까 됐고 그냥, 보험 처리합시다.”

장 형사가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명함을 남자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해서, 공 수사관은 자신의 지인을 이용해 장 형사와 오 형사 차량에 위치 추적기를 성공적으로 부착할 수 있었다.

<순천지청, 조사실>.

본격적인 이간책을 써야 할 타이밍이었다. 우선, 나는 오 형사를 먼저 지청으로 불러들였다.

“검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오 형사의 표정에 잔뜩 불만이 묻어있었다.

“오 형사님과 긴히 상의 드릴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나는 무심히 서류를 들척이며 말했다.

“지난번에 보강 자료 올렸잖습니까? 또 뭐가 부실한 데가 있습니까?”

오 형사가 뒷머리를 거칠게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이번 김달호 건으로 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듯 보였다.

“아냐 아뇨, 그것 때문에 형사님을 부른 게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형사님께 기회를 하나 드리려고요.”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곧 있으면 그쪽도 인사이동이 있는 거로 아는데요? 맞나요?”

“네에.”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표정이었다. 오 형사가 코끝을 매만지며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형사가 인사이동 소리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후배인 장 형사가 이번 인사이동 때 선배인 오 형사를 제치고 승진할 거란 소문이 파다했다. 따라서, 결정적 한 방이 필요했던 오 형사는 김달호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며 집착했기 때문에 사사건건 자신의 수사를 방해했던 내가 눈엣가시였다. 후배에게 역전당할 위기에 처한 선배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음…… 알았으니까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오 형사가 급 관심을 가지며 말을 재촉했다. 그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좋습니다. 저한테 길상파를 무너뜨릴 자료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깜짝 놀란 오 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제가 길상파 내부에 믿을 만한 사람을 한 명 심어뒀는데 그쪽에서 흘러나온 자료예요. 이 정도면 천하에 길상파도 빠져나가기 힘들 겁니다.”

나는 오 형사에게 자료 목록을 보여주었다.

“믿을 만한 소식통요? 그게 누굽니까?”

오 형사가 눈을 크게 떴다.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아직 거기까지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정도 자료면 대어를 낚기에 충분하다는 거죠. 만약, 오 형사님만 좋으시다면 저는 형사님과 같이 이 일을 진행하고 싶습니다만….”

“근데, 이런 정보를 왜 제게 오픈하시는 건가요?”

오 형사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말했잖습니까? 사실, 저도 후배들이 하도 치고 올라와서 죽을 맛입니다. 제가 형사님 심정을 십분 이해해야죠. 후배가 선배 뒤통수를 쳐서야 되겠습니까? 오 형사님을 보면 자꾸 제가 보여서 마음이 짠합니다. 우리 이 일 제대로 마무리 지어서 성과 한번 제대로 만들어봅시다. 저나 형사님이나 승진해야죠. 안 그런가요?”

나는 덥석 오 형사의 손을 움켜잡았다.

“아… 진짜, 요즘 애들은 선후배도 모르고 그냥 들이받으려고만 하니… 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는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음… 좋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드디어, 오 형사가 첫 번째 미끼를 물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적당한 시기에 제가 비밀리에 형사님께 연락하죠. 그때까지 좀 기다려주십시오. 아 참!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이오? 그게 뭐죠?”

“제가 오 형사님을 전적으로 신뢰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첩보에 의하면 경찰 내에 길상파 스파이가 있다는 정보네요.”

“네? 그럴 리가?”

“저에게 정보를 전달한 사람한테 직접들은 얘깁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 말입니까? 그… 게 누굽니까?”

오 형사의 눈망울이 심하게 흔들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흔들리는 눈빛, 하지만 놀란 모습이지 당황한 기색은 아니다. 오 형사는 스파이가 아닐 가능성이 커!

“저도 아직 거기까진… 이번에 그 부분까지 솎아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안 철저히 유지하시고 제가 연락드릴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후…… 네. 알겠습니다. 검사님!”

“그럼 살펴 가십시오.”

“그럴 리가 없는데…….”

오 형사가 고개를 흔들며 문을 나섰다.

다음은 장 형사 차례였다. 나는 장 형사 역시, 조사실로 불러냈다.

“장 형사님! 제가 길상파를 잡을 수 있을 만한 정보를…….”

나는 그에게 오 형사에게 했던 말과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듣는 내내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확실히 그는 오 형사와는 차원이 다른 부류였다.

“그래서요?”

전혀 심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요라고?

“관심이 없으신가요?”

“검사님이 왜,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길상파 쪽은 오 형사님이 전적으로 맡아서 처리하시니 그런 얘기라면 오 형사님과 상의하시지요. 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장 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그러시군요. 역시 대인배다우십니다. 이 정도면 인사이동 결과를 뒤바꿀 만한 대어급인데, 역시 선배를 위해서 양보하시는 겁니까?”

“좋으실 대로 생각하십시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장 형사가 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만만한 상대는 분명 아니군!

그렇다면, 나도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길상파 입장에선 천기수도 믿을만한 놈은 못되나 봅니다. 하기야, 요즘 깡패들한테 의리라는 단어가 가당키나 합니까?”

“…….”

그 순간, 장 형사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문 앞에 멈춰 섰다.

미세한 손끝의 떨림!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천기수가 저에게 놀라운 사실을 하나 말하더군요. 경찰 내에 길상파 프락치가 있다는….”

“그… 그렇습니까? 그럼, 잡으시면 되겠군요.”

이것까진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목울대를 꿀렁거리며 돌아선 채로 말했다. 당황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침을 삼킬 때 미세하게 어깨가 흔들리는 모습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 말씀은 제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좋을 대로 생각하십시오. 전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연기하려면 완벽히 해야지! 이렇게 침착한 사람이 이런 걸 흘리고 가면 되나. 칠칠찮게!

“장 형사님! 잠시만요. 이거 형사님 휴대전화 아닙니까?”

나는 당황한 장 형사가 두고 간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아… 네. 감사합니다.”

장 형사가 핸드폰을 받아 들며 황급히 문을 나섰다.

* * *

<검찰 상황실>.

나는 장 검과 공 수사관과 함께 컴퓨터를 지켜보며 두 형사의 동선을 예의주시했다.

“선배님! 이 사람들이 정말 움직일까요?”

“반드시 움직일 거야. 장 형사가 됐든, 오 형사가 됐든…….”

“검사님! 이쪽으로 와보세요!”

그 순간,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공 수사관이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입니까?”

“움직입니다. 지금, 차 한 대가 천기수 은신처로 향하고 있어요!”

“누구의 차입니까?”

장 검이 황급히 달려가 공 수사관에게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공 수사관이 코끝을 찡그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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