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정의구현 가신다-7화 (7/170)

# 7

[7화] 김금자 보험 사기 살인사건 (3)

“머시여?”

“박씨가 자살혔댜. 번개탄 피워놓고.”

“워메 무셔라. 왜 죽었댜?”

“나도 몰러!”

“아야! 저짜그 그서놓은 선 넘어온다.”

“아짐, 쫌!”

구경나온 사람들과 의경들이 경찰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며 실랑이를 벌였다.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였다.

대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냄새와 시체 썩은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검사님 어쩐 일이다요?”

검사가 사건 현장에 나오는 건 의례적인 일이었기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경찰서에 나온 안 형사가 눈꺼풀을 빠르게 깜박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지도 인자 막 도착했어라. 이짝으로 오셔요. 아야 뽈깡 안 인나야?”

안 형사가 길을 막고 있던 김 형사를 발로 걷어찼다.

“자살한 건가요?”

거실을 지나 박상철의 시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우욱, 헛구역질이 올라와 나는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맞지라. 외상도 없고 거시기 내부가 암시랑 안 헌께 외부 침입도 없당게요. 연탄불 피워놓고 자살한 게 틀림없어라.”

널브러진 소주병들과 담배꽁초, 청테이프로 둘둘 말려진 창문과 문틈, 휴대용 버너와 타고 남은 연탄재. 거기까지 안 형사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판단일 뿐이었다. 일반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면 일산화탄소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b)에 산소보다 250배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제대로 실어 나르지 못해서 결국 죽게 된다. 그래서 피부는 선홍색 얼룩이 생기며 손톱 밑도 적색 또는 선홍색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상철 시체는 입술, 손톱, 피부는 퍼렇게 변하는 청색(cyanosis)증 증세를 보였다. 박상철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은 것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해외여행?

책상 위에는 해외여행 안내서가 널브러져 있었고 컴퓨터 검색창에는 최근에 여행사 사이트를 검색한 흔적이 있었다.

박상철은 자살한 게 아니야.

분명 사전에 죽인 후, 누군가가 연탄불을 피워 자살한 것처럼 위장한 게 틀림없어!

“형사님! 혹시 유서가 있었습니까?”

“유서라? 아야, 어디 종우때기에다 박상철이가 찌그려 논 거시기 있냐?”

“성님! 그거슨 아까막시 여자 검사님이 가져가셨는디요.”

김 형사라는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여자 검사요?”

“야, 야리야리하니 낯바닥이 조막만 한 검사님이 가져셨는디요.”

장 검이 벌써 왔다 갔다는 건가?

“아무튼, 증거품들 훼손되지 않게 관리 잘하시고요. 나중에 지검에서 봅시다.”

“알았어라.”

다음 날,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더 풀어야 했다.

“공 수사관님, 박상철이 인적관계 좀 조사해 봐주세요. 특히나 형제 관계 좀 알아봐 주세요.”

“왜요? 박상철이는 일가친척도 하나 없는 무지랑인데.”

그가 느물거리며 턱수염을 매만졌다.

“아마도, 분명, 형제가 있을 겁니다.”

“내가 알기로는 없는데….”

“공수 사관님!”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상철이 필적 좀 확인해주세요. 오른손잡인지, 왼손잡인지.”

“그건 또 왜요?“

“후유, 수사관님. 제발 제가 하라는 대로 좀 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네? 네네. 알겠습니다. 검사님!”

“저, 지금 장 검 방에 올라갑니다.”

“네.”

“아 참, 그리고 항공사에 연락해서 박상철이 최근에 표를 샀는지 확인 좀 부탁합니다.”

“네? 뭐…… 뭐요? 표요? 죽을 사람이 무슨 비행기 표를 삽니까? 황천길 가기도 바쁜데?”

“아뇨, 죽기 전에요. 보험금도 많이 탔겠다. 죽기 전에 해외라도 한 번 다녀가려고 했는지 누가 압니까?”

나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대충 둘러댔다.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검사님!”

공 수사관이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제가 부탁드린 건 꼭, 저한테만 보고해 주세요.”

오호라? 자기 혼자 공을 세워보시겠다?

“아…… 네, 알겠습니다.”

공 수사관이 입을 삐죽거렸다.

<328호 장영은 검사, 검사실.>

나는 장 검사의 눈썰미를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장 검사님, 들어가도 됩니까?”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힐끗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사건 서류를 뒤적였다.

“장 검사님, 사건 현장에 오셨다면서요.”

“왜요? 제가 가면 안 되는 곳인가요?”

그녀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말했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유력한 피의자가 자살했는데 이 사건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요.”

“왜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역시, 예상대로 당돌한 여자였다.

“하하하, 뭐 피의자가 죽은 마당에 뭐 더 수사할 게 있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선배님! 저 진작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그 존댓말 좀 빼주시면 안 될까요? 듣기 굉장히 거북하네요. 왜 평소에 안 하시던 짓을 하시죠?”

장 검사가 안경을 벗더니 천천히 걸어와 내 앞에 앉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박상철 자살 아닙니다.”

장 검이 말허리를 자르며 들어왔다.

후후, 예상대로 눈썰미는 있군.

“에이, 그럴 리가? 그게 무슨 소립니까? 연탄불 피워놓고 자살한 게 틀림없는데, 제가 지금 현장 다녀왔는데 자살이 틀림없어요.”

모르는 척, 시치미뗐다.

“후유, 아무튼, 자살 아니고…… 아니다. 됐고요. 그건 그렇고 우리 업무 분담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서브를 할까요. 아니면, 김 검사님이 서브하실래요?”

사건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까짓것, 장 검이 메인 하고 제가 서포트 하죠. 그게 뭐 어렵겠어요?”

“그래요? 나중에 딴소리하시기 없습니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그 존댓말 좀 어떻게 안 되십니까?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전 절대 사절입니다.”

헐, 너무 오버하는 것 아냐?

아무튼, 살짝 팬 보조개가 귀엽긴 했다.

“그럼 그럼, 내가 무슨…… 아무튼, 우리 잘해보자고. 난 장 검만 믿어.”

손을 내밀자 그녀가 마지못해 악수를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장 검이 박상철이 남긴 유서 가지고 있다면서? 뭐라고 쓰여있어?”

“궁금해요?”

“당연히 궁금하지.”

나는 장 검의 눈빛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거 위조된 유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누군가가 박상철이 남긴 유서 인양 조작한 게 틀림없어요. 제가 국과수에 필적 의뢰해뒀으니 곧 결과가 나오면 알겠죠. 그때 말씀드릴게요.”

흠…… 장 검도 타살이라는 심증은 가지고 있는가 보군. 장 검!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그래? 그럼, 곧 진실이 밝혀지겠군. 아무튼, 장 검이 알아서 잘 처리하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콜 해.”

“…….”

장 검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수고하고. 난 머리가 좀 아파서 이만 퇴근해야 할 것 같아.”

아이고, 뒷골이야.

나는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문을 나섰다.

“헐, 네에.”

저것도 검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장 검이 손바닥으로 바짓단을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며칠 후,

“검사님, 박상철 시체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요. 예상대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라는데요?”

뭐라고? 얼핏 봐도 일산화탄소 중독이 아닌데? 검사 결과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개입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군요. 부검 보고서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여기 있습니다.”

공 수사관이 보고서를 내밀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

어처구니없군!

“이러면 빼박 자살 아닌가요?”

“글쎄요. 장 검한테는 보고했습니까?”

“네… 아뇨? 이미 알고 계실걸요?”

“아 참! 유서랑 박상철이가 쓴 조서를 비교해 봤는데 같은 필체고요. 박상철은 왼손잡이가 맞는다고 하네요.”

역시, 내 예상대로다.

“그래요? 확실합니까?”

“네에, 확실해요.”

공 수사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른 건요?”

“음…… 지금 진행 중이니까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최대한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넵.”

“전 그럼, 보고할 게 있어서 부장님 방에 올라갈 거니까 중요한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네.”

“검사님!”

“네?”

“파이팅!”

내가 뒤를 돌아보자 엉덩이를 뒤로 빼며 양손을 불끈 쥐었다.

“아… 네…….”

헐, 어처구니없는 모습이었다.

<한상길 부장실.>

이미 장 검사도 와 있었다.

“두 사람, 다 수고했어. 박상철이 자살이 확실하니까 대충 사건 마무리들 하자고.”

한결 밝아진 얼굴이었다.

“부장님, 찜찜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좀 더 수사해야 합니다.”

“이봐. 장 검. 그렇게 할 일이 없어? 그거 말고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야. 이건 언제 다 처리할 거야? 사건이 그거 하나뿐이야?”

탁탁, 한상길이 책상 위에 놓인 서류뭉치를 내리쳤다.

“김 검사, 자네가 대충 사건 처리하고 마감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부장님!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저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왜? 이거 잘 처리하면 윗선에서 장 검, 중수부에라도 꼽아주기라도 한대? 왜 이렇게 이 사건에 집착해?”

한상길이 눈을 찌푸리며 장 검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무래도 자네 널널한가 본데, 왜? 교통사고 건 여기 한 100건 있는데, 넘겨줘?”

“네? 아…… 알겠습니다.”

장 검이 자기 분을 못 이겨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떨었다.

“그럼, 다들 나가서 일들 봐.”

“네.”

“좋으시겠어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장 검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뭐가?”

“아뇨. 뭐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전, 그럼 음주 운전자들 때려잡으러 갑니다.”

찬바람이 쌩하니 불었다.

후후, 화난 모습도 나름대로 매력 있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내던졌다.

오늘 사건 현장 분위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어. 지난번 운전 때도 그렇고, 불쑥 김정환의 기억들이 튀어나오는 것도 그렇고 정말 그의 기억들이 몸속에 배어있는 것일까?

그 순간, 맞은편 거울에 비친 초췌한 김정환의 얼굴!

혐오스러웠다.

풍덩!

나는 욕조 바닥에 미끄러지며 수면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어떤 이유로 해서 망치와 박상철이 연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이 짜고 김금자를 죽인 것이 틀림없는 팩트다. 물론, 목적은 생명 보험금 20억이었겠지. 그리고 한상길과 김정환이 그 뒤를 봐줬고 사건은 완벽한 완전범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돌발변수 장 검사가 나타난 거고, 그 결과 불안했던 망치가 박상철이 자살한 것으로 꾸며 사건을 끝내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럼, 죽어있는 사람이 박상철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띠리리링!

후 아하, 나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공 수사관이었다.

“검사님! 검사님 말대로 박상준이라고 박상철이한테 형이 있었네요. 20년 전에 실종되다 결국, 사망신고를 했었나 봐요. 무슨 점도 보세요? 그걸 어떻게 아셨대?”

“나이는요?”

“그게, 신기한 게 나이가 같네요. 둘이…… 쌍둥인가?”

내 예상이 맞았어!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그리고, 항공사에 표 구매 기록을 확인해봤는데 이 인간이 다음 주에 필리핀을 가려고 했더군요. 항공권을 예약했더라고요. 죽을 놈이 여행은 무슨, 참나!”

“수고 많이 하셨어요.”

“하하, 저야 검사님이 기쁘시다면야, 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모든 의문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박상철의 집, 주방 싱크대에 진열된 그릇들의 손잡이 위치는 전부 왼쪽이었다. 책상 위에 있는 마우스 위치도 왼쪽, 서랍도 모두 책상 아래 왼쪽에 있었다. 결국, 집에 있는 모든 가재도구가 왼손잡이가 편리하도록 있었다.

그런데도 소주잔이 깨어진 위치와 방향, 오른손에 난 상처는 분명, 죽기 전에 오른손으로 술잔을 쥐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 진동하는 담배 냄새!

결정적으로 과거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었던 적이 있었는지 왼팔 손목에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서 생긴 깊은 흉터가 있었다. 왼손잡이라면 불가능한 상처였다. 죽은 사람은 분명 오른손잡이가 확실했다.

이목구비를 구별할 수 없는 같은 얼굴, 키부터 몸무게까지 흡사한 체형. 하지만 박상철은 왼손잡이, 시체는 오른손잡이!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뿐이다. 일란성 쌍둥이!

죽은 사람은 박상철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형이 틀림없다.

망치는 분명 박상철의 일란성 쌍둥이 형을 이용해 박상철이 죽은 것처럼 꾸며 사건을 숨기려 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직 박상철은 살아있다는 얘기!

심장이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망치는 왜 박상철을 살려뒀던 걸까?

- 형부는 언니 재산에 욕심을 냈어요. 하지만, 언니가 완강히 거부하자 술만 먹으면 주먹을 휘둘렀어요. 언니는 원래 술을 먹지도 못할뿐더러 술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떠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만취 라뇨, 말도 안 돼요.

불현듯, 김금자의 동생 김순자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역시, 이것 때문이었어!

망치는 이 와중에서 김금자가 남긴 재산마저 가로채려 했던 거야!

시간이 없다!

박상철도 목숨이 위태로워. 하루라도 그의 은신처를 찾아야만 한다.

[킹 메이킹 시스템을 시작합니다.]

뭐…… 뭐지, 어디서 나는 소리야?

그 순간, 낮고 묵직한 중년의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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