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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9화 (19/170)

# 19

[19화] 드러난 진실 그리고 법정 공방 (1)

“선배님, 범인을 잡다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가보면 알아!”

“어디를 가는데요?”

“병원!”

“네? 갑자기 병원은 왜요?”

“가보면 안다니까!”

* * *

<김성훈 정형외과>.

나는 장 검과 함께 킹 메이킹 시스템이 상태 창에 띄워준 병원을 찾아왔다. 사건 현장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병원이었다.

분명 칼을 다루는 데 서투른 정한수가 이연수를 찌를 때 상처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았을 거야.

“선생님, 혹시 몇 달 전에 이런 환자가 찾아왔었나요?”

정한수에 관한 인적 사항이 담긴 서류를 의사에게 내밀었다.

“글쎄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곤란한 게, 제가 환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도 없고요. 진료기록을 한 번 확인해야 할 것 같네요.”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 환자를 왜 찾으시는 건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그 환자는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고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장 검이 영장을 내밀었다.

장 검! 이제 내 의도를 알아차렸나 보군!

“네? 살인사건이오?"

의사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 장영은 검사의 말이 맞습니다. 그 사람은 강력한 용의자입니다. 협조 부탁드려요.”

“아…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어…… 어디 있더라?

의사가 말을 더듬으며 진료기록을 뒤적거렸다. 장 검이 긴장했는지 연신 입술에 침을 묻히며 뚫어지도록 의사를 쳐다봤다.

“여기 있네요! 정한수 환자!”

“찾았습니까?”

“네. 맞네요. 이 환자 여기서 봉합수술을 받았어요. 손바닥이 약 5센티가량 깊게 팬 자상 환자였죠. 네. 지금 보니 기억이 납니다. 봉합수술 후에 항생제 처방을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와서 실밥을 뽑으라고 했는데 그 이후엔 오지 않았어요. 맞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기억이 나네요. 젊은 사람이었는데….”

“선생님, 확실합니까?”

“네. 사실 우리 병원은 주로 골절 환자나 교통사고 환자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 칼에 베인 환자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제가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때는 요리하다 베였나 했죠.”

“다른 뭐 특이한 점은 없었나요?”

이제는 나보다 장 검이 더 적극적이었다.

“글쎄요. 별다른 건 없었던 것 같은데….”

“네. 알겠습니다. 실제로 얼굴을 보시면 기억하실 수 있겠죠?”

“아! 맞아요. 얼굴 하니까 생각이 나네요. 그때 봉합수술을 할 때 그 사람 목에 할퀸 자국이 있었어요! 분명, 손톱자국이었어요. 깊이가 있는 거로 봐서 여자 손톱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확실히 손톱자국이었어요.”

의사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손톱자국! 김연수가 반항하면서 생긴 상처겠군!

“선생님, 감사합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저희가 요청하면 참고인으로 검찰에 한 번 나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네.”

<차 안>.

“선배님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거예요?”

“국과수 보고서에 있었잖아. 칼을 다루는 데 서툰 정한수가 이연수를 찌를 때 상처가 날 수 있었다고…….”

“아뇨. 그건 저도 아는데, 정한수가 그 병원으로 왔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냐고요?”

장 검이 고개를 위쪽으로 쭉 빼 올렸다.

“그냥, 뭐. 대충 찍었어. 순천 바닥에 정형외과가 뭐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지금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진짜라니까!”

“선배님. 혹시 지난번 머리 다치셨을 때, 무슨 신내림이라도 받은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게 지금 말이 돼요?"

장 검이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어! 저기다. 장 검, 우리 저기서 밥 먹고 가자. 저기 설렁탕이 끝내준다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배꼽시계가 요동을 친다.”

이럴 때는 이 방법이 최고다.

“선배님, 뭐예요. 진짜!”

* * *

<순천 지청 2층, 중회의실>.

나는 장 검과 함께 김진웅 사건에 대한 브리핑이 예정돼있는 2층 중회의실로 향했다.

“선배님, 파이팅!”

장 검이 팔을 들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나는 그녀에게 말없이 웃어주었다.

이미 회의실엔 이상준 차장 검사와 타 팀 부장 검사들이 도착해 수사자료를 읽고 있었다. 그만큼, 김진웅 케이스는 지청 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야, 김 검, 장 검 니덜 자신 있어? 이번 케이스는 우리 지청의 자존심이 걸린 사건이야. 벌써 여우 같은 기자들이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킁킁거리고 있다고…… 그 사람들 우리 꼬투리 못 잡아 안달인 인간들이니까 알아서들 해. 잘해야 본전이야. 알겠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시작해.”

장 검이 리모컨으로 스크린을 내리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웠다.

“그럼 지금부터 사건번호 2007 고합 *** 이연수 살인사건에 관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장 검이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을 했다.

화면이 밝아지며 이연수 시체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자 회의실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들 숨을 죽이며 화면에 집중했다.

“본 사건은 피의자 김진웅은 2007년 1월 18일 18시경, 친구 정한수의 전화를 받고 그의 별장으로 가 함께 술을 마시며 어울리던 중, 만취한 상태에서 이연수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미심쩍은 것들이 발견된바, 본 검사와 장영은 검사가 합동으로 재수사하게 되었습니다. 김진웅이 별장에 도착할 시각, 정한수와 이연수는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고…….”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1시간 후,

나는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장 검과 함께 밝혀낸 새로운 사실을 숨김없이 밝혔다.

“그러니까 김진웅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이연수가 정한수에게 임신 사실을 밝혔고 이에 당황한 정한수가 그녀와 말다툼을 하는 와중에 흥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이건가?”

“네. 맞습니다.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 이연수를 살해한 정한수는 당시 깊은 잠에 빠져있던 김진웅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운 거죠.”

“술이 약한 김진웅은 곯아떨어졌을 테니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한 거고?”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정한수가 김진웅이 술기운에 칼로 이연수를 찌른 것으로 위장했다 이거지? 게다가, 둘 사이는 현대판 양반 노비와 같은 관계였다. 맞나?”

“네.”

“그렇군. 그림은 얼추 그럴듯하게 나오는 것 같은데, 어디 보자. 그럼 증거는? 물증은 확보했고?”

“네. 거기 별도로 제출한 자료를 보시면 됩니다.”

이연수의 임신 내용이 기록된 의료기록, 서울 국과수의 보고서, 정한수의 봉합 치료 내역 등 모든 자료를 담은 파일을 이상준 차장 검사에게 제출했다.

“좋아! 이 정도면 얼추 해볼 만하겠는데? 안 그래 이 부장?”

이상준 차장이 1팀 이 부장에게 파일을 내밀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 그렇긴 합니다만, 우리 쪽에서 김진웅에 대한 기소 유지를 포기한다 해도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이 돼 있는 상태라 재판부에서 그렇게 쉽게 석방을 결정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차장님!”

1팀 이 부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알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김 검 말해봐.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뭐라는 거야?”

“일단, 정한수를 이연수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고 최근 조사한 바로는 조만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어서 도주 우려가 상당합니다. 반드시 구속수사가 필요합니다.”

“좋아! 기소장은 장 프로 자네가 알아서 하시고, 아무튼 수고했어.”

김 차장 검사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뭐, 내가 도와줄 건 없고?”

“음… 이번 사건 수사팀을 교체할까 합니다.”

“왜?”

“아무래도 담당 형사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그래? 그거야 뭐. 김 검이 알아서 보고서 올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김 검. 뭐 하나만 물어보자.”

브리핑을 마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는데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 평소에 김진웅과 이연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면서 왜, 그런 어이없는 쪽지를 남겼을까?”

김 차장이 턱을 들어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그야….”

그러고 보니,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음…… 김 검! 이 사건에서 그 쪽지가 발견됨으로써 가장 유리한 사람은 누굴까? 죽은 이연수? 피의자 김진웅?”

“음… 당연히 정한수입니다.”

“그렇지! 정한수가 바로 최고의 수혜자가 되겠지! 네가 한 10년 전에 사문서를 위조해 사기행각을 벌인 놈들을 잡았던 적이 있는데 말이야. 그 인간이 위조한 서류를 보면 진짜 가관이거든. 그냥, 복사기를 찍어 놓은 것처럼 정말 똑같았어. 그때, 필적 감정사들도 못 잡아냈지 아마? 10년 전에도 그런 귀신같은 놈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야.”

맞다! 필적 위조? 정 회장 정도의 능력과 인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김 검, 내 말 무슨 뜻이지 충분히 이해한 거지?”

김 차장이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네… 차장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장 프로, 김 검이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나?”

김 차장이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게 말이에요. 차장님, 저도 요즘 매일매일 새롭습니다.”

장 검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아무튼, 두 사람 무슨 엑스파일에 나오는 멀더와 스컬릿 같은데? 잘 어울려! 좋아, 둘이 사귀어 보는 건 어때?”

“아닙니다.”

“절대, 네버 아니에요!”

장 검과 나는 동시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서울 홍대, XX 클럽>.

순천 경찰서 강력 1부 형사들은 정한수가 서울의 모 클럽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를 검거하기 위해 홍대 모 클럽을 찾아갔다. 그는 이미 술에 만취한 채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정한수 씨! 경찰입니다. 당신을 이연수 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형사소송법 212조(200조 3항)에 의해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체포 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변명할 것이 있으면 지금 하셔도 좋습니다.”

경찰이 그에게 침착하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뭐… 뭐야? 당신들!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당황한 정한수가 눈을 크게 떴다.

“김 형사! 체포해!”

“네. 알겠습니다.”

형사들이 그의 양팔을 움켜쥐었다.

“어… 놔. 이거 안 놔? 당신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정한수가 입에 게거품을 물며 악다구니를 부렸다.

“당신 아버지가 누군지 우리는 잘 모르겠고 일단 서에 가서 얘기합시다. 조용히 가는 게 좋을 거야. 공무집행 방해죄도 추가되기 전에….”

철컹, 형사가 그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웠다.

“야… 현수야 우… 리 우리 아빠한테 전화 좀 빨리 걸어. 씨X, 이 새끼들 다 죽여 버릴 거야.”

“어… 어. 알았어.”

친구로 보이는 한 남자가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놔야. 이 개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몰라!”

정한수가 발악하며 버텼다.

“몰라. 새꺄!”

경찰들이 버둥거리는 정한수를 질질 끌어 경찰차에 실었다.

얼마 후,

<김정환 검사실>.

“검사님. 조사 준비 다 됐습니다.”

공 수사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후, 이제부터 시작인가?

“네. 알겠습니다.”

따르르릉.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김정환입니다.”

[어! 김 검사. 나 지청장이야. 자네 2층 내방으로 지금 올 수 있겠나?]

“네? 지금 저 피의자 신문 들어가야 하는데요?”

[알고 있어. 그니까 신문 들어가기 잠깐 왔다 가라는 거야. 그전에 먼저 만나야 할 분이 있어서 그래. 지금 당장 올라와.]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지금 당장 튀어와. 빨리.]

무슨 일이지? 누굴 만나야 한다는 거야?

“네에……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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