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11화 (11/170)

# 11

[11화] 장 검의 다이어리

나는 검사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27세 꽃띠, 이름은 장영은. 서울대를 졸업했고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단번에 붙었다. 연수원 성적도 상위권, 얼굴 되지, 몸매 되지, 게다가 성격 훌륭하지….

후유, 그러면 뭘 해? 그래 봐야 순천지검 형사 3부, 검사 2년 차 시다바리 막내 평검사가 현실인걸!

“장영은 씨는 검사로서 포부가 뭔가?”

면접관이 물었다.

“저는 법은 항상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미쳤지! 여기서부터 내 인생은 꼬였다.

“장 검, 이거 교통사고 건인데 한 100건쯤 되거든. 내일이면 되려나?”

거대 폭력 조직의 비리를 파헤치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잘라버리겠다는 당찬 포부는 부임 첫날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게다가 형사 3부의 인적 구성은 최악이었다. 변덕이 죽 끓는 듯한 미친개, 한상길 부장도 모자라 김정환 검사!

햐, 이 인간 이름은 입에 담기도 싫다. 구시대적인 가부장적 사고에 어이없는 남성 우월 주의. 게다가, 한없이 무능하고 지저분하다.

꽃송이가, 비듬 꽃송이가 어깨 위에 피었구나!

하고 다니는 꼴이 검사인지 피의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악은 툭하면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커피 타러 그렇게 죽을 듯 공부해 검사 됐니?

아무튼, 사사건건 부딪치는 나와는 상극, 원수 같은 인간이다. 얼마 전에 머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는데 오늘부터 다시 출근한단다. 그냥 병원에 눌러살지!

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 * *

한상길 부장이 그 인간 퇴원 기념으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헐! 이게 실화니?

난 그 인간과는 밥 한 톨도 같이 먹기 싫었지만 한 부장의 반강제성 요구에 어쩔 수 없었다. 난 일개 평검사니까.

그 인간이 한 부장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다. 혹시나 내 옆에 앉을까, 박 검사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장 검사님, 그때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인간이 갑자기 일어나 나에게 사과했다. 지난번 커피 사건을 말하는 듯했다.

약 먹었니? 가지가지 한다. 이제는 안 하던 연기도 하니?

“무슨 생각이 짧았다는 거죠?”

나는 눈을 찡그리고는 그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죄송합니다.”

그가 어이없게 다시 사과한다. 제법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동안 무슨 연기 학원 다녔니? 그 정도면 오디션 보러 가도 되겠네.

“그나저나 김 검도 돌아왔으니까 오늘 저녁에 오래간만에 회식 어때?”

그렇지 않아도 불편해 소화도 안 됐는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오, 마이 갓! 내가 미쳤니? 요새 잠도 못 잤는데 그럴 시간 있으면 잠이나 실컷 자겠다. 아이, 짜증 나!

“부장님, 전 밀린 일이 많아서 참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은 특별히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 * *

어느 날, 뜬금없이 우편물 하나가 배달되었다.

뭐지? 발신자가 없네? 혹시, 나한테 앙심을 품은 피의자가 보낸 건 아닐까?

야! 장영은, 너 영화를 봐도 너무 많이 봤어. 네가 무슨 조폭 수사라도 했니? 기껏해야 음주 운전자 면허 취소가 다면서, 차라리 그런 거라면 폼이라도 나지. 나한테 앙심 같은 거 품어봐야, 기껏 욕이나 잔뜩 써놨겠지.

부욱, 나는 미련 없이 봉투를 뜯어냈다.

뭐… 뭐지. 이건? 최근에 그 인간이 처리한 보험 사기 건인데?

온갖 육두문자를 남발한 낙서를 기대했건만, 내 눈 앞에 펼쳐진 건 A4용지에 정갈하게 타이핑된 문서였다.

피의자 박상철의 알리바이가 조작이라는 내용!

신빙성 있는 놀라운 추론, 게다가 그를 뒷받침하는 백업 데이터. 충분히 사건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이걸 누가 보낸 걸까? 혹시, 피해자 쪽에서?

그때까지만 해도 그 인간에게 앙심을 품은 피해자 쪽에서 보낸 자료라고만 생각했다. 그 인간이 보낸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뭔가 있어! 재수사해야 해.

나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모한 정의감이 샘솟았다.

* * *

나는 무작정 한상길 부장을 찾아갔다.

달려라 로시한테! 돈키호테가 나가신다.

“장 검, 너 미쳤니? 지금, 뭘 재수사해? 게다가 선배 사건을 네가 맡겠다고?”

“네.”

한상길이 게거품을 물며 발악했다.

“여자라고 오냐오냐했더니 이제 머리 꼭대기에 오르려고 하네? 넌 위아래도 없어?!”

한상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또 여자? 여기서 여자가 왜 나와? 그리고 뭘, 저렇게 오버야?

어이가 없었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단 한 글자였다.

“네.”

그러던 그가 며칠 후에 갑자기 나를 다시 불렀다.

“좋아. 일단, 장 검이 맡아서 처리해봐. 근데, 김 검이랑 같이해. 그래도 선밴데 무시할 수는 없잖아.”

저 인간은 또 왜 저래? 요즘, 다들 왜 저리지? 어디서 단체로 약을 잘 못 먹었나?

“정말입니까?”

“그래, 그나저나 장 검, 위쪽에 아는 사람 있어?”

위쪽? 서울을 말하는 건가?

“뭐… 있긴 하죠.”

“누… 군데?”

한 부장이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뭐, 엄마랑 아빠도 잘 계시고, 동생도 학교 잘 다니고, 아! 맞다 울 오빠 곧 결혼할걸요? 근데 왜요?”

“후유, 물어본 내가 미친놈이지. 알았어. 나가봐.”

왜 저래?

아무튼, 남자들, 특히 검사 배지 달고 있는 남자들은 이해 불가 동물들이다.

아무튼, 분명히 사건은 뭔가 있다. 제대로 파봐야겠어!

* * *

“그나저나,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김 선배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뭥미?

요즘 지검에 괴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내가 대검 중수부장의 딸이니 조카니, 한술 더 떠서 어떤 이는 내가 검찰 총장 내연녀란다.

와, 진짜 지금 이 상황 다큐냐?

“제가 윗선에 줄을 댔다는 소문요?”

“어…… 그게 소문이 파다해. 그 윗선이 어디까지인 거야? 고검? 대검? 아니면 청와대?”

왜 이런 소문이 나도는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멀리서 그 인간이 다가왔다.

“김 검사님, 김금자 사건 제가 맡아도 될까요?”

그 인간을 보자마자 쏘아붙였다.

당연하지!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천하의 장영은이 아니지.

‘야… 장 검! 그냥 가자고……!’

김 선배가 그 인간의 눈치를 보며 턱짓으로 입구를 가리켰다.

“네? 아…… 그 보험 사기 사건? 그래요. 장 검이 원하면 그렇게 해요.”

분명, 이 사건과 저 인간 사이에 모종의 무언가가 있을 텐데…… 이상해!

그 인간의 의중을 떠보려고 의미 없이 던진 말인데 의외로 태연하다.

저 인간이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서 발끈해줘야 내가 맞받아치는데?

연기라고 보기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가만있자? 그나저나 저 인간이 저렇게 키가 컸나? 어라? 깔끔한 머리 스타일에 멋있는 검은색 정장! 어디서 모델 학원이라도 다녔나?

구부정한 허리에 부스스한 머리, 사시사철 어깨 위에 비듬을 재배하던 그가 아니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던데…….

저절로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 * *

“에이 그럴 리가? 그게 무슨 소립니까? 연탄불 피워놓고 자살한 게 틀림없는데.”

박상철의 시체가 발견된 날, 그가 내게 던진 말이다.

한눈에 봐도 자살이 아닌데…… 역시, 내가 잠시 착각한 게 틀림없어. 이제야 본성이 드러나시는군. 어쩐지 개 버릇 남 주나 했다.

“후, 아무튼, 자살 아니고…… 아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업무 분담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서브를 할까요. 아니면, 김 검사님이 서브하실래요?”

더는 이 인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까짓것, 장 검이 메인 하고 제가 서포트 하죠. 그게 뭐 어렵겠어요?”

뭐냐? 이젠 ‘자존심도 개나 줘버려’ 한 거니? 역시 한심한 인간이야.

“그래요? 딴소리하시기 없습니다. 그리고 부탁인데 그 존댓말 좀 어떻게 안 되십니까?

뜬금없는 존댓말이 귀에 거슬렸다.

“그…… 래, 그럼 말 놓을게.”

그가 어색하게 말을 더듬었다.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전 절대 사절입니다.”

헐, 이건 아니지! 이 말이 왜 튀어나와? 장영은 가도 너무 갔어!

손발이 닳아 없어지는 줄 알았다.

* * *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국과수에서 나온 박상철 부검 결과가 자살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절대 자살일 리가 없다. 박상철의 시체 상태는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와는 확연히 달랐어. 입술과 손톱에 생긴 청색증이 그걸 증명해준다.

나는 황급히 한 부장 방으로 뛰어갔다.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무래도 자네가 널널한가 본데, 왜, 교통사고 건 여기 한 100건 있는데, 넘겨줘?”

아무리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해도 막무가내다. 도대체 이 인간 이 사건에 왜 이렇게 민감한 거야? 혹시, 어디서 돈이라도 먹었니. 이 인간이랑?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갈 것 같아?

“네? 아…… 알겠습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 * *

아침에 출근하는데 그 인간이 일부러 나와 부딪쳤다.

무슨 개수작이지? 설마 작업 거는 거야?

“미… 안해…… 장 검, 내가 한눈을 팔다가 그만…….”

그가 쪼그리고 앉아 내 물건들을 주워 담는 시늉을 했다.

으악! 그건 안돼!

“어머, 선배님! 진짜 뭐예요. 놔두세요. 제가 할 테니까….”

그 인간이 생리대를 집어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의 몸을 밀쳤다.

“이런 것도 성희롱이라는 것 몰라요?”

“아니…… 난 뭐.”

그 순간, 내 눈치를 살피며 몰래 USB를 집어 드는 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니?

어차피 비어있는 USB였기에 어떻게 나오는지 호기심이 발동해 그냥 놔뒀다.

그나저나, 이 인간 몸에서 나는 향기는 뭐니? 맨날 찌든 담배 냄새만 풍겨대던 그에게서 매혹적인 아로마틱 우드 향이 풍겼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블루 드 샤넬?

하마터면 그의 팔목에 코를 갖다 댈 뻔했다.

게다가, 나를 보며 눈웃음을 치는 그윽한 눈빛!

그만하지? 지금 내 손발을 다 태워버릴 셈이니?

잠시 후,

서울 국과수에서 일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인간이 문 앞에서 알짱거린다.

“테트로도톡신? 그 복어에 있는 독이라는 거지?”

“그래 맞아.”

“확실해?”

나는 일부러 들으라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가 황급히 문 쪽으로 몸을 숨겼다.

쇼하세요? 김 선배님!

전화를 끊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USB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거 장 검 것 맞지?”

아주 연기의 달인이구먼! 혹시, 그 속에 연애편지라도 적어왔니?

“어머? 이거 어디서 찾았어요. 없어진 줄 알고 한참을 찾았는데.”

나름 여우 짓을 했다.

“아, 그게 아까 아침에 장 검이 나랑 부딪쳤을 때, 떨어뜨린 건데 장 검이 너무 서둘러 가는 바람에 못 줬어. 회의 시간에 주려 했는데 그땐 내가 깜빡했고.”

“아…… 그래요. 아무튼, 고마워요. 선배님!”

나도 이쯤 되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감 아닌가?

* * *

저녁에 집에서 그 인간, 아니 김정환 검사가 돌려준 USB를 열어보는 순간, 마우스를 쥐고 있던 내 손이 마구 떨렸다.

박상철이 쌍둥이? 죽은 사람이 박상철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형 박상준이라고?

모든 분석 자료는 완벽했다.

근데, 이걸 김 선배가 왜 내게 보낸 걸까? 분명, 자기한테 이로울 게 없을 텐데… 게다가 이런 분석력을 가진 사람이 못 되는데…….

혼란스러웠다.

그럼, 지난번 익명의 우편도 그가 보낸 걸일까?

나도 모르게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고 보니 요새 김 선배의 외모나 행동, 태도가 예전하고는 180도 바뀌었어! 사람이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 개과천선한다더니 그런 걸까?

거제도 구조라 방파제, 초록 산장?

며칠 후에 공 수사관이 김 선배가 전해달라며 봉투 하나를 가져왔다.

[장 검사, 혹시 이 사진을 보게 되면 한상길 부장은 절대 모르게 체포영장 발부해 이쪽으로 와줘요. 아마 그곳에 박상철과 망치가 있을 겁니다.]

김 선배의 필체가 틀림없었다.

이쯤 되면 내가 이 인간을 믿어야 하는 거지?

* * *

광주 지방 법원에 판사로 있는 대학 동아리 선배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나는 난생처음 사건 현장을 경험하게 됐다.

쿵쾅 쿵쾅, 심장이 요동을 쳤다.

우당탕탕.

퍽!

으악!

거제도 초록 산장에 도착한 경찰대원과 나는 지하 철문 앞을 지키고 있는 비곗덩어리 두 놈을 제압했다.

물론, 나는 구경만 했지만…….

하나, 둘, 셋!

나는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봐. 망치! 형법 제31조 1항, 살인교사 그리고 공갈, 납치 기타 등등 많기도 하다. 아무튼, 널 체포한다.”

영화에서 봤던 대로 흉내 냈다. 멧돼지같이 생긴 망치의 얼굴을 보니 심장이 내려앉은 것 같았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치마를 입었다면 죄다 들켰을 것이다.

“장 검!”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김 선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미소를 띄웠다.

“이런 씨X, 나가 대갈빡에 먹물 배긴 인간을 믿는 거시 아니었는디.”

“망치! 총 내려놔. 이미 다 끝났어.”

진짜 무서웠지만, 엄마를 생각하며 힘을 냈다.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야이 시X년아! 입 안 다물어? 주댕이를 찢어 불랑께.”

헐, 세상에 저런 욕이 있었어? 골이 띵했다.

망치가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목에 핏대를 세우며 김 선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저 인간, 아무래도 사고 칠 것 같아. 어떡하든 막아야 해!

“하지 마. 망치.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한 걸음만 움직여도 발포한다. 다시 경고한다. 그 총 내려놔.”

내가 뱉은 말이지만 멋있었다.

“씨X, 짭새들아. 드루와라. 드루와잉. 나가 망치여, 길상파 넘버 2 망치라고!”

미친 저 인간은 아무래도 진짜 사고를 칠 것 같다. 불안해!

“망치! 다시 경고한다. 총 내려놓고 자수해!”

배운 대로 세 번째 경고까지 무사히 성공했다. 장하다. 장영은!

“으악! 다 죽여버릴 거시여!”

으악, 망치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선배님!”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보다 내 다리가 더 빨랐다. 나는 쓰러진 김 선배를 향해 달려갔다.

“서…… 선배님? 괜찮으세요?”

왜 이러지? 심장이 요동을 쳤다.

“으윽, 아아. 난, 괜찮아. 그냥 좀 스친 것 같아.”

“진짜 괜찮으신 거예요?”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 게다가, 지금 내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내가 알던 쓰레기, 김정환이 분명 아니었기에…….

“어, 괜찮아. 자, 이거.”

테트로도톡신이 들어있는 주사기였다. 총에 맞는 상황에도 그는 끝내 그걸 들고 있었다.

이 인간이 정말 어쩌자는 거야? 이렇게 변하면 대책 없는데…….

피식, 김 선배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나를 보며 웃었다.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해요.”

심장아, 왜 이렇게 쓸데없이 나대니! 난 남자의 미소가 이렇게 멋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인간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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