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9화 (9/170)

# 9

[9화] 김금자 보험 사기 살인사건 (5)

<망치의 차 안.>

나는 한상길의 지시에 따라 망치 그리고 그의 부하들과 함께 거제도로 향했다.

“성님, 이것이 얼매 맨이요.? 성님이랑 나랑 성 동상한 거시 한 3년 됭께. 2년은 넘은 갑쏘잉.”

“벌써 그렇게 됐나?”

“그라제. 그때가 신간은 편했당께. 시방은 허벌나게 할 일이 많아가꼬 디저불겠소잉, 안 그요?”

망치가 목을 돌리며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문질렀다.

“…….”

“그나저나, 성님은 무슨 핸드폰을 쓴다요? 궁금헌디… 나가 한 번 볼 수 있다요?”

“뭐. 그냥 일반적인 거 쓰는데….”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망치에게 보여줬다.

“아그야! 거시기 이거 잘 보관해 둬야? 중헌 것인께.”

휙, 망치가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앞 좌석에 있는 그의 부하에게 던져 버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따, 머시 놀라가꼬 퇴깽이 눈을 한다요? 이라믄 쌤쌤이제. 아야!”

딸각, 망치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부하에게 던졌다.

“깝까배, 깝까배, 먼 성님도 놀러 가는디 핸드폰이 다 뭐다요? 저짜그 생각은 지발 허지 말고 허벌나게 놀아보자 안 허요!”

망치가 곁눈질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돼지의 탈을 쓴 여우 같은 놈! 조심해야겠어.

“그… 래. 어차피 필요도 없었어.”

“아따 겁나게 날씨도 좋아부요. 아야, 시방 뭐하냐? 엑세라다 허벌나게 밟아 부러라.”

망치가 차 창문을 내려 머리를 밖으로 내밀었다.

“공 수사관님, 혹시, 제가 하루라도 연락이 안 되면 이걸 장 검한테 꼭 전해주세요.”

“이게 뭔가요?”

공 수사관이 내가 내민 노란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시고 꼭 전해주셔야 합니다. 꼭이요!”

“어디 가세요?”

“잠깐, 다녀올 때가 있어요.”

“어디요?”

“그런 것까지 제가 수관님께 보고를 해야 합니까?”

“네…… 알겠습니다. 저는 뭐 다른 뜻이 아니라….”

공수 사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나마 다행이군!

나는 주머니에서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겨주신 만년필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거제도 XX 호텔.>

“성님! 여까정 오느라고 될 거인디 푹 쉬고 내일부터 거시기 지대로 괴기 좀 잡아 볼라요잉. 쉬세요!”

망치가 데리고 온 곳은 거제도에 있는 한 호텔이었다.

“그래, 그럼 내일 보자.”

띠릭, 카드키를 홀더에 꼽으니 환하게 조명이 들어왔다.

공 수사관이 실수하지 말아야 할 텐데…….

이것까지? 생각보다 철두철미하군.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야.

뚜뚜뚜, 호텔에 비치된 전화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분명, 이곳에 뭔가 있다!

침대에 누워봤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바닷바람이라도 쐬어야겠어.

“성님! 안 주무시고 시방 어딜 가려고 그런다요?”

문밖에서 비곗덩어리 한 놈이 지키고 있었다.

“답답해서, 바람 좀 쐬려고.”

“근디, 거제도에 머시기 벨시런 게 있간디요. 목포만도 몬 하지라. 그라고 가고 잡으면 지랑 같이 갈라요?”

목덜미가 겹겹이 접힌 비곗덩어리가 앞장을 섰다.

“아냐, 바다는 내일 보지 뭐.”

“그라요? 먼 길 오느라 될 거인디 언능 들어가 거시기 하쇼.”

“그래.”

어이없군. 졸지에 감금된 신세가 되어 버렸어.

털썩, 나는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억지라도 잠을 청해야 했다.

거제도 둘째 날,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낮에는 배를 타고 낚시를 했다.

“아따, 성님, 이 짝으로 뽀짝 와 보쇼잉. 허벌나게 큰놈이 잡혔어라!”

망치가 낚시로 잡아 올린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지?”

“이거슨 도다리라 안 허요. 사시미로 껍딱을 살살 배껴 불면 입에서 살살 녹지라. 아, 하쇼잉.”

망치가 능숙한 솜씨로 회를 쳐서 내 입안에 넣어주었다.

“어쩌요?”

꿀꺽,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 맛있네.”

밤에는 술판이 벌어졌다.

“꽃 피이는 동백섬에 봄이 왔거언만…….”

“야 이 년들아, 우리 검사 성님 잘 모셔라잉, 만약에 거시기 해불면 홀딱 뱃겨 가꼬 우세를 시켜 불라니까…….”

“어머 어머, 오빠야가 검사였어예. 이를 우야면 좋노!”

접대부가 팔짱을 끼자 불쾌한 싸구려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제도 셋째 날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이게 뭐다요? 문어 같은디?”

망치의 부하 낚싯대에 문어가 걸려 올라왔다. 놀랍게도 파란고리 문어였다.

“아야, 아야, 그 만져불면 디져분다. 그거시 독 문어여! 디져불고 싶지 않으면 싸게 내 쏴라아잉!”

화들짝 놀란 망치가 소리쳤다.

역시, 망치가 알고 있는구나. 그나저나, 장 검이 일을 잘 처리해야 할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순천지청, 장영은 검사실.>

장 검사가 비밀리에 공 수사관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공 수사관님, 제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장 검사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이 새벽에 호출을 하시고.”

“죄송해요.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뭐. 저 같은 사람이야 검사님이 나오라면 나와야죠, 뭐. 그렇지 않아도 장 검사님이 저를 찾을 거라고 김 검사님이 말씀하시긴 했어요.”

공 수사관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요? 선배님이요. 아무튼, 시간이 없어요. 거제도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 검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거긴 왜요?”

“길상파 망치를 잡아 와야 할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소린지! 무슨 협의로요?”

“수사관님 죄송한데 제가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한시가 급합니다.”

“그게…… 영장 없이 긴급체포가 되려면 피의자가 사형 또는…….”

“네, 말 안 하셔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최악의 경우고요. 그러니까 수사관님은 이거 가지고 법원에 가셔서 최대한 빨리 체포영장을 받아내세요.”

장 검사가 서류봉투를 공 수사관에게 내밀며 말허리를 잘랐다.

“이 새벽에? 아무래도 좀 걸릴 텐데요.”

공 수사관이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김장운 판사님 댁으로 가보세요. 제가 보냈다고 하시면 분명히 도와주실 겁니다. 여기 주소요.”

장 검사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후유, 네. 그나저나 부장님한테 보고는 안 해도 될까요?”

공 수사관이 손바닥으로 턱을 문질렀다.

“수사관님!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불안했는지 장 검사가 자꾸만 입술에 침을 묻혔다.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볼게요.”

“최선 말고요. 반드시 받아와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반드시, 꼭, 슈얼리어!”

“고맙습니다. 아, 참! 그리고 거제 경찰서에 연락해서 병력 차출 좀 요청해 주세요.”

“네? 병력까지요?”

“네에. 부탁합니다. 수사관님.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저 지금 출발할 거니까 결과 나오면 바로 폰 주세요.”

장 검이 미간을 찌푸리며 글자를 이로 꾹꾹 눌러 말했다.

장 검사가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얼마 후,

“장 검사님! 접니다. 공 수사관! 지금 어디세요.”

“네, 지금 거의 다 와 갑니다. 어떻게 되셨어요?”

“받아냈습니다. 체포영장!”

“그래요? 수고하셨어요. 바로 거제 경찰서에 팩스 넣으시고 병력 좀 요청해 주세요.”

“이미 벌써 조치해 뒀습니다. 경찰서로 가시면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지검 돌아가면 한턱낼게요.”

“뭐…… 저는 뭐…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죠. 헤헤.”

“이래 내놔!”

그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체 헐레벌떡 달려온 한상길이 공 수사관의 전화를 뺏어 들었다.

“야, 장 검 너 미쳤어? 지금 당장 안 돌아와?”

한상길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뚜뚜뚜뚜.

“야! 장 검! 장 검!”

“이런 시X, 이게 돌았나?”

쾅, 한상길이 휴대전화기를 내던져 버렸다.

“야, 공 수사관. 너 잘리고 싶어? 내 허락도 없이 영장을 받아와?”

“그…… 게, 부장님, 그… 게.”

공 수사관이 말을 더듬으며 어쩔 줄 몰랐다.

“어휴, 이걸 그냥 씨, 장 검…… 장 검 출발한 지 얼마나 됐어?”

한상길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히며 말을 더듬었다.

“거의 다 도착할 때 됐다는데요?”

“뭐야? 이런 씨, 아무튼, 너 나중에 보자고."

쾅, 한상길이 씩씩거리며 발로 문을 걷어찼다.

<한상길 부장실.>

시X! 이러면 나가린데…….

띠띠띠띠,

“야, 정환아, 정환…….”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전화를…….

이 새끼는 지금 이 상황에 뭐 하고 있는 거야?

띠띠띠띠,

버튼을 누르는 상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망치의 전화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으아아악!

한상길이 벽에 대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같은 시각, XX 호텔.>

“성님, 나 들어 갈라요.”

“어. 그래. 들어와.”

망치가 한 손에 양주병을 들고 내 방을 찾아왔다.

“늦었는데, 안 자고.”

“우리 성님이랑 이거 한잔 찌끄릴라고 왔지라.”

“그래.”

“그나저나 어찌코롬 낯바닥이 어둡소잉. 어디 아프다요?”

“아냐. 좀 피곤해서 그래.”

“아따, 우리 성님 보약 한 재 해 주끄나?”

저 인간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지? 불안했다.

“아냐, 보약은 무슨. 이봐, 망치! 무슨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 같은데?”

“아따, 뭐가 그리 급하다요. 세월이 좀 먹소 태양이 녹스요.”

콸 콸 콸, 망치가 유리컵에 양주를 가득 채웠다.

“캬, 좋아 디져불겄네. 역시, 양주는 씨바스 리칼이 최고여.”

“무슨 술을 안주도 없이 그렇게 마셔?”

“아따, 성님도, 이 정도는 암시랑 안 해!”

“성님도 한잔 찌그리실라요?”

“아냐. 난 됐어.”

“그라요. 그라믄 성님, 나가 쪼까 재미진 야그 하나 하까요?”

“…….”

“성님, 뭐냐 거시기, 에스키모 갸들이 늑대 사냥을 어떻게 거시기 해분지 아소?”

망치가 나를 게슴츠레 뜨며 노려봤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나가 갈챠 주까요?”

“어떻게 잡는 건데?”

“나가 갈차 주믄 성님 손모가지라도 내놓으실라요?”

불빛에 망치의 얼굴이 번들거렸다.

“뭐?”

“하하, 농이다요. 농! 아따 허벌라게 거시기 해분갑소잉.”

“어…… 그래.”

농담인 줄 알면서도 섬뜩했다.

“공것이 어디 있간디? 갸들이 늑대 그 숭악한 것을 잡을 적에 창을 시퍼렇게 갈아서 그짝에다 허벌나게 피를 묻혀 버린다 안 허요. 인자 암디나 늑대 나오는 데다 갖다 꼽아불믄 끝이다요.”

“…….”

“인자, 그 잡것들이 피 남시를 맡아 불면 눈깔이 디비져가꼬 창을 허천나게 빨아 처묵는디, 날도 겁나게 춥고, 지 혓바닥 꽁꽁 얼어가꼬 지 피를 지가 빨아처먹는지도 모르고 그래 쌈시롱 쭉 빨아 불다 디져 불어요. 어쩌요, 참말로 쉽지라?”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지?”

“긍게, 그 검사 가이내가 어찌코롬 알았쓰까잉. 요상하지 않아요? 염병, 나가 아무리 생각혀 봐도 그거시 당췌 이해가 안 돼.”

망치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지금 나를 의심하고 있는구나. 한상길이가 정보를 흘린 게 틀림없어.

“그야, 장 검이 냄새를 맡고 수사를 했으니까 그렇지 않겠어?”

“참말로, 긍께 그 냄시 나는 똥을 누가 길바닥에 흘렸을까나잉.”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

“시방, 그거시 뭔 소리당가? 나가 그라고 생각했으면 천벌을 받아불제, 우린 같은 배를 탄 한 식구 아니요. 나는 그라고 생각하는디 성님은 안 그요?”

“…….”

“그래서 말인디, 거시기 성님이 쪼까 우리 우정을 증명해야 쓰겄어요.”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지?

“무슨 증명?”

“궁금허요? 그라믄 뽈짝 인나소. 갈 데가 있응게.”

“어딜 가는데?”

“가보믄 안당게요. 여서 가찹다 안허요.”

“아야! 우리 성님 인자 초록 산장에 가신단다.”

초록 산장?

순간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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