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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천재 명도혁-248화 (248/252)

광고 천재 명도혁 248화

뉴욕 페스티벌의 시상식 날이었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처럼 크리에이터의 축제와 같은 시상식에 DW애드의 직원들이 초대를 받았다.

특히 서울에서 출장 온 직원들은 들뜬 마음으로 광고제 현장을 두리번거렸다. 시상식을 앞두고 열린 칵테일 파티에서 샴페인을 홀짝이며 연신 감탄사를 늘어놓고 있었다.

“뉴욕! 뉴요오옥은 역시 다르구만!”

“이야~ 삐까뻔쩍, 여기가 바로 그, 미드에서나 보던 뉴욕입니까!”

“시상식 전에 술도 주고 말이지. 역시 상도의가 있어. 그렇지 않아? 이야!”

최민아가 급히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쉿! 제발 좀 촌스럽게 왜 이러세요. 서울 구경 온 시골 쥐도 아니고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에이, 누가 우리를 본다고. 그리고 시골 쥐라니! 우리 서울 출신이야. DW애드 코리아의 주소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서초구…….”

“아, 정말. 우린 지금 페스티벌 구경 온 대학생이 아니라 무려, 노미네이트된 수상 후보자라구요. 품격을 지키셔야죠!”

“흠흠, 그런가?”

짐짓 점잖은 척 헛기침을 하는 탁기준이었다. 그들의 티키타카를 곁에서 지켜보던 도혁이 최민아를 놀렸다.

“괜찮아요. 저희도 뭐, 처음에 뉴욕 왔을 때 종일 감탄했는걸요. 최 팀장이 제일 들떴었지 아마?”

“대표님! 제가 언제 그랬어요?”

“미드에 나오는 칵테일 바 꼭 가야 한다고 얼마나 우리를 들들 볶았는지 기억 안 나?”

“어머, 제가 그랬어요?”

얼굴을 붉히며 민망해하는 최민아 뒤로 누군가가 스쳐 갔다. 그걸 본 탁기준이 놀라 소리쳤다.

“어! 이야~~~ 저기 저 사람들 누구야. 세상에!”

“할리우드 배우예요? 또 슈퍼 모델 보고 촌티 내는 거죠?”

“촌티는 아니고 모델은 맞아. 진우야!”

탁기준이 반갑게 이진우와 모니카를 불렀다. 이번엔 도혁과 최민아 역시 촌티를 내며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진우가 무려 모니카의 팔짱을 끼고 나타난 것이다.

“모니카, 잘 지냈어요? 어째 오늘 모니카의 파트너, 우리가 아는 얼굴입니다만?”

“어머, 명도혁 대표님. 저 진우 씨하고 같이 왔어요. 수상 소감 준비는 잘하셨나요? 오늘 여러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셨죠? 후보작들이 쟁쟁하지만 우리 DW애드를 따라올 팀은 없어 보이던데요?”

“별말씀을요. 시상식에 오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상은 받기 직전까지 결과를 모르겠더라구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명도혁 대표님, 오늘따라 턱시도가 근사하게 어울리시는데요?”

모니카가 약간 삐뚤어진 도혁의 턱시도를 발견하고 바로잡아 주었다. 그 손짓에 이진우의 고개가 조금 기울었다.

강태오가 표시가 확 나도록 미간을 좁힌 이진우를 보더니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어! 나도 턱시도 했는데 모니카가 명 대표한테만 관심을 보이는구만.”

“그러네. 이야, 이렇게 나란히 보니까 모니카랑 명도혁 대표가 더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탁기준까지 덩달아 짓궂게 나오자 이진우가 모니카의 손을 냉큼 낚아채며 서둘렀다.

“시상식 시작하겠습니다. 빨리 들어가시죠.”

“올~~~ 박력 보소. 우리 진우가 명 대표보고 정색 친 거 처음 아니냐?”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거 서운해서, 원.”

도혁이 전혀 서운하지 않은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뉴욕 페스티벌 시상식장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천장에서 화려한 조명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그 빛나는 조명을 받으며 DW애드 직원들은 시상식의 제일 앞자리로 안내되었다.

“이야, 파티 테이블 아닙니까? 우리 메인석이네요!”

“그럼그럼, 우리 명 대표님이 오늘의 주인공이잖아? 올~ 사회자 저, 모델 이름이 뭐더라. 이야, 슈퍼모델이 시상식 사회를 보는구만.”

DW애드 직원들이 둥근 파티 테이블에서 역시나 촌스럽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곁으로 피에르와 스텔라가 다가왔다.

“오늘의 주인공들이 먼저 와 계셨네요!”

“어서 오세요. 이쪽은 우리 서울 본사의 직원들입니다.”

“뉴욕 페스티벌에 참가하려고 특별히 오신 거군요. 뉴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시상식의 곳곳에는 주목할 만한 설치 예술이 배치되어 있었고, 곧 거대한 메인 화면에서는 올해를 기념할 만한 광고들이 흘러나왔다.

“올해의 광고 중 절반은 DW애드 작품 같습니다만?”

“절반까지는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꽤 민망하네요.”

스텔라가 조용히 속삭이자 도혁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물론 겸손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의 사운드, 환경 PR 부문 동시 수상이네요. DW애드 코리아입니다!”

“창의적 마케팅 전략 부문입니다. DW애드 코리아!”

“옥외 매체는 모두 짐작하셨을 겁니다. 이변은 없었네요. 명도혁 대표님 앞으로 나와주세요.”

수상자 명단에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고 도혁은 재킷의 옷깃을 바로잡으며 무대 위에 올랐다.

연신 불리는 이름에 단상에 올라가기 바쁜데 DW애드 직원들이 함께 걸어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직원들이 수상하는 족족 축하와 동시에 특유의 주접을 아끼지 않았다. 여느 시상식과 달리 자유로운 편인 광고제인 덕분에 관객들이 불편함 없이 그들의 주접을 함께 즐겼다.

‘DW애드 광고 천재 명도혁’이라는 민망한 카피가 크게 박힌 플래카드를 휘날리며 직원들이 축하 세례를 퍼부었다.

“올해의 아트 디렉터, 그랑프리입니다. DW애드 코리아!”

강태오와 함께 공동 수상한 그랑프리 트로피를 받았을 때는 결국 태극기까지 등장하고 말았다.

뉴욕의 한가운데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뉴욕 페스티벌의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여러분. 뉴욕 페스티벌이 여기서 끝날 리가 없겠죠? 시상식 후 파티가 있을 예정이니 수상자분들 참석 부탁드립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모두 함께하실 준비 되셨죠?”

사회자의 멘트에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뉴욕 셀럽들의 파티인가. 가슴이 웅장해진다.”

“탁 국장님! 우리는 이곳 뉴욕에서 무려 파티 피플로 거듭나는 겁니다. 이곳이 바로 제가 묻힐 곳이에요.”

“파티 피플!! 뉴욕의 셀럽과 함께라니!”

설레발을 떨며 설레는 마음으로 파티장에 들어선 직원들의 틈으로 피에르가 끼어들었다.

“여러분, VVIP를 위한 파티는 따로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 * *

뉴욕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거대한 펜트 룸에 마련된 파티장에는 슈트와 드레스 차림에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중세도 아니고, 요즈음 시대에 이런 파티가 있다고?”

놀란 강태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가 그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남자는 그들을 가면이 가득한 내실로 안내했다.

“마음에 드는 가면을 고르시면 됩니다. 아가씨는 이쪽으로 오시죠. 드레스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저, 저 말이에요? 아가씨? 어머, 드레스룸이라구요? 제가 저기 저 여자분들이 입은 드레스를 입는 거예요?”

“네.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니 취향껏 고르시면 됩니다.”

최민아가 토끼 같은 눈을 끔뻑이며 남자를 따라가고 도혁은 가면을 바라보다 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팬텀 가면을 골랐다.

“와우, 잘 어울리십니다, 우리 대표님이랑 찰떡이네!”

“가만 보자, 우리는 뭘 고르나~”

가면을 고르고 있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파티장의 메인홀로 향했다. 탁기준의 말처럼 중세 왕궁처럼 화려하고 클래식한 무드의 파티였다.

높다란 천장 아래 샹들리에가 늘어진 채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었다. 은은한 현악 4중주가 라이브로 흐르며, 부드러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샴페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남녀의 대부분이 명품으로 휘감은 모습이었다. 최고급 슈트와 드레스 그리고 명품 시계와 장신구들이 가면 아래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가면 정도로는 감출 수 없는 자본의 빛이었다.

도혁은 메인 홀에서 조금 떨어진 창가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뉴욕에서 광고물 먹으면 다른 곳에서 일하기 힘들데. 자본의 꼭대기니까.

누군가에게 언젠가 들었던 말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갔다. 돈, 성공, 명예. 이번 생에 그가 그토록 쟁취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이 손에 쥐어진 순간이었다.

도혁이 뉴욕 페스티벌의 그랑프리 트로피를 잡았던 손을 한번 말았다가 폈다. 뭉클하면서도 아릿한 감각이 날카롭게 가슴께를 스쳤다.

잠깐 감상에 젖어 있던 그의 곁에 가면을 쓴 한 쌍의 남녀가 다가왔다.

“혼자 오신 겁니까? 저희와 함께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아는 목소리였다.

도혁이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에르, 가면을 썼는데도 용케 알아보셨군요. 스텔라는 드레스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명도혁 대표님도 정말 근사한데요? 본인에게 딱 어울리는 가면을 고르셨어요.”

“그건 그렇고 정말 빨리도 알아보셨네요. 모두 비슷한 복장에 가면을 쓰고 있는데요.”

“명도혁 씨라면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을 고를 것 같았어요. 그리고 슈트도 아까 입었던 것과 똑같잖아요. 평생 옷만 만든 옷쟁이가 그 정도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

“역시 이 정도 눈썰미는 되어야 LVNN 디렉터를 하는 거군요.”

스텔라의 눈썰미에 감탄하는 도혁에게 그녀가 샴페인 잔을 내밀었다.

“일단 샴페인 한잔 함께하시면서 마음을 추스르세요. 함께 가볼 데가 있어요. 깜짝 놀라실 거예요.”

“가볼 곳이요? 여기보다 더 놀랄 만한 곳이 있다는 겁니까?”

“그럼요. 더 높은 곳으로 가실 거예요. 더 놀랍고 진귀한 곳으로 말이에요.”

“지금 이곳도 충분히, 높은데요.”

도혁이 가면을 쓴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화려한 맨해튼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작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도시의 조명이 눈부셨다.

이 화려한 세상의 아래에서 어떤 슬픈 일이 벌어져도 절대 알지 못할 것만 같은 높이의 펜트 룸이었다.

도혁이 의아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보자 스텔라가 가면 속의 입매를 끌어 올렸다.

“명도혁 씨, 진짜 세상의 꼭대기로 올라가셔야죠. 하늘에 닿을 때까지 세계의 끝은 없는 법이에요.”

스텔라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도혁을 잡아끌었다.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그녀가 커다란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 문 속에 또 다른 문이 나왔다.

몇 개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놀랍게도 그 속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올라가시죠. 진짜 VVVIP의 세계로 말입니다. 그분께서 기다리십니다.”

“그분이요?”

도혁의 눈이 커졌다. 피에르와 스텔라가 마주 보며 웃었다.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 페스티벌은 광고뿐 아니라 디자인, 일러스트, 멀티미디어 등 비방송 매체를 다양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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