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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30화 (30/170)

# 30

[30화] 간계(間計) vs 반간계(反間計) (4)

<순천 경찰서>.

김달호가 나를 왜 찾는 것일까?

나는 공 수사관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경찰서를 찾았다.

“검사님, 어서 오세요.”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공 수사관이 내게 달려왔다.

“수사관님, 무슨 일입니까?”

“그게, 어처구니없게 피의자가 계속 검사님을 데려다 달라고 난리예요.”

공 수사관이 고개를 내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검사님 오셨습니까?”

때마침, 강력계 담당 형사, 오상민이 인사했다.

“네. 수고많으십니다. 형사님, 무슨 일입니까?”

“그게, 정황 증거 확실해서 자백만 받으면 끝인데 저 인간이 입을 끝까지 입을 안 여네요. 며칠 전부터 검사님만 데려오라고 저 난리입니다.”

오상민 형사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군요. 피의자 지금 취조실 안에 있습니까?”

“네. 안에 있습니다.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네. 제가 들어가 보죠.”

<경찰 취조실>.

오 형사와 함께 내가 취조실로 들어가자 김달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양손에 수갑을 찬 김달호가 오 형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키는 대략 160cm 정도로 작았지만 다부진 몸매와 날카로운 눈빛에 온몸을 휘감는 문신이 전형적인 조폭의 모습이었다. 그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뭔가 나한테 할 말이 있는가 보군!

“형사님은 잠시 나가 계시죠.”

“네. 너! 검사님한테 허튼짓하면 죽는 수가 있다. 네가 원하는 데로 검사님 모셔왔으니까 빨리 부는 게 네 신상에도 좋아. 괜히 시간 끌어봤자 너만 불리해. 김달호! 내 말 명심해라.”

오 형사가 눈을 부릅뜨며 김달호를 노려봤다.

쾅, 오 형사가 문을 닫고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

“김달호 씨, 앉으시죠.”

“김… 김정환 검사님입니까?”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이었다.

“네.”

드르륵, 나가 의자를 빼내 자리에 앉자 김달호도 따라 앉았다.

“김달호 씨, 저를 찾으셨다고요? 무슨 일이신지 말씀해 보시죠.”

“우선 이것부터 처리해 주십시오.”

그가 묶인 양손을 내밀며 마이크를 가리켰다.

“이 마이크요? 꺼달라는 뜻인가요?”

“네.”

“알겠습니다. 형사님, 여기 마이크 좀 꺼주십시오.”

“네? 그래도 그건 좀…….”

저 새끼가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오 형사가 미간에 잔뜩 힘을 주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이크 끄세요.”

“네. 알겠습니다.”

마이크가 꺼졌고 유리 벽 사이로 취조실을 지켜보던 형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김달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시했다.

“이제 됐습니까?”

“네.”

후유,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짝 마른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젠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검…사님, 전…… 하 전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김달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죽이지 않았다고요? 그래서요?”

나는 양손을 모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의외의 반응에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래서 라뇨?”

“그래서, 지금 저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그… 게, 무슨 말씀이신지…….”

김달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분명,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정준 사건을 수사한 검토해본 결과,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우선,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

분명, 김달호의 족적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확실함이 오히려 문제였다. 당시 하정준이 죽은 장소는 최근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땅이 매우 건조하고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일부러 힘을 주어 자국을 남기지 않는 이상, 그렇게 선명한 족적이 남을 수 없는 지면 상태였다. 그런데도 신발 바닥의 무늬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렇게 자국이 선명하려면 누군가가 압력을 주어 일부러 발자국을 남겼을 개연성이 컸다. 그 족적은 누군가가 위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수사기록을 검토한 내 추정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또 하나, 김달호의 신장!

김달호는 신장이 겨우 160cm를 넘길 가마가 한 키였다.

그의 키를 고려한다면 너무도 긴 보폭!

일반적으로 신장 대비 보폭은 산보 시 신장의 37%, 속보 시 45%, 급보 시 50%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 그렇다면 발견된 족적의 간격은 그의 키를 고려할 때 일부러 멀리뛰기를 하지 않는 이상 80cm를 넘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의 보복은 95cm가 넘었다. 결론은 180cm 이상의 남자가 고의로 김달호의 신발을 신고 족적을 남겼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손으로 눌러 족적을 남겼을 개연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정준 목 부위에 생긴 칼자국!

하정준의 사체에서 발견된 흉터로 볼 때, 정확히 하정준의 급소를 노린 프로급 실력이었다. 물론, 김달호의 칼 다루는 솜씨는 프로급이었지만 목에 생긴 흉터의 각도가 문제였다. 하정준의 목 부위에 생긴 흉터의 각도는 분명 가해자가 위에서 내리찍은 형태로 찔렀을 때 나올 수 있는 각도였다. 적어도 피해자보다 키가 같거나 커야 가능한 흉터였다. 160cm 남짓의 작은 키의 김달호로서는 180cm인 하정준의 키를 고려할 때, 불가능한 각도였다. 물론, 하정준을 제압해 앉혀놓은 상황에서 찌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칼의 각도는 더욱더 가팔라진다. 하지만, 생긴 흉터의 형태로 볼 때, 그런 경우는 분명 아니었다. 서로 평행하게 서 있는 상태에서 뒤에서 목을 찌른 것이 틀림없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김달호는 범인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이 자는 지금 내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협상의 주도권은 내가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지금 저 보고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나는 무심히 수사기록을 뒤적이며 냉소적으로 물었다.

“거…… 검사님, 저를 빼내 주십시오. 제가 만약 교도소로 이감되면 그 순간 전 죽습니다. 이길상이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김달호가 묶인 양손을 비벼대며 불안해 했다.

이 자의 말이 맞을 것이다. 길상파라면 매우 그럴 가능성이 컸다. 김달호가 여기 들왔다는 것은 그들의 습성상 그를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김달호는 버리는 카드였다!

“김달호 씨, 당신은 지금 하정준 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입니다. 저는 담당 검사고요. 지금, 모든 정황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좀 더 김달호의 입을 열어야 했다.

“저…… 저는 정말 죽이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죽이지 않았어요. 보… 십시오.”

김달호가 몸을 꿈틀거리며 상의를 들어 올리며 울부짖었다.

순간, 온몸에 생긴 셀 수 없이 많은 칼자국이 내 눈에 들어와 박혔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당장 내리세요.”

“검사님! 저는 18살에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이길상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찌르라면 찔렀고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했습니다. 도끼파 애들과 전쟁 때, 붙잡혀 7년을 감옥에서 썩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에 절반은 교도소에서 보냈죠. 게다가, 하루 세끼 개 사료에 우유를 말아먹으면서 몸을 불리고 또 불렸습니다. 죽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닥치는 대로 개같이 일했습니다. 지금의 길상파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저같이 온몸을 바쳐 헌신하는 땅개들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들이 저를 버렸습니다.”

시뻘겋게 충혈된 그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

“검사님,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하시죠? 전, 제 마누라와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만약에 내가 제 발로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제 식구들은 아마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그게 길상파입니다. 자신의 이득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조직이에요. 검사님!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간절한 그의 목소리가 마구 떨렸다. 이쯤 되면, 허튼소리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

“흠흠…… 그럼 좋습니다. 당신의 말이 100번 진실이라고 전제한다면 만약에 내가 당신을 도와주면 난 당신으로부터 뭘 얻을 수 있을까요?”

이쯤에서 본격적인 딜을 시작해야 했다.

“검사님! 이길상 모가지를 딸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그게 검사님의 목적 아닙니까? 그 인간은 저에게도 더는 보스가 아닙니다.”

김달호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18살부터 길상파에 몸담기 시작해서 지금 20년이 넘었습니다. 이길상 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고 개새끼가 무슨 사료를 처먹는지까지 속속들이 훤합니다. 검사님이 저와 우리 가족을 지켜주신다고 약속하신다면 저도 그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하겠습니다. 제가 비록 깡패 짓은 하고 있지만, 저도 남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는 간절히 원하고 있어! 절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냐.

“흠……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

“검사님! 저… 전 교도소로 이감되는 순간 죽습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암묵적 동의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검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 * *

<김정환 사무실>.

일단 수사기록을 반려해 시간을 벌어야 했다. 나는 담당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형사님, 김달호 사건, 이 정도 자료 가지고는 기소 못 합니다.”

“네? 검사님!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좀 더 보강 수사를 해주세요. 수사 자료가 부실합니다.”

“아…… 진짜, 얼마나 더 수사하라고요? 뭐가 부족하다는 소리십니까?”

안 형사가 볼멘소리를 냈다.

“증거도 불충분하고…… 아무튼, 좀 더 보강 수사해주세요.”

“아이 씨, 뭐가 부족하다고 저 난리야? 아무튼, 네에… 알겠습니다.”

안 형사가 잔뜩 짜증이 났는지 거칠게 수화기를 끊어버렸다.

<윤상원 부장실>.

윤 부장이 급히 호출해 그의 방을 찾았다.

“부장님, 저 김정환입니다.”

“어, 김 검, 들어와요.”

“김 검, 이제 슬슬 여우잡이를 나가야 할 것 같아!”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윤 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음…… 이번 하정준 사건도 그렇고 아무래도 우리도 빨리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이길상이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시작하는 것 같아. 속도를 내고 있어.”

후, 이거 큰일이군! 벌써 마음을 먹은 모양이야.

“부장님!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허, 이 사람, 왜 자꾸 이러나?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음… 나도 자네 입장을 고려해 지금까지 기다려줬는데 이렇게 나오면 내가 좀 섭섭해지는데? 자네 고참이라고 텃세 부리는 건가?”

윤 부장이 말허리를 자르며 인상을 구겼다.

탁, 그가 서류를 내리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 게 아니라, 적당한 사람도 없잖습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자넨 하정준 건이나 마무리하게. 그나저나 왜 수사 자료를 반려한 거야? 정황증거 확실한데 뭘 그렇게 질질 끌어? 빨리 기소해서 법원에 올려보내.”

윤 부장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평소와 같으면 상대에게 의사를 물었을 텐데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후, 뭐가 저렇게 급한 거지? 마치 쫓기는 사람 같아!

낯선 느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네…… 알겠습니다.”

“나가보게.”

“네.”

<김정환의 아파트>.

큰일이군! 정훈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쏴아.

샤워하는 내내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킹 메이킹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샤워하고 나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면을 터치하시오.]

나는 미련 없이 상태창에 화살표로 표시된 아이콘을 터치했다.

이어서 나오는 영상!

장소는 하정준이 변사체로 발견된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누구지?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분명히 사람의 형체였다.

헉! 이놈은?

그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들고 있던 신발을 바닥에 눌러 족적을 남겼다.

김달호, 그가 확실하다!

야구모자를 눌러써 확실하진 않았지만, 김달호와 체형이 너무도 유사했다.

그 순간, 그가 작업을 마치며 셔츠를 들어오려 얼굴에 땀을 닦았다.

달빛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문신!

머리가 둘인 용 문신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 김달호의 팔뚝에서 봤던 그 문신이었다. 너무도 특이해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실수였어!

제길, 하마터면 김달호의 귀신같은 연기에 당할 뻔했다.

스파이! 김달호는 스파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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